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역'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6.05.21 협동조합 달고나 1
  2. 2012.10.01 가을햇살에서 덧없음을 떠올리다 2
  3. 2009.08.31 레스토랑 실내 모형작업 24
  4. 2009.08.25 문제는 컨셉 11
한국 Korea 160409~2016. 5. 21. 10:26

협동조합 달고나가 출범합니다. 

현재 발기인 5명을 중심으로 정관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법인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그로부터 1~2달 사이에 법인 인가가 나오고 법인 등기를 마치면 이후부터 달고나는 '협동조합 달고나'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장아장 걷는 신생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달고나의 협동조합 전환은 1년 전부터 구상해온 사안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자 동시에 흥분되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자영업, 특히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가게를 지켜야 하고 쉬는 날도 일주일에 하루이거나 격주로 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나마 쉬는 것도 쉬는게 아닌 것이 가게 운영의 고민으로부터 한시도 벗어날 수 없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결박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요즘같은 불황에 일반 직장인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떨어지는 매출과 적자에 허덕이는 운영난을 돌파해낼 뾰족수는 보이지 않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결국엔 가족들이 생계의 전선에 내일처럼 뛰어드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자영업은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는 가계부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불안지대이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시장실패의 영역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 시장으로 평생 모은 돈을 쥐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취업은 어렵고 국가의 복지는 허술하니 그 개인이 딱히 선택할 곳이 거기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태리식당 달고나는 그 힘겨운 영역에서 겨우겨우 적자를 면해가며 7년을 버텨왔습니다. 달고나에 애정을 보내주신 많은 손님들의 도움과 고된 노동을 꿋꿋이 견디며 함께 일해준 직원 동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운영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좁은 주방은 어느새 달고나의 창의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고 그 피로감은 쌓이고 쌓여 삶의 바탕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달고나의 미래비전을 이 공간에서 꿈꾸기란 여러모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상수동 상권이 조용히 격변하고 있는 것 또한 가게운영의 불안한 요소입니다. 7년동안 이어진 임대료 상승과 언제 닥칠지 모를 계약종료 선언은 달고나를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시킬 수 있는 공포스런 미래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달고나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지점은, 더 이상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나은 앞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달고나의 위기, 나아가 자영업의 한계란 결국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7년을 한결같이 일해와도 삶이 변하거나 나아지지 않고 그만큼 몸은 병들고 이루고자 하는 꿈은 두 발짝 더 멀어지는 현실. 다만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논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 지금껏 달고나가 걸어온 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달고나의 사장 두 사람을 제외한 직원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앞으로 5년 10년을 더 일하면 그들의 삶은 무엇이, 어떻게 더 나아지는 걸까요? 이들이 부장님이 되고 사장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천상 그들 역시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 그것이 달고나가 이들에게 제시하는 비전이라고 하면 옳은걸까?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만이 당연한 삶인가?



이 질문에서 우리들은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달고나의 한계이고 자영업의 한계이며 나아가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의 한계라고 우리들은 생각합니다. 시급 6천원의 저임금 노동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사회의 부는 모두 어디로 증발해버리고 있으며 그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달고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속절없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노력은 해야겠고 그 일환으로 선택한 행동이 협동조합의 조직입니다. 이윤동기가 아니라 필요동기로 작동되는 비즈니스 관계,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에 주목하는 거래관계,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삶을 협동조합은 오래전부터 입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이같은 개념은 '두레'나 '품앗이'라는 빛바랜 기억이지만 분명 남아 있습니다. 



7년이 흘러 이젠 많이 낡았지만 달고나의 기관은 여전히 쓸만하고 협동의 경제로 수정된 항로는 이 미로같은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향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그 방향의 최종 목적지가 낙원일지 지옥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달고나는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통로를 찾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북유럽 사람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와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 원주민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가 갖는 유사성, 그리고 '상부상조'라는 아름다운 단어에서 꾸준히 영감을 얻고 공부하며 가고자 합니다. 설사 그것이 배고프고 멋없는 고달픈 여정일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달고나가 옵니다. 




"나는 과학적 비판에 근거한 의견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양보한 일이 없는 이른바 여론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저 위대한 플로렌스 사람(단테)의 다음과 같은 말이 항상 변함없는 나의 좌우명이다.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K. 마르크스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것은 협력이다"

- 버트란드 러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2. 10. 1. 16:39



추석 연휴의 마지막 날. 

밖에서 점심을 먹고 저녁부터 장사를 할 생각으로 가게로 향하던 중 

이 거리의 생경한 모습에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보석처럼 맑은 가을햇살의 청량함과 대조적으로

어느새 차가워진 공기의 질감, 

텅 빈 거리의 알 수 없는 쓸쓸함.

아침에 전에 다니던 직장 동료의 부음을 들은 뒤

무거운 돌덩이가 가슴 깊숙이 들어와 앉아버렸고 

티없이 맑은 가을의 청량함은 덧없음을 떠올리게 했다. 






계획을 변경하기로 했다.

가게 셔터에 붙여놓았던 오른쪽 안내문구를 떼어내고

서둘러 왼쪽 안내문구로 교체했다.

저녁장사를 접고 하루 더 쉬기로 한 것.

시간맞춰 나온 쏭지는 저 문구를 적고 집으로 되돌아가 밀린 빨래를 하기로 했고

우린 근처 까페에 눌러앉아 그간 쌓인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무대륙.

주택가 깊숙이 자리잡은 이 공간은 잠시나마 번잡한 홍대 중심에서 벗어나 

조용히 짱박혀 저마다의 일에 몰두하기 좋은 곳이다.

홍대에서 살아가는 이들이 즐겨 찾는 곳임도 틀림없는게

아는 사람을 몇 명은 꼭 만나기 때문.

시나리오 쓰는 사람, BAR 운영하는 사람, 까페 접고 다시 아르바이트 하는 사람, 음악하는 사람..




오늘은 늦은 밤,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동료 가는 길을 배웅하고 와야겠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31. 22:12

 

별 일 없으면 이달 중으로 계약할 상수역의 작은 가게.
지금은 철물점으로 사용하고 있는 공간이고 실평수는 8평 정도.
참으로 좁은데 다행인 점 하나는 천정 뜯어내면 그나마 조금 높다.
과연 이만한 공간에서 식당이 될까 의문이지만 이리저리 생각을 굴려보니 안될 것도 없겠더라.

어제 우드락을 사다가 오늘 하루종일 문방칼과 양면테이프를 이용해 자르고 붙이고..
지난 번 미리 재 둔 공간 치수에 주방용품들의 사이즈도 그에 맞게 축소시켜
 이리저리 배치하기를 반복했고 대략 다음과 같은 시안이 나왔다.
(참 오랫만에 어른이 공작교실이었고 즐거웠다)


입구에서 본 전경

창가쪽 4인용 테이블.
2인 손님이 많을 경우 분리해서 간격을 두면 땡.

애초 4인용으로 하려다가 비좁아 3인용으로 바꿨고 테이블은 대신 2인용 보다 조금 키웠다.
뒤에 일자 테이블에는 4명이 앉아서 먹을 수 있고 주로 홀로 오거나
2명이 올 경우 권유하는 자리.

계산대 겸 노트북.



주방 모습. 오픈 키친이다. 너무 좁아 막고 자시고 할 것도 없다.
오른쪽 뒤에 키큰놈이 타워형 냉장고. 그 옆이 싱크대고 그 왼쪽이 식기세척기. 세워놓은 건 찬장.
모서리의 빈 공간은 뒷길로 나가는 문이 있는 자리고
옆으로 누워있는 커다란 박스는 테이블형 냉동고.
책 같은 것을 쌓아놓은 것은 요리 마무리 작업대.
그 옆은 3구짜리 버너. 그 위로 커다란 후앙이 달린다.
그리고 쌓아 놓은 건 책이 아니라 테이블형 전기식 튀김기. 좀 더 크게 해야 실물에 맞음.
오븐 놓을 자리도 다시 조합해 확보해야 하는데 정 안되면 버너 밑으로 가정용 오븐을 밀어넣거나
아니면 테이블식 오븐(광파오븐 따위)을 테이블 냉동고에 올려야 할 듯.



일자 테이블과 그 너머로 술이며 접시며 잡다한 것들을 넣어둘 장식장.
가운데 빈 공간엔 이 집의 핵심, 메뉴판이 자리한다.
 최대한 근사하게 꾸밀 생각이고 별도의 메뉴판은 없을 것.


다른 각도에서 모습.


창가쪽에 놓아 본 작업대.
작업 마치고 저녁 때엔 믹서기를 올려놓거나 각종 당장 안쓰는 요리 도구를 쌓아 놓는다.
창문자리에 있는 만큼 시각적 매력을 최대한 연출해야 하는 테이블.


홀.
제법 넓은 듯 보이지만 실제 세팅되고 사람이 들어서면 정말 좁을 것이다.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모습.
좁은 느낌이 들지 않도록 아늑하게 꾸며야 하는데 계속 머리를 쥐어 짜는 수 밖에 없고
생맥주 할 경우 통이 들어갈 자리도 다시 마련해야 하고 여분의 통을 보관한 공간도 확보해야 한다.
생맥주 뿐 아니라 이런저런 물건들을 수납할 듬직한 공간이 없다는 점이 큰 문제다.
주방 뒷문으로 나가면 철물점에서 현재 불법으로 사용중인 가건물 식의 작고 엉성한 창고가 있지만
값 안나가는 물건만 쌓아놓는 자리로나 쓰지 그 이상은 아니다.
아무래도 좁아 터진 홀에 박스들이 쌓일 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컨셉이라면 컨셉이지만..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8. 25. 14:01
메뉴가 다양해도, 그 메뉴가 하나같이 꿀맛이고 인테리어가 값비싸더라도
컨셉이 모호하면 식당의 성공은 어렵다고 봐야한다.
특히 유행을 만들어 내는 곳,
또는 그 유행을 따라 사람들이 몰리는 동네라면 더욱 그럴 것.
요즘 컨셉을 놓고 머리를 쥐어짜는 중이다.

요리책과 인터넷을 뒤적이고 홍대 일대를 쏘다니며 트렌드의 빈공간을 찾고
우리가 가진 식당의 로망을 해치지 않는 그 어떤 곳의 실현. 

컨셉 설정에 좀 더 초조해진 이유 하나는 
홍대 상수역에 식당 자리 하나를 점찍어 뒀기 때문이기도 한데,
허나 공간이 어찌나 협소한지 욕심껏 주방기구를 들여놓았다간
손님용 테이블은 단 한 개도 놓지 못할 지경이다.

이마저도 다른 임자가 나타나 물건을 낚아채 가버리면 그것처럼 또 곤란한 일도 없겠지만
컨셉도 없이 덥석 물건을 잡는 것도 위험하긴 매 한 가지.
그러니 마음만 심란하다.  
물론 당장 계약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사실 진짜 문제는 투자금의 확보겠지만 이건 늘 있어왔던 문제고)

아무튼 문제는 컨셉이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