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 해당되는 글 8건

  1. 2008.09.28 떠나는 발걸음에 대해서
  2. 2008.09.20 '경자'의 지중해식 카레라이스 2
  3. 2008.08.17 La vitta e vella! 3
  4. 2008.08.16 바람불어 좋은 날
  5. 2008.08.04 매혹의 빛깔, 코미노 2
  6. 2008.07.12 지중해에서 여름나기 2
  7. 2008.06.08 파워보트 영상
  8. 2008.05.29 국정파탄의 꿈 11

다음 주 화요일이면 떠나니 이제 이틀 정도 남았다. 끝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것을 시작하는 즈음에는 대단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면서 동시에 스트레스가 따른다. 갖고 있는 것들 가운데 버릴 것과 가져가야 할 것을 골라내는 작업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며 그렇게 나눠진 것들을 처리하는 문제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가져가야 할 것들을 모든 물리적 지식을 동원해 촘촘히 싸야하고 버려야 할 것들은 집앞 쓰레기 수거통에 던져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 효용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그 사이에 남는 것들, 가령 책이나 IDE방식의 부피 큰 외장하드 따위는 가져갈 수도, 버릴 수도 없는 애물인데 결국 이는 한국으로 보낸다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10kg 박스포장해서 보내는 가격을 우체국에 물어보니 우리돈으로 15만원, 그럼 고민은 다시 이어진다.

"그 돈이면 차라리 한국 가서 다시 구입해도 되지 않을까?"

뭐가 옳을지 그런 고민 따위로 인해 떠나는 즈음, 저녁의 석양을 좀 더 넉넉해진 마음으로 바라보거나 무심히 지나쳐온 일상들을 특별한 시선으로 응시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뜻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 글을 쓰는 가까운 친구 하나는 분명 이를 두고 '쯧쯧..' 혀를 차지 싶다. 뭔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온 천리길이지만 살아온 삶의 구차한 태도들을 여전히 버리지 못하는 이 습성은 언제쯤 아문 딱지 떨어지듯 사라져버릴지..


2달 간 김군을 가르쳐온 Sarah와 함께 점심식사를 했고 가깝게 지내온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한국음식을 나눠먹으며 석별의 정을 나눴다. 잔정 많은 루씨가 지난 주 떠난 카샤에 이어 눈물을 쏟으리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예기치않은 사건으로 곤란에 처했던 같은 학원의 친구가 마침 다소나마 일이 해결돼 떠나는 우리의 발걸음을 더 없이 가볍게 해줬다.

몰타에서 마지막 남은 문제는 공항으로 떠나기 전 집주인과 우리 간에 치뤄야 할 금전문제 뿐. 집주인에게 맡긴 한 달치 보증금을 못돌려 받는 경우가 있다는 흉흉한 소문이 있지만 우리에게 그런 재앙이 닥치진 않으리라 기대한다. 사용중 다리가 하나 부러진 의자와 아주 조금 벗겨진 거실 벽 페인트 자국이 걸리긴 하지만.. 일부 집주인들은 그런 사소한 것들을 트집잡아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원래 집을 계약할 땐 집주인과 함께 집 구석구석을 돌며 상태를 함께 점검하고 심지어 그릇수와 포크 수 까지 세는 것이 기본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집주인인 CASSAR씨가 덜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심증은 가지고 있는데 과연 어떨지.. 화요일 오전, 11시에 집으로 부동산과 CASSAR씨가 오기로 했다. 만나서 전기와 물 사용료를 지불하고 보증금을 돌려받은 뒤 빠이빠이하고 미리 불러놓은 택시를 타고 공항으로 떠나면 몰타의 공식적인 생활도 끝이다.   

한국을 출발할 때 우리가 덕지덕지 챙겼던 짐을 생각하면 참으로 끔찍하다. 무게도 무게지만 한 사람당 3개씩의 가방을 이고 졌으니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고 특히 이태리 로마 테르미니 역에 도착해선 우리를 표적삼은 눈빛들을 장난아니게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기가 한 번 닥치기도 했다.

우리를 마중나온 한인민박의 주인아저씨의 차에 짐을 싣고 올라타서 출발하려고 하니 갑자기 차 앞으로 한 청년이 다가와 본넷을 몇 번 두드리더니 타이어를 가리키는게 아닌가? 차에 무슨 문제가 생겼거니 생각했는데 그 순간 주인아저씨는 뒤를 돌아보곤 험한 표정으로 누군가에게 뭐라 한 마디 던지곤 시동을 걸어 곧 출발했다. 상황은 이랬다. 한 명이 차 앞에서 본넷을 두드리며 우리를 비롯한 드라이버의 시선을 잡아 끌면 다른 한 명은 그 소리에 맞춰 차의 뒷문을 열고 우리 짐을 털어가려 했던 것. 고도의 팀플레이였다. 다행히 민박집 아저씨는 차에 올라타자마자 모든 문에 Lock부터 걸어놔 불상사를 피할 수 있었다.

한 번의 위기는 피했지만 짐에 대한 관리가 이대로라면 안되겠다 싶어 어제 시내를 뒤져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캐리어 하나를 구입했다. 해서 가방 2개에 나눠담던 카메라와 노트북을 비롯 각종 장비들을 캐리어 하나에 담았다. 끌고 다니니 무겁지 않고 설사 누군가 들고 튄다해도 꽉 채우면 거진 20kg에 이르는 이 '쇳덩어리'를 들고 뛰기엔 무리지 싶다. 쫓아가 이단 옆차기로 옆구리를 갈기면 해결되지 않을까?  아무튼 캐리어는 참 잘 샀다 싶어 김군을 매우 흡족해하고 있다. 심지어 캐리어를 쓰다듬기도 한다!

일요일인 오늘은 이탈리아의 주재 영사관이 몰타로 날아와 우리를 비롯한 몇몇 한국교민과 함께 저녁을 먹을 예정이다. 이미 전에도 한 번 식사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때는 여러모로 마음의 여유가 없어 음식맛을 즐길 틈이 없었다. 영사를 만나는 이유는 앞서 살짝 얘기했듯이 곤란해진 학원 친구 문제때문. 

한국에서라면 별 일 없이 해결되겠건만 몰타에서 그 시간이 꽤나 오래걸린다. 오늘의 식사자리는 이후 일정을 어떻게 꾸려갈지를 모색하는 일종의 작전회의 자리다. 우리가 전반전을 뛰고 이태리로 떠나니 이제 후반전을 이끌어갈 팀을 새롭게 구성하고 전술을 꾸미는 것이 오늘 식사의 목적. 아무튼 여러모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 점은 그 친구나 우리나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만 그 친구가 곤란한 처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야 우리의 여정도 그만큼 자유로워질 것 같다. 그때 쯤 우리도 좀 더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어제는 스위스에서 반가운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강양의 같은 반 친구였던 에마와 율크가 10월 중순 경에 일주일 일정으로 우리를 스위스로 초대한 것. 이들은 우리를 초대하기에 앞서 이미 우리를 데리고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지 이미 계획을 모두 세워놨다고 한다. 동화책을 읽지도 않은 김군에겐 당연히 동화속의 세상도 아닌 스위스가 과연 어떤 느낌일지 여간 기대되는게 아니다. 강양도 모처럼 얼굴에 시종 웃음을 머금고 있어서 옆구리를 툭 건드리기만 해도 웃음이 터지고 있다.

"스위스 사람들은 뭐 먹고 살지? 퐁듀만 먹고 사나?"

지중해 식생활기행에서 느닷없는 스위스는 우리에겐 엄청 기분좋은 보너스다. 하긴 이미 유럽 이곳저곳에 뿌려놓은 '세포'가 많으니 비단 스위스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보너스'를 챙길 기회가 있으리라 야무진 기대를 해본다. 너무 속물스러운가? 아무렴 어때!

어제는 하루종일 비가 내렸고 공기도 제법 차서 이곳이 진정 몰타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늘 아침은 구름이 뭉텅뭉텅 끼었지만 아랑곳없이 해가 쨍하다. 여름 내내 몸서리친 해였지만 그래도 반갑다. 오늘은 그 햇살에 좀 더 시선을 주려고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런지는.. 그리고 마저 짐을 싸야겠다. 내일은 몰타에서 하루가 온전한 마지막 날. 많고 많은 맥주 가운데 제일 근사한 것을 하나 골라 파도의 묘기를 안주삼아 마냥 지중해를 품어야겠다.

Posted by dalgonaa

경자(敬子), 이를 일본 이름으로 바꿔내면 '게이코'가 된다. 경자는 일본 사람이다. 도쿄의 세타가야쿠라고 하는 제법 부자 동네에서 살며 또한 그곳의 한 약국에서 일한다고 한다. 그녀는 약사다. 작년에 서른을 넘겼고 다니던 약국을 용감하게 그만두고 거의 두 달 일정으로 몰타로 건너왔다. 차분한 사교성과 뒤로 빼지 않는 적극성, 그리고 제법 단단한 주량 등을 두루 갖춘 그녀는 그간 우리가 간간이 봐왔던 일본사람과는 좀 다른 면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우리가 그녀를 좋아하는 이유다.

며칠 전, 파파라치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에 가던 중 유카타를 차려입고 한 손에 초밥 봉지를 들고 길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게이코를 만나 깜짝 놀랐었다. 유카타를 챙겨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보게 될 줄은 몰랐던 것. 같은 동양권인 우리의 눈을 한눈에 사로잡았으니 다른 외국인들에게 비친 그녀의 모습은 또한 얼마나 매력적이었겠는가? 이날 그녀의 교실 친구들과 함께 선생집에서 작은 파티를 하러 가는 길이라고 했는데 후에 들어보니 사진 모델역할 하느라 진을 뺐다고 한다. 사실 그녀 또한 그것을 은근히 즐겼을 터.

이 날로 부터 대략 1주 전, 게이코가 우리에게 지중해식 카레라이스를 해주겠다며 집을 방문했다.



일본에서 손수 들고 온 고형 카레. 정말로 '지중해카레'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일본의 카레야 비록 자국 내에서긴 하지만 카레의 본고장인 인도 못지 않게 높은 인기를 구가하는 음식. 오뚜기 카레만 있는 우리와 달리 저렇듯 '지중해'라는 남다른 맛을 선언한 카레도 숱하게 존해하는 곳이 일본이니 이날 게이코의 지중해 카레에 기대가 모아진다.




카레만이 아니라 요리에 필요한 양파, 당근, 감자 그리고 고기도 손수 사왔다. 좀 더 사와도 되겠건만 딱 요리할 만큼의 분량만 사왔다. -.-; 




오자마자 큰 냄비부터 찾은 게이코. 준비해둔 냄비를 보여주니 안심하고는 서둘러 재료손질에 들어간다. 이날 식사는 사실 이미 전에 한 번 우리집에서 깐풍기를 대접한 적이 있어 그에 대한 게이코의 보답으로 마련된 자리였다. 이 카레 또한 게이코가 묵고 있는 호스트 패밀리를 위해 손수 요리해 대접할 요량으로 가져온 것이었는데 그보단 우리에게 대접하는 것이 훨씬 더 유익하겠다고 판단이 들었던 모양이다. 




당근을 썰어놓은 모습에 김군, 깜짝 놀랐다. 길쭉한 당근을 아주 정직하게 90도 각도로만 썰어온(그래서 언제나 동그란 모습) 김군이었는데 게이코는 전혀 다른 각도로 당근을 썰어낸 것. 단지 새로움에서만이 아니라 그 모양도 훨씬 예쁘다. 그리고 보니 어디선가 본 고급 카레에 든 채소가 바로 저런 모양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일본식 감탄사 "에~!"를 농삼아 연발하며 저 모습에 관심을 보이니 게이코는 "랑기리"라고 말한다. 다양한 썰기의 한 이름이겠는데 우리로 치면 어슷썰기 정도가 될려나? (허나 일본어를 구사하는 우리집 시니어 '지희'에 따르면 '그냥썰기'라는 멋없는 해석을 내려준다)




계란도 삶고..  우리나라의 경우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주 싸구려 계란에서부터 특별한 관리를 통해 생산한 계란, 그리고 유기농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란이 선보이지만 이곳 몰타 수퍼에선 오로지 딱 한 종류밖에는 취급을 안한다. 6알에 대략 1천원. 흰 계란이 처음엔 낯설었지만 지금은 익숙해졌다. 우리도 예전엔 흰 계란만 먹었었는데 갈색 계란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뭔지 갑자기 궁금해진다.

계란 품질을 가늠하는 기준 하나는 깨뜨려 보는 것인데 노란 자위가 바닥에 떨어지면서 터져버리면 그 계란을 낳은 닭은 가장 비윤리적인 관리하에 혹독한 상황에서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그런 계란 숱하게 봤다. 하지만 이곳 노른자는 거의 터지는 법이 없다. 사육의 관리가 제법 엄격한 탓이리라 감히 추측해보고..




돼지고기도 썬다. 생돼지고기를 사왔는데 요리를 마치고 먹어보니 아주 부드럽다. 정육코너에서 가장 부드러운 부위를 달라고 하자 줬다고 하는데 후에 우리도 같은 고기를 사다 먹으면서 주인에게 물어보니 안심이란다.




큰 냄비에 기름 살짝 두르고 썰어놓은 고기를 넣는다. 그녀의 솜씨가 결코 서툴지 않다. 냄비 옆에선 밥이 익어가고 있고 두 개의 불판은 놀고 있다. 왼쪽 아래 큰 불판은 고장났다.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3개 뿐. 오븐 기능도 되지만 코일을 달구는데 들어가는 전기량이 엄청나기 때문에 감히 사용할 엄두를 안낸다. 2달 전, 유류값 파동으로 전기료가 정확히 2배로 뛰었다. 한국에서라면 대규모 시위로도 모자랄 엄청난 '배짱정책'이겠지만 여긴 조용하다.




치지직 ~ 볶아주니 고기빛이 금새 변한다. 한눈에 보기에도 고기가 꽤나 야들야들해 보인다. 큼직하게 썰어넣은 폼이 무척이나 맘에 든다. 가끔 카레 요리에서 채소를 오종종하게 채치듯 해서 내는 사람들이 있는데 정말 싫다. 재료가 큼직큼직해야 재료 본연의 맛도 잘 살고 식감도 따로 놀지않아 좋다. 물론 보기에도 좋다.




당근과 감자, 양파를 마져 쓸어넣고 고기와 함께 달달달 볶아준다. 그리고 곧 물을 부어 채소가 자작하게 잠기도록 한다. 이렇게..




요리마다, 그리고 사람마다 저 마다의 관점과 기준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는 언제나 그렇듯 오랜 경험과 시행착오에서 비롯되는 것들인데 게이코도 그런 경험이 많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옆에서 물을 준비해 부어주겠다고 하니 그 물높이를 지적하는 폼이 신중하다. 물이 차오르는 것을 지켜보던 그녀는 어느 지점에서 '그만'을 분명히 외친다. 누구의 눈에는 좀 더 부어도, 좀 덜 부어도 될 물량이겠지만 그녀에겐 분명히 그녀만이 알고 있는 물높이가 있다.

그것이 없는 사람들은 요리하면서 말이 많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주변에 의견을 구한다. 처음에야 그것이 용납되겠지만 이후에도 그렇다면 이건 문제다. 주방의 군기가 쎄다는 이야기는 단지 칼과 불의 위험 때문만이 아니다. 자기 '예술'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고집을 확립하는 것은 요리하는 사람으로서, 적어도 남에게 자신의 음식을 대접하겠다는 사람으로써 꼭 갖춰야 할 자세이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한 남다른 고집을 지키는 음식점은 대체로 사람들로 인정을 받고 오래도록 살아 남으며 그들은 물높이에 대한 자신만의 엄격한 기준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나름 공들여 정리해낸 생각을 글로 마치고 다음 사진을 보니..  읔.. 민망함이 살짝.. 인스탄트 카레 덩어리라.. 그렇다고 게이코를 뭐라는 건 결코 아니다. 인스탄트라도 물높이는 언제나 중요하다. 라면 잘 끓이는 사람을 두고 그가 인스탄트 라면을 끓였다고 언제 손가락질 하던가 말이다. ^^    사진의 것 말고 하나가 더 있는데 두 개를 다 넣었다.




고형 카레를 넣고 대략 5분여를 풀어주고 한동안 뜸을 들이더니 게이코가 카메라쪽으로 몸을 휙 돌려 차렷자세를 취한 뒤 "오아리데스"라고 외친다. 끝났단다. 그 폼이 워낙 인상적이라 한 번 더 포즈를 취하게 한 뒤 사진을 찍었다. 따라서 이 사진은 연출된 사진. 하지만 그 상황은 같다.




이렇게 해서 지중해 카레가 만들어졌다. 색감은 얼핏 하이라이스를 연상케 하지만 맛은 카레다. 질척하지도 되직하지도 않게 딱 알맞게 요리됐다. 가끔 김군도 물량을 제대로 못맞춰 끓이다가 물을 더 붖거나 카레를 더 넣곤 하는데 게이코는 그런 실수없이 한 번에 완성해냈다. 그 공력이 놀랍다. 더불어 어수선함 없이 딱 필요한 행동만 취하면서 요리를 마쳤으니 주방의 모습은 별일 없었다는 듯 고요한 풍경이라 그 또한 놀랍다.





이번엔 우리차례. K-mart에서 미리 사다놓은 단무지를 꺼내 채친다. 카레라이스엔 깍두기나 김치, 또는 그밖의 아삭한 짱아치나 피클류가 제격이겠지만 없으니 단무지라도 있는 것이 어딘가? 그 존재감이 보석처럼 빛난다.




마늘과 파, 참기름과 고춧가루, 그리고 나름의 비법으로 식초를 살짝 뿌려 무쳐주니 단무지가 옥동자로 거듭난다. 서양음식에서 피클 말고는 아삭한 맛을 즐기는 음식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 식감에 길든 우리로선 해외 생활 오래되면 그 식감에 그리움이 사무쳐간다.




차려진 식탁. 보는 것 처럼 별 것 없이 카레에 달랑 단무지가 전부지만 나름 의미를 부여하면 한식과 일식이 공존하는 식탁이다. '닥꽝'도 일본서 유래된 것이라 치면 정통일식으로 봐도 무방하겠다. 엄마같은 손길로 손수 음식을 떠주는 게이코, 그 모습에 모두 흡족한 표정이다.





삶은 계란도 반 잘라 그릇에 내니 보는 즐거움이 더욱 커진다. 사실 게이코는 계란의 노른자가 반정도만 익기를 바랐다고 한다. 아무렴 어떤가?  고슬고슬 밥에 카레를 비벼 한 술 입으로 가져간다. 이 대목에서 우리집 시니어 '지희'의 표현을 고스란히 옮기면 이렇다.

"초콜렛 케익 먹는 것 같아요~"

우리로선 도무지 떠올릴 수 없는 맛이지만 초콜렛은 최상급 표현의 다름 아니니 그녀의 표현을 존중키로 한다.
초콜렛이 등장했으니 그럼 와인이 빠질 수 없다.




꼬부라진 병 주둥를 가진 독특한 모양의 와인 J.P CHENET. 프랑스산 로제 와인이다. 나머지 자세한 스펙은 자신없으니 통과.



멋진 만찬을 제공해준 게이코에게 감사를 전한다. 이후에도 게이코는 지금껏 만난 다른 어느 외국인보다 우리집을 자주 드나들었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그녀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됐다. 가령 그녀의 외할머니가 이북 출신의 한국인이라는 것 등등.. 이외에도 감추고 싶은 속내까지도 털털하게 이야기하는 그녀를 우리는 좀 더 오래도록 좋은 친구로 남겨두고 싶다. 내년 우리가 한국에 귀국하면 그녀는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Posted by dalgonaa

8월 23일이 더위가 물러간다는 처서(處暑)다. 처서 바로 전의 절기가 입추(立秋)니까 이것만으로 보자면 가을이 곧 코앞에 다가와 있는 셈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고온습한 무더위가 막바지 기승을 부리고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곳은? 지중해의 한 복판 몰타에는 오늘 아침 가을이 찾아왔다. 그야말로 한국의 전형적인 가을날씨다.

걷어차고 차던 이불을 새벽부터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눈 비비고 일어나 발코니에 서니 공기가 살짝 차갑게 느껴진다. 바람이라도 제법 세게 불라치면 피부에 살짝 소름이 돋는 수준이다. 매일 웃통을 벗고 지내던 김군은 아침에 티셔츠를 주어 입었고 함께 사는 여자들은 온수 보일러를 작동시켜 샤워물을 데피고 있다. 집안에서 들이키는 공기의 질감은 가을 어느날, 차례상을 준비하는 그 아침의 것을 쏙 빼닮아 있다.

아무래도 어제의 범상찮았던 바람이 몰고온 결과임에 틀림없다. 어제까지만도 바닷물에 들어가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면 오늘 아침 발코니서 바라보는 바닷물은 어제와 사뭇 달라 보인다. 살짝 발끝만 담가봐도 그 차가움이 온 몸을 얼릴 것 같다. (이건 좀 오바군..) 아무튼 더위도 8월이 절정이라고 얘기하는 이곳에서 그 8월의 딱 중간인 어제가 최고 절정이었다면 그 다음날인 오늘은 본격적인 내리막이라고 얘기해도 될 듯 싶은데 어제의 바람이 그만 과속을 저질렀다.  

이른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또 다른 표현으로 '독서의 계절'은 지금 이곳의 우리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 아닐까 싶다. 파란빛깔의 주인이 하늘이었는지 바다였는지 모르겠지만 이 둘은 서로를 닮아가듯 더욱 짙은 빛깔로 성숙돼 갈테고 몸이 움추러지니 벌서부터 열량 높은 음식이 그리워진다. 동생이 부쳐준 책도 선반 한 구석에 든든하게 쌓여있으니 재주껏, 양껏 음식을 요리해 먹으며 하늘과 책을 번갈아 쳐다보면 그것만으로 이곳에서의 시간은 충분히 가치있을 듯 싶다.

가을이 우리를 설레게 하는 점은 또 있는데 이곳 몰타를 떠나 이제 본격적인 지중해 기행에 들어간다는 점 때문이다. 터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욕심내면 북아프리카의 몇 나라까지.. 짊어지고 다녀야 할 짐이 많아 그게 맘 한 구석을 무겁게 하지만 어떻게든 머리를 쥐어짜면 방법이 나올테다. 가을은 생각하기에도 좋은 계절 아닌가!  오늘 아침, 가을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 가을이 느껴지는지.. 저 앞 야자수땜에 혼란스럽긴 하지만 발코니에서 서면 아침공기가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이 반가운 가을을 음악없이 맞을 순 없으니.. 고르고 고르다 선택한 음악, La vitta e vella. 가을이 있어 인생은 또한 아름답지 않은가!!


Posted by dalgonaa

모처럼 바람이 거세다. 평소 아래로 늘어져 있던 야자수 잎은 제 몸을 부러뜨릴 기세로 요란하게 요동치고 있고 옥상의 빨래들은 빨래집게 하나에 의지해 날아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럴 때 컴컴한 구름도 덮히고 비라도 뿌려주면 간만에 우울증에 젖어 지내볼텐데.. 그렇다면 이를 근사하게 장식해줄 점심으로 호박부침개를 할지, 아니면 수제비로 할지에 대한 진지한 궁리가 좀 더 즐거울 수 있겠건만 하늘은 석 달째 그렇듯 구름 한 점 없이 햇볕 쨍이다. 그 변함없음이 징글징글하다.

아침일찍 바다에 나가 수영이나 할까 하던 계획을 접고 그냥 거실에서 풍욕을 즐기고 있다. 비록 시원한 빗줄기는 없지만 초콜렛 빛으로 그을린 몸통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의 느낌은 여간 부드럽고 달콤한게 아니다. 같은 계절을 살아도 한국과는 전혀 다른 뽀송뽀송 메마른 공기가 만들어내는 감촉은 한국을 떠나기 전 꿈꿨던 지중해의 낭만이란 어쩌면 이런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지중해를 상징하는 태양과 푸른바다, 그 속에서 한 없이 낙천적으로 보이는 이곳 사람들의 기질은 바로 이 바람이 없다면 분명 불가능했을 테다. 바람은 나무도 흔들고 빨래도 흔들지만 사람 마음도 흔들어 놓는다.

Posted by dalgonaa

>> 봄베이 사파이어 JIN  / 사진출처 : 업로드 에러로 주소가 사라져 다시 찾고 있음.. (싸이 블로그에서 퍼왔는데 아무리 찾아도 블로그를 찾을 수가 없네. 댓글은 남겼으니 혹시 사진 주인께선 이곳에 오신다면 댓글 좀 남겨주시길..)

작년 이맘 무렵, 오랫동안 살사춤을 춰온 친구가 '홍대에서 최근 각광받는 술의 하나'라며 들고 온 것이 '봄베이 사파이어'였다. 투명한 Jin을 담아낸 연한 비취빛의 병 색깔이 유난히 곱게 느껴졌던 술로 맛도 깔끔해서 이후 진토닉과 함께 가끔 즐기곤 했다. 마침 그 빛깔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 처럼 맑고 깨끗하며 그 빛깔에 취해 정신을 놓게 만드는 곳이 이곳 몰타에도(이런 곳이 지구상에 몇 곳 있지..) 있다는 것을 알았고 드디어 어제 다녀왔으니.. 그곳은 바로 코미노(Komino)다.

섬나라 몰타는 총 3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가장 큰 것이 몰타, 두 번째가 고조, 그리고 이 두 섬 사이에 아주 조그맣게 떠있는 섬이 바로 코미노다. 거의 무인도에 가까운 작은 섬이면서 브래드 피트가 등장하는 영화 '트로이'가 촬영된 장소라는 독특한 이력도 갖고 있어 사람들에게 색다른 호기심을 자극하는 섬이기도 하지만 코미노의 매력은 역시 봄베이 사파이어의 병 빛깔처럼 매혹적인 물빛에 있다. 보라.



액체로 이뤄진 사파이어가 있다면 코미노는 그 주요 원산지의 하나가 아닐까?



그 값진 보석은 몸에 두르기 보다는 보석 자체에 몸을 내던져 온몸을 적시는 것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장식이자 보석을 만끽하는 방법일 터.

집에서 버스를 타고 골든베이를 지나 40분만에 도착한 Marfa Point. 이곳은 코미노는 물론 고조로 출발하는 대형 선박이 출항하는 중간 규모의 항구다. 코미노 행 페리 선착장에 다가가자  텅빈 주차장으로 인해 더욱 휑해 보이는 공간에 작은 매점만 있고 매표소는 없다. 바닷바람과 태양에 찌든 얼굴로 목에는 깁스를 한 50대가 다가와 "코미노?" 하고 묻곤 1인당 10유로(왕복요금)를 내란다.

함께 동행한 플랫의 시니어 지희가 살짝 콧소리를 섞어 깎아달라자 1유로를 깎아 9유로에 배를 탄다. 흥정이 된다는 얘기를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근데 꼭 여자가 흥정해야 깎아 준다고..

배는 50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소형이며 오전 9시부터 정시 간격으로 운행하는데 우리는 10시 배를 탔다. 20명 정도의 승객을 태우고 10시 좀 넘어서자 배가 출발했다.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상쾌했다. 이때 강양 왈 "여기 바람은 끈적임이 없네? 대개 바닷바람은 소금기를 머금어서 끈적이기 마련인데.." 아마도 이는 습하지 않은 지중해 기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일 테다.



이날의 가장 큰 실수는 김군이 챙긴 Video Camera의 테이프가 전에 파워보트를 담은 테이프였다는 점. 이날의 기록은 결국 미놀타 카메라의 몫으로만 남고 말았다. (강양으로부터 '꾸사리' 엄청 먹고..)



약 15분의 짧은 항해를 마치고 배는 코미노, 정확히는 블루 라군(Blue Lagoon)에 도착했다. 물 빛깔에 모두들 시선을 떼지 못한다. Blue Lagoon은 '푸른 산호초'라는 뜻으로 애초 이곳이 산호 군락지였음을 말해준다. 따라서 바다 바닥은 모래가 아닌 새하얀 산호 가루. 산호가루는 모래보다 거칠고 굵은 탓에 먼지를 일으키지 않아 시야감이 훌륭한데 푸른 빛깔의 비밀이 바로 거기에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럼 지금은 산호가 없는건가? 우리로선 알 수 없다. 다만 집근처 스킨스쿠버 클럽에선 코미노 스쿠버 투어와 강습생을 모집하는걸로 봐서 그래도 일부 산호가 섬 어딘가에 자라고 있지 않을가 추측할 뿐. 그러나 지금 그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



살짝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 어디서 바라봐도 물 빛깔은 매혹적이다. 파라솔이 끝나는 모서리 지점이 승객들이 내리는 선착장. 이미 도착한 사람들 가운데에는 우리처럼 버스와 배를 갈아 타가며 온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는 자신의 보트나 요트, 또는 슬리에마, 발레타 등에서 출발하는 전세 여객선이나 보트를 타고 온 사람들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파라솔과 비치의자는 모두 유료이며 각각 5유로의 요금을 받는다. 저 뒤로 보이는 큰 섬이 고조다.

물 속에 몸을 담그자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물이 차다. 그간 물놀이를 즐겨온 클럽비치나 집근처 수퍼마켓 앞 바닷물의 수온과 확실히 구별됐다. 내리 꽂히는 뜨거운 태양을 피해 있기에는 이만한 곳도 없을 듯 싶었다. 실제로 그늘 하나 없는 바닥에 앉아 있다보면 몸은 금방 달궈졌고 이를 식힐 방법은 바닷물 속으로 뛰어드는 것 말고는 달리 없다. 그러니 기꺼운 마음으로..^^



하지만 이곳이라고 결코 모든 것이 매혹적이지는 않다. 먼 옛날 화산 폭발로 생겨난 섬인 탓에 용암이 물과 만나 갑자기 식어버린 접경은 단단하고 날카로운 현무암으로 가득 덮혀있다. 슬리퍼 없이 오갈 경우 발바닥에 전해지는 압력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온몸에 힘을 주고 균형을 잡으며 걸어야 한다.
(아래 오른쪽 위 사진)

쉴 곳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 이미 '업자'들이 비치의자를 깔아 점령해놓은 곳(그나마도 매우 협소)을 피해 자리를 잡다보면 결국 경사진 울퉁불퉁 현무암 바위에 자리를 잡고 눕는 수 밖에는 없다. 물론 그늘 한 점 없다. 그럼에도 서양 친구들은 따가운 햇살을 기꺼이 즐긴다. 우리로선 도무지 엄두가 안나는 일이지만.. 우리는 우산 3개를 준비해 왔고 하나씩 펴든 뒤 첫 번째 사진의 누워있는 언니들 옆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매점의 가격은 한국과 달리 바가지 상혼은 심하지 않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미 볶음밥, 사과, 맥주, 과자를 다 싸들고 온 덕에 안사먹어봐서 가격은 모르겠다.



집에 돌아갈 시간. 6시가 마지막 귀환선이지만 역시 사람들은 5시 귀환선을 타기 위해 대거 몰려들었다. 과연 한 배에 이 모든 사람들이 다 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6시 배로 밀려버리면 어중간한 그 사이를 오로지 태양과 마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끔찍했다. 선착장을 가득 메운 이들 역시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페리사는 주말의 승객운송패턴을 이미 잘 알고 있었다. 2대의 페리를 준비해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태운 것. 그 센스에 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배는 사람들로 빈틈없이 채워졌고 우리는 배의 지붕으로 이어진 작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가장 전망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시동이 걸리고 어지러운 요트 사이를 뚫고 배가 나아갔다. 수평선을 향해 기울고 있는 태양은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햇살을 쏟아냈고 피부에 와닿는 따가움은 속도를 더할 수록 세차지는 바람이 식혀줬다. 그런데 갑자기 승무원이 올라와 "배가 기울었으니 반대편쪽으로 앉아달라"고 한 마디 하고는 내려가는게 아닌가? 혹시나 우리를 끌어내리려는건 아닌가 순간 긴장했었는데.. 다시 한번 속으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우린 서둘러 반대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페리는 올 때와 달리 갈 때엔 서비스로 코미노 섬의 절경을 잠시 감상할 기회를 준다(그들에게 보내는 마지막 박수)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흔들리는 배 위에서 올려다보는 절경은 그런대로 볼만 하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 해저 화산의 폭발로 만들어진 기이한 조각품들, 오랜 세월 물과 바람으로 다듬어낸 표면, 그 밑에 펼쳐진 눈부신 바다와 비경에 환호하는 매혹적인 지중해의 여성, 이 모든 것이 우리들을 일상으로부터 뛰쳐나오게 만드는, 기꺼이 받아들일 유혹이 아닐런지..


 


그가운데서도  우리에게 환호를 선사하며 일상의 탈출을 도모케하는 진정한 유혹은 바로 아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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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몬 한 조각 띄운 봄베이 JIN 한 잔과 더불어..

Posted by dalgonaa

한낮 기온이 40도 가까이 치솟는 날씨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지중해의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의 주인공은 단연 태양. 그야말로 햇살 자체가 화살촉이 되어 피부에 따갑게 내리꽂힌다. 이를 필사적으로 막기 위해 사람들, 특히 아이들은 피부가 허얘지도록 선크림을 바른다. 그리고 잠시 그늘에 앉아 맥주와 샌드위치를 번갈아 먹어가며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에 머릿결을 말린다.
 
먼 옛날, 대륙이 쪼개지면서 대서양의 물길이 쏟아져 들어와 채워진 곳 지중해. 한국의 갑갑한 이들이여, 당시의 경이로움을 떠올리면서 사진으로나마 지중해의 낭만을 즐기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별 다섯개 붙은 'CORINTHIA MARINA HOTEL'에서 운영하는 시설이지만 학원측과 이미 얘기가 되서 학생증만 있으면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 돈내고 들어오면 7유로, 우리돈으로 1만원이다.



>> 강양과 김군은 저기 어딘가에 늘 자리를 잡고..



>> 그늘 아래 선베드에 누워 바다를 바라보는 기분은 가히 환상적이라 아니할 수 없는데 저 털북숭이 아저씨도 그 정취에 젖어있는게 아닐까 하는..



>> 바닷물이 짜면 몇 계단 올라와 밍밍한 풀장에서 소금끼를 씻어내고..



>> 입맛이 싱거워지면 다시 바닷물 속으로 다이빙 해주고.. 살짝 쫄아서 배치기로 입수하기 직전의 모습.. 아프다.

 

>> 요 며칠 비치에서 만난 게이의 집요한 유혹을 피하느라 신경을 곤두세웠던 Dune이라는 이름의 네덜란드 친구도 한 컷.



>> 인근의 GEORGE BAY는 언제나 그렇듯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바다로 뛰어들만한 모든 장소에는 사람들로 붐비니 땀난다 싶으면 언제든 풍덩..



>> 우리집과 가까운 MERDIAN HOTEL에서 운영하는 풀장에는 수구 선수들이 한창 훈련중이다. 가끔 경기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늘 장봐오는 길에 마주칠 뿐만 아니라 장바구니에 담긴 우유나 특히 냉동식품의 변질을 우려해 눈맛만 다시고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지중해의 태양은 한국에서 접하던 태양과 조금 달라서 정말 뜨거우면서도 따갑다. 그것을 두려워 했던 고대 사람들은 그래서 태양을 신성시하고 두려워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 아무튼 저 지구 반대편에서 온 이방인에게 지중해와 태양은 기억속에 깊게 새겨놓을 만한 매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Posted by dalgonaa



어제 구경 다녀온 파워보트 경기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HDV로 감상하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Posted by dalgonaa

 김군이 모처럼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자 '난리'가 났단다. 짐작은 하면서도 뭣때문이냐라고 여쭈니 김군 어머니 왈 "고기" 라고 퉁명스레 외친다. MSN에 잠깐 들어가보니 후배가 로그인돼 있다. "바쁘냐?"고 슬쩍 묻자 "죽을 맛이에요, 미친놈들 쇠고기 고시는 왜 해가지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후배는 언론사 편집국에서 일한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고기때문에 정치적 위기를 맞는 것도 웃기고 한심스럽지만 살짝 기대되 것은 이것이 과연 국정 파탄으로 이어지지는 도화선이 될까 하는 점이다.

하루 빨리 국정이 파탄나고 이를 수습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 국정을 새롭게 이끌어 가는 것이 앞으로 예견되는 각종 재앙을 줄이거나 피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과연 그것은 가능할까? 심상정 같은 이가 그 바톤을 이어받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쩝, 가까운 지중해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좋은 오후다.



>> 바람에 살랑이는 커튼을 보라. 시원하다. 때론 매섭게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발코니 문을 쾅 닫기도 해서 의자를 가로질러 놨다. 의자에 앉으면 저 멀리 지중해가 쫙~!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