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29



1층과 지층을 잇는 승강기를 설치하려면 저 바닥을 잘라내야 합니다. 먹줄을 튕겨 잘라내야 할 정확한 선을 표시했고 이제 잘라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납니다. 멀쩡한 건물의 멀쩡한 바닥을 잘라낸다는 것이, 그리고 자칫 예상치못한 변수가 생겨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면..   필요와 당위를 숱하게 확인했건만 정작 결행의 순간이 되자 두려워집니다. 허허..  




하지만 나약한 마음일랑 아랑곳않고 현장파 커팅 사장님, 태연히 기계를 준비하고 선따라 칼날을 넣습니다. 요란한 굉음과 불꽃을 튕기며 커팅기의 날이 돕니다. 그러자 마음이 순간 바뀝니다.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의 게으름을 무참히 짓밟는 저 무지막지한 굉음에 온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 겁니다. 그 소음, 걱정은 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전기가 아닌 휘발유로 작동하는지라 매연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문도 못닫습니다. 이래저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초조와 안절부절로 제 간은 더 쪼그라듭니다. 

급기야 일이 터집니다. 뒷마당 건너편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저를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저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죄송함과 애원의 눈빛으로 성난 눈빛에 양해를 구합니다. 정말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소음이 어지간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주변 민원을 다독이며 불안한 작업을 이어가는데 또 다른 악몽이 터집니다. 바닥에 매설된 상수도관이 잘리면서 순간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스프링처럼 밖으로 튕겨나가 하수도 계량기를 찾아내 물을 잠갔습니다. 엄청난 소음과 이제 시작일뿐이건만 남은 커팅 양을 가늠해보니 양 다리에 힘이 풀리고 거기에 수도관까지 터지자 제 심리는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에 이릅니다. 허허

그래도 다행히 더 이상의 민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민원이 사라진게 아니라 누적된 것이고 언젠가 다른 발화요인으로 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화약고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바닥에 흥건해진 물을 빗자루로 쓸어담고 있습니다. 



지층 바닥 커팅을 마치고 1층 슬라브 커팅을 시작합니다. 실내는 어느새 매연으로 자욱하고 저는 귀를 손으로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매연이 더 심해져 결국 모두 밖으로 빠져 나옵니다. 




그런 소동일랑 아랑곳않고 커팅 사장님, 마스크도, 보안경도, 귀마개도 없이 태연히 앉아 커팅에 전념합니다. 현장에서도 보면 일 잘하는 기술자와 못하는 기술자가 있습니다. 커팅 사장님은 일 잘하는 기술자입니다. 60을 갓 넘었을 얼굴과 모습이지만 기술 노하우와 근성은 젊은 사람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자태를 보여줍니다. 



칼날이 15cm밖에 들어가지 않아 나머지는 '쁘레카'라 불리는 타격드릴로 바닥을 쳐 냅니다. 그러자 구멍이 뚫리고 드디어 1층과 지층을 잇는 식당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별 것 아닌거에 의미가 과하다 하겠지만 이 험난한 작업의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낸 사람들, 특히 저에겐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1층 빛이 아랫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선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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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26

금요일 작업은 전기미팅부터 출발합니다. 이오일 사장님이 꼼꼼하게 부하표를 작성하고 있는데요, 부하표란 어떤 전기제품을 사용할꺼고 그것이 얼마나 전기를 먹는지 그 용량을 표시하는 작업입니다. 더불어 방식(220v or 340v)과 사용위치를 정리해 최종적으로 도면에 옮기면 전기작업도면이 완성이 됩니다. 집계한 결과 우리가 사용해야 할 총 전기용량은 18kw이고 각층마다 5kw가 들어와 있으니 총 8kw만 증설하면 됩니다. 다만 40평형 중형 에어컨을 사용하는 관계로 건너편 전신주에서 3상전기(340v)를 끌어와야 합니다. 전기공사를 위한 자재비만 160만원 가량이 들어가네요. 물론 여기엔 수많은 누전차단기가 앉아있는 분전반 제작비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전기증설을 위한 서류도 준비합니다. 건물주로부터 도장을 받아 임대차계약 사본 등을 첨부해 한전에 넣으면 한전 직원들이 작업차량을 몰고 와서 전신주에 올라가 기존 얇은 전기선을 철거하고 굵은 전기선으로 교체해줍니다. 이때 삼상전기도 필요하면 끌어다 옥상 어딘가에 매어줍니다. 이들의 역할은 여기까지고 거기서부턴 우리가 전기선을 가져다 필요한 곳으로 이어 쓰는 것입니다. 필요하면 사다리차도 불러야 합니다. 우리도 한 번 불러야할 것 같습니다. 전기작업은 화요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3~4일간 진행될 예정입니다. 조합원중에 전기기술자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수요가 참 많은 역할이죠. 





그러나 우리에겐 목공 기술자가 있습니다. 김한주 조합원이 캐드를 이용해 식당에서 사용할 의자를 디자인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김한주는 대학에서 목공디자인(맞나?)을 전공했고 실제 제작도 해냅니다. 조합 내에서 목공 수요도 많을 것은 명약관화하고 더불어 김한주 조합원의 인기도 치솟지 않을까.. 현장 노가다를 벗어나지 못하는 김목수는 이제 쓸쓸이 외딴 골목으로 사라져야 하는 운명인가..



포항에서 신문기자로 일하는 홍성식 시인(김정훈의 전 직장 동료)이 모처럼 서울 올라온 김에 들렀습니다. 홍시인의 이빨(입담)은 전혀 녹슬지 않았네요. 




영등포 문래동에서 각파이프가 왔습니다. 철값이 17만원인데 운반비가 4만원이네요. 헐.. 각파이프는 뒷마당 길가면에 왼편에 보이는 것 처럼 철 울타리를 제작할 계획이고 식당과 주방에 가벽을 설치하는데도 사용할 겁니다. 망원동 작업실의 절반을 사무국으로 활용할 계획인데 이 공간의 분리를 위한 가벽도 각파이프로 작업합니다. 각파이프 가벽의 장점은 아무래도 얇은 두께감이죠. 



금요일 이날도 마무리되지 못한 매지작업이 이어집니다. 원래 역할을 맡기로 한 김경민 조합원이 역시 오랜 와식생활의 후유증일까요? 3일 노가다에 넉다운이 되어 이날 출전을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출발선상에 선 자동차들이 곧 튕겨나갈 기세로 RPM을 한 없이 끌어올리다 정작 출발신호가 떨어지자 엔진이 고장나 랙카에 실려가는 것 같다고나 할까. 왠지 씁쓸합니다. ㅋㅋ




승강기가 놓이게 될 위치의 천정을 마키타로 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멘트 벽돌이 아니라 콘크리트여서 좀처럼 털어내는게 쉽지 않습니다. 건물이 무너질 듯 요란하게 쪼다가 도무지 안되겠어 승강기 업체에 전화를 걸어 다시 천정고의 한계치를 문의하니 2,300까지 된다고 합니다. 그 말 듣는 순간 마키타를 내려놨습니다. 털어내려는 천정벽이 딱 2,300입니다. 

일요일로 미뤄졌던 상수건축 사장님께서 연락을 주셨습니다. 바닥과 천정 슬라브 커팅을 위해 사람 하나를 섭외했다며 그를 내일 아침에 보낼테니 작업을 진행하라십니다. 거부할 이유가 없습니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져 위 아래층을 번갈아 오가며 내일 커팅해야 할 지점에 대한 정확한 치수확인을 반복합니다. 홍석환과 실제 주방이 가동할 때 어떻게 움직이게 될지를 몸소 시뮬레이션해가며 집기의 위치를 확인했습니다. 무엇보다 내일 커팅작업이 진행되니 잘라내야 할 주방바닥의 동선을 거듭 반복하며 좀 더 효율적이면서 손쉬운 작업 아이디어를 짜내봅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급 피로가 몰려들면서 작업고민도 놔버렸습니다. 어찌나 머리가 안돌던지..




작업을 마칠 즈음 디자인을 맡은 '물질과 비물질'팀이 방문했습니다. 강수연, 강혜민 조합원과 술 한잔 하기로 약속했는데 어쩌다보니 일마친 나머지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합류해 양꼬치에 맥주를 마셨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밝은 저녁시간을 보내는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그야말로 저녁이 있는 삶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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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20


목요일 아침, 이틀째 타일작업이 진행됩니다. 오늘 작업은 어제 붙여서 굳힌 타일 사이에 백시멘트(매지)를 넣어주는 작업입니다. 고무장갑 끼고 적당하게 갠 백시멘트를 타일면 전체에 고루 펴바르며 사이사이를 메꾸는거죠. 작업인원은 어제와 동일하지만 오전에 일정을 보고 오는 이들은 오후에 합류하기로 합니다. 





오랫만에 작업이기도 하고 서툰 지식이기도 해서 백시멘트가 '내장용'과 '외장용'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외장용으로 작업을 하다가 내장용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내장용을 사왔습니다. 부끄럽네요.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아니므로 그냥저냥 작업은 진행됩니다. 외장용은 방수제가 혼합돼있고 모래입자가 굵은 반면 내장용은 모래입자가 아주 고와 작업의 질감이 서로 다릅니다.  



조금 질은 느낌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되직한 반죽이 더 능률적이라는 판단에 반죽의 농도를 바꿔 작업을 하고 있는 허성호 조합원. 타일 사이사이에 들어간 백시멘트는 굳으면 타일을 그물망처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앞에서 백시멘트 작업을 진행하면 뒤이어 물기를 짠 스펀지로 타일 표면의 시멘트를 닦아내줍니다.  하루가 지나면 타일은 완벽하게 굳게되고 얇은 시멘트 가루가 보송보송하게 묻은 표면을 마른 걸레로 닦아내면 그제서야 제 빛을 드러내는 것으로 타일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2인1조로 이뤄지는 백시멘트 작업. 조합의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강혜민 조합원이 열심히 스펀지로 표면을 닦아내고 있습니다. 



지층 주방공간에서도 백시멘트 작업은 똑같이 진행됩니다. 아무래도 1층보다 어둑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인데 하얀 타일이 벽 전체에 둘러지니 많이 밝아졌고 주방다운  깨끗함을 갖춰가네요.  덩달아 기분도 밝아집니다. 사진에 적잖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조만간 조합원들에 대한 소개글을 꾸며봐야겠습니다. 


오후 무렵 캐리어 에어컨 업체 사장님이 방문했습니다. 달고나와 몇 차례에 걸쳐 에어컨 작업을 진행해오신 사장님으로 요즘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답니다. 1층 식당 공간에 40평형 스탠드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고 이에 대한 견적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엘지와 캐리어 가운데 맘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되는데 가격대는 비슷합니다. 다만 냉방전용과 냉난방 겸용(인버터)이 있는데 냉방전용은 170만원, 인버터는 220만원 가량입니다. 에너지 효율은 인버터가 높아 전기료에서 강점이지만 고장시 부품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제품에 한표 던지시겠습니까? 

참고로 식당공간의 겨울 난방대책은 연탄난로입니다. 독립적인 건물이고 층수가 높지 않고 뒷마당을 갖추고 있어 연탄난로를 사용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니 그 좋은 열원을 포기할 수 없죠. 인버터 난방과 연탄난로의 난방비 차이는 3:1 정도로 연탄이 월등히 저렴하며 열의 품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탄이 훌륭합니다. 다만 최근 연탄난방을 사용하는 상가와 개인이 늘어나면서 연탄재에 대한 수거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때이른 고민이네요.



백시멘트 작업을 마쳤습니다. 사진상에선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안정되고 깨끗해졌습니다. 표면이 완전히 마르면 마른 걸레로 닦아내면 끝입니다. 아랫쪽 검은 타일은 이른바 '걸레받이'입니다. 이틀동안 작업에 참여신 조합원 여러분,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짝짝짝.




타일작업이 마무리되어갈 무렵, 저와 이진필, 김한주가 상수동 비스트로로 넘어가 바닥재로 사용하던 라왕 플로링을 걷어낸 뒤 1,200cm 단위로 잘라왔습니다. 타일에 비해 훨씬 역동적인 작업이어서 볼꺼리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네요..^^  잘라 온 바닥재는 표면에 쌓인 묵은 때를 샌딩기로 적당히 벗겨낸 뒤 탁자와 의자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굳이 때가 낀 낡은 나무를 재사용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으실텐데 세월의 때와 흔적이 적당히 묻어나도록 하는 것이 식당의 디자인 컨셉입니다. 멀쩡한 주전자를 찌그러뜨려 애써 낡은 느낌을 입혀보려 애쓰는 마당에 저런 때묻은 바닥재는 아주 자연스러운 소재이고 놀랍게도 새제품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비스트로 2층의 춘삼월 바닥에 깔린 플로링은 5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며 닳고 닳아 아주아주 훌륭한 인테리어 자재로 변모한 상태입니다. 가끔 올라가서 그 상태를 확인하곤 하는데 잘 익은 장맛처럼 훌륭한 땟깔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뒤 남아 모처럼 한가롭게 캔맥주를 마십니다. 의정부에서 출퇴근하는 이진필 조합원이 먼 길을 갈 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옵니다. 그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 한 마디 건네주세요. 조합사업이 잘 되면 꼭 해야 할 사업중 하나가 조합원 주택사업이겠죠.


어둑해진 저녁, 마지막 미팅을 가졌습니다. 조합사업 관련은 아니고 연남동 '어쩌다 가게'를 히트시키며 언론은 물론 서울시에서도 주목했던.. 이런.. 이름을 모르겠네요.(강수연은 잘 알텐데..) 암튼 홍대에서 오래도록 명성을 떨친 까페 'B-hind'의 사장이면서(지금은 아님) 현재는 한남동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합니다. 우리 소식을 듣고 정말 한걸음에 달려온 중입니다. 이분도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이끌고 있는데 그 진행이 좀 더디다고 하네요. 

이날 만남은 우리의 협동조합 소식을 듣고 일단은 궁금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처지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현재 성수동에서 진행중인 대형 프로젝트가 있는데 달고나가 어쩌면 비즈니스 파트너로 결합할 수 있겠다는 개인적인 영감을 갖고 있다는 의견도 전했습니다.  주거형태가 1인 가구로 바뀌는 추세에 맞춰 성수동에 큰 주거시설을 짓고 있는데 1층에 다양한 편의시설의 입점을 기획하고 있고 이 양반이 그것을 디자인중이라고 합니다. 암튼 셈을 더 해봐야겠지만 이런 관심을 가져주니 기분은 좋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의견을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상수건축 사장님의 작업이 다소 늦어져 내일 주방바닥 공사는 이틀 정도 더 뒤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순서가 다소 바뀌는 불편일뿐이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10일 경에 주방세팅을 완료하려던 계획은 하루나 이틀 정도 늦춰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니 예정된 다른 작업들을 착실히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내일(금)은 아주 조금 남은 타일 마무리를 짓고 화장실 인테리어(김경민)에 대한 논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뒷마당 울타리 설치와 망원동 작업실 및 식당의 가벽 설치를 위한 금속작업도 진행합니다. 문래동에서 각파이프를 구입(허성호)해야 하고 오후부턴 본격적인 용접작업(김정훈. 홍석환)에 돌입합니다. 플로링 샌딩과 2인용 의자 제작(김한주.이진필)도 시작합니다.  힘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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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16


어제 타일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모두 백색의 타일이지만 사이즈와 광택의 유무가 다른데요, 손바닥 반만한 100*100 사이즈는 무광 타일로 홀 하단 벽면에 붙일꺼고 맨 아래는 이른바 '걸레받이'는 검은색 타일, 200*200 사이즈는 광택으로 주방으로 사용될 지층 벽에 붙일겁니다. 그러나 작업 출발이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9시에 오기로 한 타일이 오지 않아 20분 가량을 기다려야 했고 그마저 온 것도 주방타일은 무광의 바닥타일이, 1층엔 검은색과 흰색의 양이 뒤바뀌어 오는 등, 적잖은 혼선을 빚어냈습니다. 다행히 을지로 등이 아니라 망원동의 타일 가게여서 재빨리 일처리가 이뤄졌고 30분 후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도착한 타일을 지층과 1층으로 나란히 서서 나르는 모습입니다. 



타일 작업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벽면에 타일본드(벽면용)인 세라픽스를 잔뜩 바르고 그 위에 타일들을 가지런히 붙인 뒤 단단히 굳으면 그 사이를 줄눈이 시멘트로 메워주면 끝입니다. 다만 단순한 작업이 오랜시간 반복되므로 지루할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이 모여 힘을 합치면 훨씬 쉽게 끝나기 마련이죠. 이날도 2개 층에 걸친 넓은 벽을 생전 처음 타일작업을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8명 가량의 인원이 붙어 진행했더니 5시 사이에 작업이 끝났습니다. 외부 날씨는 덥지만 실내는 아직은 괜찮습니다. 




점심식사 후 인원을 나눠 지층에도 본격적인 타일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일처리가 빠르기로 소문난 홍석환 조합원이 김한주 조합원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타일을 붙여가고 있습니다. 타일 크기가 크고 미적인 고려를 좀 덜어내도 되지만 두 사람 꼼꼼하게 일을 진행합니다. <협동조합 달고나>의 든든한 일꾼들이자 버팀목입니다. 


조합원들에게 고단한 일을 맡겨놓고 저와 강수연은 시원한 까페에 앉아 올 여름 휴가지로 발리를 갈까 푸켓을 갈까 의논중인 모습.. ^^ 그런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향후 작업일정과 이런저런 결정해야 할 것들에 대해 논의중입니다. 강수연이 좀 더 조사해 이야기하겠지만 낮에 방문한 주류업자와 대화에서 이른바 '주류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소 2천 만원 이상의 금액을 무이자로 받는 대출인데 보증인를 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업자금 부족으로 아슬아슬한 우리에겐 단비같은 소식입니다. 



작업이 마무리 된 지층 주방의 벽면. 서툰 솜씨지만 전문가도 인정할만한 기하하적 아름다움이 완성됐습니다.
 

1층 역시 작업이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저 하얀색 무광 타일과 직각으로 식사용 테이블이 놓이게 될 예정인데 오랜 세월이 깃든 느낌을 물씬 풍기는 투박하고 소박한 컨셉의 나무 테이블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를 공부한 경험이 있는 김한주와 긴밀히 상의하고 있습니다. 

타일작업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오늘 줄눈이 작업을 진행합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백시멘트를 질척하게 개서 타일에 골고루 문지르는 작업입니다. 그러면 백시멘트가 타일 틈으로 스며들어 나중에 굳으면 타일 전체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에 있는 '껀수네 해물포차'입니다. 조합원인 김진주의 '나와바리'이고 껀수 사장과도 친밀해서 달고나 사람들도 종종 이곳에서 술을 마시곤 합니다. 달고나의 조합 소식을 듣고 자신도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서 이날 작업을 마치고 껀수네를 방문해 조합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껀수도 여느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 (매출을 떠나) 가게에 내 생활과 운명이 결박되다시피해 갈수록 병들고 피폐해지는 삶을 토로했고 우리는 격하게 공감해주었습니다. 껀수도 돈이나 장사의 틀에 갇히기보다는 사람들과 한 뜻으로 큰 일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고 조만간 공사현장도 구경오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껀수에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혼자서 외롭고 힘들게 주방과 가게를 지키며 돈 벌면 뭐하나? 차리리 뜻맞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 내것처럼 참여해서 새롭게 가꿔가면 그게 더 즐겁지 않을까?"


오늘 작업은 어제에 이어 타일의 마무리 작업입니다. 그와 별개로 두 개의 작업이 나눠서 진행될 예정인데 하나는 비스트로의 나무 바닥재를 걷어오는 일이고 또 하나는 뒷마당의 넓은 출입구에 금속 울타리를 설치하는 작업입니다. 타일 마무리는 강수연, 김경민, 이주영, 강혜민이 참여하고 비스트로 나무작업은 이진필, 김한주, 허성호, 금속작업은 김정훈, 홍석환이 참여합니다. 날씨가 무더우니 건강 유의하면서 일합시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12



지난 일요일, 영업을 마친 달고나에서 남은 식재료들을 모두 나눠가져가는 장면입니다. 빵과 채소, 심지어 스테이크 고기까지 남아서 이날 배불리 먹기도 하고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먹기도 하고. 당분간 비스트로의 냉장고는 텅텅 빈채로 지낼 것 같습니다. 


월요일, 홍석환과 저, 두 사람은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며 1차 시장조사를 벌였습니다. 각종 주방기계와 기물들을 둘러봤고 가격대도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습니다. 핵심은 냉면기계인데 인덕션으로 할지, 가스방식으로 할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네요. 하지만 며칠 내로 이에 대한 결정은 내려질겁니다. 가격은 두 방식 모두 비슷합니다.  이날 곧바로 돌아와 '오픈조 전체모임'을 가졌습니다. 어이없게도 이날 회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네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최대한 기록으로 남겨두려 하고 있고 이 과정을 묶어서 책을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헌데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우리들 모두의 공감대와 노고, 비전을 담아낼 생각이고 이는 조합의 재산으로 귀속됩니다. 카메라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의미있는 장면이나 평범한 장면 모두 좋으니 틈틈이 기록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이 겪은 사건이나 생각들도 책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책과 관련한 별도의 테이블이 마련될 겁니다. 



오늘 망원동 작업실의 '절반 줄이기'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향후 사무국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입니다. 공사관련 장비들은 모두 협동식당 공간으로 옮겼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고 이도저도 아닌 것들은 모두 상수동 비스트로로 옮겼습니다. 



작업실에 이렇게 짐들이 많았네요. 사무국 업무가 커지면(이는 곧 조합의 발전을 의미하겠죠) 저 뒤에 빵과 면 작업공간은 아마도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야되겠죠. 그럼 이 공간은 명실상부한 <협동조합 달고나>의 사무국 공간으로 거듭나리라 기대합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당분간은 더부살이를..



점심시간이 되서 밥먹으러 가는 길. 발걸음들이 가벼워 보이나요? 하지만 5월의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협동식당 공간에 공사진행을 위한 장비들이 모였습니다. 이 공간에서 용접, 목공 등의 다양한 작업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내일은 타일 작업이 지층과 1층 두 공간 전부에 걸쳐 진행될 예정입니다. 홍석환 조합원이 줄자로 타일의 마무리에 쓰일 스텐몰딩의 필요량을 재기 위해 줄자로 벽을 재고 있습니다. 


달고나의 오랜 작업 동반자, 전기 담당 이오일 사장님이 오셔서 전기작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전기 작업의 경우 1층 식당공간에선 큰 작업이 없지만 지층 식당공간은 전기 사용량이 많아 증설은 물론 220v 단상으로 해결이 안되는 중형 에어컨이나 조립 냉장방의 경우 340v 삼상전기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에 대한 용량 확인이 필수입니다. 금요일까지 작업계획을 마련하기로 했고 빠르면 그날부터 전기작업은 진행될 듯 싶습니다. 전기작업은 3~4일 안팎이 소요될 듯 싶습니다. 




오후 5시, 디자인 작업을 맡아줄 '물질과 비물질'팀의 김종소리씨와 강수연, 강혜민 조합원이 디자인 업무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맞은편 까페인 '광합성'이 아지트 겸 회의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좋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보자고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고 그 인연이 앞으로도 꾸준이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내일 9시부터 타일작업이 시작됩니다. 오픈조에 포함된 분들 중 일정이 없으신 분들은 빠짐없이 작업에 참여해주세요. 깨끗한 목장갑과 아이스커피를 준비해놓고 있겠습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6. 5. 24. 15:38





마포구 망원동 월드컵로 21길 14번지에 위치한 사진의 이 공간은 <협동조합 달고나>가 기존의 <이태리식당 달고나>에 이어 수익사업의 하나로 준비중인 <협동식당>(가칭)의 내부 모습입니다. 낡은 가옥을 리모델링해 지층과 1층, 2개 층에 걸쳐 총 50평의 넓이로 7평 정도의 뒷마당도 활용할 수 있는 예쁜 공간입니다. 

얼마전까지 작은 자영업을 운영하던 사장님들, 현재 회사생활을 하고 있는 직장인들, 그리고 이런저런 인연으로 연결된 친구들과 이태리식당 달고나의 전 구성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출범을 앞둔 <협동조합 달고나>의 첫번째 전체 회의를 가졌습니다. 

이날 모임은 <협동조합 달고나>의 출범의 취지와 현재 진행상황, 향후 일정, 정관의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됐고 특히 정관을 놓고 오랜 시간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을 근거로 마련된 '표준정관'을 바탕으로 <협동조합 달고나>의 취지와 운영에 맞게 내용이 손질되고 있고 이번 주 내로 예정된 창립총회를 거쳐 협동조합 법인 설립신청서를 제출하면 서류심사를 거쳐 <협동조합 달고나>가 세상에 태어나게 됩니다.  

<협동식당>은 <협동조합 달고나> 출범과 함께 문을 열게되는 사업장입니다. 홍대상권은 물론 범 홍대상권으로 분류되는 연남동, 망원동 일대에 걸쳐 변변한 해장국집과 냉면집이 없다는 것이 오래전부터 의아했는데 그 이유는 아무래도 소자본 개인사업의 의지만으로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일 겁니다. <협동식당>은 냉면과 해장국에 목마른 합정.망원 생활인들에게 소중한 오아시스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것을 목표로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이날 참석자들에게 배포된 프린트물 중 일부입니다)



자립과 노동의 새로운 통로,

<협동조합 달고나>가 온다.



내용 : <협동조합 달고나>의 예비조합원과 ‘눈팅’들의 첫만남.

일시 : 2016년 5월 23일(월)

장소 : 협동식당 (망원동 월드컵로 21길 14)



자영업의 위기, 달고나의 위기


노동시장에서 밀려나오거나 진입할 수 없는 사람들이 불가피하게 선택하는 것이 바로 오늘날 자영업이다. 하지만 여기도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들이 생존하려면 그것을 구매해야 할 소비자들이 충분히 존재해야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의 주머니 사정 또한 넉넉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수입이 넉넉치 않으니 구매력이 떨어지고 구매력이 떨어지니 내수경기가 추락하고 재고가 쌓이니 직원들이 직장에서 짤리고 짤린 직장인들이 골목사장으로 변신해 치킨집을 만들어가는 이 고약한 악순환. 따라서 현재 창업대열에 쏟아져 들어오는 사장님들의 50%는 3년 이내, 80%는 5년 이내 망한다는 것은 통설이 아닌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중산층 붕괴는 그것과 짝을 이루며 간다. 


자영업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이루는 것은 물론 대박이 터져 돈방석에 앉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이들의 비현실적 욕망과 시시때때로 방송되는 맛집 프로그램들의 편집된 정보가 만나면 특별함이 일반화되는 오류를 낳고 결국 수요와 공급이 왜곡돼 많은 이들을 그릇된 선택으로 몰고간다. 배추값의 폭등과 폭락으로 얼룩진 농산물시장의 수요공급 붕괴와 똑같다. 


선택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 실패에 따른 댓가가 워낙 커서 재기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 더욱이 하락곡선을 그리는 경기에서 조율되지 않은 저마다의 창업은 시장을 활성화는 커녕 더욱 황폐화시킨다. 우리 모두 알고 있듯이 정부는 이런 문제 해결에 무능하다. 


달고나는 한동안 인기있는 가게였고 지금도 그 지위는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이는 우리가 특별히 못하거나 다른 우수한 경쟁자가 나타나서라기 보다는 골목상권의 변화와 상권의 이동, 그리고 전반적인 경기불황의 여파로 읽혀진다. 이런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달고나도 위기를 맞을 수 밖에 없다. 


또 하나, 7년 간 달고나 운영을 통해 얻은 것은 장사의 경험과 좋은 사람들, 그리고 망가진 건강과 늘어난 빚이다. 열심히 하면 상응하는 보상이 돌아온다는 공식은 깨졌다.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봐야 현상유지이거나 겨우 추락을 면할 뿐이다. 이는 사회와 시장경제의 구조적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봐야하는데, 불로소득 비율이 낮아지고 생산임금이 커져야 함에도 그 정반대인 현실, 아무리 일해봐야 건물주와 금융비용, 그리고 불리한 세제에 따른 세금으로 부가 빠져나가버리니 돈이 쌓일 틈이 없다. 그걸 이겨보겠다고 나서면 몸이 부서지거나 양심을 팔아야 한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방법으로 온건한 것이 선거, 과격한 것이 혁명인데 뭐가 됐든 가능이나 할까? 어찌됐건 시장에서 도태되어 구성원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비극을 피하기 위해 달고나는 변화와 혁신의 길을 찾지 않을 수 없다. 



협동의 경제와 조우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무렵, 관련책 몇 권을 건성으로 넘기다가 정태인 박사의 <협동의 경제학>을 시작으로 새로운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다. 생각을 사로잡은 개념은 ‘죄수의 딜레마’와 ‘최후통첩 게임’이다. 죄수의 딜레마는 ‘독자적 이익을 얻기위해선 협력하지 않아야 한다’는 개념을 설명한 것이고 최후통첩 게임은 ‘서로 협력하면 최대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개념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죄수의 딜레마를 기본 속성으로 운영되는 체제이고 협동의 경제는 최후통첩 게임을 기본 속성으로 한다. 이 개념에서 영감을 얻어 달고나의 돌파구를 찾으니 답은 역시 ‘협동조합’이다. 너나 나나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운명의 배를 타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는데서 협동조합 구성의 논의는 출발한다. 


협동은 절박한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힘을 합쳐 필요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내 위기가 해결되면 곧 함께 힘을 보탠 이들의 위기도 해결된다. 만약 누구는 절박한 필요가 있는데 누구는 그렇지 않다면 협동을 잘 이뤄지지 않는다. 가령 내 발등을 무거운 돌이 누르고 있다면 나는 그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돌을 치우려 할 것인 반면, 발이 안전한 사람은 굳이 그럴 필요를 못느낄 것이다. (여기까지가 자본주의의 일반적 속성이고 죄수의 딜레마다)


그 돌이 나와 그의 발등도 누르고 있는거라면 둘이 힘을 합쳐 돌을 치우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설사 내 발이 먼저 빠져나왔어도 나는 힘쓰기를 중단하거나 그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 그를 고통에서 구하기 위해 다시 힘을 모으는 것이 협동이고 이는 오랜 세월 인간이 혹독한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는데 학습해온 본능이다. 따라서 이런 이들이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사업적 결사체를 이룬 조직이 바로 협동조합이고 ‘협동조합 달고나’는 이에 동의하는 구성원들로 채워진 사업 결사체이다. 


여러 사람이 모이면 이해관계가 복잡해지고 곧잘 싸움이 벌어질꺼라고 사람들은 우려한다. 협동조합을 준비하는 우리 내부에서도 이런 걱정은 결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미국의 한 작은 호숫가에서 오두막을 짓고 안빈낙도의 삶을 살았던 헨리 소로우는 말했다. 


“생활이 단순해지면 세상의 법칙도 단순해진다”


협동조합 내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진다는 의미는 아주 다양한 욕망들이 뒤섞인다는 뜻. 하지만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들 각자는 제 각각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모인 것이라기 보다는 그 욕망을 해결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동 기반을 만들기 위해 모였다는 것이다. 


협동조합은 앞서 언급한 것 처럼 ‘경제적 자립을 이루기 위해 사업적 결사를 이룬 조직’이다. 이는 일종의 마을 공동우물과 같다. 물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그 쓰임은 제각각이고 그건 개인에게 주어진 자유이고 취향이다. 하지만 우물이 마르지 않도록, 더렵혀지지 않도록 유지하고 관리하는데에는 모두가 공동의 의무를 지닌다. 누군가 갑자기 물을 더 많이 쓰기 시작해서 물이 부족해지기 시작하면 그 경위를 모두가 알아야 한다. 그럴만한 사유라면(일이 벌어지기 전에 논의되겠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거나 돕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사람들은 그를 우물 사용에서 배제시킬 것이다. 


그렇다고 모두가 나와 똑같아져야 한다거나 내가 저 사람에게 기계적으로 맞춰야 하는 것은 아니다. 조합사업의 발전은 내가 가진 재능을 공동 우물의 안전과 풍요를 위해 쓰고 그것이 우리 안에서 격려받고 칭찬받아 다른 이들에게도 선의의 자극을 주어 전체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중요한 건 우물이 마르거나 더럽혀져선 안된다는 점이다. 




자급력 = 역할의 창출 = 노동의 재발견  


<협동조합 달고나>가 추진해나갈 다양한 사업에서 그 밑바탕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관은 한 마디로 '자급력을 높이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사람들은 ‘소비자’로 인식됨으로써 우리들은 돈(화폐) 없이는 살 수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이 상품화되고 화폐로써 교환되어야 하는 삶은 우리를 끊임없이 소비를 위한 돈벌이 노동으로 내몬다. 


<협동조합 달고나>가 추진하는 사업의 핵심은 수익 창출만이 아니라 생존을 넘어 생활로 정착될 수 있는 우리 안의 자급의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식당사업을 하면서 재료를 모두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농장을 꾸려 ‘자급’하는 것이고 생활에 필요한 가구를 이케아에서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만들어 ‘자급’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사업영역은 무수히 많으며 그것을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엮는 것이 우리들의 목표다)


다양한 생활의 영역에서 협동조합 달고나 조합원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협동조합 달고나>의 사업 방향이다. 한 마디로 ‘수익의 창출’이 아니라 ‘역할의 창출’이며 이를 다른 말로 바꾸면 ‘일자리 창출’인 셈이다.


그 일환으로 준비중인 사업이 <협동식당>이고 곧이어 기존에 이어오던 <이태리식당 달고나>를 리뉴얼해 현재의 상수동에 8월 이전에 재오픈할 계획이다. 두 사업이 안정화되면 추가적인 조합원 모집을 통해 <베이커리 달고나> <협동서점> 등을 오픈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 인근에 <조합농장>을 마련해 외식사업에 필요한 식자재를 자체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역할의 조정


조합사업의 각 영역에서 일한다는 것은 그 일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조합의 운영규칙과 조합원들의 요구에 따라 얼마든지 역할의 조정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즉 이태리식당 주방에서 일하다가도 일정 기간 후엔 원하는 바에 따라 조합의 목공작업실로 근무지를 옮길 수도 있고 농장이나 서점으로 옮길 수도 있다. 조합 내의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고 높아진 행복도는 일의 성과를 끌어올리리라는 기대를 우리는 갖고 있다. 조합사업이 수익에 목적을 두고 조합원을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그 반대로 조합원의 다양한 역할의 경험과 그 기회를 통한 만족이 목적이고 돈은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협동조합 달고나>의 시각이다. 



휴식의 노동


돈과 시간을 등가로 가정하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어느 것을 선택하겠냐고 하면 사람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 바쁜 일상에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하지만 브레이크 없는 일상, 나 자신이 거대한 기계의 부속으로 쓰여지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개인의 시간이란 조직 이윤의 논리 앞에서 평가절하되곤 한다. 소설가 현기영은 말한다.


"우리는 매일매일 단 하루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은 천편일률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셈인데, 이렇게 살고서 과연 일생의 시간을 다 살았다고 할 수 있을까? 그것을 단 하루의 삶이 아닐까?  기억에 남아 있는 시간만이 진정으로 살아 있는 과거이므로, 우리가 비교적 온전히 기억하고 있는 것은 오늘이라는 시간뿐이다"


그 소중한 오늘이 내일에 저당잡혀 살아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아닐까? 그것을 뼈저리게 절감하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모두의 바램을 모아 1년에 1개월의 휴식을 계획하고 있다. 긴 시간 내 자리를 떠나 돌아와도 그 자리가 나를 위해 존재하는 회사. 한 달의 돈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한 달의 시간을 선택할 것인가. 




협력은 모든 위기의 해법


오늘날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불안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해오던 협동, 협력의 룰이 깨진데서 출발한다. 

삶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안으로 사람들은 돈을 벌지만 우리는 '협력'을 복원하고 키우는 것이 진정한 해법이라 여긴다. 우리에게 <협동조합 달고나>는 그 첫 단추이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6. 5. 21. 10:26

협동조합 달고나가 출범합니다. 

현재 발기인 5명을 중심으로 정관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법인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그로부터 1~2달 사이에 법인 인가가 나오고 법인 등기를 마치면 이후부터 달고나는 '협동조합 달고나'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장아장 걷는 신생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달고나의 협동조합 전환은 1년 전부터 구상해온 사안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자 동시에 흥분되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자영업, 특히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가게를 지켜야 하고 쉬는 날도 일주일에 하루이거나 격주로 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나마 쉬는 것도 쉬는게 아닌 것이 가게 운영의 고민으로부터 한시도 벗어날 수 없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결박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요즘같은 불황에 일반 직장인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떨어지는 매출과 적자에 허덕이는 운영난을 돌파해낼 뾰족수는 보이지 않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결국엔 가족들이 생계의 전선에 내일처럼 뛰어드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자영업은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는 가계부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불안지대이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시장실패의 영역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 시장으로 평생 모은 돈을 쥐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취업은 어렵고 국가의 복지는 허술하니 그 개인이 딱히 선택할 곳이 거기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태리식당 달고나는 그 힘겨운 영역에서 겨우겨우 적자를 면해가며 7년을 버텨왔습니다. 달고나에 애정을 보내주신 많은 손님들의 도움과 고된 노동을 꿋꿋이 견디며 함께 일해준 직원 동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운영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좁은 주방은 어느새 달고나의 창의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고 그 피로감은 쌓이고 쌓여 삶의 바탕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달고나의 미래비전을 이 공간에서 꿈꾸기란 여러모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상수동 상권이 조용히 격변하고 있는 것 또한 가게운영의 불안한 요소입니다. 7년동안 이어진 임대료 상승과 언제 닥칠지 모를 계약종료 선언은 달고나를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시킬 수 있는 공포스런 미래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달고나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지점은, 더 이상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나은 앞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달고나의 위기, 나아가 자영업의 한계란 결국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7년을 한결같이 일해와도 삶이 변하거나 나아지지 않고 그만큼 몸은 병들고 이루고자 하는 꿈은 두 발짝 더 멀어지는 현실. 다만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논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 지금껏 달고나가 걸어온 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달고나의 사장 두 사람을 제외한 직원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앞으로 5년 10년을 더 일하면 그들의 삶은 무엇이, 어떻게 더 나아지는 걸까요? 이들이 부장님이 되고 사장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천상 그들 역시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 그것이 달고나가 이들에게 제시하는 비전이라고 하면 옳은걸까?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만이 당연한 삶인가?



이 질문에서 우리들은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달고나의 한계이고 자영업의 한계이며 나아가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의 한계라고 우리들은 생각합니다. 시급 6천원의 저임금 노동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사회의 부는 모두 어디로 증발해버리고 있으며 그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달고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속절없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노력은 해야겠고 그 일환으로 선택한 행동이 협동조합의 조직입니다. 이윤동기가 아니라 필요동기로 작동되는 비즈니스 관계,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에 주목하는 거래관계,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삶을 협동조합은 오래전부터 입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이같은 개념은 '두레'나 '품앗이'라는 빛바랜 기억이지만 분명 남아 있습니다. 



7년이 흘러 이젠 많이 낡았지만 달고나의 기관은 여전히 쓸만하고 협동의 경제로 수정된 항로는 이 미로같은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향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그 방향의 최종 목적지가 낙원일지 지옥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달고나는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통로를 찾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북유럽 사람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와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 원주민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가 갖는 유사성, 그리고 '상부상조'라는 아름다운 단어에서 꾸준히 영감을 얻고 공부하며 가고자 합니다. 설사 그것이 배고프고 멋없는 고달픈 여정일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달고나가 옵니다. 




"나는 과학적 비판에 근거한 의견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양보한 일이 없는 이른바 여론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저 위대한 플로렌스 사람(단테)의 다음과 같은 말이 항상 변함없는 나의 좌우명이다.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K. 마르크스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것은 협력이다"

- 버트란드 러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5. 1. 18. 19:50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바쁘다. 

마리아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주방이지만 아침에 장을 봐야하는 내가 살짝 게으름을 피웠더니

일찌감치 마쳤어야 할 해산물들의 손질이 다소 늦어졌다. 그 덕에 다른 일들도 조금씩 후진. 


늦은 장을 보고 점심영업을 시작한 주방으로 들어오니 조금씩 바빠지려는 주방 한 켠에서

넘버투 쏭지가 때아니게 숭어를 손질하고 있는게 아닌가?


- "그거 지금 꼭 해야돼?"

- "지금 미리 해두지 않으면 힘들어요"


틀린말은 아니다. 점심영업을 마치고 브레이크 타임에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므로 

뭐든 미리해놓으면 좋으나 지금은 점심영업중이다. 

아직 빈테이블이 조금 남아있어 여유가 있다고 하나 손님으로 채워지는건 한 순간이고

테이블이 회전하기 시작하면 빈접시들이 곧 들이닥칠 것이므로 큰 씽크대를 필요로하는

숭어작업은 설겆이를 가로막아 주방을 패닉에 빠뜨릴 것이 뻔하다. 


작업을 중단시킬까 하다가 잠자코 두기로 했다. 

혹시 손님이 몰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그러면 쏭지의 선택이 옳을수도 있지만 그때문은 아니고

나름 한 고집하는 그녀를 아는지라 괜히 긴말로 이어지는 잔소리가 될까 싶어 참기로 했다. 

나와 쏭지는 비록 사장과 직원의 관계이긴 하나 나의 빈자리를 90% 가까이 수행하는 

넘버투 쏭지와는 때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치를 때가 있는데 지금의 '숭어'가 바로 그 순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빈접시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석화와 스테이크 주문이 들어오자 내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파스타쪽에도 주문이 폭주하자 급기야 쏭지도 하던 작업을 멈추고 파스타로 급히 자릴 옮겼다.

문제는 숭어손질은 끝나지 않았고 큰 도마와 생선들이 씽크대에 그대로 남아있는 가운데

주방으로 들어온 빈접시들이 씽크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 쌓이고 말았다는 점이다. 


사람으로치면 소화를 마친 음식이 대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위를 비롯한 다른 장기에 

정체되어 복통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쏭지도 처음에 숭어손질에 대한 내 질문을 심상찮게 받아들인 눈치여서

막상 주방의 스텝이 이처럼 꼬여버리자 본인도 난감해하는 눈치다. 

사실 나는 이미 화가 난 상황이다. 


나는 숭어를 몽땅 밧드에 담에 씽크대 아래로 밀어넣고 도마도 요란하게 씻어 밖에 내놨다. 

스테이크와 석화도 서둘러 요리를 마쳐 내보낸 뒤 다시 씽크에 달라붙어 쌓인 설겆이들을 해치웠다. 

헌데 워낙 밀려있던 탓에 좀처럼 줄어들질 않는다. 


살얼음같은 주방의 분위기를 쏭지는 물론 다른 스탶들도 눈치를 챘을테다. 

아니라면 요리하는 내내 모두들 그렇게 말이 없었을리 없다. 

점심영업을 마쳐갈 즈음 점심을 거른 내가 전에 사다 둔 호빵을 뜯어 냄비에 물을 붓고

찜기를 올렸다. 그제서야 쏭지가 다가와 아무렇지 않은 듯 한 마디 어렵게(아마도) 건넨다. 


'목수님, 뭐하세요?' (나는 주방에서 '목수님'으로 통한다. 나는 B급 목수다)

'호빵 쪄'


쏭지도 나도 목소리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함이 묻어있다. 




<작년 여름 제2회 달고나 제주도 여름피서에서 오스카와 쏭지의 장난질. 해초로 턱수염을 만들었다>



호빵이 다 쪄졌다. 단팥과 야채. 

어느새 호호낄낄거리며 주방사람들이 호빵을 나눠 먹는다. 

헌데 야채호빵에서 생각지도 못한 비닐 이물질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제법 많이.

모두 이구동성 분노의 목소리를 높인다. 





저 가운데 하얀조각. 비닐이다. 저것이 먹는 내내 많이 나왔다. 

불량식품 전번이 1399이나 일요일이어서 통화가 안된다. 

공익차원에서 이 블로그에서 고발하자면 바로 아래 제품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5. 1. 18. 10:44


일주일중 가장 손님이 많기로는 당연히 주말, 어제는 오랫만에 힘든 하루를 보냈다. 

주방의 에이스로 통하는 석환이가 할머니상을 당해 지금 며칠째 못나오고 있어 

'음.. 오늘은 주방 한 켠에 착 붙어 소방수노릇이나 해야겠군'했는데

주말과 일요일에만 나오는 마리아가 전화가 온다. 

'사장님, 갑자가 몸살이 났어요.. 저 오늘 하루 쉬면 안될까요?..'


안될리가 있나. 헌데 때가 좋질 않네.. 푹 쉬고 내일은 꼭 보자한 뒤 다시 생각을 수정.

'소방수가 아니라 선발로 뛰어야겠군'

사실 주말과 휴일은 비공식적인 나의 휴일이다. 나를 제외하고 주방에만 5명이 근무를 하기 때문에

장보는 일 말고는 이날은 내가 딱히 나설 일이 없다. 

석환이와 마리아가 빠져도 나와 쏭지가 버티는 4명의 주방이라면 어떤 단체라도 치뤄낼 수 있기에

간만에 실력발휘좀 해볼까 하고 준비운동을 하는데 이게 왠일? 

오스카가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는다. 


전화를 몇 번 돌려도 받질 않는다. 아무리 나와 쏭지가 버티는 주방이라지만 3명은 역부족이다.

이렇게되면 적어도 스테이크 메뉴 하나 정도는 포기해야 주방을 돌릴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파스타와 오븐, 콜드와 씽크, 미장을 점프하듯 뛰어다녀야 주말점심의 오더를 겨우 막아낼 수 있고

밀려오는 주문만큼 스트레스도 쌓일 수 밖에 없기에 2시간 30분간의 주방은 그야말로 

백수십의 손님과 벌이는 '주방판 명량'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피로감과 스트레스, 긴장감을 생각하자니 슬슬 초조해지고 짜증도 조금씩 섞여들어올 무렵,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스탶식사를 마친 다희가 화장실을 다녀오다 가까스로 오스카와 통화가 됐단다. 

"지금 일어나서 오고 있대요"


그제서야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던 긴장감이 탁 풀어졌다. 

그리고 곧 나타난 오스카.  '오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채 새나오지 않은 욕지기를 가득 머금어

이죽거리던 입이었지만 막상 오스카가 나타나자 입에선 신기하게도 반갑고 아름다운 환영의 언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라는 사람.. 그 심성이 이렇게 고운 사람이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아.. 썅..



그래피티 실력자인 오스카도 석환이 못지 않은 에이스다.

시키는 일은 군말없이 수행하는 다희와 넘버투 쏭지.

나를 포함 이렇게 주말 진용이 갖춰졌으니 스테이크 메뉴도 다시 부활하고 영업도 스타트.


그럼에도 역시 4명의 주방은 힘겨웠다. 영업을 마치고 으례 그렇듯 9번 테이블에 모여앉아 

조촐한 회식을 갖는다. 오스카에게 인생선배로서 귀에 박힐만한 조언과 잔소리가 뒤섞여 전달되고..

다희가 끓인 바지락 순두부찌개를 몇 술 뜨자 급 피로가 몰려온다. 

초조한 마음에 문자를 찍는다

'마리아, 몸은 괜찮아?  내일 나올 수 있어?'

그리고 곧 도착한 답신


'문제없습네다 동무!'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5. 1. 16. 10:22


잠을 깬 아침은 머리가 맑다. 잠을 잘 잔 아침은 더욱 그러한데 잘 알려져 있다시피 

잠은 몸을 정화시키고 특히 뇌속에 쌓여있는 하루동안의 피로는 물론 마치 방안 가득 어질러진 기억들을

하나하나 차곡차곡 정리하는 기능도 있다고 하니 그 말이 맞지 싶다. 


하루의 시작을 앞두고, 이제 곧 나가서 이곳저곳 장도 보고 어제 끝내지 못한 이런저런 일들에도 다시

매달려야 하는데 이 머리 맑은 아침에 잠깐 상념에 빠져 게으름을 부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서 나가야 돼'라고 마음속 시계의 외침은 뭉개뭉개 피어나는

갖가지 생각과 상념들을 쓰나미 파도처럼 단박에 휩쓸어가기 일쑤고 나는 다시 

일상이라는 거대한 공장으로 끌려나오고 만다. 


결국.. 오늘도 어쩔수 없다. 


아, 그 상념들이란.. 

사실 그것들을 이 블로그에 하나하나 옮겨적으면 참 좋으련만 그게 쉽지 않다. 

말했다시피 일상의 시계가 재촉하기 일쑤고 일상으로 발을 들여놓는 순간 아침에 쌓아올렸던

생각의 탑들은 모두 와르르 무너져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이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함은 당연한거고 특히 그것들이 모여 신념과 철학으로 굳어져

내 삶을 지배해야 하건만 공장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이라는 이 오래된 습관은 그걸 가로막기 일쑤다.

많은 사람들은 그 책임을 자신에게 묻곤 하는데 나도 일부 인정하지만

그럼에도 가장 큰 주범은 역시 자본주의, 특히 한국의 자본주의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아.. 지금은 어쩔수 없다.. 빨리 씻고 나가야해..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