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Malta 250308~/노트 notes'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08.09.20 시칠리아를 떠올리며
  2. 2008.08.14
  3. 2008.08.07 불온서적
  4. 2008.08.06 적다 보니 돌고 돌아.. 2
  5. 2008.06.29 미국산 공장 쇠고기
  6. 2008.05.29 국정파탄의 꿈 11
  7. 2008.05.26 나는 요리한다 3
  8. 2008.05.25
  9. 2008.05.03 이곳은 낙원일까? 10
  10. 2008.04.29 탄수화물 6
바람 거센 토요일 오전,
저 멀리 수평선 위로 두텁게 뒤덮힌 구름,
그리고 그 아래에 드넓게 떠 있을 시칠리아.




Posted by dalgonaa

책 속에 진리가 있을까? 많은 경우 진리가 있다고 하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힌두교에서 암소를 신성시하는 이유가 결코 '미련한' 우상숭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와 문화를 지탱하는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음을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에 이를 잘 설명하고 있으니 '사람이 굶어가는 판에 도대체 소를 안잡아먹는 저들의 정체는 뭔가?'하고 궁금했다면 일독해보길. 곧 가을도 오는데^^

배우고 있는 영어 교재의 한 지문엔 이런 대목이 있다. "Live for today". 격조있는 해석은 '오늘을 위해 살자'이고 피부에 와닿는 거친 해석은 '하루살이'다. <Britain in 2010>이라는 책으로 영국에서 관심을 받은 작가 Richard Scase를 인터뷰한 내용을 교재에 넣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말의 일부분이다. 인터뷰의 요지는 '삶은 더 팍팍해지고 퇴직은 빨라지며 남부의 비싼 집값을 당해내지 못한 사람들은 다 팔아치우고 좀 더 싼 프랑스나 스페인의 시골로 이사하고 있다'는 것.

재택근무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도 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교통체증과 심각한 공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의 일부일 뿐이다. 실업난, 과중한 업무, 무능한 정치와 열악한 복지는 영국사회와 똑같이 이미 한국사회에서 진행중인, 그것도 아주 왕성하게 진행중인 일들이다.(물론 우리가 더 참혹하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야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재화, 또는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 공익을 넓힐까 결정하는 것이 결국엔 '지헤로워야 할!' 정치의 몫이라면 인도의 힌두교는 그것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야윈 암소가 지주의 밭을 쳐들어가 기름진 양식을 몽땅 뜯어먹어도 지주는 소를 잡아 죽일 수는 없으며 살찐 암소로부터 받아낸 젖은 인도의 가장 낮은 카스트들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지주와 빈농 사이의 벽을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재화의 공평분배를 소가 하고 있다. 그 양이야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소가 정치보다 낫지 않은가?

우리 속담에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는다는 훌륭한 속담이 있는데 난 도무지 소 뒷걸음질 갖고는 만족 못하겠다. 큰 쥐를 '왕쥐'라고도 부르는데 쥐잡는데는 뭐니뭐니해도 수류탄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작고 간편하고 왕쥐가 드글거리는 소굴에 하나 까넣기도 좋고..

(뉴스 그만봐야지.. 지중해의 자연과 낭만, 느릿한 삶의 한가로움과 값진 재료로 풍성하게 빚어낸 음식의 향연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도 부족할 판에..)

Posted by dalgonaa

교실에서 만나는 외국 친구들의 경우 한국은 물론 수도가 서울이라는 정도는 거의 다 알고 있다. 간혹 남한에서 왔냐 북한에서 왔냐를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곤해서 그게 조금 놀랍기는 한데 그럴 때 다른 옆에 한국인이 누군가 있으면 그는 남한에서 왔고 나는 북한에서 왔다고 농을 치기도 한다. 그러면 그걸 또 믿는다. 엉뚱한 피해를 나을까 싶어 서둘러 정정해 주지만 어쩜 이렇게 모를까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

근데 가만보면 이런 차이는 우리가 그들보다 남북한 간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정확히는 일방적인 것만)을 알고 있기 때문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우리보다 남북간의 문제를 좀 더 편견없이 바라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지나치도록 폐쇄적으로 보이는 북한이지만 이들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폐쇄적이냐 아니냐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불온서적을 선정, 발표하는 오늘날 한국사회(정확히는 국방부지만)는 북한 못지 않은 폐쇄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명천지에 읽어선 안되는 책을 정책으로 발표하는 나라, 교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아직 꺼내진 않았지만 이런 짓을 남한 체제의 우월성이라고 믿는 한나라당 사람들을 이들은 비웃을 것이 분명하다.

동생이 부쳐준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이번 주 즈음에는 오지 싶다. 그 가운데 '불온서적'은 없지만 불온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책들임엔 틀림없다. 책은 대부분 요리와 음식, 유럽의 문화에 관한 책들인데 책들 가운데에는 정부관료와 한나라당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갖은 포즈를 잡아가며 집어먹던 미국산 쇠고기, 나아가 모든 육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책도 포함돼 있기도 하다.

가령 '죽음의 밥상' 같은 책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향한 정치인들, 또는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맹신이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음은 알라딘에서 퍼온 내용.

소들이 먹는 이상한 음식이 옥수수만은 아니다. 유럽에서 광우병이 중대 문제로 떠올랐을 때, 그것이 연관된 질병에 걸린 양의 골분(骨粉)을 소에게 먹인 결과임이 알려지자 대중은 경악했다. 대체 언제부터 소가 육식동물이 되었단 말인가?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조차도 소에게 젤라틴, ‘접시 쓰레기(레스토랑의 고기 요리 찌꺼기)’, 닭고기와 돼지고기,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닭털, 먹다 남은 모이 등), 그리고 소의 피와 지방이 포함된 사료를 주는 것이 합법이다.

그리고 먹다 남은 모이 중에는 소에게 직접 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닭에게 주는 것은 합법인 소고기와 뼈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97쪽, '3. 고기와 우유 생산 공장' 중에서)

Posted by dalgonaa

우리가 다니는 학원은 ESE라는 학원이고 플랫메이트인 지희가 다니는 학원은 EC라는 학원이다. 학원과 관련해 불만이 쌓여가는 우리이기도 하지만 지희는 좀 더 심각하다. 현재 그녀 교실의 경우 정원이 12명(ESE는 10명)인 것도 문제지만 더욱 기절할 문제는 8명이 한국인이라는 점이다.

단지 그녀 교실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 레벨의 수업을 듣는 교실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라고 한다. 이를 두고 사람들은 우스개로 몰타의 파고다학원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블랙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그녀는 물론이고 그곳 학원 한국인들의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이같은 문제의 근본적 책임은 결국 유학원에 있다. 학생들의 질높은 교육기관의 소개와 까다로운 수속절차의 대행, 그리고 사후관리가 유학원의 기본적 임무겠지만 결국 가장 수익률이 높은 학원을 선별해 그곳을 학생들을 무분별하게 보내고 이후 학생들의 콤플레인에 대해선 얼버무리거나 시늉만 하는 것이 이곳에서 지켜본 한국 유학원들의 현실이다.

학원들도 문제가 심각하다. 영어 못하는 학생들을 상대로 학원측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행정을 처리하기 일쑤다. 시험반이나 회화반 등, 각기 다른 코스에서 이동수업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학원측은 회신을 늦게 주는 것은 물론 결코 복잡한 업무가 아님에도 진척이 매우 느리다.이번에 2주간의 휴가를 마치고 어제 월요일 학원에 나가 달고나 역시 새로운 교실로의 배정이 이뤄지지 않아 김군의 경우 2달 전 배운 코스로 잠시 내려가 있기도 했다.

더욱 큰 문제는 강사들의 자질 문제다. 학원의 상당수 강사들이란 단지 영어를 할 줄 안다는 점 하나로 강사로 고용되어 결코 높지 않은 열정과 미숙한 기술로 학생들을 가르치기 일쑤다. 실제로 영국에서 건너온 British의 경우 누구든 별도의 테스트 없이도 바로 강사로 고용돼 교실에 투입되며 영어를 하는 몰티즈의 경우 한 달간의 이수과정을 거쳐야 한다지만 강사가 부족할 경우엔 일주일 정도의 수업 참관을 거친 뒤 바로 교실로 투입되기도 한다.

일부 강사들의 경우 심각한 자질 부족을 드러내기도 한다. 문법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는가 하면 학생들도 아는 단어를 강사가 몰라 학생들이 찾아 주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 1시간 30분의 수업동안 학생들이 말 한 마디 제대로 못하고 강사의 일방적인 강의를 경청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 무슨 소리를 떠든 건지 이해하지 못함은 물론이다.

이런 배경에는 학원측의 불성실한 강사관리와 더불어 저임금의 강사료에 따른 고용불안이 자리잡고 있다. 영어강사라는 직업이 안정된 신분과 부족하지 않은 임금생활을 유지시켜주는 자리가 아니라 '딱히 할 것 없으면 하는' 식이다 보니 강사의 질은 떨어지고 학원측은 계속 저임금을 유지하며 현금을 긁어모으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는 꺼린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물론 개중에는 열정과 신념을 갖고 임하는 훌륭한 강사들도 있지만 그런 강사를 만나는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결국 비싼 수업료를 지불하고 얻은 결과는 믿을 유학원 없다는 것 하나, 신뢰할 학원 없다는 것 또 하나,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국 믿을 것은 나밖에는 없다는 것 하나.. 그래서 학생들, 특히 한국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물론 다는 아니다)



>> 30분간의 쉬는 시간 사이의 텅빈 교실 모습.

근데 마지막 것이 제일 싫고 짜증나는 일이다. 결과만을 따지고 드는데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과정은 핑계나 변명이라는 말로 무시되기 일쑤여서 사람들은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스스로 독해지기로 마음먹기 때문이다.

말장난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독해지기 싫다. 이제 겨우 째째하고 사악한 경쟁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좀 더 느리고 부족하나마 품위있는 삶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허나 이게 쉽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결코 내손으로 뽑지 않은 이가 우두머리로 앉아 있는 대한민국에 돌아가게 되면 그는 분명 우리를 독하게 만들 것이기 때문인데 그게 정말 두렵고 괴롭다. 그래서 이미 매일같이 독해지도록 강요받는 남아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상대적으로 미안하기도 하지만.. (경쟁은 대통령인 지가 해야지 왜 애꿎게 국민들을 채찍질하며 경쟁의 장으로 내모냔 말이지.. 더욱이 비리와 술수의 '종합세트'라는 공정택이라는 이가 서울시 교육감에 앉았다는데 초롱초롱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조카들이 초등학교때부터 사악한 입시경쟁에 내몰릴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이가 갈린다..)

Posted by dalgonaa

 미국산 쇠고기가 이르면 다음주 부터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여간 걱정되는게 아니다. 한국인들 가운데 쇠고기 못먹어 죽겠다고 떠든이는 아무도 없건만 경솔하기 짝이없는 지도자는 '안사먹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말로 갈곳 잃어 창고에 쌓여있던 의심스런 고깃덩이를 들여오기로 했으니..

미국은 전 세계 쇠고기의 23%를 먹어치우는 세계 최대의 쇠고기 소비국이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것이 낳은 결과는 인류와 자연에게 결코 이로운게 하나도 없는데 우선 미국의 심각한 사회질병으로 떠오른 비만이 그렇고 여전히 허기진 그들을 위해 공장에서 키우는 소에 농작물 사료로도 모자라 그들을 도축하고 남은 부산물을 사료로 재가공해 다시 먹이는, 몬도가네도 이런 몬도가네가 없는 생태계의 파괴가 그렇다.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는 광우병이라는 신종 질병으로 우리에게 공포로 다가와 있다. 들판의 목초를 뜯어먹고 살던 소가 결국은 제 동료와 식구를 사료로 먹는 지경에 까지 이른 배경에는 미국, 엄밀히 얘기하면 자본을 거머쥐 앵글로색슨계의 극단적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잡아먹는 소를 키우는 것은 아메리카의 대평원에 펼쳐진 목초도 아니요 중앙아시아의 드넓은 스텝도 아니다. 옥수수다. 어렸을 적, 간혹 TV에서 미국 옥수수 밭에서 대형 콤바인이 옥수수 낱알만 추스려 대량으로 수확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본 적이 있다. 도대체 저 많은 옥수수를 누가 먹을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옥수수죽도 못먹는 북한이라고 한때 귀가 따갑게 들었던 터라 미국은 옥수수 죽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그래서 부자나라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럼 옥수수죽은 맛도 못보고 자랐던 우리는 뭐였지?)

적어도 미국 내에선 옥수수가, 즉 사료값이 비싸지면서 다양한 편법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예가 가관이다. 우선 성장촉진제를 비롯한 각종 첨가제를 섞는 것은 기본이고 사료에 신문지, 톱밥을 섞어 먹이는 방법은 그나마 애교로 봐준다. 공장화된 대형 비육장에선 체중을 더 빨리, 많이 불리기 위해 산업오수와 분뇨, 기름을 섞기도하고 설마 농담이겠지 싶은 것 중에는 미 농무부가 시멘트를 사료에 섞어도 안전한지 검토중이라고 하는 점도 있다.  

실제로 미국 캔자스 주립대에선 인공사료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적당히 배합한 플라스틱 사료를 개발중이라고 한다. 이는 직접 소화되는 형태는 아니고 도축시점에 허기진 소에게 이 가짜 사료를 먹여 포만감을 준 뒤 도살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때 위에 남아 있는 가짜사료는 다시 정제해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참 기발하다 못해 악랄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문제는 끔찍한 곳에서 터졌는데 바로 소가 소를 먹는 문제다. 풀이나 뜯어 먹어야 할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더니 급기야는 동물, 그것도 자기 종족을 먹이고 있으니 광우병 같은 문제가 안터지더라도 이건 최소한의 윤리적 차원에서라도 막았어야 할 문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서로를 잡아 먹는다면 어느 누가 고양이를 키울까? (모든 동물은 적어도 집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지만..) 그런 사태는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에게 소를 먹이는 일은 태연스레 자행되고 있다. 소가 미치는 건 당연한 일. 다음주 쯤에 그 소가 우리 식탁위에 오른다.

아주 오랜 옛날, 소와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 로마를 기독교로 개종시킨 기독교인들은 대중들의 소에 대한 미신적 요소를 완벽하게 제거할 목적으로 악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바 있다.  

"머리의 뿔, 갈라진 발굽 혹은 갈라진 하나의 발굽, 당나귀 귀, 무성한 털, 발톱, 이글거리는 눈, 무시무시한 이, 거대한 음경, 고약한 유황냄새가 특징인 크고 검은 험악한 형체가 악마이다"
- 447년 톨레도 공의회 -


비용을 아끼고 최대한의 높은 생산성을 거두려는 노력에 대해 세상의 모든 CEO는 '효율'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를 위해선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CEO들의 생각이고 '효율'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두서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부끄럽고 인정하기 힘들지만 지난 대선에서 '악마'와 손을 잡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곧 시장에 풀린다. 적어도 우리 가족들이 앵글로색슨 축산 자본가들의 호주머니와 주주들의 보너스를 두둑히 할 목적으로 과학적, 윤리적 의무는 내팽개친 이들 이기심의 부산물을 기꺼이 구입하는 일이 없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그나저나 문제는 나도 모르게 섭취하게 될 그것들이 문제인데 이건 결국 정부의 몫이지만 결코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귀여운 조카녀석들이 악질 자본가들의 놀음에 희생당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보고싶지 않다.



>> 한국을 떠나기 전 인사동의 한 밥집. 이미 맛깔스러움과 건강함, 풍요와 더불어 조상의 오랜 지혜로 가득 들어찬 저 식탁 위에 굳이 파렴치한 미국축산업자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올려져야 할 이유는 아무데도 없다.

Posted by dalgonaa

 김군이 모처럼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자 '난리'가 났단다. 짐작은 하면서도 뭣때문이냐라고 여쭈니 김군 어머니 왈 "고기" 라고 퉁명스레 외친다. MSN에 잠깐 들어가보니 후배가 로그인돼 있다. "바쁘냐?"고 슬쩍 묻자 "죽을 맛이에요, 미친놈들 쇠고기 고시는 왜 해가지고.."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후배는 언론사 편집국에서 일한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고기때문에 정치적 위기를 맞는 것도 웃기고 한심스럽지만 살짝 기대되 것은 이것이 과연 국정 파탄으로 이어지지는 도화선이 될까 하는 점이다.

하루 빨리 국정이 파탄나고 이를 수습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해 국정을 새롭게 이끌어 가는 것이 앞으로 예견되는 각종 재앙을 줄이거나 피해갈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과연 그것은 가능할까? 심상정 같은 이가 그 바톤을 이어받는 것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쩝, 가까운 지중해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좋은 오후다.



>> 바람에 살랑이는 커튼을 보라. 시원하다. 때론 매섭게 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발코니 문을 쾅 닫기도 해서 의자를 가로질러 놨다. 의자에 앉으면 저 멀리 지중해가 쫙~! 

Posted by dalgonaa

인터넷 한겨레에 실린 '윌리엄 레이몽'과의 서면 인터뷰 기사를 흥미롭게 읽던 중 유럽에 머무는 동안 제작하려는 다큐멘터리에서 중요한 개념이 될 힌트 하나를 얻었다.

Q :
한승동 기자
"
항생제와 살균.살충.제초용 농약, 포장용 가스,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 방사선 살균, 액상과당 등도 심각하다. 도대체 안전한 먹을 거리는 없다는 얘긴가?"

A :
윌리엄 레이몽

“정말 큰 문제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싸워서 우리의 음식을 되찾아야 한다. 될 수 있는 한 가공식품을 피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 요리를 해야 한다. 자연식품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지 깨달아야 하며, ‘적게 천천히’(small and slow)를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목숨을 이어가는 본능적 행위에 더해 혀로만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예술을 경험하고 즐기는 행위이기도 하다. 여기에 넉넉한 시간과 즐거운 대화, 함께 해서 좋은 사람들과 그들을 좀 더 끈끈하게 결속시켜 줄 잘 익은 술이 더해지면 삶은 그때마다 환희로 가득 찰 수 있다.

 

그 예술에 끊임없이 도전하고 삶을 환희로 채우려는 노력의 일환이 바로 '요리'다. 근래에 와서 요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보다 깊은 생각의 기회를 제공해 준다.

 



요리는 재료의 신선도와 안전성, 가격과 구입, 손질과 조리, 지역과 기후, 환경과 역사, 전통과 실험 등.. 먹는 행위만으로는 충족될 수 없는, 그리고 고민될 수 없는 많은 인식에 대해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은 물론 그 같은 문제들에 적극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열어준다.

 

단지 끼니를 때우기 위한, 때론 귀찮고 번거로운 행위를 지나 풍요로운 미각을 통해 삶이 즐거워질 수 있다는 깨달음을 거쳐 이제는 나를 비롯, 가족과 친구들을 외부의 환경적 재앙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또 다른 생존의 행위로 차원이 넓어져 가고 있는 것이 오늘에서야 새삼 주목받는 요리의 또 다른 정체성은 아닐까? 작금의 쇠고기 파동과 유전자 변형 음식물 수입에 따른 이런저런 걱정의 목소리는 그것을 웅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는 전통에 대한 고집, 재료를 보는 높은 안목, 이미 자신들의 먹거리 문화를 속도와 이윤으로 괴사시킨 미국과는 달리 식사를 여전히 고귀한 의식의 하나로 바라보는 관점과 느리다 못해 게으른 그들 삶의 템포는 시사하는 바가 많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쩌면 더 많은 가능성이 있는 곳이 한국이 아닐까? 우리 눈에는 그렇게 보인다.(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 중심에 요리가 있다. 비록 저마다 손재주는 타고나지 않았을 망정 세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독특한 맛의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곳에서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까다로운 입맛을 갖췄다는 것은 이미 절반은 해결된 것 아니겠는가?
 

요리라는 행위를 통해 어쩌면 우리가 미처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몇 가지 문제들은 풀어갈 수 있다는 믿음이 우리에게는 있다. 적어도 달고나는 지리산에서 어렵사리 농사를 지으며 결코 땅을 포기하지 않을 친구와 공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매개의 하나는 요리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는 매우 창조적이며 각기 다른 삶을 거미줄처럼 탄탄하게 엮어줄 작업이다.

 

요리를 하자. 주부도 자취생도 군인아저씨도 모두 요리사가 될 수 있다. 주방에서 감자를 깎고 계란 하나를 휘젓고 숟가락으로 간을 보는 순간 요리사 아니겠는가? 그게 어렵다면 이윤만을 위해 '조작된' 맛을 거부할 수 있는 건강한 입맛으로라도 바꾸는 노력이 땅과 바다가 최소한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조건이 될 수 있을 테다.

그러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가령 청계천에서 촛불을 드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맛있고 건강하고 즐거운 식사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즐겁게 넘어갈 산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오가닉'으로 섣불리 결론내지 않길 바란다. 오가닉은 장기적 목표일 뿐 당장의 대안은 아니다. 자칫 그렇게 오해할 여지가 있어 노파심에 덧붙인다. 천천히 하나씩..
Posted by dalgonaa

물의 중요성을 새삼 되새기는 주말을 보내고 있다. 왜냐면 아까 30분 전, 집주인이 와서 지하층에서 누군가 실수로 잠궈놓은 밸브를 다시 열기까지 거의 하루동안 물이 안나왔기 때문이다.

바짝 말라가던 싱크대 위로 물이 조르륵 떨어지자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끈끈해진 몸 한 번 씻기지 못한 불편함 속에서 느낀 감정이 이럴진대 사막을 헤매다 발견한 물의 반가움이란..

그리고 보면 물, 전기, 가스 없이는 현대를 살아가기 어렵다. 이를 '에너지 인권'이라고 부르는데 고개가 끄덕여 진다. 극빈 가정의 경우 전기세, 또는 가스요금을 못내 공급이 중단되고 오히려 그것이 화를 불러 촛불로 인한 화재로 안타까운 목숨을 잃는 비극도 있지 않았던가.

이들 세 가지 품목은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어려운 생계로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특별보조를 통해서라도 지원해야 한다. 만약 이를 위한 세금을 더 높인다 하면 우리는 얼마든지 더 낼 용의가 있다. 사실은 불로소득으로 부의 거품과 물신풍조, 부의 불평등을 통해 사회적 비용을 상승시키고 있는 부자들에게서 그 몫을 거둬들여야 겠지만.. 에잇.. 말해 뭣하랴!

여하튼 한국의 소식을 듣자니 이를 민간에게 팔아 넘긴다고 하던데 여간 속이 상하는게 아니다. 제 정신인가?? 언젠간 공기마저 사고 파는 시대가 도례하는건 아닐지 두렵다. 하지만 이명박 같은 시장주의자들은 그것 마저도 효율이라는 명분 하에 추진하고도 남을 세력들 아니던가. 그들이 만들어가려는 세상에서 살아갈 것이 두렵다.



>> 쪼르륵 하고 떨어지는 물 소리에 감격해 카메라 들고 냅다 한 방.

Posted by dalgonaa

며칠 여행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몰타는 맑은 햇살과 푸른 지중해 만으로도 지구상의 낙원 가운데 하나로 손꼽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몇 개월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몰타는 과연 낙원일까? 몰타 생활도 이제 한 달을 넘어섰다.  

 

길을 걸을 때 마다 바닥을 살피지 않으면 개똥을 밟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개 유럽인들이 그렇듯 이곳 사람들도 집에서 키우는 개들을 이끌고 산책에 나선다. 그러나 이들이 개를 이끌고 산책에 나서는 이유는 잘 알려져 있듯 변을 밖에서 보게 하기 위해서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선 그 규제가 강력해진 탓에 비닐봉지에 개똥을 주워담는 (칠칠 맞은) 인간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으나 몰타는 아직 그 같은 규제나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이들은 태연히 산책을 즐기고 개들도 태연히 똥을 눈다. 몇 주가 지나도록 치워지지 않는 곳곳의 개똥은 바삭바삭하게 말라 바람이 불 때 마다 조금씩 날리면서 공기 중에 부유한다.

 

새삼 애완견에 깃든 인간의 탐욕스런 이기주의를 이 자리에서 논할 생각은 없으나 궁극적으로 모든 동물은 인간의 손에서 벗어나 살아야 한다는 것이 김군의 생각이다.

 

좁은 도로의 차량들은 자신이 마치 모나코 F-1 그랑프리의 선수나 되는 양 난폭하게 차를 몬다. 줄만 그어진 횡단보도라도 건너는 사람이 있으면 순한 양처럼 다소곳이 차를 세우지만 신호등이나 횡단보도가 없는 구간에선, 심지어 인도의 폭이 사람 하나 겨우 지나는 좁은 경우에도 속도를 늦추는 법이 별로 없다. 몰타에서 생활을 하다 돌아간 한국인들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타이어 갈리는 급정거의 다급한 음은 이곳을 특징짓는 소음이다.

 

강우량이 많지 않은 탓에 발생하는 탁한 공기도 여간 불쾌한 게 아니다. 이곳 저곳 난립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먼지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집안 바닥의 먼지를 빗자루로 쓸어 담는데 간혹 서부영화를 보면 결투를 앞둔 길 위로 바람에 뒹구는 건초더미처럼 이곳 거실과 방에서도 작은 공기 흐름에 뒹구는 먼지더미를 쉽게 볼 수 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그렇듯 이곳 역시 휘발유 차량 보다는 경유 차량이 많다. 소형 차량이 내는 소리는 트럭에 견줄 만 하다. 물론 낡은 차이니 그렇겠지만 그래서 더욱 매연이 심하다. EU 가입 전에는 주로 낡은 중고차를 수입해 왔었고 반짝거리는 새 차가 거리를 질주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니란다.

 

참고로 이곳의 차량 가격은 세금이 50%라고 한다. 살인적인 가격 탓에 차를 구입하는 것은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탓에 극심한 매연을 뿜는 낡은 차량의 감소는 더디기만 하다.

 

전기 세가 비싼 것도 이곳 생활을 불편하게 하는 요소다. 이곳 전기 역시 결국 수입이니까 언뜻 비싼 듯 생각이 들지만 진실은 낡을 대로 낡은 배전시설 탓에 50%를 겨우 넘어서는 전력공급효율이 비싼 전기세를 야기시키는 주범이란다.

 

그런 탓에 이 넓은 집안에 많은 조명이 있음에도 우리가 사용하는 조명은 고작 2개다. 천정의 백열등 하나와 한국으로 돌아간 두호군이 선물로 남겨준 책상용 스탠드 하나, 이것이 이 집안에서 사용하는 조명의 전부다.

 

전기를 가장 많이 잡아먹는 가전제품은 단연 주방의 Cooker. 전기는 열 에너지로 바뀌는 과정에서 소모가 가장 많으므로 매일 같이 밥물을 끓이고 스파게티를 삶고 하니 그 전력소비가 만만찮을 듯싶다. 곧 알게 되겠지만 아무튼 얼마가 나올지 무척 궁금하다.

 

투정만 부리면 재미 없으니 생활상의 몇 가지 좋은 점에 대해 짧게 애기해볼까?

 

빨래 말리기, 이건 그야말로 자연이 내린 최고의 혜택 가운데 하나다. 물 잔뜩 머금은 두꺼운 솜이불이라도 이른 아침부터 작렬하는 햇살 아래 딱 하루만 널어 놓으면 뽀송뽀송하게 마를 테다. 청바지는 빨래 줄에 3시간만 널어 놓으면 바짝 마른다. 여름용 면 티는 1시간이면 게임 끝이다. 일산의 오피스텔에서 생활할 때 햇살에 빨래를 말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바, 그야말로 물 만났다.

 

서울은 이른 봄임에도 벌써부터 덥다는데 여기도 낮에는 물론 태양 빛이 뜨겁지만 공기가 건조해 그늘 아래선 시원하고 아침 저녁으론 선선해 지금까진 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

 

너무너무 맛있고 저렴한 가격의 와인과 맥주. 이곳 생활의 불편함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생활의 밀접한 동반자들이다. 한국 맥주보다 2배 맛있는 맥주가 가격은 그에 절반이다. 500cc 캔 하나가 850. 와인과 맥주에 대해선 조만간 별도의 포스트로 좀 더 자세히 쓰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몰타가 좋은 점은? 이곳이 한국이 아니라는 점.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지금의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이곳의 더러운 공기마저 동경하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Posted by dalgonaa

허구헌날 먹어대는 것은 오로지 전분덩이들. 최근까지도 스파게티, 라면, 쌀, 빵. 이 네 가지가 꽉 맞물려 빙글빙글 돌아가는 식생활의 반복이다. 그러니 나오는 건 방귀요 볼록해지는 아랫배다. 옆으로 서서 거울을 보니 E.T가 떠오른다. 중간에 단백질(고기)도 좀 끼어들고 섬유질(나물)도 좀 끼어들고 했던 것이 한국에서의 식생활인데 여기선 물론 거의 불가능하다. '지중해 식생활 기행'이라는 거창한 타이틀 걸고 바다를 건넜건만 정작 돌아가서 소개해 줄 꺼라는게 탄수화물 과다섭취의 부작용?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