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09. 5. 14. 13:09


요즘 거리를 걷다보면 모종 화분에 고추 싹을 제법 키워놓고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탈리아에서도 이처럼 바질이나 파슬리를 모종 화분에 판매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수퍼마켓 채소 코너에는 생 바질 잎만을 모아 포장 판매하는 모습도 흔하게 볼 수 있으니 입맛 내키면 언제든 구입해 요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달리 한국에선 생 바질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에 돌아온 후 오며가며 대형매장을 들를 기회가 생기면 혹시나 싶어 바질을 뒤져보지만 병에 담긴 말린 바질잎 가루만 있지 생바질은 없다. 한국의 가정에서 파스타 해먹을 일이 얼마나 있겠으며 파스타에 생바질을 넣는 일은 또 얼마나 있겠나? 있는게 오히려 신기한 일일 수도. 아쉬운대로 말린 잎 가루를 사용하는 이들도 있지만 생바질과는 그 향이나 맛에 있어 하늘과 땅 차이다. 설사 생 바질을 발견했다 해도 그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아 선뜻 구매하기가 주저스러워질 수도 있다.


카프레제. 뻬루자에 있을 때 즐겼는데 위에 부린 케이퍼는 취향따라 넣을 수도 안넣을 수도..


이탈리아 남부 깜빠냐주의 카프리에서 연유된 카프레제는 바질의 풍미를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음식에 하나로 빨갛게 익은 토마토와 물소젖으로 만든 생 모짜렐라 치즈, 그리고 바질을 겹겹이 겹쳐 목구멍 칼칼하게 만드는 신선한 올리브유를 넉넉히 뿌린 뒤 한 입 넣으면 그 향긋함과 짙은 숲을 느끼게 하는 맛에 대번 사로잡히고 만다. 어느덧 한국에 들어온지도 한 달째(벌써 그리 됐다니..), 푸근한 장맛의 한을 모두 씻어내고 나자 이제 다시 그곳 요리들이 슬슬 그리워진다. 어디 바질 뿐이겠나? 이탈리아 어디어디 농가에서 만든 향 진한 올리브유와 빠르미쟈노 레쟈노 치즈, 한구석에 쌓여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흡족했던 토마토 깡통들과 모든 해물요리의 대미를 상큼하게 장식해 줄 시칠리아산 레몬들..

얼마전 이탈리아에서 듬뿍 구입해 온 바질 씨를 작은 화분에 파종했고 4일만에 싹을 틔었다. 원예는 경험이 없지만 꾸준히 물주고 들여다보면 잘 자라주지 않을까? 성공한다면 무더위에 헉헉거릴 즈음 아마 바질 풍미 물씬 풍기는 요리를 먹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