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29



1층과 지층을 잇는 승강기를 설치하려면 저 바닥을 잘라내야 합니다. 먹줄을 튕겨 잘라내야 할 정확한 선을 표시했고 이제 잘라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납니다. 멀쩡한 건물의 멀쩡한 바닥을 잘라낸다는 것이, 그리고 자칫 예상치못한 변수가 생겨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면..   필요와 당위를 숱하게 확인했건만 정작 결행의 순간이 되자 두려워집니다. 허허..  




하지만 나약한 마음일랑 아랑곳않고 현장파 커팅 사장님, 태연히 기계를 준비하고 선따라 칼날을 넣습니다. 요란한 굉음과 불꽃을 튕기며 커팅기의 날이 돕니다. 그러자 마음이 순간 바뀝니다.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의 게으름을 무참히 짓밟는 저 무지막지한 굉음에 온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 겁니다. 그 소음, 걱정은 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전기가 아닌 휘발유로 작동하는지라 매연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문도 못닫습니다. 이래저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초조와 안절부절로 제 간은 더 쪼그라듭니다. 

급기야 일이 터집니다. 뒷마당 건너편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저를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저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죄송함과 애원의 눈빛으로 성난 눈빛에 양해를 구합니다. 정말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소음이 어지간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주변 민원을 다독이며 불안한 작업을 이어가는데 또 다른 악몽이 터집니다. 바닥에 매설된 상수도관이 잘리면서 순간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스프링처럼 밖으로 튕겨나가 하수도 계량기를 찾아내 물을 잠갔습니다. 엄청난 소음과 이제 시작일뿐이건만 남은 커팅 양을 가늠해보니 양 다리에 힘이 풀리고 거기에 수도관까지 터지자 제 심리는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에 이릅니다. 허허

그래도 다행히 더 이상의 민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민원이 사라진게 아니라 누적된 것이고 언젠가 다른 발화요인으로 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화약고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바닥에 흥건해진 물을 빗자루로 쓸어담고 있습니다. 



지층 바닥 커팅을 마치고 1층 슬라브 커팅을 시작합니다. 실내는 어느새 매연으로 자욱하고 저는 귀를 손으로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매연이 더 심해져 결국 모두 밖으로 빠져 나옵니다. 




그런 소동일랑 아랑곳않고 커팅 사장님, 마스크도, 보안경도, 귀마개도 없이 태연히 앉아 커팅에 전념합니다. 현장에서도 보면 일 잘하는 기술자와 못하는 기술자가 있습니다. 커팅 사장님은 일 잘하는 기술자입니다. 60을 갓 넘었을 얼굴과 모습이지만 기술 노하우와 근성은 젊은 사람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자태를 보여줍니다. 



칼날이 15cm밖에 들어가지 않아 나머지는 '쁘레카'라 불리는 타격드릴로 바닥을 쳐 냅니다. 그러자 구멍이 뚫리고 드디어 1층과 지층을 잇는 식당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별 것 아닌거에 의미가 과하다 하겠지만 이 험난한 작업의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낸 사람들, 특히 저에겐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1층 빛이 아랫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선 여기까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20


목요일 아침, 이틀째 타일작업이 진행됩니다. 오늘 작업은 어제 붙여서 굳힌 타일 사이에 백시멘트(매지)를 넣어주는 작업입니다. 고무장갑 끼고 적당하게 갠 백시멘트를 타일면 전체에 고루 펴바르며 사이사이를 메꾸는거죠. 작업인원은 어제와 동일하지만 오전에 일정을 보고 오는 이들은 오후에 합류하기로 합니다. 





오랫만에 작업이기도 하고 서툰 지식이기도 해서 백시멘트가 '내장용'과 '외장용'이 있다는 사실도 잊고 외장용으로 작업을 하다가 내장용이 따로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내장용을 사왔습니다. 부끄럽네요. 하지만 치명적인 실수는 아니므로 그냥저냥 작업은 진행됩니다. 외장용은 방수제가 혼합돼있고 모래입자가 굵은 반면 내장용은 모래입자가 아주 고와 작업의 질감이 서로 다릅니다.  



조금 질은 느낌으로 작업을 하다보니 되직한 반죽이 더 능률적이라는 판단에 반죽의 농도를 바꿔 작업을 하고 있는 허성호 조합원. 타일 사이사이에 들어간 백시멘트는 굳으면 타일을 그물망처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앞에서 백시멘트 작업을 진행하면 뒤이어 물기를 짠 스펀지로 타일 표면의 시멘트를 닦아내줍니다.  하루가 지나면 타일은 완벽하게 굳게되고 얇은 시멘트 가루가 보송보송하게 묻은 표면을 마른 걸레로 닦아내면 그제서야 제 빛을 드러내는 것으로 타일 작업은 마무리됩니다.  2인1조로 이뤄지는 백시멘트 작업. 조합의 디자인과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담당하는 강혜민 조합원이 열심히 스펀지로 표면을 닦아내고 있습니다. 



지층 주방공간에서도 백시멘트 작업은 똑같이 진행됩니다. 아무래도 1층보다 어둑할 수 밖에 없는 공간인데 하얀 타일이 벽 전체에 둘러지니 많이 밝아졌고 주방다운  깨끗함을 갖춰가네요.  덩달아 기분도 밝아집니다. 사진에 적잖은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조만간 조합원들에 대한 소개글을 꾸며봐야겠습니다. 


오후 무렵 캐리어 에어컨 업체 사장님이 방문했습니다. 달고나와 몇 차례에 걸쳐 에어컨 작업을 진행해오신 사장님으로 요즘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계시답니다. 1층 식당 공간에 40평형 스탠드 에어컨을 설치하기로 했고 이에 대한 견적을 뽑아내고 있습니다. 엘지와 캐리어 가운데 맘에 드는 제품을 선택하면 되는데 가격대는 비슷합니다. 다만 냉방전용과 냉난방 겸용(인버터)이 있는데 냉방전용은 170만원, 인버터는 220만원 가량입니다. 에너지 효율은 인버터가 높아 전기료에서 강점이지만 고장시 부품값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제품에 한표 던지시겠습니까? 

참고로 식당공간의 겨울 난방대책은 연탄난로입니다. 독립적인 건물이고 층수가 높지 않고 뒷마당을 갖추고 있어 연탄난로를 사용하기에 최적의 공간이니 그 좋은 열원을 포기할 수 없죠. 인버터 난방과 연탄난로의 난방비 차이는 3:1 정도로 연탄이 월등히 저렴하며 열의 품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연탄이 훌륭합니다. 다만 최근 연탄난방을 사용하는 상가와 개인이 늘어나면서 연탄재에 대한 수거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때이른 고민이네요.



백시멘트 작업을 마쳤습니다. 사진상에선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안정되고 깨끗해졌습니다. 표면이 완전히 마르면 마른 걸레로 닦아내면 끝입니다. 아랫쪽 검은 타일은 이른바 '걸레받이'입니다. 이틀동안 작업에 참여신 조합원 여러분,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짝짝짝.




타일작업이 마무리되어갈 무렵, 저와 이진필, 김한주가 상수동 비스트로로 넘어가 바닥재로 사용하던 라왕 플로링을 걷어낸 뒤 1,200cm 단위로 잘라왔습니다. 타일에 비해 훨씬 역동적인 작업이어서 볼꺼리가 있었는데 아쉽게도 사진이 없네요..^^  잘라 온 바닥재는 표면에 쌓인 묵은 때를 샌딩기로 적당히 벗겨낸 뒤 탁자와 의자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굳이 때가 낀 낡은 나무를 재사용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으실텐데 세월의 때와 흔적이 적당히 묻어나도록 하는 것이 식당의 디자인 컨셉입니다. 멀쩡한 주전자를 찌그러뜨려 애써 낡은 느낌을 입혀보려 애쓰는 마당에 저런 때묻은 바닥재는 아주 자연스러운 소재이고 놀랍게도 새제품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합니다. 여담이지만 비스트로 2층의 춘삼월 바닥에 깔린 플로링은 5년이 넘는 세월을 견디며 닳고 닳아 아주아주 훌륭한 인테리어 자재로 변모한 상태입니다. 가끔 올라가서 그 상태를 확인하곤 하는데 잘 익은 장맛처럼 훌륭한 땟깔을 빚어내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모두들 집으로 돌아간 뒤 남아 모처럼 한가롭게 캔맥주를 마십니다. 의정부에서 출퇴근하는 이진필 조합원이 먼 길을 갈 껄 생각하니 한숨이 나옵니다. 그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 한 마디 건네주세요. 조합사업이 잘 되면 꼭 해야 할 사업중 하나가 조합원 주택사업이겠죠.


어둑해진 저녁, 마지막 미팅을 가졌습니다. 조합사업 관련은 아니고 연남동 '어쩌다 가게'를 히트시키며 언론은 물론 서울시에서도 주목했던.. 이런.. 이름을 모르겠네요.(강수연은 잘 알텐데..) 암튼 홍대에서 오래도록 명성을 떨친 까페 'B-hind'의 사장이면서(지금은 아님) 현재는 한남동에서 건축사무소를 운영합니다. 우리 소식을 듣고 정말 한걸음에 달려온 중입니다. 이분도 주택협동조합을 결성해 사업을 이끌고 있는데 그 진행이 좀 더디다고 하네요. 

이날 만남은 우리의 협동조합 소식을 듣고 일단은 궁금했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처지에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현재 성수동에서 진행중인 대형 프로젝트가 있는데 달고나가 어쩌면 비즈니스 파트너로 결합할 수 있겠다는 개인적인 영감을 갖고 있다는 의견도 전했습니다.  주거형태가 1인 가구로 바뀌는 추세에 맞춰 성수동에 큰 주거시설을 짓고 있는데 1층에 다양한 편의시설의 입점을 기획하고 있고 이 양반이 그것을 디자인중이라고 합니다. 암튼 셈을 더 해봐야겠지만 이런 관심을 가져주니 기분은 좋습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의견을 나누기로 하고 헤어졌습니다. 

상수건축 사장님의 작업이 다소 늦어져 내일 주방바닥 공사는 이틀 정도 더 뒤로 미뤄지게 됐습니다. 순서가 다소 바뀌는 불편일뿐이라고 애써 생각하지만 아무래도 10일 경에 주방세팅을 완료하려던 계획은 하루나 이틀 정도 늦춰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니 예정된 다른 작업들을 착실히 진행해야 하겠습니다. 

내일(금)은 아주 조금 남은 타일 마무리를 짓고 화장실 인테리어(김경민)에 대한 논의를 가질 예정입니다. 뒷마당 울타리 설치와 망원동 작업실 및 식당의 가벽 설치를 위한 금속작업도 진행합니다. 문래동에서 각파이프를 구입(허성호)해야 하고 오후부턴 본격적인 용접작업(김정훈. 홍석환)에 돌입합니다. 플로링 샌딩과 2인용 의자 제작(김한주.이진필)도 시작합니다.  힘내봅시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16


어제 타일작업이 시작됐습니다. 모두 백색의 타일이지만 사이즈와 광택의 유무가 다른데요, 손바닥 반만한 100*100 사이즈는 무광 타일로 홀 하단 벽면에 붙일꺼고 맨 아래는 이른바 '걸레받이'는 검은색 타일, 200*200 사이즈는 광택으로 주방으로 사용될 지층 벽에 붙일겁니다. 그러나 작업 출발이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9시에 오기로 한 타일이 오지 않아 20분 가량을 기다려야 했고 그마저 온 것도 주방타일은 무광의 바닥타일이, 1층엔 검은색과 흰색의 양이 뒤바뀌어 오는 등, 적잖은 혼선을 빚어냈습니다. 다행히 을지로 등이 아니라 망원동의 타일 가게여서 재빨리 일처리가 이뤄졌고 30분 후부터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도착한 타일을 지층과 1층으로 나란히 서서 나르는 모습입니다. 



타일 작업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벽면에 타일본드(벽면용)인 세라픽스를 잔뜩 바르고 그 위에 타일들을 가지런히 붙인 뒤 단단히 굳으면 그 사이를 줄눈이 시멘트로 메워주면 끝입니다. 다만 단순한 작업이 오랜시간 반복되므로 지루할 수 있는데 여러 사람이 모여 힘을 합치면 훨씬 쉽게 끝나기 마련이죠. 이날도 2개 층에 걸친 넓은 벽을 생전 처음 타일작업을 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해 8명 가량의 인원이 붙어 진행했더니 5시 사이에 작업이 끝났습니다. 외부 날씨는 덥지만 실내는 아직은 괜찮습니다. 




점심식사 후 인원을 나눠 지층에도 본격적인 타일 작업이 시작됐습니다. 일처리가 빠르기로 소문난 홍석환 조합원이 김한주 조합원과 함께 무서운 속도로 타일을 붙여가고 있습니다. 타일 크기가 크고 미적인 고려를 좀 덜어내도 되지만 두 사람 꼼꼼하게 일을 진행합니다. <협동조합 달고나>의 든든한 일꾼들이자 버팀목입니다. 


조합원들에게 고단한 일을 맡겨놓고 저와 강수연은 시원한 까페에 앉아 올 여름 휴가지로 발리를 갈까 푸켓을 갈까 의논중인 모습.. ^^ 그런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하며 향후 작업일정과 이런저런 결정해야 할 것들에 대해 논의중입니다. 강수연이 좀 더 조사해 이야기하겠지만 낮에 방문한 주류업자와 대화에서 이른바 '주류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최소 2천 만원 이상의 금액을 무이자로 받는 대출인데 보증인를 세워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사업자금 부족으로 아슬아슬한 우리에겐 단비같은 소식입니다. 



작업이 마무리 된 지층 주방의 벽면. 서툰 솜씨지만 전문가도 인정할만한 기하하적 아름다움이 완성됐습니다.
 

1층 역시 작업이 깔끔하게 마무리됐습니다. 저 하얀색 무광 타일과 직각으로 식사용 테이블이 놓이게 될 예정인데 오랜 세월이 깃든 느낌을 물씬 풍기는 투박하고 소박한 컨셉의 나무 테이블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련 분야를 공부한 경험이 있는 김한주와 긴밀히 상의하고 있습니다. 

타일작업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고 오늘 줄눈이 작업을 진행합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백시멘트를 질척하게 개서 타일에 골고루 문지르는 작업입니다. 그러면 백시멘트가 타일 틈으로 스며들어 나중에 굳으면 타일 전체를 단단하게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홍대 산울림 소극장 근처에 있는 '껀수네 해물포차'입니다. 조합원인 김진주의 '나와바리'이고 껀수 사장과도 친밀해서 달고나 사람들도 종종 이곳에서 술을 마시곤 합니다. 달고나의 조합 소식을 듣고 자신도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혀와서 이날 작업을 마치고 껀수네를 방문해 조합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껀수도 여느 자영업자들이 겪는 고질적인 문제, (매출을 떠나) 가게에 내 생활과 운명이 결박되다시피해 갈수록 병들고 피폐해지는 삶을 토로했고 우리는 격하게 공감해주었습니다. 껀수도 돈이나 장사의 틀에 갇히기보다는 사람들과 한 뜻으로 큰 일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관심이 많고 조만간 공사현장도 구경오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구인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껀수에게 이렇게 말해줬습니다. 

"혼자서 외롭고 힘들게 주방과 가게를 지키며 돈 벌면 뭐하나? 차리리 뜻맞는 사람들이 이 공간에 내것처럼 참여해서 새롭게 가꿔가면 그게 더 즐겁지 않을까?"


오늘 작업은 어제에 이어 타일의 마무리 작업입니다. 그와 별개로 두 개의 작업이 나눠서 진행될 예정인데 하나는 비스트로의 나무 바닥재를 걷어오는 일이고 또 하나는 뒷마당의 넓은 출입구에 금속 울타리를 설치하는 작업입니다. 타일 마무리는 강수연, 김경민, 이주영, 강혜민이 참여하고 비스트로 나무작업은 이진필, 김한주, 허성호, 금속작업은 김정훈, 홍석환이 참여합니다. 날씨가 무더우니 건강 유의하면서 일합시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12



지난 일요일, 영업을 마친 달고나에서 남은 식재료들을 모두 나눠가져가는 장면입니다. 빵과 채소, 심지어 스테이크 고기까지 남아서 이날 배불리 먹기도 하고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먹기도 하고. 당분간 비스트로의 냉장고는 텅텅 빈채로 지낼 것 같습니다. 


월요일, 홍석환과 저, 두 사람은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며 1차 시장조사를 벌였습니다. 각종 주방기계와 기물들을 둘러봤고 가격대도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습니다. 핵심은 냉면기계인데 인덕션으로 할지, 가스방식으로 할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네요. 하지만 며칠 내로 이에 대한 결정은 내려질겁니다. 가격은 두 방식 모두 비슷합니다.  이날 곧바로 돌아와 '오픈조 전체모임'을 가졌습니다. 어이없게도 이날 회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네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최대한 기록으로 남겨두려 하고 있고 이 과정을 묶어서 책을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헌데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우리들 모두의 공감대와 노고, 비전을 담아낼 생각이고 이는 조합의 재산으로 귀속됩니다. 카메라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의미있는 장면이나 평범한 장면 모두 좋으니 틈틈이 기록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이 겪은 사건이나 생각들도 책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책과 관련한 별도의 테이블이 마련될 겁니다. 



오늘 망원동 작업실의 '절반 줄이기'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향후 사무국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입니다. 공사관련 장비들은 모두 협동식당 공간으로 옮겼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고 이도저도 아닌 것들은 모두 상수동 비스트로로 옮겼습니다. 



작업실에 이렇게 짐들이 많았네요. 사무국 업무가 커지면(이는 곧 조합의 발전을 의미하겠죠) 저 뒤에 빵과 면 작업공간은 아마도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야되겠죠. 그럼 이 공간은 명실상부한 <협동조합 달고나>의 사무국 공간으로 거듭나리라 기대합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당분간은 더부살이를..



점심시간이 되서 밥먹으러 가는 길. 발걸음들이 가벼워 보이나요? 하지만 5월의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협동식당 공간에 공사진행을 위한 장비들이 모였습니다. 이 공간에서 용접, 목공 등의 다양한 작업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내일은 타일 작업이 지층과 1층 두 공간 전부에 걸쳐 진행될 예정입니다. 홍석환 조합원이 줄자로 타일의 마무리에 쓰일 스텐몰딩의 필요량을 재기 위해 줄자로 벽을 재고 있습니다. 


달고나의 오랜 작업 동반자, 전기 담당 이오일 사장님이 오셔서 전기작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전기 작업의 경우 1층 식당공간에선 큰 작업이 없지만 지층 식당공간은 전기 사용량이 많아 증설은 물론 220v 단상으로 해결이 안되는 중형 에어컨이나 조립 냉장방의 경우 340v 삼상전기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에 대한 용량 확인이 필수입니다. 금요일까지 작업계획을 마련하기로 했고 빠르면 그날부터 전기작업은 진행될 듯 싶습니다. 전기작업은 3~4일 안팎이 소요될 듯 싶습니다. 




오후 5시, 디자인 작업을 맡아줄 '물질과 비물질'팀의 김종소리씨와 강수연, 강혜민 조합원이 디자인 업무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맞은편 까페인 '광합성'이 아지트 겸 회의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좋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보자고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고 그 인연이 앞으로도 꾸준이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내일 9시부터 타일작업이 시작됩니다. 오픈조에 포함된 분들 중 일정이 없으신 분들은 빠짐없이 작업에 참여해주세요. 깨끗한 목장갑과 아이스커피를 준비해놓고 있겠습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6. 5. 21. 10:26

협동조합 달고나가 출범합니다. 

현재 발기인 5명을 중심으로 정관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법인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그로부터 1~2달 사이에 법인 인가가 나오고 법인 등기를 마치면 이후부터 달고나는 '협동조합 달고나'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장아장 걷는 신생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달고나의 협동조합 전환은 1년 전부터 구상해온 사안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자 동시에 흥분되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자영업, 특히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가게를 지켜야 하고 쉬는 날도 일주일에 하루이거나 격주로 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나마 쉬는 것도 쉬는게 아닌 것이 가게 운영의 고민으로부터 한시도 벗어날 수 없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결박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요즘같은 불황에 일반 직장인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떨어지는 매출과 적자에 허덕이는 운영난을 돌파해낼 뾰족수는 보이지 않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결국엔 가족들이 생계의 전선에 내일처럼 뛰어드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자영업은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는 가계부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불안지대이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시장실패의 영역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 시장으로 평생 모은 돈을 쥐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취업은 어렵고 국가의 복지는 허술하니 그 개인이 딱히 선택할 곳이 거기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태리식당 달고나는 그 힘겨운 영역에서 겨우겨우 적자를 면해가며 7년을 버텨왔습니다. 달고나에 애정을 보내주신 많은 손님들의 도움과 고된 노동을 꿋꿋이 견디며 함께 일해준 직원 동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운영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좁은 주방은 어느새 달고나의 창의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고 그 피로감은 쌓이고 쌓여 삶의 바탕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달고나의 미래비전을 이 공간에서 꿈꾸기란 여러모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상수동 상권이 조용히 격변하고 있는 것 또한 가게운영의 불안한 요소입니다. 7년동안 이어진 임대료 상승과 언제 닥칠지 모를 계약종료 선언은 달고나를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시킬 수 있는 공포스런 미래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달고나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지점은, 더 이상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나은 앞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달고나의 위기, 나아가 자영업의 한계란 결국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7년을 한결같이 일해와도 삶이 변하거나 나아지지 않고 그만큼 몸은 병들고 이루고자 하는 꿈은 두 발짝 더 멀어지는 현실. 다만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논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 지금껏 달고나가 걸어온 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달고나의 사장 두 사람을 제외한 직원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앞으로 5년 10년을 더 일하면 그들의 삶은 무엇이, 어떻게 더 나아지는 걸까요? 이들이 부장님이 되고 사장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천상 그들 역시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 그것이 달고나가 이들에게 제시하는 비전이라고 하면 옳은걸까?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만이 당연한 삶인가?



이 질문에서 우리들은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달고나의 한계이고 자영업의 한계이며 나아가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의 한계라고 우리들은 생각합니다. 시급 6천원의 저임금 노동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사회의 부는 모두 어디로 증발해버리고 있으며 그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달고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속절없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노력은 해야겠고 그 일환으로 선택한 행동이 협동조합의 조직입니다. 이윤동기가 아니라 필요동기로 작동되는 비즈니스 관계,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에 주목하는 거래관계,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삶을 협동조합은 오래전부터 입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이같은 개념은 '두레'나 '품앗이'라는 빛바랜 기억이지만 분명 남아 있습니다. 



7년이 흘러 이젠 많이 낡았지만 달고나의 기관은 여전히 쓸만하고 협동의 경제로 수정된 항로는 이 미로같은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향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그 방향의 최종 목적지가 낙원일지 지옥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달고나는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통로를 찾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북유럽 사람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와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 원주민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가 갖는 유사성, 그리고 '상부상조'라는 아름다운 단어에서 꾸준히 영감을 얻고 공부하며 가고자 합니다. 설사 그것이 배고프고 멋없는 고달픈 여정일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달고나가 옵니다. 




"나는 과학적 비판에 근거한 의견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양보한 일이 없는 이른바 여론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저 위대한 플로렌스 사람(단테)의 다음과 같은 말이 항상 변함없는 나의 좌우명이다.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K. 마르크스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것은 협력이다"

- 버트란드 러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