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29



1층과 지층을 잇는 승강기를 설치하려면 저 바닥을 잘라내야 합니다. 먹줄을 튕겨 잘라내야 할 정확한 선을 표시했고 이제 잘라내기만 하면 됩니다. 하지만 덜컥 겁이 납니다. 멀쩡한 건물의 멀쩡한 바닥을 잘라낸다는 것이, 그리고 자칫 예상치못한 변수가 생겨 감당할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면..   필요와 당위를 숱하게 확인했건만 정작 결행의 순간이 되자 두려워집니다. 허허..  




하지만 나약한 마음일랑 아랑곳않고 현장파 커팅 사장님, 태연히 기계를 준비하고 선따라 칼날을 넣습니다. 요란한 굉음과 불꽃을 튕기며 커팅기의 날이 돕니다. 그러자 마음이 순간 바뀝니다. 한가로운 토요일 오전의 게으름을 무참히 짓밟는 저 무지막지한 굉음에 온 동네 사람들이 골목으로 뛰쳐나올 것 같은 생각이 든 겁니다. 그 소음, 걱정은 했지만 이 정도일줄이야..   전기가 아닌 휘발유로 작동하는지라 매연도 엄청납니다. 그래서 문도 못닫습니다. 이래저래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초조와 안절부절로 제 간은 더 쪼그라듭니다. 

급기야 일이 터집니다. 뒷마당 건너편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저를 향해 소리를 지릅니다.  저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죄송함과 애원의 눈빛으로 성난 눈빛에 양해를 구합니다. 정말 살얼음 위를 걷는 것 같은 기분입니다. 소음이 어지간해야 하는데 이건 정말.. 




주변 민원을 다독이며 불안한 작업을 이어가는데 또 다른 악몽이 터집니다. 바닥에 매설된 상수도관이 잘리면서 순간 분수처럼 물이 솟구치기 시작한 겁니다. 저는 스프링처럼 밖으로 튕겨나가 하수도 계량기를 찾아내 물을 잠갔습니다. 엄청난 소음과 이제 시작일뿐이건만 남은 커팅 양을 가늠해보니 양 다리에 힘이 풀리고 거기에 수도관까지 터지자 제 심리는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에 이릅니다. 허허

그래도 다행히 더 이상의 민원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민원이 사라진게 아니라 누적된 것이고 언젠가 다른 발화요인으로 터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 화약고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바닥에 흥건해진 물을 빗자루로 쓸어담고 있습니다. 



지층 바닥 커팅을 마치고 1층 슬라브 커팅을 시작합니다. 실내는 어느새 매연으로 자욱하고 저는 귀를 손으로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곧 매연이 더 심해져 결국 모두 밖으로 빠져 나옵니다. 




그런 소동일랑 아랑곳않고 커팅 사장님, 마스크도, 보안경도, 귀마개도 없이 태연히 앉아 커팅에 전념합니다. 현장에서도 보면 일 잘하는 기술자와 못하는 기술자가 있습니다. 커팅 사장님은 일 잘하는 기술자입니다. 60을 갓 넘었을 얼굴과 모습이지만 기술 노하우와 근성은 젊은 사람들의 그것에 결코 뒤지지 않는 자태를 보여줍니다. 



칼날이 15cm밖에 들어가지 않아 나머지는 '쁘레카'라 불리는 타격드릴로 바닥을 쳐 냅니다. 그러자 구멍이 뚫리고 드디어 1층과 지층을 잇는 식당의 새로운 역사가 열리는 순간입니다.



별 것 아닌거에 의미가 과하다 하겠지만 이 험난한 작업의 과정을 온몸으로 받아낸 사람들, 특히 저에겐 아주 특별한 순간이었습니다. 







 1층 빛이 아랫층으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우선 여기까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