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2008. 9. 24. 15:43

다음 주 화요일인 30일, 6개월의 몰타생활도 마지막이다. 이날 2시 비행기를 타고 달고나는 로마를 거쳐 이탈리아 북부, 로미오와 줄리엣의 무대가 됐던 비극과 낭만의 도시 베로나에 도착할 예정이다. 현재 남은 학원수업마저 빼먹어가며 이런저런 뒷정리와 짐싸기에 여념이 없다. 부동산을 다시 만나야 하고 집주인에게 줄건 주고 받을 건 받아야 한다. 금요일엔 몇몇 지인들을 불러 작은 환송파티도 가질 예정이고 잠시 숨돌릴 틈이 생긴다면 처음에 도착했을 때 처럼, 망망한 바다를 바라보며 독일산 캔맥주를 홀짝일 생각이다. 아마 그 순간이 가장 뜻깊은 몰타와의 이별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

이번 달고나의 여행에서 이탈리아는 가장 중요한 장소다. 한국에서의 삶 대부분을 내팽개치고 떠나게 만든 '장본國'도 사실은 이탈리아였다는 것을 새삼 고백한다. 그만큼 우리는 이탈리아에 거는 기대가 크고 이곳에서 보고 들을 것이 많을 것이다라는 점에 살짝 흥분하고 있으며 동시에 우리에겐 불필요한 거품과 환상도 많이 끼어있을 것이리라 짐작하고 있다. 이 모든 것들과 관련해 이제 한곳 한곳 찾아가고 한 사람 한 사람 만나면서 확인할 건 확인하고 오해한건 바로잡고 몰랐던 건 새로 알게 되리라. 아주 간단히 얘기하면 소풍떠나는 아이처럼 붕 들떠 있단 얘기다.

이탈리아에 머무는 동안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일들의 하나는 다큐멘터리 제작. 이미 이에 대한 기획안도 나와있고 취재 여정의 얼개도 살짝 얼굴을 내민 상태다. 김군은 HD교본의 복기를 시작했고 한동안 잊은(?) 카메라의 기능들을 다시금 체크하고 있다. 모든 기능들이 잘 작동하고 있으며 카메라 운용과 관련해 혼란스러웠던 몇 가지를 정확히 이해한 점은 큰 수확이다.(참고로 24프레임 촬영 계획이며 후반작업에서 2:3 풀다운을 통해 방송용 30프레임으로 맞출 예정. 첫 24 프레임 작업이라 이래저래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인데 각종 조언 환영함. bielsko@daum.net)

그러나 걱정도 크다. 당장 의사소통에서부터 막히니 아직은 모든 기대들이 흙빛이다. 깊은 속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과 달리 표피에 머무는 관광객의 관점에 머물까 두렵다. 언제나 한 발 빠른 강양이 이탈리아 문법책을 빼든 이유도 그 때문.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너무 멀고도 높다.

비자도 문제다. 쉥겐조약에 따라 모든 여행자는 특별히 발급된 비자가 없는 한 모든 EU국가 내에서 3개월 이상을 머물게 되면 불법으로 낙인찍힌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 기간이 만료될 시점인 11월 말 즈음에 터키로 넘어가는 것이 현재까지의 잠정적인 일정이다. 이후 3개월이 지나면 다시 EU국가로 들어올 수 있으니 그때 다시 이탈리아, 혹은 그 밖의 유럽 국가들에서 못마친 여정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하지만 앞날은 어찌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법, 적어도 이 점에 관해서 이탈리아가 우리에게 어떤 행운을 가져다주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사실 행운은 이미 시작된 셈인데 바로 엘리자베타 이다. 우리는 그녀를 통해 이탈리아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믿음직스런 창을 얻은 셈이고 그뿐 아니라 당분간이나마 풍찬노숙을 피할 수 있는 도움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가족과 이웃간의 끈끈한 유대로 맺어진 이탈리아 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엘리자베타는 그 속으로 우리를 인도해줄 중요한 안내자이자 길잡이가 돼 줄 것이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했던가? 요즘은 하늘길도 열려 비행기로도 얼마든지 가는 시대. 파산이라는 흉흉한 소문에 휩싸인 알이탈리아 항공이 제발 우리를 로마로 무사히, 그리고 수하물 도난이나 분실사고 없는 깔끔한 서비스로 무사히 바래다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9월 30일, "Good bye~ Malta, Boun jiorno Itali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