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2008. 7. 22. 06:54

달고나는 지금 몰타에 머물고 있다. 이곳에서 현재 영어를 배우고 있으며 동시에 생전 배우지 못한 수영도 이곳에서 갈고 닦고 있다. 그럼 가장 관심분야인 먹는 문제는 어떨까? 새삼 고백하자면.. 초라하다. 밥과 스파게티를 중심으로 한 탄수화물 과다 섭취가 분명 지중해 식생활의 모범은 아니겠건만 지금은 잠시 가난한 자취생의 신분임을 들어 단지 최소한의 생존에 치중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탓에 식탁은 빈곤하고 맛으로 점철된 삶의 향연은 커녕 눈요기꺼리 조차 심심하기 이를데 없다. 자못 비장하게 시작했던 이 블로그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더욱 그럴 터.

우리의 경험을 빌어 지중해 식탁의 일부 진실을 들여다보고 싶어하는 이들에겐 좀 더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감히 말해본다. 동시에 좀 더 부지런해지자는 채찍을 우리 스스로에게 갈겨본다.

이곳 몰타에선 9월 말까지 머물 계획이며 이후의 행선지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계속 좁혀지고 있다. 올리브는 그 중심에 있으며 그 생장과 수확, 가공과 유통, 소비로 이어지는 과정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있고 고민하고 있다. 더불어 올리브가 우리를 좀 더 예상치 못한 세계로 인도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먹거리는 기본이고 그 이외의 쓰임은 물론, 이것이 낳은 삶에 대해서도 말이다. 가령 이미 앞선 포스팅에서 얘기한대로 스페인의 콜자 사건이나 수확철, 북아프리카의 가난한 노동자들이 남부유럽으로의 대거 이동하는 사연 등등 말이다.  

애초에 이탈리아로 건너가 현지어를 배우며 동시에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지중해 인근 국가들의 식생활 기행에 나설 계획이었으나 몇 가지 변수들에 의해 이 계획은 수정될 예정이다. 그리고 이게 맞는 방향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떠나기 전에 가졌던 계획이라는 것이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됐으면 하는 희망'을 열거해 놓은 바램에 지나지 않다는 점을 이곳에 와서야 새삼 깨닫기 때문이다. 현실의 냉혹함은 언제나처럼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지 않던가.

아무쪼록 지켜봐 주시길..



>> 지중해 인접한 땅이면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올리브 나무. 여름의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지금, 풍부한 햇살을 듬뿍 빨아들이며 기름을 차곡차곡 채워가고 있다. 올리브가 수확될 때 우리도 바빠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