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09.04.02 새로운 숙소의 시작 3
  2. 2009.03.26 오랫만에 한상 가득. 9
  3. 2009.03.25 새로운 숙소 외.. 14
  4. 2009.03.19 아프리카, 갈 수 있을까?
  5. 2009.02.21 입이 호사로운 볼로냐 생활 3
아침, 전날 미리 예약해놓은 택시가 9시 15분에 딱 맞춰 도착했고 10일간 머문 베로나 숙소를 떠났다. 기차가 엉켜 볼로냐에 1시 30분에 도착. 앞으로 2주간 머물 새로운 숙소에 짐을 풀었다. 햇살을 한가득 담아내는 넓은 발코니, 혹은 옥상 마당을 가진 집. 홀로 사는 모든 여자들이라면 홀딱 반할 작고 이쁜 집. 뻬루자로 내려가기 전에 일찍 이런 집을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해내게 하는 집이다. 가격도 따지고 보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고. 몰타에서 함께 술 많이 마셨던 타군도 런던에서 비행기타고 이곳에 왔다. 타군이 떠나는 일요일까지 함께 비니 이탈리을 부지런히 돌아다닐 듯. 볼로냐 역에서 타군을 마중한 뒤 집으로 오기 전 수퍼에 들러 맥주를 사는데 진열장에서 어슬렁 거리는 우리에게 타군, 아주 당연하다는 듯이 "저쪽에 박스 쌓여 있어요" 한다. 타군이 여전한건지 우리가 변한건지..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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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양이 볼로냐의 집을 둘러보고 딱 저녁먹을 시간에 돌아왔다. 베로나는 오후들어 살짝 쌀쌀했는데 볼로냐는 봄기운 완연에 햇살 짱짱해 속으로 '역시 볼로냐!'라는 탄성을 내내 지르며 돌아다녔다고. 특히 볼로냐에 머무는 동안 언제든 들락거릴 수 있는 EATLY(이틀리-지역생산물 판매 중심의 샾으로 식당, BAR, 서점을 갖춘 복합공간)의 발견으로 비행기 타기 전까지 볼로냐의 훌륭한 놀이터가 될 수 있겠다며 살짝 들떠있다. 이틀리.. 이름 참 잘 지었다. 2주간 머물 집은 건물 꼭대기층으로 작지만 독특한 구조고 햇살 만빵으로 받아내는 티테이블이 놓인 작은 발코니도 갖추고 있단다. 소파베드가 총 3개가 있어 3명이 지내는데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주인 아줌마와 지금 현재 그집에 묵고 있는 40대 여자가 번갈아가며 말들을 쏟아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특히 지금 묵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 강양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고 시시콜콜 설명하고 했다는데 왜 아니겠나? 이탈리안데..

"여기 소파베드가 3개가 있지. 두 개를 붙여놓으니까 더불이 되고 남는 하나는 싱글이 되지. 난 기분에 따라서 하루는 더블, 하루는 싱글, 왔다갔다 해"

250GB 하드로 편집을 하기는 역시 무리다. 결국 어제 처음에 캡쳐받은 영상들 가운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어정쩡한 영상들을 싹 지워내고 140GB로 확보된 빈 공간에 가편에서 걸러진 OK장면 위주로 다시 캡쳐를 받았다.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둥둥 떠다니던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그제서야 좀 걷히고 하나씩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 탄력을 쭉 이어가야 한다. 볼로냐로 떠나기 전까지 달려!!

집보느라, 캡쳐받느라 애쓴 두 입맛을 위해 남은 생선을 요리했다. 현재 물 오르고 있는(^^) 김군 솜씨에 있어 한식부분 최강의 생선요리는 생강푼 간장에 절여 구운 흑도미와 소금절인 고등어를 고춧가루 살짝 뿌려 찜기에 쪄내는 자반찜이지만 레몬 한 망태가 냉장고에 굴러다니고 있으니 오늘은 흑도미 구이다. 요리방법은 간단하지만 이게 오븐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특히 오븐이 있으면 맛에 있어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조림에선 밥반찬으로 그만인 무를 얻을 수 있고 구이에선 고소한 생선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무 하나 보고 조림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먼저 생선과 무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붇고 간장을 짭짤할 정도로 섞은 뒤 다시마, 마늘, 양파, 생강조금, 후추, 청주(없으면 소주, 그것도 없으면 말고)를 뿌려넣고 재워둔다. 여기서 맛의 포인트는 생강으로 요리할 때 간장 품에서 피어오르는 생강향은 곧바로 술을 찾게 되니 주의할 것.

한 30분 끓이면 생선이 익고 국물에도 맛이 배고 무도 절반 정도 익는다. 이때 생선만 부서지지 않게 따로 낸 뒤 곧바로 달궈진 오븐에 투입. (철망에 기름 살짝 바르고 생선을 얹어 구어야 나중에 들러붙지 않더라는) 조림국물은 계속 끓이면서 무를 익혀주면 되고 이때 한 국자 정도 국물을 따로 건져내 자글자글 구워지는 생선살에 뿌려주면 더욱 좋다. 15분~20분 정도면 생선껍질이 바삭하게 익어질 정도로 익으니 꺼내서 접시에 담고 레몬을 취향대로 잘라 장식하면 그만. 파슬리를 생선 위에 뿌려도 좋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살점은 젓가락질을 즐겁게 하고 포실한 살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따라 올라오는 생강향은 고급 일식집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엔 청주나 사케, 화이트와인이 벗이다. 생선 한 면은 그렇게 살을 발라먹은 뒤 생선을 뒤집기 전에 먼저 작은 종지그릇에 조림국물을 한 국자 떠넣는다. 그리고 레몬 한 조각 짜넣고 파슬리, 혹은 고수를 살짝 다져 넣어 젓가락으로 휙 섞어주면 맛의 여정은 순식간에 일본에서 태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생선 한 점 떠서 이 소스에 적셔 먹으면 또 다른 마력을 느낄 수 있으니.. 허허 술 더 사와야겠네.

저 가운데 초점맞은 곳이 애간장을 태운다.


김을 넣은 계란말이.


무 조림. 앞에 보이는 흰 채소는 이탈리아에서 생선요리에 종종 곁들어 먹는 것으로 이름은 모르겠고 맛은 쓴데 무와 양파로 달달해진 국물이 저놈으로 인해 다시 써졌다. 허나 그것대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리식 김치, 양배추 무침


밥짓는 실력은 이제 고수. 쫀쫀하다.


 이탈리아에서 즐기는 소박한 가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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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자로 지금 묵고 있는 데이빗 숙소를 나와야하기 때문에 귀국 전 까지 지낼 숙소를 알아보는 것이 비행기 티켓 예약과 더불어 중요한 과제였다. 4월 2일부터 베로나 피에리(Fieri-전시장)에서 시작되는 이탈리아 최대 와인 축제, 비니 이탈리 행사로 인해 이미 베로나의 모든 숙소는 예약이 끝난 상황. 데이빗 말로는 베네치아로 가는 길목의 비첸자와 밀라노 방향의 브레시아, 남쪽의 만토바와 북쪽 가르다 호수를 끼고있는 바르돌리노까지, 반경 100km 이내의 숙소가 이미 모두 동났을 것이라며 겁을 준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와인을 빚는 장인들이 트럭째 몰고 대거 상경함은 물론 세계 각국의 소믈리에와 바이어, 관광객들이 몰려오니 그럴 법도 하다.

해서 우리가 선택한 곳은 역시 볼로냐. 베로나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고 다행히 특급열차보단 지역선이 주로 운행돼 기차요금이 저렴하다. 거기에 이미 지난 경험을 통해 볼로냐 숙소에 대한 제법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으니 좀 더 뒤지면 물건을 만날 수 있을테다. 우리가 묵으려는 숙소는 셀프케이터링 숙소라고 해서 데이빗 숙소가 딱 그런 곳인데 키친과 화장실과 침대를 모두 갖추고 있는 원룸식의 숙소다. 좋은 위치와 전망을 가진 곳은 호텔보다 월등히 비싸기도 하지만 대개 호텔보다 저렴하고 무엇보다 요리를 해먹을 수 있으니 길거리 피자나 비싼 식당을 이용해야 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국 어제 한 두 군데 숙소와 연락을 마쳤고 오늘은 아침 일찍 강양이 볼로냐를 향해 출발했다. 집 보러. (김군은 편집질..)

마침 그 숙소도 4월 1일부터 방이 빈다고 하니 박자가 딱딱 맞는다. 볼로냐 첸뜨로 내에 있어 접근성도 좋고 떠나기 전까지 볼로냐의 회랑길에 흠뻑 취해있다 갈 수 있음은 물론 비니 이탈리 기간 동안 베로나를 오가며 매일 와인에도 취해있을 테니 떠나는 즈음, 봄이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기분좋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단, 집이 괜찮아야 할텐데..

한 가지 소식 더. 어제부로 비행기 티케팅의 고민을 끝냈다. 4월 15일, 볼로냐 출발, 프랑크푸르트 경유, 인천공항으로 연결되는 루프트한자를 끊은 것. 한국시각 16일 오전 11시 30분에 도착할 예정이다. 그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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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 온종일 인터넷을 붙잡고 볼로냐의 숙박정보(취사가 가능한 숙소)를 뒤졌으나 결국 마땅한 방을 찾는데 실패했다. 관광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볼로냐는 피렌체나 베네치아, 심지어 베로나의 인기에도 못미치는 도시지만 이곳의 숙박비는 이 모든 곳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비싸다. 우리가 베로나에 머물 때 묵었던 숙소의 경우 첸뜨로(시내 한복판)와 가깝고 주방, 화장실 모두 갖춘 원룸으로 한달에 900유로였는데(이것도 비싸지..) 볼로냐는 이보다 좀 더 작은 원룸이 2,000유로에 근접한다. 더블이다. 가난한(?) 대학생들로 바글거리는 이 도시가 비싼 이유는 대체 뭔지 원..

해서 볼로냐에 최대한 가깝게 접근하자는 생각에 인근의 모데나(MODENA)와 페라라(FERRARA)를 뒤져봤지만 이 역시 실패. 해서 북쪽으로 좀 더 올라가니 처음에 도착했던 베로나여서 결국 그곳에 다시 방을 잡기로 했고 두 달간 머물렀던 데이빗 숙소에 이번 주말에 들어가기로 했다. 데이빗 꽤나 반가워하는 눈치. 왜 아니겠어? 돈이 오는데.. 허나 문제는 내달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은 그 방이 사전에 예약이 돼 있는 관계로 다시 짐을 싸서 나와야 하는 상황. 오히려 잘됐다 싶다. 그렇다면 그 전까지 지금의 작업을 최대한 마무리 짓고 무거운 짐은 엘리자베타나 볼로냐 경준의 집에 좀 맡긴 뒤 떠나기 전 까지 그렇게 가고 싶었던 이탈리아 남부를 집중 돌아다니거지. 뿔리아, 시칠리아. 허나 과연 이달 안에 작업을 마칠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들은 얘기지만 북부의 일부 깍쟁이들은 남부에서 온 사람들을 두고 '아프리카에서 왔다'고 놀린다나.. 그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게다가 봄이잖아!
Posted by dalgonaa


볼로냐 두오모 맞은 편의 어느 길. 저 뒤로 두에또리(Due Torri-두 개의 탑)이 보인다.

볼로냐 삼일째, 숙소를 옮겼다. 하루 79유로(15만원)의 살인적인 가격을(사실 이탈리아, 또는 유럽 어딜가나 호텔은 이 가격 안팎이다) 견디기 어려웠기 때문. 해서 볼로냐 도착 첫날, 레스토랑 사람들을 만난 뒤 오후에 길을 나서 좀 더 저렴하게 머물 호텔을 2시간 가량 찾아 헤맸고 결국 문열고 나서면 볼로냐의 상징이라 할 두에또리를 바로 코앞에 둔 위치에 하루 60유로짜리 호텔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레스토랑과도 걸어서 불과 10분이 안걸리는 가까운 거리다. 가정집을 소박한 호텔로 개조한 곳인데 호텔 한 켠에 주인이 거주하는 방이 있는 걸로 보아 가족이 운영하는 호텔인듯 싶다. 민박집같은 정서가 느껴져 좋고 무엇보다 무선인터넷이 공짜고 방이 넓다. 다만 60유로의 방은 화장실이 딸려있지 않아 복도에 있는 것을 사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지만 슬쩍 둘러보니 투숙객이 거의 없는 듯 싶어 그냥 우리것처럼 쓰면 되지 싶다.


수쉐프(부주방장) 에리코가 '많은 편은 아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주문표를 펼쳐보이고 있다.

취재 이틀째를 맞는 마르코 파가디 비스트로는 자정이면 문을 닫지만 손님이 밀려드는 금요일과 토요일의 경우 2시가 넘어서야 영업이 끝난다. 어제 금요일도 그랬다. 마르코의 프랑스인 부인과 주말에만 고용하는 웨이터가 가세했고 주방안은 밀려들어오는 주문을 쳐내느라 정신없이 움직였다. 주방은 이태리어와 영어, 프랑스어, 그리고 한국어가 뒤섞여 벅적대는 가운데 이태리 파스타, 프랑스 프와그라, 영국식 피쉬앤칩스와 일본식 초밥이 정확한 손맛과 타이밍으로 만들어져 홀로 분주하게 날라졌다. 몸으로 하는 모는 분야의 일이 그렇겠지만 요리사라는 직업도 어느정도 몸이 익숙해지면 그때분턴 리듬을 타고 움직이기 마련이다. 그리고 주변 동료들과 손발을 맞추는 시간이 지나면 그때부턴 1개 대대의 주문이 들어와도 물 흐르듯한 리듬으로 모든 것을 감당해낼 수 있게 된다. 요리사로 가는 과정에서 대개 거치는 견습생의 시간이란 어쩌면 레시피나 기술은 둘째 문제고 바로 그런 리듬을 탈 수 있는 감이 있는가 없는가를 확인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진하고 뜨끈한 육수에 담가 먹는 또르뗄리니.  

주방에서 이들과 섞여 있다보면 자연스레 이것저것 맛보게된다. 샴페인, 라비올리, 프와그라, 피시앤칩스, 디저트 등은 물론이고 이들과 함께 먹는 점심과 저녁은 그 자체로 값비싼 식사다. 점심은 쁘리미(파스타) 담당의 가에따노가 준비하고 저녁은 세꼰도(육류와 생선) 담당의 에리코가 준비하는데 어제는 사진에서 보는 것들이 등장. 간만의 촬영이 빡쎄서 힘들지만 맛의 지평을 넓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니 호강이 아닐 수 없다.  

샤프란 리조또

사과쨈, 푸와그라, 감자튀김, 그리고 소금 살짝

종이 고깔에 담아내는 피시앤칩스. 소스는 토마토 베이스.

아르헨티나산 새우를 얹은 라비올리. 거품은.. 이름 까먹었음..

5리터 분량의 와인을 냄비 바닥이 비칠 정도의 양으로 졸여낸 소스.

어제 요리사들의 점심식사 리가또니.

어제의 저녁식사 숭어구이

점심식사 모습. 가에따노가 가장 자신있어 하고 좋아하는 파스타는 살시치아(갈을 고기로 속을 채운 일종의 소시지)가 들어간 파스타인데 이태리를 떠나게 되면 그 맛을 떨쳐버리기 힘들 것 같아 최근에 살시치아 장인을 만나 그 레피시를 익혔다고 한다. 그 비법은 아무에게도 안가르쳐줄꺼라는데 다만 자신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인사라도 남겨주는 사람에 한해서는 살짝 레시피를 알려주겠다고.. ㅋㅋ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