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강양이 볼로냐의 집을 둘러보고 딱 저녁먹을 시간에 돌아왔다. 베로나는 오후들어 살짝 쌀쌀했는데 볼로냐는 봄기운 완연에 햇살 짱짱해 속으로 '역시 볼로냐!'라는 탄성을 내내 지르며 돌아다녔다고. 특히 볼로냐에 머무는 동안 언제든 들락거릴 수 있는 EATLY(이틀리-지역생산물 판매 중심의 샾으로 식당, BAR, 서점을 갖춘 복합공간)의 발견으로 비행기 타기 전까지 볼로냐의 훌륭한 놀이터가 될 수 있겠다며 살짝 들떠있다. 이틀리.. 이름 참 잘 지었다. 2주간 머물 집은 건물 꼭대기층으로 작지만 독특한 구조고 햇살 만빵으로 받아내는 티테이블이 놓인 작은 발코니도 갖추고 있단다. 소파베드가 총 3개가 있어 3명이 지내는데 문제가 없다고 힘주어 말하는 주인 아줌마와 지금 현재 그집에 묵고 있는 40대 여자가 번갈아가며 말들을 쏟아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특히 지금 묵고 있는 여자가 영어를 좀 할 줄 알아 강양에게 이것저것 말을 걸고 시시콜콜 설명하고 했다는데 왜 아니겠나? 이탈리안데..

"여기 소파베드가 3개가 있지. 두 개를 붙여놓으니까 더불이 되고 남는 하나는 싱글이 되지. 난 기분에 따라서 하루는 더블, 하루는 싱글, 왔다갔다 해"

250GB 하드로 편집을 하기는 역시 무리다. 결국 어제 처음에 캡쳐받은 영상들 가운데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어정쩡한 영상들을 싹 지워내고 140GB로 확보된 빈 공간에 가편에서 걸러진 OK장면 위주로 다시 캡쳐를 받았다. 머릿속에서 어지럽게 둥둥 떠다니던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그제서야 좀 걷히고 하나씩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이다. 이 탄력을 쭉 이어가야 한다. 볼로냐로 떠나기 전까지 달려!!

집보느라, 캡쳐받느라 애쓴 두 입맛을 위해 남은 생선을 요리했다. 현재 물 오르고 있는(^^) 김군 솜씨에 있어 한식부분 최강의 생선요리는 생강푼 간장에 절여 구운 흑도미와 소금절인 고등어를 고춧가루 살짝 뿌려 찜기에 쪄내는 자반찜이지만 레몬 한 망태가 냉장고에 굴러다니고 있으니 오늘은 흑도미 구이다. 요리방법은 간단하지만 이게 오븐이 있어야 제맛이 난다. 특히 오븐이 있으면 맛에 있어 일타쌍피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조림에선 밥반찬으로 그만인 무를 얻을 수 있고 구이에선 고소한 생선을 얻을 수 있기 때문. 무 하나 보고 조림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먼저 생선과 무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물을 붇고 간장을 짭짤할 정도로 섞은 뒤 다시마, 마늘, 양파, 생강조금, 후추, 청주(없으면 소주, 그것도 없으면 말고)를 뿌려넣고 재워둔다. 여기서 맛의 포인트는 생강으로 요리할 때 간장 품에서 피어오르는 생강향은 곧바로 술을 찾게 되니 주의할 것.

한 30분 끓이면 생선이 익고 국물에도 맛이 배고 무도 절반 정도 익는다. 이때 생선만 부서지지 않게 따로 낸 뒤 곧바로 달궈진 오븐에 투입. (철망에 기름 살짝 바르고 생선을 얹어 구어야 나중에 들러붙지 않더라는) 조림국물은 계속 끓이면서 무를 익혀주면 되고 이때 한 국자 정도 국물을 따로 건져내 자글자글 구워지는 생선살에 뿌려주면 더욱 좋다. 15분~20분 정도면 생선껍질이 바삭하게 익어질 정도로 익으니 꺼내서 접시에 담고 레몬을 취향대로 잘라 장식하면 그만. 파슬리를 생선 위에 뿌려도 좋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살점은 젓가락질을 즐겁게 하고 포실한 살에서 피어오르는 김을 따라 올라오는 생강향은 고급 일식집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여기엔 청주나 사케, 화이트와인이 벗이다. 생선 한 면은 그렇게 살을 발라먹은 뒤 생선을 뒤집기 전에 먼저 작은 종지그릇에 조림국물을 한 국자 떠넣는다. 그리고 레몬 한 조각 짜넣고 파슬리, 혹은 고수를 살짝 다져 넣어 젓가락으로 휙 섞어주면 맛의 여정은 순식간에 일본에서 태국으로 넘어가게 된다. 생선 한 점 떠서 이 소스에 적셔 먹으면 또 다른 마력을 느낄 수 있으니.. 허허 술 더 사와야겠네.

저 가운데 초점맞은 곳이 애간장을 태운다.


김을 넣은 계란말이.


무 조림. 앞에 보이는 흰 채소는 이탈리아에서 생선요리에 종종 곁들어 먹는 것으로 이름은 모르겠고 맛은 쓴데 무와 양파로 달달해진 국물이 저놈으로 인해 다시 써졌다. 허나 그것대로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우리식 김치, 양배추 무침


밥짓는 실력은 이제 고수. 쫀쫀하다.


 이탈리아에서 즐기는 소박한 가정식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