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레쩨몰로'에 해당되는 글 6건

  1. 2014.01.22 싸서 좋으다 2
  2. 2012.09.25 쁘레쩨몰로와 일상
  3. 2009.07.15 알리오 e 올리오 e 태양초 12
  4. 2009.07.02 다음주부터.. 5
  5. 2009.06.25 오랫만에 토마토 파스타 4
  6. 2009.06.25 거미줄을 걷자 1
한국 Korea 160409~2014. 1. 22. 00:12

올해 겨울은 작년 추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걸까?

여러 지표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내가 판단하는 지표 하나는 바로 농산물의 가격. 

특히 우리 가게에서 없어선 안 될 두 가지.

바로 바질과 쁘레쩨몰로.

이 둘의 가격이 작년 겨울에 비해 현저히 낮은 가격에 머물고 있다.

작년에 바질이 1Kg에 최고 30만원을 찍고 평균 10만원대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5만원 이하에 가격이 형성되기 일쑤고 오늘은 2만5천원에 구입했다.

쁘레쩨몰로는 작년에 7만원대이던 것이 올해는 1만원 대에서 거래되고 있으니.. 

올 겨울 추위는 작년 겨울의 거의  1/5 수준인 셈.


그러나 오늘 가락동은 정말 춥더라. 






쁘레쩨몰로..






바질..


두 사진 모두 붉은 조명아래서 찍었더니 황이 누렇게 돌아 초록의 싱싱함이 없다. 


예전엔 포토샵으로 사이즈 맞추고 색보정해서 올렸으나 지금은 포토샵도 없고

무엇보다 포스팅 의지를 갉아먹는 '뽀샵질'의 귀차니즘을 덜어내고자

맥에(맥에어 사용) SD카드 바로 꽂아 사진 불러내 화면저장 기능으로 사진을 찍어 

이렇게 포스팅에 첨부해버린다. 

그러니 일도 줄고 여러모로 간편하다. 

다만 저것처럼 색감은 좀 문제다 싶은데.. 

 촬영할 때 좀 신경을 써야겠다.  


암튼 여전히 겨울이지만 달고나를 지탱해주는 핵심 작물의 가격이 낮아 기분이 좋습니다~



+++


예전에 회사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가 진주에 헌책방을 냈습니다. 

작은 서점의 씨가 말라가는 각박한 시대에

그 흐름을 거스르려는 낭마니스트의 우물처럼 깊고 시원한 철학이 

그대로 녹아있는 공간이니 진주 여행가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촉석루에서 바라보는 남강의 멋을 아시는 분들이라면

그 여정에 이곳 헌책방의 방문을 끼워넣는 것도 결코 후회스럽지 않을텝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2. 9. 25. 20:39

블로그를 재개한다. 

이래저래 바쁘고 집에 돌아오면 파김치가 되는 마당에 

사진찍고 편집하고 글도 쓰고 하는 것이 쉽진 않으나

시간이 지나고보면 소중한 기록들이기도 하니 좀 귀찮아도 써보련다.  


***


지난 8월부터 최근까지 한 채소가 우리가게를 위기속으로

몰아넣었었다. 바로 아래가 그 주인공.



이름은 쁘레쩨몰로(Prezzemolo). 영어로는 이탈리아 파슬리(Italy pasley)고

우리나라에선 '향나물'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서양요리에서 흔히 부르는 파슬리가 바로 이거다.

이거 말고 과일안주의 장식으로 나오는 파슬리는 컬리(Curly)파슬리로 

요리재료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듯.




이파리만 따서 씻어 물기를 제거한 뒤 칼로 잘게 썰어 다지면 

아주 향기로운 휘발유(?)냄새가 나는데 그 맛도 독특해서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하는 채소다. 

그 개성이 얼핏 고수를 떠올리게도 하지만 

풍미는 고수보다 부드럽고 지배적이지 않다. 




여름엔 가격이 안정되다 못해 가끔 폭락지경까지 가기도 하건만

이번 여름엔 정반대의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시쳇말로 '개폭등'을 한 것.

일례로 2kg 한 박스에 10,000원 안팍에 구입하던 것이

150,000원으로 가격이 뛴 것이다. 

여름휴가로 울릉도를 룰루랄라 다녀온 뒤 영업재개를 위해 가락동을 찾았더니

그 사이에 이런 사단이 벌어지고 말았다. 


가락동 상인에게 이유를 알아봤더니 서울 인근에서 재배하는 몇몇 농가가

채산이 안맞는다며 밭을 갈아엎었고 결국 공급이 줄자 가격이 폭등한 것이란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피하고 싶은 지뢰 하나가 이런 경우인데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셈.


요즘에 배추가격이 폭등해 한식당들 시름이 깊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많은 식당 주인들이 여건만 된다면 인근에 자기 밭을 갖고

직접 재배해 썼으면 하는 꿈을 갖고 있다. 어디까지나 꿈..


 


그저 할 수 있는 건 스치로폼 박스 버리지 않고 거기에 흙담아 고추나 심심풀이 상추 심는정도.

아무튼 우린 150,000원이라는 충격에 한동안 패닉에 빠져있다가 정신을 수습한 뒤

서둘러 쁘레쩨몰로를 심었다. 

예전에 이태리를 떠나면서 바질, 루꼴라, 쁘레쩨몰로. 세 가지 씨를 

사가지고 들어왔었고 그간 한켠에 잘 보관해오고 있었다.


며칠 지나지 않아 15만원짜리 싹이 패었다. 

사실 우리 가게에서 사용하는 양에서 보면 부족한 양이겠지만 

턱없을 정도는 아닐 듯. 암튼 기대를 갖고 잘 경작해보련다. 

비록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어서어서 자라거라.


(요즘들어 가격이 점차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으나 긴장을 늦출 순 없다)




지난 주말 막을 내린 와우북페스티벌에서 구입한 만화책.

식객같은 드라마 요소는 거의 없고 그저 때가 돼 배고픈 주인공이

우연히 사먹게되는 식당음식의 경험과 느낌을 솔직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어째 영 싱겁다 싶은데 오히려 그런 슴슴함이 좋은 평가를 받는 만화. 




매일 만들고 있는 식사빵. 

대개 이태리식당은 주문음식이 나오기 전에 

오일 등, 찍어먹을꺼리와 함께 빵을 내주지만 

우린 식사 나오기 바로 직전에 내거나 식사와 함께 나간다. 


식사 중간중간에, 또는 다 먹은 뒤 접시에 남은 소스를

빵으로 깨끗하게 발라 먹는 것이 우리가게 빵을 맛있게 즐기는 요령이라면 요령.

이태리는 물론이지만 다른 나라의 서양인들도 대개 그렇게 빵을 활용한다. 

그래서 식사를 마친 그들의 접시는 거짓말같이 깨끗해서 

주방으로 돌아온 빈접시를 보며 우리끼리 혀를 내두를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양이 부족한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어려서부터 그런 식습관 교육을 받아온 듯. 

참 잘 컸네.




동네 애들이 골목에서 시끄럽게 노는 모습이 참 오랫만이어서 한 장 찰칵.

쟤들도 저 순간 재밌겠지만 우리땐 더 재밌지 않았던가.

아그들아, 너희도 음식 함부로 남기지 말거라~




길이 3.6미터, 폭 30센치, 두께 30밀리의 아카시아 집성목.

그걸 3개로 잘라 2개는 목공본드로 붙이고 나머지 하나는 켜서 다리로 쓴다.

아는 사람에게 거실에 놓고 쓸 테이블 하나 만들어주겠다고 

지난 봄 무렵에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기로 한 시간이 다 돼서

지난 금요일에 나무를 주문해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3일에 걸쳐 틈틈히 작업했다. 

손님없으면 주방에서 나와 톱질하고 주문들어오면 다시 들어가 팬질하고..




요즘 본드가 워낙 잘 나와서 무거운 두 판이 아주 단단하게 붙었다.

이음부위의 미세한 격차는 고운 사포로 열심이 갈아주면 표면도 매끄러워지고

더불어 격차도 줄어들어 원판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공기는 건조해서 좋고 따가운 가을햇살은 파라솔이 막아주고

맥주 한 잔 마셔가며..




테이블의 수혜자 경순감독. 허락없이 올린다.

다리의 날렵함을 살리려고 구조재를 줄였더니 약간 불안한 느낌.

허나 무거운 것들 올리고 잦은 이동없이 사용하면 테이블은 과묵하게 오랫동안 자기 역할을 해낼테다.

낮에 문자받았는데 테이블 중심으로 이것저것 정리해 놓으니 서재 하나가 생긴 느낌이라 너무 좋다고. 

재료비만 받았다. 7만원. 아 싸다! 덕분에 난 즐거웠고 기술도 축적됐다.

모닝에 저거 밀어넣고 트렁크 열고 상수역에서 망원역까지 2정거장 운전.

합정사거리 대로를 지날 땐 좀 쪽팔리더라는..




연어 카르파쵸. 

비타민과 아마란스 어린잎으로 정상을 장식. 

저 어린잎들은 강원도의 한 농가에서 '부디 샘플 써보시고 

주문 좀 부탁드린다'며 보내온걸로, 다 쓰고 얼마 남지않은 거의 마지막 재료다. 

써보니 마무리 선수로 활용가치가 커 오늘 전화를 걸어 첫 주문을 넣었다. 

'싱싱하고 잘 생긴것들로 보내주세요' 


연어 카르파쵸에는 자몽이 들어가는데 올 여름 미국에서 자몽농사가 흉작이라

국내에 물량이 들어오려면 몇 달 걸릴꺼라고.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7. 15. 23:18
원래는 태양초 대신 새끼손가락보다 좀 더 작은 페페론치노가 들어가야 하지만 아쉽게도 없다.
그게 들어가야 좀 더 탁 쏘는 매운맛이 스파게티에 골고루 입혀지건만..
재료는
스파게티, 마늘, 쁘레쩨몰로, 말린 고추, 올리브유, 소금, 후추


마늘 까놓고 쁘레쩨몰로(이탈리안 파슬리) 준비하고..
화분에서 길쭉하게 뻗어나온 놈 하나를 잘라와 마디를 살짝 맛보니
파슬리임에도 고수맛이 난다. 싱싱하고 좋다는 얘기.
고수맛과 향을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면 이걸로 서서히 시작하면 될 듯.



끓는 물에 스파게티 던져넣고..



페페론치노 대신 김장때 쓰고 남은 태양초 닦아서 숭덩숭덩.
같은 고추지만 확실히 향과 맛이 우러나질 않는다.



올리브유 두르고 마늘 먼저 자글자글 볶다가 고추 투하.
함께 넣고 볶으면 고추가 죄 타버리니 마늘색이 변할 무렵에 투하.




면이 적당히 덜 익었다 싶을 때 꺼내 소금 살짝 뿌리고 볶아준다.
이때 팬에 물기가 곧 말라버리는데 면 삶은 물은 한 두 국자 떠 넣으면 촉촉해지면서
면도 서로 붙지않고 젓가락으로 마구 휘저어주면 제법 요리하는 폼이 난다.
덜 익은 면이 마저 익을 정도로만 볶아주고 너무 마른다 싶으면 면국물 한 국자 더.




요렇게.
소스국물이 자작하니 먹음직 스럽고 땟깔도 좋고.




불 끄고
줄기는 오종종 채썰고 잎은 듬성듬성 썰어 둔 쁘레쩨몰로를 넣어
골고루 더 뒤섞어 준다.
아, 후추도..




접시에 얌전히 담아준다.
젓가락 보다는 집게로 집어 한 바퀴 비틀며 담아주는 것이 모양잡기에 유리하다.




쁘레쩨몰로 한 잎 얹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질좋은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가 있으면 샐러드에 뿌리듯이 마저 뿌려 먹으면 좋고
치즈 갈아넣으면 별로.




자 한 입..

이 바탕에서 홍합, 바지락, 꼬막, 오징어, 새우, 앤쵸비를 넣어주면
홍합 파스타, 조개 파스타, 앤쵸비 파스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7. 2. 21:02

왼쪽은 개량스푼이고 오른쪽은 개량컵이다.
어제 방산시장에서 각각 4천원씩 주고 구입했다.
시장의 한 좁은 골목길에 주욱 늘어선 각종 조리도구와 식재료들을 둘러보는 내내
 놀이동산에 놀러온 어린애 기분처럼 들뜨고 흥분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모든 것들이 그야말로 어른들의 신나는 장난감들이 아닐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방산시장에 가기 전,
당산에 있는 한 요리학원에서 오리엔테이션이 있어 참석했고
학원 강사는 개량스푼과 컵을 가져오라고 당부했다.
가져가야 할 것은 몇 가지가 더 있는데 칼이 그렇고
행주와 앞치마도 포함돼 있다.
 다음 주 월요일부터 매주 5일씩 4개월에 걸쳐 '호텔조리'라는 이름으로
요리스쿨이 진행되는데 며칠 전 수강을 등록했던 것.

이제야 말로
낯설고, 그리고 평생을 갈 기나긴 길에 본격적인 첫 발을 디뎠다고 봐야 하는건가?


적어도, 칼과 행주, 앞치마 따위를 가져오라는 강사의 말을 듣는 순간,
지금까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요리란
사진으로 보여지는 화려함과 그 세계의 온갖 무용담들, 
그리고 누구누구의 명성들로 버무려진 추상의 영역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행주와 앞치마가 풋내기의 오만함을 그렇게 꺾어줄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ㅋ


+++



바질은 잘 자라고 있다.
땅만 있으면 몇 평정도 가꾸고 싶은데 흙만 있다.




쁘레쩨몰로는 건강하지만 성장이 빠르지는 않다.
요리에 쓸 정도라면 적어도 아래처럼 풍성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파종량을 늘려야 할 모양이다.
해서 작은 화분들에 씨를 잔뜩 뿌려 싹이 트길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씨앗은 이틀만에 발아가 되서 깜짝놀라고 있다. 




베로나에 머물 때 컵에 담아놓고 먹었던 쁘레쩨몰로.
파 썰듯이 아끼지 말고 사용해야 제 맛이 난다.




루꼴라도 쑥쑥 올라온다. 
못쓰는 김치통을 화분삼아 파종했던 것을 일일이 파내 작은 화분에 옮겨 심었다.
저것들이 동시에 잎을 피워내면 샐러드 무쳐먹기에 부족함이 없겠지..ㅋ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6. 25. 23:49

자, 여기 지중해의 맛있는 대표요리, 토마토 파스타를 소개한다.
넓적한 냄비에 물과 소금 넣고 간간한 정도로 간을 맞추고 물이 끓으면 파스타 넣는다.  
알단테 알단테 하지만 개인적으로 심지가 남지 않을 정도로 알맞게 익혀낸 면을 좋아한다.
알단테일 때 꺼내서 소스와 버무리며 마저 익히면 딱 알맞게 익는다. 
팬에 기름 두르고 마늘 너댓 알 쪼개넣고 자글자글 튀겨준다.
타임이나 민트를 넣어 함께 튀기면 살짝 향이 감도는데 로즈마리는 향이 쎄서 좀 그렇다. 
깡통 토마토를 까서 부어준다. 
그리고 중불에 보글보글.. 



토마토 깡통.
미국산. 괜히 생기는 거부감은 어쩔수 없다.
시중에서 이탈리아산 깡통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으니 아쉬운대로..


수확한 바질 잎과 쁘레쩨몰로.
모두 아직은 성장 초기지만 줄기가 그럴 뿐 잎은 요리에 써도 손색없을 만큼 알차다.
특히 바질이 그러한데 며칠 전 딴 잎을 씻어 통에 보관하다 드디어 오늘 꺼냈다.




바질, 토마토와 환상의 만남.
사진엔 없지만 빠르미쟈노가 없으니 대신에 그라나 빠다노 살짝 갈아 넣어주고..
소금으로 살짝 간 맞춰주고 설탕도 손가락 집히는 정도로 넣어준다.
그럼 새콤한 맛이 살아난다. 
여전히 혼자 감당키 힘든 일 가운데 하나는 요리하면서 사진 찍는거.




냄비에서 면을 꺼내 곧바로 투하, 볶아주면
바질이 면 사이를 누비며 특유의 향을 골고루 입혀주게 된다. 
한 줄기 뽑아 맛을 봐서 뭔가 부족하다 싶을 때 치즈 더 갈아 넣으면 부족분이 대부분 메워진다.





쁘레쩨몰로를 얹어 주는 것으로 토마토 파스타(La pasta di pomodoro) 마무리.
지극히 홈메이드스러운 소박한 모습.
요리시간 20분, 재료는
스파게티 편 / 마늘 / 기름 / 토마토 깡통 / 빠르미쟈노 치즈 / 바질 / 소금 / 끓는 물 / 기타 창의적 재료..




먹다보니 치즈맛이 조금 아쉬워서 마저 조금 더 갈아주고..
오랫만이어선지 맛있네 ^^

짜장면과 짬뽕 사이의 정신분열적 고민처럼 
파스타에도 어느새 토마토냐 크림이냐 같은 고민이 자리잡아 가고 있다. ㅋㅋ
근데 잘한다는 시중의 파스타집 맛은 어떨지 점점 궁금해지는데 일간 방문해 봐야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6. 25. 18:15

블로그.. 그간 여기저기 거미줄 많이 쳐졌다. 귀국 후 사람들 만난다는 핑계로 관리를 게을리 한 탓도 있고 '이제 뭘 쓰나' 하며 마음을 못잡은 것도 있다.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제 더이상 그곳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는 점에서 지나간 옛이야기나 풀어내는 것이 괜한 궁상은 아닐까 하는
자기검열(?)도 발목을 잡았고..

그리고 도저히 어쩔수 없는 그것, 게으름.. 아무튼 바질은 나름 쑥쑥 커가고 있는데 종이컵에 담긴 그 모습을
이제는 갈아치워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Soo & Kim's salone의 식당을 열기위한
한국에서의 여정이 시작된 셈이니 그 여정의 자잘한 일들도 기록해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1년 훌쩍 떠났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 아니던가! 
(우리 스스로도 여전히 의심스러운 계획이지만..)

sss


 

바질(Basilco)는 제법 많이 자랐다. 지난 주에 인근 야산에 올라 모기에 뜯겨가며 붉은 마사토와 검은 낙엽토를 퍼와 섞은 뒤 스치로폼 박스에 옮겨심는 대대적인 분갈이를 했다. 규모로 보면
소꼽장난같은 일이지만 흙을 퍼담고 비율을 맞추고 햇살과 바람에 신경쓰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성장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가 무엇인지 몇 번씩 고민하는 과정 모두가
스스로에게 중요한 경험이자 정보일 수 밖에 없다.

바질의 경우 햇살을 굉장히 좋아해서 적어도 6시간 이상은 햇빛을 보게 해주라는데 집의 위치가 좋지 않아
하루 3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그래도 큰 탈 없이 자라고는 있으니 다행이다. 
떡잎을 내고 이후 본잎이 자란 뒤 새 잎들이 나오는데 처음 나온 본잎이 제법 커지면서
양분을 저 혼자 독차지하는 것 같아 과감히 '가지치기'를 해줬다. 
잎을 따내니 손에서 바질향이 진동한다. 슬쩍 물에 휘저어 한 잎 넣고 씹자 
진한 향이 가득 퍼진다. 음.. 역시.. ㅋㅋ



잎을 쳐낸 자리에는 새로운 잎이 그 두 배의 숫자로 나오니 아까워할 이유는 없다. 
이탈리아에서 바질은 제노베제(Genovese)와 나폴레따노(Napoletano)로 나눠지고
각각 제노바(Genova)와 나폴리(Napoli)에서 유래된 듯 싶은데 
일반적으로 파스타에 소스로 비벼먹는 바질 페스토는 제노베제로 만들어 맛이 감미롭다는 특징을 갖고
 나폴레따노는 맛이 강해 피자나 샐러드용 소스로 만든다고 한다. 
책에서 일러주는 내용이 이렇고 바질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식재료 풍토에선
뭐가 됐건 시중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반가울 듯 싶다. 참고로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사온
씨앗은 제노베제고 국내 종묘사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 역시 제노베제가 주류를 이루는 듯 싶다.
그리고 보니 몰타에선 나폴레따노를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여름에 쏟아져 나오는데 한움큼 쥐어지는 넉넉한 다발에 잎들이 무성히 붙어있고
개중에 봉오리 진 꽃도 붙어 있었다. 우리돈 3천원 가량을 주고 사와서 흐르는 물에 씻고
잎을 뭉쳐 단단히 잡은 뒤 칼로 얇게 저미고 다져주어 다진마늘, 다진 잣, 소금,
그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 담가내면
 싱그러운 향과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바질 페스토가 완성된다. 
바질 페스토는 스프링처럼 꼬불꼬불 꼬인 파스타인 푸실리(Fusilli)에 비벼먹으면
아주 맛있다. 
바질아, 네가 좋아하는 여름이 오는구나. 무럭무럭 자라거라. 


영 시원찮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쁘레쩨몰로(이탈리안 파슬리). 우리에게 파슬리라면 그저 요리의 조연,
그것도 먹지않는 장식용으로나 쓰인다.
생김새 탓에 컬리(Curly-오글오글, 꼬불꼬불) 파슬리라고 불리며 
좀 더 짙은 녹색에 쪼글거리는 잎이 제법 풍성해 보여서인지
요리를 맛이 아닌 눈으로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사실 서양요리에서도 컬리 파슬리는 식용보다는 장식이나 기타 다른 가공제품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는데
국내에 먹는 파슬리가 아닌 보는 파슬리가 대중화된 배경은 아무래도 패스트푸드를 중심으로 전파된
어설픈 서양요리의 태생적 한계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 볼 뿐.
아무튼 서양요리에선 파슬리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아서
해산물 요리에선 저게 없으면 요리가 안될 지경이고 후추처럼 모든 요리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과일안주에 낑겨나오는 컬리 파슬리와는 모양이 많이 다르다. 
잎도 가지런하고 모양도 제법 봐줄만 하다.
그렇다면 맛과 향에서 각기 모양이 다른 두 종류의 파슬리는 얼마나 다를까?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 데이터는 없다 ^^. 다만 요리해보고 먹어본 경험에서 보면
 사진에서 보는 이탈리안 파슬리가 조금 더 향과 풍미가 좋다. ('~인 것 같다'가 아님!!)
파슬리를 뭉쳐 움켜쥐고 도마위에서 사각사각 잘게 썰어보면
그 차이를 대번에 느낄 수 있는데, 
줄기에 수분이 많아 썰리는 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면서 향이 금방 올라오는 반면 
컬리 파슬리는 느낌이 둔하고 향도 떨어진다.
이탈리안 파슬리 역시 바질, 루꼴라(채소로 분류됨), 그외 여러 식용 허브와 더불어 시중에서 구하기
진짜 어려운 허브로 집에서 솜씨를 뽐내고 싶다면 직접 재배하는 수고 말고는 현재로선 없다.

3주째 생육이 멈춰있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분갈이중에 실뿌리가 제법 튼실히 뻗어가는
힘있는 광경을 믿고 잎줄기를 몽땅 잘라냈다. 
힘을 키워가는 하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거다.
튼실한 잎줄기가 쑥쑥 나올까?


모셔만 두고 있던 루꼴라를 며칠 전 파종했고 3일만에 저처럼 싹이 나왔다.
그 어느 것들 보다도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에 살짝 감동했다.

바질이나 쁘레쩨몰로가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이라면 루꼴라는 그 자체를
양과 맛으로 즐기는 채소 아니던가.
고소하다고 해야할까?
때론 매운 뒷맛을 남기지만 특유의 맛을 한 두 번 즐기다보면 어느새 중독되고 만다.
샐러드로 많이 먹고 피자나 파스타에도 듬뿍 얹어 먹는데 조화가 아주 좋다.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어느 식당에서 루꼴라 피자를 한 번 먹은 적 있는데
야박한 양에 아쉬웠다가 이탈리아에선 무슨 나물 먹듯이 젓가락으로 듬뿍듬뿍 집어가며 먹었었다.
저놈들 생육을 지켜본 뒤 성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제법 큰 화단을 꾸며
상추 키우듯이 해서 그때그때 수확해 먹으려고 한다.

이상의 것들은 지금이야 재미삼아, 실험삼아, 경험삼아 키워보고 있지만
식당 오픈을 앞두게 되면 그때는 별도의 공간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본격적인 재배에
돌입할 생각인데 마땅한 장소나 임자를 만날 수 있을런지 원..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