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질'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4.01.22 싸서 좋으다 2
  2. 2010.03.22 봄맞을 준비 11
  3. 2009.07.12 표고전과 자두 2
  4. 2009.07.02 다음주부터.. 5
  5. 2009.06.25 오랫만에 토마토 파스타 4
  6. 2009.06.25 거미줄을 걷자 1
  7. 2009.06.12 바질 작황 14
  8. 2009.05.14 쑥쑥 크거라 13
  9. 2008.06.28 바질 페스토
한국 Korea 160409~2014. 1. 22. 00:12

올해 겨울은 작년 추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걸까?

여러 지표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내가 판단하는 지표 하나는 바로 농산물의 가격. 

특히 우리 가게에서 없어선 안 될 두 가지.

바로 바질과 쁘레쩨몰로.

이 둘의 가격이 작년 겨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에 머물고 있다.

작년에 바질이 1Kg에 최고 30만원을 찍고 평균 10만원대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5만원 이하에 가격이 형성되기 일쑤고 오늘은 2만5천원에 구입했다.

쁘레쩨몰로는 작년에 7만원대이던 것이 올해는 1만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니.. 

올 겨울 추위는 작년 겨울의 거의  1/5 수준인 셈.


그러나 오늘 가락동은 정말 춥더라. 






쁘레쩨몰로..






바질..


두 사진 모두 붉은 조명아래서 찍었더니 황이 누렇게 돌아 초록의 싱싱함이 없다. 


예전엔 포토샵으로 사이즈 맞추고 색보정해서 올렸으나 지금은 포토샵도 없고

무엇보다 포스팅 의지를 갉아먹는 '뽀샵질'의 귀차니즘을 덜어내고자

맥에(맥에어 사용) SD카드 바로 꽂아 사진 불러내 화면저장 기능으로 사진을 찍어 

이렇게 포스팅에 첨부해버린다. 

그러니 일도 줄고 여러모로 간편하다. 

다만 저것처럼 색감은 좀 문제다 싶은데.. 

 촬영할 때 좀 신경을 써야겠다.  


암튼 여전히 겨울이지만 달고나를 지탱해주는 핵심 작물의 가격이 낮아 기분이 좋습니다~



+++


예전에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진주에 헌책방을 냈습니다. 

작은 서점의 씨가 말라가는 각박한 시대에

그 흐름을 거스르려는 낭마니스트의 우물처럼 깊고 시원한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공간이니 진주 여행가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촉석루에서 바라보는 남강의 멋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그 여정에 이곳 헌책방의 방문을 끼워넣는 것도 결코 후회스럽지 않을텝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3. 22. 12:08
달력에 의하면 봄이 왔지만 
실제는 겨울이 그 자리를 냉큼 내주지를 않는 듯 싶다.
꽃샘추위, 참 잘지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부쩍드는 요즘.
그래도 가게 앞 화단에는 어느새 연두빛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물도 잘 안주는 게으르고 못된 주인의 손길 아래서도 잘 자라고 있었구먼. 

봄맞이를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해야겠다. 
추운 겨울을 붉은 빛으로 데펴줬던 식탁보를 걷어내고 
4월에는 산뜻함이 묻어나는 식탁보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대문 원단시장을 돌아야하고 잘 어울릴 색감과 디자인의 
원단을 골라 박음질 해야한다. 

10일 전 부터 주방에 부분적으로 결합해 일을 도와주고 있는 공감독이 
최근 옷만들기를 배우고 있다면서 봉재라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 많은 걸 혼자 해치우기는 힘들테니 재미삼아 해보라고
몇 장 정도는 맡겨보려 한다. 

새순을 내고 있는 가게 앞 화단의 나무를 뽑아 뒤로 옮겨심고
그 자리에는 봄꽃을 심어보려 한다. 
요즘 화원에 봄 한 철 피고 지는 예쁜 꽃화분이 
가격도 저렴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놈을 심어 꾸미면
색색의 꽃에 가게 손님은 물론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기분이 밝아질 것 같다.


+++


가게 뒤편 주차장에 노는 공간이 제법 많은데 
이곳에 화단을 만들어 허브를 심고 키워볼까 한다. 
바질 정도는 요리할 때 마다 그때그때 뜯어 쓰면 편할 뿐 아니라 싱싱한
상태로 요리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바질 얘기가 나와선데 요즘 바질 값이 100그램에 2만원이다.
기가 막힐 지경으로 값이 올라 바질의 대량 구입을 중단했고
숭어 가르파쵸의 드레싱 양념에 필요한 소량을 제외하곤
몇 가지 해산물 파스타 요리에서 바질을 빼고 있다.

대개 그렇듯 바질도 여름 작물이어서 겨울에는 자라지를 못한다.
특히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고 폭설도 많았고
무엇보다 비닐하우스의 난방비가 크게 올라
남는게 없다고  판단한 바질 농가(얼마 있지도 않지만)가 재배를 접으면서
공급량이 급감해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며칠 전 가락동 시장을 돌다 바질을 취급하는 몇 집 가운데 한 집이
100그램에 1만6천원에 준다고 했으니 이문이 좀 줄더라도
이 집에서 조금씩 구입해 써야겠다. 
일부 요리에서 빼자니 아무래도 좀 찜찜하다. 


봄 요리도 고민중인데 요건 가게에서.


+++


장을 볼 때 하루에 많게는 5곳을 돌기도 한다.
지난 주 쯤인가가 그랬는데 부족한 접시를 구입하기 위해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양평점 코스트코, 마포 농수산물 시장,
그리고 망원시장의 정육점까지. 
이들 모두는 이제 달고나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 되었고 
이들과의 긴밀한 생존의 끈은 느슨해질 틈이 잠시도 없다.
최근엔 폭등한 채소와 허브 가격으로 가락동 시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퀴즈 하나.
이곳 가운데서 김군이 가장 장보기 싫어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보자...
질척거리는 바닥이 영 못마땅한 노량진?
차와 사람과 주방기물이 한데로 뒤엉키는 황학동 주방거리?
한 바탕 주차전쟁을 치뤄야하는 코스트코?
은근히 값이 비싼 마포?
아니면 전문성 떨어지는 망원시장?
어딜까?
ㅋㅋ


답은 코스트코.
이유를 간단히만 설명하자면
이곳에만 들어서면 내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품'에 선택되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은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그렇다고 착각하는 몽롱한 소비자들이 마차같은
카트를 밀고 열심히 물건을 주워담는 곳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대열에 속한 언젠가 구제되어야 할 소비자고. 


가장 재밌는 시장은 황학동 주방거리다.
이 가운데 시간 날때마다 찾는 한영주방(중고그릇가게) 
그릇가게면서 동시에 희귀 골동품가게 같은 곳이어서
 이곳에 쌓여 있는 손때, 기름때 뭍은 그릇과 집기들 사이에 파뭍혀 있다보면
어릴적 다락방에서 보물을 찾기위해 먼지를 죄 뒤집어썼던
그때의 재미가 어느새 솔솔 묻어난다.
비록 그릇가게지만 어른들의 어릴적 모험심과 탐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공간이랄까?


망원시장은 잘 닦여진 재래시장의 보기가운데 하나이면서 
지역의 소규모 경제 생태계가 자리를 잡은 곳이니 좋고
무엇보다 맛있는 파김치를 파는 반찬가게가 있어 좋다.

노량진은 애초 점심장사를 마치고 오후에 방문하곤 했는데
 언젠가 새벽시장을 다녀온 뒤 그 매력에 흠뻑 취해 여건이 되면,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새벽시장에 나가곤 한다.



+++


매주 하루는 쉬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어서.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가게를 쉴까 하는데
양일간의 결정을 미루고 일단은 월요일에 쉬고 있다.
해서 오늘은 가게 문을 닫고 그간 못챙긴 것들은 하나씩 정리해가려 한다.
가게문을 닫는다고 해서 가게에 안나가는건 아니다.
오늘 나가서 이번 주 쓸 육수를 끓여야 한다.
에휴..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7. 12. 01:17
목요일엔 쏟아진 폭우로 학원가기를 포기했다.
바람마저 강해서 우산은 아무짝에 쓸모 없을 듯 싶었고
펑 젖은 운동화속에서 불어터질 발을 생각하니 내키지 않았다.
아직 여름 샌들이 없다.

아무튼 목요일의 실습과제는 비빔국수였다는데
교재로 나눠준 책으로 혼자 실습하는 것으로 아쉬움과 찜찜함을 달랠까 하다가
국수가 있나 찾아보니 없어서 이 마저도 포기했다. 
대신 비바람에 반쯤 쓰러진 바질을 일으켜 세우고 드러난 뿌리에
흙을 덮어주는 등의 농사일에 팔을 걷어부쳤다.
그렇게 작은 사태를 수습했고..



물에 펑 젖은 잎. 
심한 것은 마치 얼었다가 녹은 상추처럼 반투명해져 버렸고 
따버릴까 하다가 뒀더니 하루 햇살을 받고는 다시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와 있더라.
 오늘 밤, 한 차례 또 쏟아질꺼라는데 걱정이다.


+++


금요일, 강사의 실습을 지켜보기 위해 학생들이 잔뜩 몰려있다.
보는 바와 같이 제법 깨끗하고 집기나 시설도 후지지 않다.
한 테이블당 5명이 조를 이뤄 진행되는 시스템.




이날의 실습과제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는 표고전.
 전부치기야 명절 때 담당이니 별 어려울게 없다.
딱딱하게 말라있는 표고는
팔팔 끓은 물에 설탕을 넣고 담가두면 좀 더 빨리 분다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집에서야 그럴 필요 없지만 시험장에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 편법이라고. 
불은 표고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줘야 함은 물론. 




 강사가 강조한 것은 기둥을 잘라낸 속에 두부와 고기를 섞은 소를 도톰해질 정도로 많이 넣지 말라는 것.
그러면 부칠 때 오그라들며 부풀어 올라 모양이 이쁘지 않게 된단다.
이는 감독관들에게 트집꺼리가 될 수도 있다고.
허나 먹기위해 부친다면 깡그리 무시할 권고다.




완성된 표고전.
내 맘에도 들고 강사도 칭찬한다.
맛? 느낌과 달리 별로다.
아무래도 고기소가 좀 두둑히 들어가야 맛의 균형이 맞을 듯 싶고
버섯의 물기를 꼭 짰더니 너무 퍽퍽하다.
 버섯에 십자 칼집은 내면 안되냐고 누군가 물으니 그건 일본식이란다. 





하나 맘에 걸린 건 이 쇠고기.
학원에서 실습용으로 쓰는 고기가 한우일리 만무할테고..
그저 싼 고기 사다 쓰는거라면 십중팔구 미국산일텐데..
 공짜로 줘도 먹고싶지 않은게 미국산이니..
앞으로 고기 쓸 일 많으니 적당할 때 원산지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

 



좀 이르지만 하우스 포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뭐니뭐니해도 지금 쏟아져나고 시작한 제철 과일은 자두다.
포도와 나란히 놓고 보니 색 대비감이 여간 이쁜게 아니다.





한 입 베어물자 단즙이 주루룩~!
맛 없는건 맛 없지만 맛 있는건 맛있다.
요건 맛있는 놈.
포도와 자두의 강렬한 색감을 잘 살려낸 디저트라면 정말 근사할 것 같은데..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7. 2. 21:02

왼쪽은 개량스푼이고 오른쪽은 개량컵이다.
어제 방산시장에서 각각 4천원씩 주고 구입했다.
시장의 한 좁은 골목길에 주욱 늘어선 각종 조리도구와 식재료들을 둘러보는 내내
 놀이동산에 놀러온 어린애 기분처럼 들뜨고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어른들의 신나는 장난감들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방산시장에 가기 전,
당산에 있는 한 요리학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참석했고
학원 강사는 개량스푼과 컵을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가져가야 할 것은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칼이 그렇고
행주와 앞치마도 포함돼 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매주 5일씩 4개월에 걸쳐 '호텔조리'라는 이름으로
요리스쿨이 진행되는데 며칠 전 수강을 등록했던 것.

이제야 말로
낯설고, 그리고 평생을 갈 기나긴 길에 본격적인 첫 발을 디뎠다고 봐야 하는건가?


적어도, 칼과 행주, 앞치마 따위를 가져오라는 강사의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요리란
사진으로 보여지는 화려함과 그 세계의 온갖 무용담들, 
그리고 누구누구의 명성들로 버무려진 추상의 영역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주와 앞치마가 풋내기의 오만함을 그렇게 꺾어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ㅋ


+++



바질은 잘 자라고 있다.
땅만 있으면 몇 평정도 가꾸고 싶은데 흙만 있다.




쁘레쩨몰로는 건강하지만 성장이 빠르지는 않다.
요리에 쓸 정도라면 적어도 아래처럼 풍성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파종량을 늘려야 할 모양이다.
해서 작은 화분들에 씨를 잔뜩 뿌려 싹이 트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씨앗은 이틀만에 발아가 되서 깜짝놀라고 있다. 




베로나에 머물 때 컵에 담아놓고 먹었던 쁘레쩨몰로.
파 썰듯이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 제 맛이 난다.




루꼴라도 쑥쑥 올라온다. 
못쓰는 김치통을 화분삼아 파종했던 것을 일일이 파내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저것들이 동시에 잎을 피워내면 샐러드 무쳐먹기에 부족함이 없겠지..ㅋ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6. 25. 23:49

자, 여기 지중해의 맛있는 대표요리, 토마토 파스타를 소개한다.
넓적한 냄비에 물과 소금 넣고 간간한 정도로 간을 맞추고 물이 끓으면 파스타 넣는다.  
알단테 알단테 하지만 개인적으로 심지가 남지 않을 정도로 알맞게 익혀낸 면을 좋아한다.
알단테일 때 꺼내서 소스와 버무리며 마저 익히면 딱 알맞게 익는다. 
팬에 기름 두르고 마늘 너댓 알 쪼개넣고 자글자글 튀겨준다.
타임이나 민트를 넣어 함께 튀기면 살짝 향이 감도는데 로즈마리는 향이 쎄서 좀 그렇다. 
깡통 토마토를 까서 부어준다. 
그리고 중불에 보글보글.. 



토마토 깡통.
미국산. 괜히 생기는 거부감은 어쩔수 없다.
시중에서 이탈리아산 깡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으니 아쉬운대로..


수확한 바질 잎과 쁘레쩨몰로.
모두 아직은 성장 초기지만 줄기가 그럴 뿐 잎은 요리에 써도 손색없을 만큼 알차다.
특히 바질이 그러한데 며칠 전 딴 잎을 씻어 통에 보관하다 드디어 오늘 꺼냈다.




바질, 토마토와 환상의 만남.
사진엔 없지만 빠르미쟈노가 없으니 대신에 그라나 빠다노 살짝 갈아 넣어주고..
소금으로 살짝 간 맞춰주고 설탕도 손가락 집히는 정도로 넣어준다.
그럼 새콤한 맛이 살아난다. 
여전히 혼자 감당키 힘든 일 가운데 하나는 요리하면서 사진 찍는거.




냄비에서 면을 꺼내 곧바로 투하, 볶아주면
바질이 면 사이를 누비며 특유의 향을 골고루 입혀주게 된다. 
한 줄기 뽑아 맛을 봐서 뭔가 부족하다 싶을 때 치즈 더 갈아 넣으면 부족분이 대부분 메워진다.





쁘레쩨몰로를 얹어 주는 것으로 토마토 파스타(La pasta di pomodoro) 마무리.
지극히 홈메이드스러운 소박한 모습.
요리시간 20분, 재료는
스파게티 편 / 마늘 / 기름 / 토마토 깡통 / 빠르미쟈노 치즈 / 바질 / 소금 / 끓는 물 / 기타 창의적 재료..




먹다보니 치즈맛이 조금 아쉬워서 마저 조금 더 갈아주고..
오랫만이어선지 맛있네 ^^

짜장면과 짬뽕 사이의 정신분열적 고민처럼 
파스타에도 어느새 토마토냐 크림이냐 같은 고민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ㅋㅋ
근데 잘한다는 시중의 파스타집 맛은 어떨지 점점 궁금해지는데 일간 방문해 봐야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6. 25. 18:15

블로그.. 그간 여기저기 거미줄 많이 쳐졌다. 귀국 후 사람들 만난다는 핑계로 관리를 게을리 한 탓도 있고 '이제 뭘 쓰나' 하며 마음을 못잡은 것도 있다.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제 더이상 그곳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는 점에서 지나간 옛이야기나 풀어내는 것이 괜한 궁상은 아닐까 하는
자기검열(?)도 발목을 잡았고..

그리고 도저히 어쩔수 없는 그것, 게으름.. 아무튼 바질은 나름 쑥쑥 커가고 있는데 종이컵에 담긴 그 모습을
이제는 갈아치워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Soo & Kim's salone의 식당을 열기위한
한국에서의 여정이 시작된 셈이니 그 여정의 자잘한 일들도 기록해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1년 훌쩍 떠났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 아니던가! 
(우리 스스로도 여전히 의심스러운 계획이지만..)

sss


 

바질(Basilco)는 제법 많이 자랐다. 지난 주에 인근 야산에 올라 모기에 뜯겨가며 붉은 마사토와 검은 낙엽토를 퍼와 섞은 뒤 스치로폼 박스에 옮겨심는 대대적인 분갈이를 했다. 규모로 보면
소꼽장난같은 일이지만 흙을 퍼담고 비율을 맞추고 햇살과 바람에 신경쓰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성장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가 무엇인지 몇 번씩 고민하는 과정 모두가
스스로에게 중요한 경험이자 정보일 수 밖에 없다.

바질의 경우 햇살을 굉장히 좋아해서 적어도 6시간 이상은 햇빛을 보게 해주라는데 집의 위치가 좋지 않아
하루 3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그래도 큰 탈 없이 자라고는 있으니 다행이다. 
떡잎을 내고 이후 본잎이 자란 뒤 새 잎들이 나오는데 처음 나온 본잎이 제법 커지면서
양분을 저 혼자 독차지하는 것 같아 과감히 '가지치기'를 해줬다. 
잎을 따내니 손에서 바질향이 진동한다. 슬쩍 물에 휘저어 한 잎 넣고 씹자 
진한 향이 가득 퍼진다. 음.. 역시.. ㅋㅋ



잎을 쳐낸 자리에는 새로운 잎이 그 두 배의 숫자로 나오니 아까워할 이유는 없다. 
이탈리아에서 바질은 제노베제(Genovese)와 나폴레따노(Napoletano)로 나눠지고
각각 제노바(Genova)와 나폴리(Napoli)에서 유래된 듯 싶은데 
일반적으로 파스타에 소스로 비벼먹는 바질 페스토는 제노베제로 만들어 맛이 감미롭다는 특징을 갖고
 나폴레따노는 맛이 강해 피자나 샐러드용 소스로 만든다고 한다. 
책에서 일러주는 내용이 이렇고 바질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식재료 풍토에선
뭐가 됐건 시중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반가울 듯 싶다. 참고로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사온
씨앗은 제노베제고 국내 종묘사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 역시 제노베제가 주류를 이루는 듯 싶다.
그리고 보니 몰타에선 나폴레따노를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여름에 쏟아져 나오는데 한움큼 쥐어지는 넉넉한 다발에 잎들이 무성히 붙어있고
개중에 봉오리 진 꽃도 붙어 있었다. 우리돈 3천원 가량을 주고 사와서 흐르는 물에 씻고
잎을 뭉쳐 단단히 잡은 뒤 칼로 얇게 저미고 다져주어 다진마늘, 다진 잣, 소금,
그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 담가내면
 싱그러운 향과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바질 페스토가 완성된다. 
바질 페스토는 스프링처럼 꼬불꼬불 꼬인 파스타인 푸실리(Fusilli)에 비벼먹으면
아주 맛있다. 
바질아, 네가 좋아하는 여름이 오는구나. 무럭무럭 자라거라. 


영 시원찮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쁘레쩨몰로(이탈리안 파슬리). 우리에게 파슬리라면 그저 요리의 조연,
그것도 먹지않는 장식용으로나 쓰인다.
생김새 탓에 컬리(Curly-오글오글, 꼬불꼬불) 파슬리라고 불리며 
좀 더 짙은 녹색에 쪼글거리는 잎이 제법 풍성해 보여서인지
요리를 맛이 아닌 눈으로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사실 서양요리에서도 컬리 파슬리는 식용보다는 장식이나 기타 다른 가공제품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는데
국내에 먹는 파슬리가 아닌 보는 파슬리가 대중화된 배경은 아무래도 패스트푸드를 중심으로 전파된
어설픈 서양요리의 태생적 한계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 볼 뿐.
아무튼 서양요리에선 파슬리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아서
해산물 요리에선 저게 없으면 요리가 안될 지경이고 후추처럼 모든 요리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과일안주에 낑겨나오는 컬리 파슬리와는 모양이 많이 다르다. 
잎도 가지런하고 모양도 제법 봐줄만 하다.
그렇다면 맛과 향에서 각기 모양이 다른 두 종류의 파슬리는 얼마나 다를까?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 데이터는 없다 ^^. 다만 요리해보고 먹어본 경험에서 보면
 사진에서 보는 이탈리안 파슬리가 조금 더 향과 풍미가 좋다. ('~인 것 같다'가 아님!!)
파슬리를 뭉쳐 움켜쥐고 도마위에서 사각사각 잘게 썰어보면
그 차이를 대번에 느낄 수 있는데, 
줄기에 수분이 많아 썰리는 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면서 향이 금방 올라오는 반면 
컬리 파슬리는 느낌이 둔하고 향도 떨어진다.
이탈리안 파슬리 역시 바질, 루꼴라(채소로 분류됨), 그외 여러 식용 허브와 더불어 시중에서 구하기
진짜 어려운 허브로 집에서 솜씨를 뽐내고 싶다면 직접 재배하는 수고 말고는 현재로선 없다.

3주째 생육이 멈춰있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분갈이중에 실뿌리가 제법 튼실히 뻗어가는
힘있는 광경을 믿고 잎줄기를 몽땅 잘라냈다. 
힘을 키워가는 하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거다.
튼실한 잎줄기가 쑥쑥 나올까?


모셔만 두고 있던 루꼴라를 며칠 전 파종했고 3일만에 저처럼 싹이 나왔다.
그 어느 것들 보다도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에 살짝 감동했다.

바질이나 쁘레쩨몰로가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이라면 루꼴라는 그 자체를
양과 맛으로 즐기는 채소 아니던가.
고소하다고 해야할까?
때론 매운 뒷맛을 남기지만 특유의 맛을 한 두 번 즐기다보면 어느새 중독되고 만다.
샐러드로 많이 먹고 피자나 파스타에도 듬뿍 얹어 먹는데 조화가 아주 좋다.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어느 식당에서 루꼴라 피자를 한 번 먹은 적 있는데
야박한 양에 아쉬웠다가 이탈리아에선 무슨 나물 먹듯이 젓가락으로 듬뿍듬뿍 집어가며 먹었었다.
저놈들 생육을 지켜본 뒤 성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제법 큰 화단을 꾸며
상추 키우듯이 해서 그때그때 수확해 먹으려고 한다.

이상의 것들은 지금이야 재미삼아, 실험삼아, 경험삼아 키워보고 있지만
식당 오픈을 앞두게 되면 그때는 별도의 공간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본격적인 재배에
돌입할 생각인데 마땅한 장소나 임자를 만날 수 있을런지 원..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6. 12. 18:46


바질 씨를 뿌린지 10여일 만에 싹이 나왔고 약 50여일이 지난 지금 이정도까지 성장했다. 생각보다 무척 더디지만 바질 특유의 탐스러운 잎의 꼴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으니 보는 것 만으로도 기특하고 입맛이 다셔진다. 며칠 전 동대문에 책을 사러 갔다가 마침 종묘상들이 가까워 쏟아져 나온 푸르딩딩 화분들을 구경하다가 '작은농장'이라는 이름의 종합영양제 한 포대(1kg)를 사왔다. 쉽게말해 비료. 개봉하니 암모니아 냄새가 팍 코를 찌른다. 비료냄새는 이전에도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데 냄새가 이랬던가 싶다. 보리쌀만한 알갱이 몇 개를 종이컵 화분에 툭툭 던져놓고 해도 쐬고 비도 맞히고 있다. 밤과 새벽에는 기온이 제법 쌀쌀한듯 해서 방에 들여놨었는데 '온실'에서 키우는게 꼭 좋은 것만 아닌듯 해 강하게 자라라고 그냥 밖에 내놓고 키우고 있다. 며칠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그랜 토리노>를 보다 영화의 감동과는 별개로 그의 집 마당에 바질이 군락을 이루며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어찌나 탐스럽던지.. 비결이 뭘까?.. 

월트 : 근데 넌 나중에 뭐가 될꺼냐?
타오 : 글쎄요.. 세일즈맨이요.
월트 : 내 큰아들이 세일즈맨이지.
타오 : 그래요?
월트 : 그래, 사기면허지. 나는 포드공장에서 50년을 일했지만 아들녀석은 일본차를 팔아.
타오 : 차도 만들어 보셨어요?
월트 : 그럼, 1972년에 그랜토리노 공정에서 조향파트를 맡았었지.
타오 : 오호.. 멋진데요.
월트 : 세일즈를 할꺼라고? 그럼 학교는 어쩔거냐?
타오 : 학교는 돈이 들잖아요.
월트 : 일을 하면 되지. 평생을 정원에서 잡초나 뽑으며 살 순 없잖냐.
타오 : 제가 무슨 직업을 가질 수 있겠어요?



만약 그 정원의 탐스러운 바질을 모두 타오가 키운거라면 그를 고용할 생각이 얼마든지 있다. 물론 돈을 많이 번 후의 얘기고 그렇다 한들 그가 고용될리도 없지만 ㅋㅋ. 아무튼 이 대화의 끝은 타오가 월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사장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는 거다. 이태리를 떠날 즈음, 거리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던 그랜 토리노 포스터, 이를  볼 때 마다 매그넘을 쏴대던 더티 해리가 어쩌다 이탈리아까지 왔을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본 이태리, 특히 토리노 사람들, 극장 나서면서 괜히 환불해달라고 떼쓰는 사람 없었나 모르겠다. 아무튼 더디지만 바질은 잘 자라고 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5. 14. 13:09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모종 화분에 고추 싹을 제법 키워놓고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도 이처럼 바질이나 파슬리를 모종 화분에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수퍼마켓 채소 코너에는 생 바질 잎만을 모아 포장 판매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입맛 내키면 언제든 구입해 요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에선 생 바질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돌아온 후 오며가며 대형매장을 들를 기회가 생기면 혹시나 싶어 바질을 뒤져보지만 병에 담긴 말린 바질잎 가루만 있지 생바질은 없다. 한국의 가정에서 파스타 해먹을 일이 얼마나 있겠으며 파스타에 생바질을 넣는 일은 또 얼마나 있겠나? 있는게 오히려 신기한 일일 수도. 아쉬운대로 말린 잎 가루를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생바질과는 그 향이나 맛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다. 설사 생 바질을 발견했다 해도 그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아 선뜻 구매하기가 주저스러워질 수도 있다.


카프레제. 뻬루자에 있을 때 즐겼는데 위에 부린 케이퍼는 취향따라 넣을 수도 안넣을 수도..


이탈리아 남부 깜빠냐주의 카프리에서 연유된 카프레제는 바질의 풍미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음식에 하나로 빨갛게 익은 토마토와 물소젖으로 만든 생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바질을 겹겹이 겹쳐 목구멍 칼칼하게 만드는 신선한 올리브유를 넉넉히 뿌린 뒤 한 입 넣으면 그 향긋함과 짙은 숲을 느끼게 하는 맛에 대번 사로잡히고 만다. 어느덧 한국에 들어온지도 한 달째(벌써 그리 됐다니..), 푸근한 장맛의 한을 모두 씻어내고 나자 이제 다시 그곳 요리들이 슬슬 그리워진다. 어디 바질 뿐이겠나? 이탈리아 어디어디 농가에서 만든 향 진한 올리브유와 빠르미쟈노 레쟈노 치즈, 한구석에 쌓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흡족했던 토마토 깡통들과 모든 해물요리의 대미를 상큼하게 장식해 줄 시칠리아산 레몬들..

얼마전 이탈리아에서 듬뿍 구입해 온 바질 씨를 작은 화분에 파종했고 4일만에 싹을 틔었다. 원예는 경험이 없지만 꾸준히 물주고 들여다보면 잘 자라주지 않을까? 성공한다면 무더위에 헉헉거릴 즈음 아마 바질 풍미 물씬 풍기는 요리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dalgonaa

며칠 전 수퍼에 오이를 사러 갔다가 잠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량으로만 판매하던 바질을 아욱 단 묶어 팔듯이 뭉텅이로 팔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렴해서 기존 가격에 비해 거의 1/4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으니 1유로도 아닌 단돈 65센트.(한국돈 1000원)

향기를 맡아보니 강한 허브향이 코를 찌르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혹시나 싶어 수퍼 점원을 잠시 붙잡고 바질이 맞냐고 물으니 맞단다. 그 얘길 듣고 바로 바구니에 담았다. 넓은 진열대에 고작 서너 단 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던 탓인데 이미 앞선 사람들이 싱싱한 놈들 위주로 먼저 쓸어간 것일 터. 가장 시원찮은 놈들이 남은 것임에도 싱싱하다.

이게 지난 주 화요일이었다. 냉장고에 넣어뒀더니 문을 열때 마다 바질향이 진동을 한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변국에서 수입해오는 몰타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정도인데 바질이 그 가운데 포함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날 접한 바질은 어쩐지 로컬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러니 가격도 쌌겠지.

바질은 잎을 먹는 허브다. 포동포동해 보이는 잎은 참 잘생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기에도 좋고 먹음직 스럽기도 하다. 따뜻한 기후조건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 풀이라는데 강한 향 탓에 우리의 전통 식단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바질은 각종 서양요리에 단골 향신료로 사용되며 말려서 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생 잎이다. 밀라노의 피자집을 가면 토마토 소스만 발라 석쇠에서 갓 구워낸 피자 위에 바질을 덥석 얹고 그 위에 올리브유를 빠른 손놀림으로 얇게, 그리고 넉넉히 뿌려준다. 미국식 피자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 시시함에 실망하거나 분통을 터뜨릴지 모르겠지만 단순함 속에 감춰진 깊은 맛을 아는 이들은 그 '시시함'에 환호한다.

바질을 손쉽게 즐기는 방법에 하나는 바질 페스토. 생잎을 뜯어 깨끗히 손질한 뒤 잣과 올리브유 듬뿍, 그리고 소금을 넣고 믹서에 갈아주면 쉽게 완성된다. 이놈을 알맞게 익힌 파스타에 비벼 먹으면 짭짤하고 부드러우면서 바질의 독특한 향과 잣의 고소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의 정통 이탈리아 식당이라면 이 메뉴가 있겠으나 웬만한 파스타집에선 좀 처럼 보기 힘든 메뉴 가운데 하나다.



>> 예전에 사먹었던 바질 페스토

몰타에 도착한 뒤 어느 날 수퍼에 들러 작은 병에 담겨 판매되는 바질 페스토를 한 병 사다가 푸실리에 비벼 먹은 적이 있다. 바질 특유의 향은 온데간데 없고 단지 짭짤함만 있어 여간 실망한게 아니었는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 지난 화요일이 제대로 찾아온 찬스였던 셈이다.

주말을 넘겨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낮에 수퍼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잔뜩 보고 배달을 부탁한 뒤 잣과 몇 가지 유제품만 챙겨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바질 페스토 만들기에 들어갔다. 사실 믹서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던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칼로 다져도 안될 건 없겠더라. 제이미 올리버가 사용하는 돌절구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마저도 없으니 뭐..

큰 잎들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쥔 뒤 끝부분 부터 조금씩 채를 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썰린 뒤에는 빠른 속도로 다져줬다. 이때 정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뭐 설명 안해도.. 어려울 줄 알았던 작업이 채 10분도 안돼 끝났다. 수북했던 잎들이 잘게 다져졌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10분 가량을 붙잡고 다져주니 뜻하지 않게 풀 비린내가 살짝 돌더라는 것.



>> 이번에 만들어 먹은 바질 페스토. 맛은 사먹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열무김치를 담가본 이들은 알겠지만 열무 잎을 소금에 절일 때 골고루 할 욕심에 너무 손으로 뒤적여 주면 잎에서 풀 비린내가 심하게 진동해 망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엄마들은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인다. 같은 원리가 아니었을까.. 심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좀 더 신속하게 끝내는 믹서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유리 병을 준비해 다진 잎을 넣고 올리브유를 듬뿍 붇고 소금도 넣었다. 잣도 같은 방법으로 곱게 다져준 뒤 넣고 숫가락으로 골고루 섞어주니 바질 페스토가 완성됐다. 올리브유와 바질의 궁합은 정말 근사하다.

푸실리가 없어 펜네를 삶을까 하다가 페투치니로 결정했다. 무슨 암호같지만 이놈들 모두 파스타 면의 종류일 뿐. (각각 나름의 특징과 기능이 있을텐데 이는 나중에..) 면을 삶아 건져낸 뒤 그릇에 담고 바질 페스토를 살짝 끼얹어 비벼먹으니 향이 물씬 풍기는 것이 좋다. 후추를 갈아 뿌리자 좀 더 풍미가 좋다.

뒤늦게 바질 페스토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마늘을 찧어 넣는다고 한다. 음.. 늦었지만 남은 페스토에 이놈을 넣어 먹어봐야겠다.



>> 잘 삶은 페투치니 위에 얹은 바질 페스토. 볼품 없어 보이지만 잘 비벼 먹으면 독특한 향과 함께 퍽 근사한 맛을 낸다. 여성들이 특히 좋아할 맛. 다음엔 저 면 위에 짜장을 얹어봐야겠다. 그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맛이겠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