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얘기 좀 하자. 좀 장난스러운 선언이지만 나중에 식당을 낼 경우 메뉴에 포함될 파스타 두 가지가 정해졌다. 빠르마 파스타와 알리치 파스타. 빠르마 파스타는 빠르마 유학생 노양의 솜씨로 맛본 뒤 매료돼 이후 자주 해먹는 파스타로 자리잡았다. 빠르마 파스타 맛의 핵심, 토마토 소스와 살라미의 조화를 깨지 않는 한 맛의 기본 골격은 유지될 텐데 메뉴로 내놓을 경우 좀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이러저런 변신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알리치 파스타. 씨가 박힌 올리브도 넣고 볶았다. 저날 이후에는 중국상점에서 마른 고추를 사와 매운 맛을 입혔더니 젊은 입맛에 더 가까워진 듯 하다. 마늘도 잘 탔고 면도 오동통하니 잘 익었다. 맛?  먹어봐야 안다.

알리치 파스타는 바꿔 말하면 안초비, 또는 멸치 파스타 되겠다. 안초비의 이탈리아 이름이 알리치다. 뻬루자에 집을 얻고 얼마 전 무심코 해먹었는데 그 맛에 바로 중독돼 버렸다. 크리스마스 전날은 물론 요 며칠 연짱 해먹은 파스타가 알리치 파스타다. 알리올리오 베이스에 알리치만 넣고 버무리면 어느새 짭짤한 살이 녹아 파스타 면에 골고루 입혀져 따로 간을 할 필요도 없다. 올리브를 함께 넣고 볶은 뒤 치즈가루를 듬쁙 얹어내면 맛 좋은 비린맛의 파스타가 완성된다. 루꼴라를 곁들이면 더 좋을 듯. 봉골레 파스타가 우아한 바다의 맛이라면 알리치 파스타는 거친 바다의 맛?

아무튼 요즘 알리치 파스타 해먹는 재미가 쏠쏠한데 이탈리아에서 판매하는 알리치의 가격이 제법 비싸다는게 문제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작은 병에 든 알리치가 2유로가 훌쩍 넘는다.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앞으로 알리치 싸게 파는 기회를 접하게 되면 왕창 사다 놓을 작정이고 이마저 여의치 않으면 생선코너에서 생물멸치를 사다가 염장해 직접 올리브유에 담가먹을 작정이다. 베로나에서 튀겨먹던 생물 알리치의 가격을 생각해보면 가격도 저렴했고 담글 경우 그 양이 같은 가격에서 거의 5배는 훌쩍 넘지 싶다.


DE SPAR 라는 이름의 수퍼에서 자체 브랜드로 만든 알리치. 저 작은 병이 2.30유로다. 4천원인 셈인데 그나마 몇 가지 브랜드 중에 저놈이 제일 쌌다. 베로나에서도 비싸게 안먹었던 것 같은데.. 알리치 자체만 50g.

토마토소스와 간장을 이용해 조려낸 돼지고기를 썰어먹다 한 번은 그 국물을 이용해 리조또를 만들어봤다. 쌀을 한 번만 휘리릭 씻어낸 뒤 버터 두른 팬에 달달 볶다가 국물을 넣고 끓였다. 밥알이 퍼지면서 국물을 흡수해 점점 되직해져 갔는데 리조또는 물 조절이 중요한 관건의 하나일 듯.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마지막에 빠다노 치즈를 듬쁙 갈아 넣었다. 파가 싱싱한게 있어 조금 채 썰어 넣어봤는데 아니다싶은 느낌과 달리 조화가 아주 좋다. 버터와 치즈의 풍성한, 또는 느끼한 맛 사이에서 파의 단 맛이 산뜻하게 전해진다.



한 접시로 즐기는 식사에선 작은 와인잔이 운치도 있고 실용적이서 좋다. 다만 저 얇은 유리접시는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그래도 저 리조또는 맛이 좋다. 치즈가 부족하면 더 갈아 넣으세요~.

까르보나라는 생크림과 우유를 이용해 몇 번 시도했지만 계속 실패중이다. 왜 이렇게 군내가 나는 것인지.. 이건 아무래도 불조절, 열조절이 관건일 듯 싶은데.. 아니면 직접 밀가루를 볶아 만들어야 하는 걸까? 생활 속에서 습득되고 있는 파스타 솜씨, 과연 한국의 가족들과 지인들은 어떤 평가를 할지.. 어서 먹여보고 싶다. ^^  

Posted by dalgonaa

안드레아(Andrea)네 거실 풍경. 그의 아버지는 서둘러 식사를 마친 뒤 친구 마리오가 기다리는 올리브 밭으로 나갔고 남은 이들만이 그라빠(GRAPPA)라는 이태리 브랜디에 대해 한창 얘기 나누는 중이다. 투명한 빛깔의 이 독주는 와인을 만들고 난 뒤 남은 포도 찌꺼기를 증류시켜 얻은 것인데 이 종목의 대표선수가 바로 프랑스 꼬냑 되겠다. 꼬냑은 오크 숙성을 거쳐 색을 내지만 이태리 그라빠는 대개 증류만 거쳐 바로 제품으로 나오는 것이 일반적.

안드레아는 그라빠를 그냥 즐기기도 하지만 주로 식후 즐기는 에스프레소를 마신 뒤 잔에 살짝 가라앉은 커피진액에 그라빠를 살짝 따라 휘휘 저은 후 단숨에 들이키는 방법도 좋아한다고.


위스키잔 반을 조금 못채워 마셔보니 포도향이 은은하면서 목넘김이 부드럽고 가슴팍이 후끈 달아오른다. 웬만한 술집에 내놓아도 전혀 손색없는 이 술 역시 집에서 만든 솜씨. 허나 문제가 있는데 이게 그냥 만들면 안되는 술이라고. 증류를 위해선 보일러와 스팀시설을 갖춰야 하는데 이게 당국의 안전관리를 받아야 하는 위험(?) 시설이고 브랜디를 만드는 시설이니 더욱 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는 것.

허나 안드레아 아버지와 친구인 마리오(Mario) 아저씨는 '살금살금' 만들고 있다. 판매할 것도 아니고 집에서만 '조용히' 마시겠다는데 성가시게 신고까지 해야할 필요가 있나. 집에 공무원 들락거려봐야 좋을 것도 없잖은가.  마약도, 대량살상무기도 아닌 그저 가족들과 친구들과 '조용히' 마실 술 몇 병 만든건데.. 우리는 안드레아 아버지와 마리오 아저씨의 은밀한 작업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들의 삶에 진정으로 경의를 표한다. (비밀을 지켜달라고 했는데.. 읽은 이들도 그냥 그런 줄 아시라)  


올리브 수확을 마친 뒤 흐믓한 표정으로 포도주를 따르고 있는 마리오 아저씨. 뒤로 문제의 증류통이 보이고 더 뒤로 보자기에 덮힌 술통도 보인다. 사실 이런 시설에 욕심을 낼만도 한게 포도주를 한 번 담근 뒤 포도 찌꺼기를 그냥 버리기엔 너무 아깝기 때문이다. 발효시키면 양질의 포도식초는 물론, 증류시키면 그라빠까지 만들어 먹을 수 있는데 왜 버리냔 말이지. 


뜨끈하게 그라빠도 한 잔 걸쳤으니 이제 일할 시간. 집을 나와 왼쪽길로 살짝 접어들면 창고가 나오고 이를 지나면 포도와 올리브가 자라는 작은 과수원이 펼쳐진다.

자태 고운 숫닭이 늠름하게 버티고 섰다. 이런 멋진 닭은 실로 오랫만에 보는 것 같은데 아마 요즘 자라는 아이들은 닭이라고 하면 비좁은 계사에서 고개만 내밀고 모이쪼기에 바쁜 닭의 모습만 떠올리진 않을까?  아니면 닭 그림을 그리라고 했을 때 BBQ치킨에 그려진 마스코트를 따라 그리는건 아닐지.. 세상이 험하니 그럴법도 하지 않나? 닭고기 덜먹어도 좋으니 세상의 닭들이 쟤처럼만 살아가면 좋겠다.


저 끝 올리브 나무 아래서 안드레아 아버지와 마리오 아저씨가 올리브를 따고 있는 가운데 줄에 묶인 염소가 카메라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 뒤로 두 마리가 더 있는데 이놈들이 겁이 없는지 가까이 다가가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가오려 애쓴다. 자라는 환경이 좋은 탓에 녀석들은 몸에서 냄새도 안나고 땟깔도 빛이 날 정도로 깨끗하다.

한 마디로 복받은 놈들이다. 질좋은 풀도 널렸건만 올리브를 한움큼 집어 건네주면 아주 맛있게 싹싹 비운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 미국에 유학보내기 보다 시골 들녘에서 닭치고 염소치면서 자연과 더불어 유년기를 보내게 하는게 그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훨씬 좋을텐데.. 아버지는 밀주를 만들어도 좋고..

올리브 나무 아래로 망을 넓게 깔면..

밑에서 훑어 내리고..


위에서 훑어 떨어뜨리면 되는 간단한 작업. 농촌의 아직 많은 일들이 그렇기도 하겠지만 하이테크의 시대에 여전히 원시적인 방법으로 수확하는 모습은 낭만을 넘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허나 작업해야 할 그루수가 많을 경우엔 결코 낭만이 될 수 없는 고된 작업.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안드레아의 아버지가 열심히 올리브를 떨어뜨리고 있다.


까맣게 잘 익은 올리브들. 군데군데 덜 익은 파란 올리브도 보인다. 모든 결실은 탐스럽다.

안드레아(Andrea)의 어머니와 아버지. 어머니는 이탈리아인이지만 태어나기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고. 아버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태어났다고 하니 베로나의 토박이다.


수확은 마치고 올리브와 이파리를 분리하는 1차 필터링을 준비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 작업일까 궁금증이 몰려왔는데..


웽웽 모터도는 소리가 날줄 알았건만 손바닥으로 텅텅 치는 소리만으로 간단하게 이파리가 제거된다. 보는 것 처럼 경사진 망에 바구니를 쏟아부으면 올리브는 굴러서 끝으로 떨어지고 이파리는 긴 고랑식의 망 사이로 빠져나간다.


오늘로써 안드레아네 올리브 수확은 마무리됐다. 필터링을 거친 올리브는 월요일 쯤 동네 기름가게(방앗간 같은 곳)로 가져 갈꺼라는데 1시간이면 기름이 짜져 나온단다. 그럼 1년은 족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이왕이면 그것까지도 지켜보고 싶지만 상황이 어떨런지 모르겠다.

앞서도 얘기했듯, 안드레아 가족은 우리에게 올리브 오일과 포도식초를 선물로 안겨줬다. 안드레아 아버지는 우리가 진짜 일꾼처럼 열심해 일해서 주는 댓가라는 말을 덧붙였는데 김군은 주로 사진과 비디오만 열심히 찍고 일은 강양이 다 했다.


샐러드에 없어선 안될 저것들. 향과 맛이 정말 좋은데 그 깊은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미각에 민감한 혀를 갖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오늘 새삼 깨달았다. 맛을 제대로 즐기기 위한 가장 첫 번째 조건이란 저 원료를 손으로 직접 수확하고 그 과정에서 만지고 냄새맡고 날것을 먹어보면서 체득된 경험을 갖는 것이 우선 아닐까?  

Posted by dalgonaa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1. 14. 19:00


 


한국을 떠나기 전, 직장동료가 사무실서 꿍쳐놓고 먹던 프룬을 뺏어먹곤(?) 했던 기억이 나는데 쫄깃하고 덩어리 큰 과육이 달콤하기까지 해서 속으로 '이런 별스런 먹거리도 있군' 했던 적이 있다. 지금은 집앞 수퍼에서 1kg에 5천원의 저렴한 가격에 사다가 배불리 먹고 있는데 멀리 배타고 대서양을 건너온게 아닌 모데나에서 봉고타고 100km를 달려 온, 요즘같은 글로벌 교역이 일반화된 처지에서 보자면 한 마디로 동네 과일이다. 쫄깃하고 달콤한 녀석이 씨가 들어있어 그게 좀 불편했는데 달리 보면 그만큼 가공을 덜 거쳤다는 얘기 아닌가? 헤어지는 그날까지 열심히 먹어주리라 다짐한다.


최근 쏟아져 나왔던 청포도의 경우도 아무리 멀리서 온것이라봐야 시칠리아고 그나마 장시간 여행으로 피곤한 과일이라면 여기서 재배가 쉽지 않은 바나나나 파인애플이 전부다. 그 외 그때그때 판매하는 버섯이나 양상추, 감자, 피망 등의 일상채소는 대부분 도시를 조금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밭에서 캐온 것이 대부분이니 이같은 신선 재료를 매일같이 접하는 주부들로선 재료를 한꺼번에 사다놓고 묵힐 이유가 없다. 매일같이 장바구니를 들고 나와 물건을 보고 만지고 냄새 맡아본 뒤 껍질콩 한 움큼, 버섯 한 움큼, 루꼴라와 파슬리 한 다발씩, 토마토 5개, 콜리플라워 작은 걸로 한 통 사면 그만이고 실제 이런 식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매장에는 50km 떨어진 바르돌리노산 와인이 쌓여있고 100km 떨어진 파도바산 살라메가 가공식품 코너를 채우고 있어 지역 안에서의 생산과 공급, 소비 체제가 비교적 튼실하다 하겠는데 그 비결은 또 뭘지 궁금해진다.) 

베로나도 그렇지만 이태리 도시 어디를 가든 사는 곳 가까이에는 풍성한 녹색 채소와 붉은 빛의 과일을 파는 가게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다못해 COOP이나 PAM 따위의 수퍼마켓일지라도. 도시를 살짝 벗어나기만 하면 포도밭, 시금치밭, 호박밭, 양배추밭, 밭밭밭이 끝도 없이 펼쳐진다. 베로나가 속한 베네토주(州)나 바로 아래 파르마가 속한 에밀리아 로마냐주(州)의 경우 롬바르디아 평야가 해마다 쏟아내는 과실의 혜택을 직격으로 받는 동네다보니 식탁이 빈곤할 수가 없다. 

상공업이 발달한 북부가 이러니 농업이 산업의 주요 기반인 중남부의 경우는 말해 뭣할까? 우리가 흔히 이태리 요리를 말할 때 그 맛과 솜씨에서 북부보다는 남부를 쳐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는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 특히 북부 사람들도 인정하는 이야기니 만큼 오늘날 인정받는 이태리 요리의 명성이란 남부의 투박한 손맛이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테다. (같은 반도국가로 우리와도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여기엔 아픔이 있다. 이탈리아 남부는 북부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고 경제적으로 윤택하지 못하다는 사실. 한국사람들도 얼추 아는 사실일 뿐더러 우리와도 쏙 닮은 점인데 남부 사람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이나 상대적 박탈감은 단지 맛있는 음식 하나로 위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닐테다. 전에도 얘기했다시피 남부 칼라브리아주(州)의 어느 마을의 경우 연간 소득이 640만원에 그쳤다고 하고 유럽 통화당국을 골치아프게 만드는 위조지폐의 온상 가운데 하나가 이태리 남부 풀리아(州)라는 사실은 이들이 처한 어려움을 암시하는 단적인 예이기 때문이다. 


허나 비록 공치사긴 해도 여전히 오늘의 이탈리아를 요리의 강국으로 지탱케 하는 힘은 여전히 이들에게 있다. 빈한한 시골, 냄새풍기는 농가더라도 자식의 자식을 거쳐 집안 대대로 이어오고 있는 맛의 전통은 세계인들에게 매혹을 선사하고 있고 적잖은 이들이 이들의 자취를 밟아보기를 자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을 넘어 세계 요리계의 재간둥이가 된 제이미 올리버 역시 이들속으로 들어가 견문을 넓히고 자신의 요리 기량을 검증(?)받았는데 그 경험은 한 권의 요리책으로 이미 엮여져 나와있다.

이 책의 서문을 보니 제이미는 이태리 요리가 세계적인 요리로 거듭난 배경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석(?)하고 있는데 그의 관점을 의역을 섞어 옮겨보면,

"이탈리아에 가보면 왜 이탈리아 요리가 세계적일 수 밖에 없는지 알 수 있는데 질 좋은 땅, 천혜의 기후 외에도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근거는 사람들이 농사 외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는 점이다. 이탈리아에서 노동자 계급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갖는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데 나는 오히려 선택이 많아지면 진짜 중요한 뭔가를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가족과 전통이 그렇다. 

올리브 수확철이 되면 젊은이들은 물론이고 노인들도 올리브 따기에 나선다. 하루 평균 1인당 100kg의 올리브를 수확하는데 이들은 올리브 수확의 댓가로 6리터 정도의 신선한 올리브를 얻어간다. 영국에서라면 노인이 노동에 나서는 건 상상도 할 수 없고 더욱이 돈이 아닌 기름을 댓가로 받아간다는건 더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이탈리아는 아이슬란드, 일본에 이어 세계 세 번째 장수국가다. 이들이 기름진 식사와 단 음식을 매일같이 숭배함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적당한 노동과 충분한 채소 섭취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결국 의도하지 않게도 옛것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이런 뜻하지 않은 명성과 건강한 삶을 가져다 준 것이란 얘기일 수 있겠다. 물론 상대적 빈곤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여전히 존재한다. 허나 제이미는 이들의 불가피한 현실을 언뜻 안타가워 하면서도 그 결과로 영국에는 없는 전통과 삶을 지키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한없는 존경과 부러움을 보내고 있음에 분명한데 그는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단지 밀가루와 물, 계란만으로 그 수 많은 종류의 파스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들은 천재들이다! 그리고 당신 그거 아냐? 난 이탈리안의 피를 갖고 태어났어야 했다! 왜! 도대체 왜 나는 사우스엔드 바닷가에서 태어났냔 말이다! 그렇다고 나의 조상을 탓하는건 물론 아니지만.."



담배 문 이탈리아 아저씨들과 그 앞에서 어쩐지 엉거주춤한 제이미의 자세가 인상적이다. 이들에게 제압(?)당했단 얘기겠지. 사진의 물고기가 지중해의 대표적 생선인데 우리는 몰타에서도 먹었고 이곳에서도 먹고 있다. 이름? 하도 낯설어서 기억 못하겠지만 돔류임엔 틀림없을 터. 염장해 말린 뒤 약불에 오래익혀 쫀쫀해진 살을 발라먹거나 아니면 역시 말린 놈은 새우젖 넣고 매운고추 썰어 넣어 끓여 밥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또한 일품이다. 이탈리아식 요리는 과연 어떤 것일지.. 시칠리아를 꼭 가봐야겠군.

Posted by dalgonaa

몰타가 지중해 한 가운데이긴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아직 달고나는 지중해 식생활 기행 프로젝트를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슈퍼마켓을 들락 거리며 밥은 해먹고 있는 바, 요즘 우리의 식단의 주를 이루는 음식들 사진의 일부를 올린다.

먼저 좁고 납작한 파스타의 일종인 trenette와 이탈리아 브랜드인 barilla사의 bolognese 라구로 맛을 낸 볼로네즈 파스타. 로마에 있을 때 즐겨 마셨던 Nero D'avola Sicilia랑 같이 먹으면 제법 폼이 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도 파스타인데 마늘과 올리브 오일만으로 맛을 낸 ali-olio. 이태리어로 알리는 마늘, 올리오는 올리브다.
마늘을 다지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살짝 볶다가 삶은 파스타를 섞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정말 조리과정은 무지하게 단순한 음식이지만 맛은 생각 외로 풍부하다. 이태리 남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이 맛에 완전 반했다. 지난 주말에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과 함께 한 번 먹어봤는 데 역시 맛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셜슬록이라는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면,
블랙 올리브(왼쪽 위)는 한국에서 먹던 캔이나 병에 든 것보다 훨씬 짜다. 게다가 씨를 빼지 않아서 먹는 데 좀 불편하다. 하지만 올리브 그 자체도 신선하고 곁들여진 올리브 오일의 향이 좋아서 밑반찬으로 잘 먹고 있다.

아티쵸크(오른쪽 위) 위에 다진 참치를 얹은 절임 같은 반찬은 모험심을 가지고 한 번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나중에 아티초크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왼쪽 아래의 해물들은 지중해식 젖갈이라고 해야할까? 조개 관자, 오징어, 홍합, 맛살 그리고 파프리카 같은 야채와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든 피클 같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나는데 쫄깃한 해산물들이 입에 착착 감긴다.
오른 쪽 아래 사진은 반찬을 산 가게의 모습. 보통 저렇게 놓고 원하는 만큼 담아 달라고 한 후 무게를 달아 계산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시 같은 마셜슬록에서 산 콩으로 만든 간식.
강양의 엄지 손톱 보다 큰 이 콩의 이름은 아주 단순하게 board bean, 즉 넙적 콩. 비닐 봉지 가득 담아 놓고 팔길래 어떻게 먹는 지 물어보니 그냥 삶아 먹으란다^^ 삶으면 완두콩 맛이 나서 간식으로 줏어 먹기 좋다. 좀 심심한 것 같아서 토마토소스에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함께 넣고 요리해 봤다. 소시지와 함께 먹으니 시원한 맥주가 절로 땡기더라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도 반찬류.
두개의 병 중 왼쪽은 사우어크라우크. 잘게 채썬 양배추를 식초에 절인 음식으로 독일에서는 우리의 김치 수준으로 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오른쪽은 시험 삼아 한 번 사본 피클.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주 재료로 새콤 달콤하게 절인 것인데 마치 고추를 넣은 것 처럼 살짝 매콤한 맛도 나서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아주 좋다. 삶아 놓은 브로콜리와 함께 먹었더니 그대로 샐러드가 됐다. 가는 쌀국수를 차게 해서 곁들이면 훌륭한 콜드 샐러드가 될 것 같다. 다음에 시도해 볼 예정.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늘은 여기까지 간단히 올리고...
혹시 우리가 국수 가닥이나 짜잘한 반찬만 먹고 살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올리는....비.빔.밥.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리도 이런 거 먹고 산다.ㅋ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