'한국 Korea 160409~'에 해당되는 글 124건

  1. 2009.09.17 대변신 8
  2. 2009.09.16 역시 쉽지 않구나 4
  3. 2009.09.13 두 가지 소식 9
  4. 2009.09.03 어제 11
  5. 2009.08.31 레스토랑 실내 모형작업 24
  6. 2009.08.25 문제는 컨셉 11
  7. 2009.08.23 부동산과 노예 2
  8. 2009.08.20 홧병
  9. 2009.08.16 진주냉면 8
  10. 2009.08.13 수강포기 7
한국 Korea 160409~2009. 9. 17. 02:44
2004년 상수동을 떠난 이후 5년 만에 다시 상수동으로 돌아왔다. 
그때는 4층에 입주했었지만 이번엔 1층이다. 
업종도 영상제작편집에서 
요식업으로 바뀌었다. 


가게 계약이 성사된 것이다.
줄어들 걸로 예상돼 걱정했던 주방공간도
원래 우리의 기대대로 복구됐고
향후 주차장 공간 전체도 원하면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입주는 10월 초에서 중순 사이가 될 듯하고
11월 하순에 오픈 예정. 
가게 이름은 아직도 구상중이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9. 16. 12:32
오랜시간 준비해온 작업에서 큰 고비의 하나인 가게 계약.
모든 일상의 관심사가 오로지 가게 계약에 집중되어 주변 세상사에
그 어느때 보다도 무감해지는 요즘이다.
세상사도 여유가 있어야 보이는 법인가 싶다.


어제 집주인과의 첫 만남이 있었는데 사실은 거의 계약을 위한 만남이었다.
허나 뜻밖의 변수로 인해 계약을, 정확히는 계약의 가부 결정을 오늘까지로 미루기로 했다.
변수란 다름아닌 임대보증금의 100% 인상,
그리고 벽의 일부를 터서 조금 확장해 사용하기로 한 공간이
우리가 애초 기대한 만큼의 면적대로 나오지 않아 주방 활용에 큰 차질이 생긴 것.


전날 부동산과의 통화에선 보증금 50%인상에 이 마저도 6개월 후 증액으로 이해를 한 터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는데 어제 주인까지 모인 자리에서 정확히 확인해보니
결국 100% 인상이었던 셈이다.
이부분을 다시 조정해보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로 건물주를 설득해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급기야 '고통분담'이니 '선처'니 '헤아려주시길'이니 하는 어휘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꺼내든 말은 '양보'. 허나 결국 건물주는 한치도 '양보'가 없다.


오늘 다시 부동산을 찾는다. 공간문제와 관련해선
제작한 모형을 들고가 건물주와 이를 함께 보며 설득을 해보고
이마저 안되면 우리도 불가피하게 손님 테이블이 줄어들어 손해가 있는 만큼
 확장공간분에 대한 월세를 다만 얼마라도 깎자고 할 생각이다. 
냉장고와 작업대 하나 정도 들어가는 공간을 내주면서 월 30만원을 받겠다는 것은
좀 몰염치스럽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예상이야 했지만 역시 쉽지 않다.
더군다나 가게 계약 이후 들어가게 될 각종 경비의 조달은
소상공인 지원제도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계산이었는데 며칠전 확인해보니
공교롭게도 바로 얼마전에 그 자금이 모두 소진되어 천상 내년 1월의 새로운 회계년도에
자금지원이 가능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전화상의 상담이라 그렇게 대답하는게 아닐까 의심이 들어
가게 계약이 끝나면 곧바로 사업자등록증 들고 찾아가서
문의해볼 생각이다. 

가끔 생각이야 했지만 작은 구멍가게라도 결코 우습게 볼 일이 아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9. 13. 11:45
가게와 관련해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각각 하나씩 있다.
좋은 소식부터 쓸까 나쁜 소식부터 쓸까..
나쁜 소식부터.

원래 계획은 이달 중순에 철물점 자리 가게를 계약하고
늦어도 말까지 내부 인테리어를 마친 뒤 간판을 걸기 전인 11월 중순까지 한 달 반에 걸쳐
메뉴 구성과 거래선 확보, 맛내기 훈련, 홀 운용 계획 세팅, 그리고 주변의 모든 지인들을 한팀씩 불러
테스팅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이 계획은 한 달 뒤로 미뤄졌다.

이유는 철물점 사정 때문인데 인근에 깔아놓은 외상이 제법 많아 이를 회수하기 위해선
10월 추석을 십분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철물점 아저씨는 가게를 내놓았다는 이야기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보안을 유지하는 가운데 추석 전에 최선을 다해
외상값을 거둬들일 작정이라고 한다.

어찌나 보안에 신경쓰는지 빈 가게를 지키는 아줌마만 만나다가 어느날 아저씨를 처음 만났는데
"가게 보러 왔습니다"하고 인사를 건네니  
"가게 내놓을 적 없는데.. 잘못 오셨나보네" 하고 시치미를 뚝 뗀다.
잠시 당황해 말문이 막힌 사이 아저씨는 나를 슬쩍 다른 자리로 이끌고서야 저간의 사정을 이야기했다.

 현물을 주고받은 거래도 제법 있지만 거의 대부분이 인건비인 셈인데 회수가 잘 될지 걱정이고
더욱이 가게 털고 나간다고 소문이 퍼지면 그마저 받기는 더 어려울꺼라고..
우리도 괜스레 걱정이 든다.

해서 외상회수작전이 마무리되면 늦어도 10월 중순에 가게를 비울 수 있다고 하니
그렇게 되면 11월 말이나 12월에 오픈을 할 듯 싶다.
이 역시 어디까지나 다른 변수가 없을 경우다.


다음은 좋은 소식.
 
이미 앞서 미니어처에서 봤듯이 가게는 제법 긴 직사각형 형태로
평수는 8평이 채 못되는 식당치곤 그야말로 구멍가게.
오븐도 작게 줄이고 식기세척기도 가정용으로 줄이고 덩치를 차지하는 냉장.냉동고도
다이어트 시킨 끝에 겨우 11좌석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는데
허나 이 역시 비좁기는 마찬가지여서 여간 고민스러운게 아닌 상황.

마침 이 건물에 대해 훤히 꿰고 있는 철물점 아저씨가 흥미로운 제안을 해왔는데
현재 철물점의 양 옆으로 카페와 4층에 사는 건물주인이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실내 주차장이니
실내 주차장에서 주차하고 뒤에 남은 빈공간은 철물점 옆 벽을 터서 연결하면 
공간을 훨씬 넓게 쓸 수 있을꺼라는 거다. 

주차장 공간은 어엿한 가게 자리지만
건물 가장자리다 보니 옆에 길을 내주느라 모서리 부분이 제법 깎여나가 실내가 약간 쪼그라들었는데
그 때문에 상품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건지 어쩐건지 
 주인은 그곳을 기껏해야 차를 세우는 용도로 쓰고 있다.

아무튼 잘하면 큰 고민 하나가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에 속으로 감격하고 있는 사이
철물점 아저씨는 커팅기로 벽을 자르고 차고쪽에 벽 세우고
우리가 원하면 벽에 새로 문도 낼 수 있을꺼라며 자신이 착착 구상을 짜준다.
각 가게 사이의 벽도 건물을 떠받치는 내력벽이 아니어서 얼마든지
허물어 없애도 문제가 안된다고.

우리로선 당장 그 상(狀)이 안잡히는 어마어마한 이야기들이지만
오랜세월 철과 콘크리트 밥을 먹어온 노장의 눈에는 이 모든 것이 별 대수로운게 아닌가 보다.
남는 문제는 건물주인의 의지.

주차장 일부를 터서 사용하면 자릿값으로 임대료를 좀 더 올려받으면 되니
주인 입장에서도 특별히 반대할 이유가 없을꺼고
개인적으로 건물주를 잘 아니 자신이 이래저래 정리해주면 될꺼라고.
암튼 새로 가게가 들고 나는 것과 관련해 그의 설명과 논리는 제법 명쾌했다. 

공사비가 좀 더 들겠지만 우리로서도 하등 반대할 이유가 없다.
이야기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와 직사각형 형태의 미니어처에 옆으로 주차장 공간을
새로 짜넣고 실측한 치수를 줄여 새롭게 내부를 짜봤다.
그 결과 좌석수가 4개 더 늘어 총 15개로 늘어났다.
ㅋㅋㅋ

요 사진은 나중에.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9. 3. 14:17
어제, 주방집기와 기타 물품들의 시장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중앙시장과 방산시장을 돌아다녔다.
햇살이 어찌나 따갑던지 부채가 없었더라면 애먹을 뻔 했다.


청계천의 끝자락에서 신당동쪽으로 넓게 버티고 있는 시장이 바로 중앙시장인데
실제 중앙시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지붕이 덮힌 형태로 그닥 크지 않고
그 주변으로 넓게 퍼져 있는 주방용품 가게들이 바로 중앙시장의 주인공 되겠다.
규모가 실로 엄청난데 먹는 장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정확히 대변한다.
 
리어카 포장마차 제품도 많고 이제 다가올 겨울을 앞두고 붕어빵과 군고구마 통도 꽤나 쏟아져 나올테다.



발길이 뜸한 뒷골목에선 씻고 닦고 칠하며 중고를 새것처럼 탈바꿈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기계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말고는 중고품을 사는 것도 실용적이지만 기존 식당을 넘겨받는게 아니라
새롭게 시설을 꾸며야 하는 입장이라면 이마저도 좀 꺼려질 듯 하다.
물론 좀 된듯한 느낌을 주기 위해 애써 낡은 제품을 찾는 이들도 있을테다.

시장 상인들은100평 이상의 대형 식당 업주를 당연히 선호한다.
주문 물량이 커 재고 털기가 수월하고 오가는 돈도 크기 때문. 


냉장고나 버너는 모두 국내에서 손쉽게 제작하는 것들이어서 가격도 안정돼 있고
비싼 편이 아니지만 오븐은 좀 편차가 심하다. 
오븐도 국내에서 제작한 피자용 오븐은 가격이 저렴한 편이지만
물건너온 오븐은 그 물량이 많지 않고 애초 가격이 고가여서
중고라 해도 값이 크게 떨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전문 주방용 오븐은 컨벡션과 스팀기능에 자동 조리 프로그램이 기본 내장이고  
심지어 자동 세척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직접 써보지 않아서 체감도를 얘기할 순 없지만 볼로냐의 마르코 주방에서 본
오븐을 국내 수입업체에 문의하니 2천만원 선이라고 한다.
우리에겐 먼 얘기.

상인이 조용히 데리고 올라가 보여준 국내 제작 오븐.
해외 모 브랜드를 그대로 카피한 제품으로 가격은 300만원이라고.  



의자가게도 둘러보고..
디자인 업계에서 단일품목으로 가장 많이 디자인된 물건이 전화기라는데
아마 아쉽게 2위에 그친 물건이 바로 저 의자 아닐까?


까운사도 기웃거려보고..
먼지를 뒤집어 써 꾀제제 해진 까운과 모자가 발길을 떠민다.



걷고 걸어 방산시장.
간혹 하는 얘기지만 서울에서 의식주를 뒷받침하는 세 곳의 성지가 있다.
의(衣)는 남대문 시장.
식(食)은 경동시장
주(宙)는 청계천 공구상가와 을지로 세라믹상가다.

이 가운데 남대문은 동대문에 밀려 점점 쪼그라들고 있고
경동시장은 서부를 주름잡던 모래내 시장의 쇠락으로 홀로 자리를 지키고 있고
청계천은 물길을 만나면서 점점 녹슬어가고 있다.
콘크리트로 땟깔내기 좋아하는 개발주의 시장들을 만나 어떤 곳은 철퇴를 맞고
대부분은 그 생명력을 잃고 점점 빛을 잃어가고 있어 안타까움이 크다.
 특히 동양 최대의 벼룩시장으로 평가받던 황학시장을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그 자리에 롯데캐슬이라는 로보트같은 건물을 세워놓은 꼴은 정말 보기 역겹다.
이명박과 롯데의 관계가 심상찮았던 건 비단 성남 비행장 사건에서만이 아니라 어쩌면
서울시장을 지낼 때 부터 이미 형성된 관계가 아닌가 싶다.
아무튼..

집에 새로 도배하거나 장판을 깔 경우 방산시장 오면 대한민국 있을 제품이 다 있고
포장용 비닐, 종이박스, 쇼핌백, 고무줄
그리고 저 제과제빵용품 가게도 바로 이곳에 오면 촘촘히 박혀있다.
손재주를 가진 이들에겐 그야말로 놀이터 같은 곳.

지친 다리 버스에 태워 상수역에 도착.
저기 보이는 왕산건재가 현재 물색한 가게터다.
아마 아는 사람들은 알 듯.
그 옆에는 역시 최근에 오픈한 카페.


청계천을 한 1/10000로 줄였다.
이 비좁은 곳에 10명 정도 앉은 의자와 테이블 놓고 시작해야 한다.
ㅋㅋ
다음주에 계약과 관련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로 했다.

저녁때가 됐다.
홍대에 잘한다는 파스타집이 몇 군데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를 찾아 들어갔다.
까르보나라를 주문하기 앞서 웨이터에게 계란이 들어가냐고 물으니 들어간단다.
헌데 어째 미덥지가 않다.
훈련된 웨이터라면 좀 더 설명을 곁들일 것 같은데 예상치못한 질문에
단답식으로 '예'하고 마니..
까르보나라 나왔다.


말린 파슬리와 후춧가루, 그리고 흥건한 소스.
식당 이름이 딴또(Tanto-많이), 그것도 두 번씩이나 강조한 이름임에도 양은 평범하다.
맛보니 무난하지만 11,500원짜리 메뉴로는 용납하기 힘든 문제들이 드러난다.

먹어보니 계란과 빠르미쟈노 치즈의 맛은 거의 안나고 몽글거림도 없다.
대신 느껴지는 건 감자.
어딘선가 크림의 느끼함을 잡아주고 소스의 점성을 위해
감자를 갈아 넣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 집이 그런 듯 싶다.
베이컨도 훈연베이컨이 아닌 그냥 마트에서 파는 훈제액에 담근 베이컨.
11,500원에 파는 메뉴이니 원재료비만 대략 1,500원 이하고 1만원 이상을 수익으로 갖는 듯.
일반적으로 판매액에서 1/4을 순수 재료비로 보지만 이에 꼭 맞추는 집은 많지 않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발된 메뉴.
올리브 오일 소스에는 모두 피깐테(매운) 맛이 기본으로 입혀져 있다.
해물, 혹은 치킨 스톡에 고추기름, 몇 가지 채소와 해산물로 버무려낸 파스타.
입에 익숙하게 와닿는 맛이니 그것은 짬뽕.
살짝 썰어올린 비트의 색감을 제외하곤 특별할게 없지만
파스타를 이런식으로 즐기는 것도 한 방법.

짬뽕은 광화문 대우 빌딩 지하의 취홍이 아주 잘한다.
잘 우린 육수에 해산물도 손이 크고 청경채도 시원시원하게 올려준다.
값도 6천원이니 이 메뉴가의 절반.
그냥 파스타 본연에 좀 더 충실하면 좋을 듯.

훈련되지 않은 웨이터들도 문제인데
빈접시를 치울 때 하나씩 집어올려 가져가는게 아니라
테이블 위에서 매운탕 냄비에 남은 찬 쓸어 넣듯 한 꺼번에 포개어 치우는 행동은
여간 싸구려로 보이는게 아니다. 
 더불어 이 식당 천정에 매달린 조명의 갓 청소도 시급하다.
시커먼 먼지때를 바라보며 갑자기 쥐의 등짝이 떠올라 소름이 끼칠 지경..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31. 22:12

 

별 일 없으면 이달 중으로 계약할 상수역의 작은 가게.
지금은 철물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고 실평수는 8평 정도.
참으로 좁은데 다행인 점 하나는 천정 뜯어내면 그나마 조금 높다.
과연 이만한 공간에서 식당이 될까 의문이지만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니 안될 것도 없겠더라.

어제 우드락을 사다가 오늘 하루종일 문방칼과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자르고 붙이고..
지난 번 미리 재 둔 공간 치수에 주방용품들의 사이즈도 그에 맞게 축소시켜
 이리저리 배치하기를 반복했고 대략 다음과 같은 시안이 나왔다.
(참 오랫만에 어른이 공작교실이었고 즐거웠다)


입구에서 본 전경

창가쪽 4인용 테이블.
2인 손님이 많을 경우 분리해서 간격을 두면 땡.

애초 4인용으로 하려다가 비좁아 3인용으로 바꿨고 테이블은 대신 2인용 보다 조금 키웠다.
뒤에 일자 테이블에는 4명이 앉아서 먹을 수 있고 주로 홀로 오거나
2명이 올 경우 권유하는 자리.

계산대 겸 노트북.



주방 모습. 오픈 키친이다. 너무 좁아 막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오른쪽 뒤에 키큰놈이 타워형 냉장고. 그 옆이 싱크대고 그 왼쪽이 식기세척기. 세워놓은 건 찬장.
모서리의 빈 공간은 뒷길로 나가는 문이 있는 자리고
옆으로 누워있는 커다란 박스는 테이블형 냉동고.
책 같은 것을 쌓아놓은 것은 요리 마무리 작업대.
그 옆은 3구짜리 버너. 그 위로 커다란 후앙이 달린다.
그리고 쌓아 놓은 건 책이 아니라 테이블형 전기식 튀김기. 좀 더 크게 해야 실물에 맞음.
오븐 놓을 자리도 다시 조합해 확보해야 하는데 정 안되면 버너 밑으로 가정용 오븐을 밀어넣거나
아니면 테이블식 오븐(광파오븐 따위)을 테이블 냉동고에 올려야 할 듯.



일자 테이블과 그 너머로 술이며 접시며 잡다한 것들을 넣어둘 장식장.
가운데 빈 공간엔 이 집의 핵심, 메뉴판이 자리한다.
 최대한 근사하게 꾸밀 생각이고 별도의 메뉴판은 없을 것.


다른 각도에서 모습.


창가쪽에 놓아 본 작업대.
작업 마치고 저녁 때엔 믹서기를 올려놓거나 각종 당장 안쓰는 요리 도구를 쌓아 놓는다.
창문자리에 있는 만큼 시각적 매력을 최대한 연출해야 하는 테이블.


홀.
제법 넓은 듯 보이지만 실제 세팅되고 사람이 들어서면 정말 좁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
좁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아늑하게 꾸며야 하는데 계속 머리를 쥐어 짜는 수 밖에 없고
생맥주 할 경우 통이 들어갈 자리도 다시 마련해야 하고 여분의 통을 보관한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생맥주 뿐 아니라 이런저런 물건들을 수납할 듬직한 공간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주방 뒷문으로 나가면 철물점에서 현재 불법으로 사용중인 가건물 식의 작고 엉성한 창고가 있지만
값 안나가는 물건만 쌓아놓는 자리로나 쓰지 그 이상은 아니다.
아무래도 좁아 터진 홀에 박스들이 쌓일 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컨셉이라면 컨셉이지만..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25. 14:01
메뉴가 다양해도, 그 메뉴가 하나같이 꿀맛이고 인테리어가 값비싸더라도
컨셉이 모호하면 식당의 성공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특히 유행을 만들어 내는 곳,
또는 그 유행을 따라 사람들이 몰리는 동네라면 더욱 그럴 것.
요즘 컨셉을 놓고 머리를 쥐어짜는 중이다.

요리책과 인터넷을 뒤적이고 홍대 일대를 쏘다니며 트렌드의 빈공간을 찾고
우리가 가진 식당의 로망을 해치지 않는 그 어떤 곳의 실현. 

컨셉 설정에 좀 더 초조해진 이유 하나는 
홍대 상수역에 식당 자리 하나를 점찍어 뒀기 때문이기도 한데,
허나 공간이 어찌나 협소한지 욕심껏 주방기구를 들여놓았다간
손님용 테이블은 단 한 개도 놓지 못할 지경이다.

이마저도 다른 임자가 나타나 물건을 낚아채 가버리면 그것처럼 또 곤란한 일도 없겠지만
컨셉도 없이 덥석 물건을 잡는 것도 위험하긴 매 한 가지.
그러니 마음만 심란하다.  
물론 당장 계약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진짜 문제는 투자금의 확보겠지만 이건 늘 있어왔던 문제고)

아무튼 문제는 컨셉이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23. 21:02
부동산 가격의 상승이 경제에 어떤 부담을 지우는지 최근 실감하고 있다.
식당을 열 가게 터를 알아보기 위해 홍대 일대를 뒤지고 있는데
예상이야 했지만 터무니 없이 비싼 임대료를 접할 때 마다 의지가 휘청거린다.
돈 없는 서민 입장에선 가게를 연다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데
높은 보증금, 월세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창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결코 적지 않을 테다.
이들은 통계에 잡히건 안잡히건 고용불안과 실업으로 고스란히 연결된다.

설사 어렵사리 가게를 차렸다 하더라도 대박집의 신화를 이루기는 커녕
망해 자빠지는 집들이 허다한 것이 현실이고 
상황이 그렇자 꿈과 이상은 일찌감치 접어버리고
제발 일가족이 빚쟁이에 쫓기지 않고 풀칠만 하면
그걸로 족하다며 애초의 의지를 꺾어버리는 이들도 많다.

직장에서 버림받고 야생의 정글과 같은 생존현장에서 마저 실패를 맛보고 나면
과연 그들에게 마지막에 남는 건 뭘지..
(TV에선 '희망'이라고 속삭이지만 우린 빅브라더의 그 기만에는 안속는다)

결국 뼈빠지게 일해봐야 윤택한 삶의 주인공은 임대인, 즉 부동산 사업자다.
이놈의 사회에선 월급쟁이들만 노예가 아니다.
빛좋은 개살구일 뿐, 수많은 '싸장님'들 역시 노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20. 22:15
 
노무현의 발인이 끝나고 시청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다음날 새벽까지 군데군데 둘러앉아 술 한 잔에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죽음을 추모했고 이명박을 저주했다.
잔디에 누워 있던 누군가가 소리쳤다.

"국장 한 번 더치르자!"

절묘한 풍자에 웃음이 나왔다.
그로부터 3개월이 채 안돼 결국 국장을 치르게 됐지만 주인공이 바뀌고 말았다.
젠장..

그것은 홧병이었다.
이명박의 전횡, 남북관계의 파탄, 용산 살인사건, 4대강 토목사업, 인권과 복지의 파탄, 독재정치로의 회귀,
그리고 연대를 염두했던 노무현의 비극적 죽음.
몸의 반쪽이 무너졌으니 고령의 노인이 남은 반쪽의 몸을 홀로 지탱하기는 힘겨웠을 터.


이명박 당선 직후 남대문이 불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불길하다 느낀 것은 비단 우리 뿐만은 아니었을텐데
10년새 벌어질 비극들이 불과 2년만에 몰아쳐 일어나고 있으니
'저주'를 사회과학 차원에서 연구해봐야 하지 않을까?

해방 이후 존경받을 가치를 지닌 두 명의 어른을 보내고 나니 무더운 여름이 휑하게 느껴진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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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내려놓으시고 편히 가시길..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16. 23:17


예상치 못했던 여행, 여수를 거쳐 진주까지 왔다. 
날씨가 어찌나 뜨거운지 촉석루에 누어 잠시 땀을 식혔는데
시원한 바람에 취해 그만 낮잠까지 청했다.
보는 문화재가 아닌 누리는 문화재를 가진 진주에 대한 부러움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고려시대때 지어진 이 탐스러운 공간은 이후 다양한 전쟁을 거치면서 사라고 재건되기를
반복했고 현재 건물은 50년 전 쯤에 새로 지어졌다고.



바라다 보이는 남강도, 뜨거운 햇살도, 앉아 쉬는 사람들도 마냥 평화롭다.  
한 시간 가량 쉬고 느지막한 점심,
요즘 한창 인기를 구가한다는 진주냉면을 맛보러 식당을 찾았다.


비좁은 시장골목에 숨어있는 냉면집이지만 진주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찾은 식당인지
길을 묻는 족족 한치의 주저함 없이 길을 가르쳐준다.

식당에 들어서니 점심치곤 늦은 시간임에도 방바닥엔 손님들로 가득찼다.
가게주인의 부인은 카운터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시끄럽게 통화중이고
10대 중반과 후반으로 보이는 두 딸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님들의 계산을 돕고 만원짜리를 세고 있다.

큰 쟁반에 냉면그릇을 가득 채워 그 무게 때문에 허리가 반쯤 꺾였지만
들고 나르는 종업원 아줌마들의 팔뚝은 단단하고 억척스러워 보인다.

벽에 붙은 홍보글을 보니 북에는 평양냉면, 남에는 진주냉면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나..
진주냉면의 특징은 육수와 있단다. 
평양냉면이 쇠고기로 국물을 내는 반면 진주냉면은 해물로 국물을 낸단다.
고명도 편육 기름에 부친 고기전을 올려준다고.
일전에 EBS의 <요리비전>을 통해 진주냉면을 접한 바 있어 맛이 궁금하던 차였으니 기회가 왔다.



일행은 모두 물냉면을 시켰으니 나는 비빔냉면을 시켜본다. 
어차피 좀 나눠먹으면 되니까.



반찬  깔리고..
열무김치 팍 익은 것 까진 좋은데 조미료 맛이 깊다.



먼저 나온 비빔냉면. (보통 6,500원)
유기에 담긴 폼새가 제법 기품이 뭍어난다.
그릇에서 큰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진주냉면.
냉면은 비벼져서 나왔고 양이 무척이나 많아 살짝 놀랐다.
고명으로 얹어진 계란은 노른자가 쏙 빠져 있는데 재밌게도 황지단이 그 빈자리를 대신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혹시 맛이 텁텁해지는 것을 막기위해서인가?



 물냉면도 나왔다. (보통 6,000원, 특대 7,000원)
비교적 어두운 색감의 육수에 각종 고명들이 올려졌다.
계란 흰자와 황지단, 실고추의 색감조화가 제법 그럴듯 하다.
의정부나 마포에서 먹는 평양냉면의 어딘가 허술한 듯한 고명과 왠지 비교된다.

국물부터 한술 떠서 먹어본다.

음..  ..  ..  ..  .. 

간장맛이 바탕에 깔려있고 살짝 달달하니 감칠맛이 돈다.
해물육수라고 하길래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멸치 등의 마른 해물을 우려 쓴 뒷맛을 제거하고
여기에 간장으로 간을 맞춘 육수다. 
나름 비법을 집약해 넣었겠지만 특별히 독특하다는 것은 못느끼겠다.
비빔냉면도.. 그릇만 플라스틱으로 바꾸면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3,500원에 먹는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비빔냉면이란게 어딜 가나 그 맛이 똑같긴 하지만..

사실 최악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면.

재료배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메밀은 아니고 평범한 칡냉면에 가깝다.
색감도, 질감도, 두께도, 맛도.
짭짤 달달한 육수에 칡냉면이라..
일행들, 애초 반색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몇 젓가락 먹으면서는 말도 특별히 없다.
칭찬이라야 고작 '국물이 좀 색다르구만'이 전부.



헛헛할 것 같아서 주문한 고기전도 특별할게 없다. (15,000원)
다진 쇠고기를 계란물에 넣어 기름팬에 부쳐낸,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맛.
 냉면에 고명으로 올려지는 고기전도 결국은 이것.



한 번쯤 진주냉면의 유명세를 확인해보는 것도 나쁜진 않겠지만
진주에서 딱 한 번의 식사기회밖에 없다면 진주냉면보다는 진주비빔밥을 추천한다.
불행히 먹어보지 못했지만 진주토박이가 일전에 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다. 

"난 진주냉면이 왜 맛있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차라리 진주비빔밥이 훨씬 특색있고 맛도 좋은데.."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13. 02:02
한 달 조금 넘게 다니고 석달 가까이 남은 요리학원을 그만 다니기로 했다.
월요일 아침 아침잠에서 깨자마자 갑자기 담임이라 자처하는 이의 얼굴이 떠올랐는데
만면의 미소 뒤로 감춰진 위선과 기만의 꼴을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니 후련하다.
 내 입장에서 손해가 없지 않지만 그렇다고 몸 던져가며 악쓰기도 그렇다.
왜냐면 말 길을 못알아 듣는 사람이 담당자기 때문에.



온라인에서도 수강포기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해서 노동부, 정확히는 고용진흥센터에 접속했다.
학원의 감독, 평가기관이기도 하니 수강포기 사유란에 구체적인 내용을 고발하면
어떻든 학원측에 지침따위가 내려가지 않을까 싶어서다.
'수강포기사유'를 묻는 란에 메모장에서 다섯 가지로 정리한 내용을 복사해 붙여넣고
수강포기신청 버튼을 누르니..



저런 메시지가 뜬다.
 100 바이트라고 해서 계산해보니 50글자.
일일이 세어보기 귀찮아 이거저거 다 걷어내고 핵심이랍시고 다시 적어 누른 것이 바로 위 사진의 상황이다.


그래서 좀 더 줄였다. 거의 명사형 종결 문장.
원래 적었던 내용에 비해 거의 1/10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마음은 학원의 이런저런 행태에 대한 분노로 아직도 부글부글 끓는 중인데
그 하소연을 고작 50글자로 줄이라니..
그렇게 두 세 번을 더 반복해 문장을 줄였고
그래도 '말이 많다'는 식으로 더 줄이라고 하니 어찌나 약이 오르는지..

노동부가 학원의 관리,감독기관이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 생각이 순진했다.
학원이나 노동부나 모두 눈먼 세금을 사이좋게 나눠먹으며 공생하는 셈 아닌가?
결국 아주 짧게 포기 사유를 밝혔다.


신청버튼을 눌렀으니 잘 접수 됐겠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