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09. 6. 12. 18:46


바질 씨를 뿌린지 10여일 만에 싹이 나왔고 약 50여일이 지난 지금 이정도까지 성장했다. 생각보다 무척 더디지만 바질 특유의 탐스러운 잎의 꼴을 조금씩 갖춰가고 있으니 보는 것 만으로도 기특하고 입맛이 다셔진다. 며칠 전 동대문에 책을 사러 갔다가 마침 종묘상들이 가까워 쏟아져 나온 푸르딩딩 화분들을 구경하다가 '작은농장'이라는 이름의 종합영양제 한 포대(1kg)를 사왔다. 쉽게말해 비료. 개봉하니 암모니아 냄새가 팍 코를 찌른다. 비료냄새는 이전에도 어디선가 맡아본 것 같은데 냄새가 이랬던가 싶다. 보리쌀만한 알갱이 몇 개를 종이컵 화분에 툭툭 던져놓고 해도 쐬고 비도 맞히고 있다. 밤과 새벽에는 기온이 제법 쌀쌀한듯 해서 방에 들여놨었는데 '온실'에서 키우는게 꼭 좋은 것만 아닌듯 해 강하게 자라라고 그냥 밖에 내놓고 키우고 있다. 며칠 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그랜 토리노>를 보다 영화의 감동과는 별개로 그의 집 마당에 바질이 군락을 이루며 무럭무럭 자라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 어찌나 탐스럽던지.. 비결이 뭘까?.. 

월트 : 근데 넌 나중에 뭐가 될꺼냐?
타오 : 글쎄요.. 세일즈맨이요.
월트 : 내 큰아들이 세일즈맨이지.
타오 : 그래요?
월트 : 그래, 사기면허지. 나는 포드공장에서 50년을 일했지만 아들녀석은 일본차를 팔아.
타오 : 차도 만들어 보셨어요?
월트 : 그럼, 1972년에 그랜토리노 공정에서 조향파트를 맡았었지.
타오 : 오호.. 멋진데요.
월트 : 세일즈를 할꺼라고? 그럼 학교는 어쩔거냐?
타오 : 학교는 돈이 들잖아요.
월트 : 일을 하면 되지. 평생을 정원에서 잡초나 뽑으며 살 순 없잖냐.
타오 : 제가 무슨 직업을 가질 수 있겠어요?



만약 그 정원의 탐스러운 바질을 모두 타오가 키운거라면 그를 고용할 생각이 얼마든지 있다. 물론 돈을 많이 번 후의 얘기고 그렇다 한들 그가 고용될리도 없지만 ㅋㅋ. 아무튼 이 대화의 끝은 타오가 월트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사장에서 새롭게 일을 시작한다는 거다. 이태리를 떠날 즈음, 거리에서 심심찮게 마주치던 그랜 토리노 포스터, 이를  볼 때 마다 매그넘을 쏴대던 더티 해리가 어쩌다 이탈리아까지 왔을까 하고 궁금했었는데.. 영화를 본 이태리, 특히 토리노 사람들, 극장 나서면서 괜히 환불해달라고 떼쓰는 사람 없었나 모르겠다. 아무튼 더디지만 바질은 잘 자라고 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