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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3.22 봄맞을 준비 11
  2. 2010.02.18 15
  3. 2010.02.13 얼마만의 포스팅? 9
  4. 2010.01.15 삼겹살과 아이스크림 25
  5. 2010.01.01 휴일 18
  6. 2009.12.31 머랭 4
  7. 2009.12.25 크리스마스 이브 15
  8. 2009.12.24 문화생활 11
  9. 2009.12.17 연어 타르타르 25
  10. 2009.12.17 오랫만에 쓰는 글 10
한국 Korea 160409~2010. 3. 22. 12:08
달력에 의하면 봄이 왔지만 
실제는 겨울이 그 자리를 냉큼 내주지를 않는 듯 싶다.
꽃샘추위, 참 잘지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부쩍드는 요즘.
그래도 가게 앞 화단에는 어느새 연두빛의 새순이 올라오고 있다.
물도 잘 안주는 게으르고 못된 주인의 손길 아래서도 잘 자라고 있었구먼. 

봄맞이를 위해 몇 가지 준비를 해야겠다. 
추운 겨울을 붉은 빛으로 데펴줬던 식탁보를 걷어내고 
4월에는 산뜻함이 묻어나는 식탁보로 모두 교체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동대문 원단시장을 돌아야하고 잘 어울릴 색감과 디자인의 
원단을 골라 박음질 해야한다. 

10일 전 부터 주방에 부분적으로 결합해 일을 도와주고 있는 공감독이 
최근 옷만들기를 배우고 있다면서 봉재라면 얼마든지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 많은 걸 혼자 해치우기는 힘들테니 재미삼아 해보라고
몇 장 정도는 맡겨보려 한다. 

새순을 내고 있는 가게 앞 화단의 나무를 뽑아 뒤로 옮겨심고
그 자리에는 봄꽃을 심어보려 한다. 
요즘 화원에 봄 한 철 피고 지는 예쁜 꽃화분이 
가격도 저렴하게 쏟아져나오고 있는데 이놈을 심어 꾸미면
색색의 꽃에 가게 손님은 물론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도 기분이 밝아질 것 같다.


+++


가게 뒤편 주차장에 노는 공간이 제법 많은데 
이곳에 화단을 만들어 허브를 심고 키워볼까 한다. 
바질 정도는 요리할 때 마다 그때그때 뜯어 쓰면 편할 뿐 아니라 싱싱한
상태로 요리할 수 있어 더없이 좋다.

바질 얘기가 나와선데 요즘 바질 값이 100그램에 2만원이다.
기가 막힐 지경으로 값이 올라 바질의 대량 구입을 중단했고
숭어 가르파쵸의 드레싱 양념에 필요한 소량을 제외하곤
몇 가지 해산물 파스타 요리에서 바질을 빼고 있다.

대개 그렇듯 바질도 여름 작물이어서 겨울에는 자라지를 못한다.
특히 이번 겨울이 유독 추웠고 폭설도 많았고
무엇보다 비닐하우스의 난방비가 크게 올라
남는게 없다고  판단한 바질 농가(얼마 있지도 않지만)가 재배를 접으면서
공급량이 급감해 가격폭등으로 이어지고 말았다. 

며칠 전 가락동 시장을 돌다 바질을 취급하는 몇 집 가운데 한 집이
100그램에 1만6천원에 준다고 했으니 이문이 좀 줄더라도
이 집에서 조금씩 구입해 써야겠다. 
일부 요리에서 빼자니 아무래도 좀 찜찜하다. 


봄 요리도 고민중인데 요건 가게에서.


+++


장을 볼 때 하루에 많게는 5곳을 돌기도 한다.
지난 주 쯤인가가 그랬는데 부족한 접시를 구입하기 위해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아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노량진 수산시장, 양평점 코스트코, 마포 농수산물 시장,
그리고 망원시장의 정육점까지. 
이들 모두는 이제 달고나 운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들이 되었고 
이들과의 긴밀한 생존의 끈은 느슨해질 틈이 잠시도 없다.
최근엔 폭등한 채소와 허브 가격으로 가락동 시장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퀴즈 하나.
이곳 가운데서 김군이 가장 장보기 싫어하는 곳은 어디일까?
 
어디보자...
질척거리는 바닥이 영 못마땅한 노량진?
차와 사람과 주방기물이 한데로 뒤엉키는 황학동 주방거리?
한 바탕 주차전쟁을 치뤄야하는 코스트코?
은근히 값이 비싼 마포?
아니면 전문성 떨어지는 망원시장?
어딜까?
ㅋㅋ


답은 코스트코.
이유를 간단히만 설명하자면
이곳에만 들어서면 내가 물건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상품'에 선택되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곳은 똑똑한 소비자들이 가는 곳이 아니라
그렇다고 착각하는 몽롱한 소비자들이 마차같은
카트를 밀고 열심히 물건을 주워담는 곳이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대열에 속한 언젠가 구제되어야 할 소비자고. 


가장 재밌는 시장은 황학동 주방거리다.
이 가운데 시간 날때마다 찾는 한영주방(중고그릇가게) 
그릇가게면서 동시에 희귀 골동품가게 같은 곳이어서
 이곳에 쌓여 있는 손때, 기름때 뭍은 그릇과 집기들 사이에 파뭍혀 있다보면
어릴적 다락방에서 보물을 찾기위해 먼지를 죄 뒤집어썼던
그때의 재미가 어느새 솔솔 묻어난다.
비록 그릇가게지만 어른들의 어릴적 모험심과 탐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공간이랄까?


망원시장은 잘 닦여진 재래시장의 보기가운데 하나이면서 
지역의 소규모 경제 생태계가 자리를 잡은 곳이니 좋고
무엇보다 맛있는 파김치를 파는 반찬가게가 있어 좋다.

노량진은 애초 점심장사를 마치고 오후에 방문하곤 했는데
 언젠가 새벽시장을 다녀온 뒤 그 매력에 흠뻑 취해 여건이 되면,
가끔은 무리를 해서라도 새벽시장에 나가곤 한다.



+++


매주 하루는 쉬기로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힘들어서.
월요일, 또는 화요일에 가게를 쉴까 하는데
양일간의 결정을 미루고 일단은 월요일에 쉬고 있다.
해서 오늘은 가게 문을 닫고 그간 못챙긴 것들은 하나씩 정리해가려 한다.
가게문을 닫는다고 해서 가게에 안나가는건 아니다.
오늘 나가서 이번 주 쓸 육수를 끓여야 한다.
에휴..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2. 18. 01:47

이제 식당일을 시작한지 두 달 반 정도.
비나 눈이 오면 장사가 않된다든지 화요일이나 목요일은 매출이
그저그렇다든지 하는 루틴한 일상이 생기기 시작한다.
기온이 떨어지고 눈이 많이 내릴 거라는 일기 예보 때문에 저녁엔 손님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분주한 저녁 시간을 보냈다.
물론 점심장사가 그저그랬기 때문에 매출은 그저 평균.

손님이 끊어지고 맥주잔을 기울이던 친구들도 일어선 후 이것 저것 정리를 하던 차, 가게 밖 풍경.


 


분속 1cm로 쌓이던 눈.
이 눈이 그대로 얼어버린다면?
내일 아침 가락동에 오이를 사러 가는 것은 포기해야 할 듯...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2. 13. 09:46
게으름일까?
대체 얼마동안이나 포스팅을 안한건지..
허나 가게일은 누구도보다 부지런하게 움직이고 있으니
본성이 게으른건 아닐터.
아침마다 팔이 쑤신게 그 증거.

공지랄까?
많이 늦었지만 이 기회에 얘기하자면,
매주 월요일은 가게를 좀 쉬기로 했는데
값아야 할 은행대출금이 아직 많아 매주를 팍팍 쉬지는 못하겠고
둘째, 넷째 월요일만 문을 닫고
나머지 월요일은 저녁장사만 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닫을라면 확실하게 닫지 둘째, 넷째 이러는게 영 헷갈리다'라는
주변의 이야기가 있어 어쩌면 이 의견을 반영해
매주 하루를 팍팍 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월요일이 아닌 화요일로 바뀔 공산이 크다.
요 며칠 가만히 지켜보니 월요일엔 홍대의 다른 맛집들이 제법 문을 많이 닫고 쉬어
예약 문의가 적지 않다.



+++


가게 오픈에 큰 힘을 실어줬던 경준이가 가게를 떠난다.
우리보다 좀 더 보수를 많이 주고 무엇보다 이 분야에서 좀 더 색다른 경험을 쌓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으니 이 코딱지만한 가게에서 더 오래 시간을 보내는건
경준이 입장에선 낭비다.
애초 봄 무렵까지는 있을 예정이었으니
봄이 빨리 온 셈이다.
헌데 지금 의정부 내 방에서 이 글을 쓰면서 밖을 보니 맞은 편 수락산이 하얗게 눈으로 덮혀있다.
아직 봄이 아닌게로군.
허나 입춘을 지났도다.

경준이는 애초 일본으로 요리방랑을 떠날 계획이었으나
그 계획을 철회하고 행선지를 프랑스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 결정에 경준 스스로도 어찌나 만족해하던지..
애초 볼로냐의 마르코 파디가가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 쉐프였고
경준도 그 밑에서 기량을 쌓았으니 경준의 요리 인생에서 스승의 벽, 
또는 동경을 넘어서기 위해선
프랑스를 건너뛰어선 안될테다.
Go go France!!

헌데 당장 옮겨가게 될 새 일터가 보수를 두둑히 주면
그 안락감이 장난 아닐테고
무엇보다 곧 결혼식까지 올리게 되면 프랑스 모험을 감행하기도
결코 쉽지 않을텐데 과연 떠날 수 있을까?



+++


내일은 설날.
발렌타인데이와 겹쳐 수많은 연인들의 기분을 잡쳐버렸는데
어쩌면 내일 저녁에 살짝 가게문을 열지도 모르겠다.
차례지내고 방에 뒹굴거리며 테레비 보다가 영 심심하면 말이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1. 15. 00:16
날씨가 추워선지 손님도 많지 않고.
어젠 10시 30분에 마감해 11시에 문닫고 모처럼 일찍 갔는데
오늘은 정확히 10시 5분에 모든 것을 마감하고 셔터문을 내렸다.
세상에.. 옆집 코알라 카페보다 먼저 문을 닫다니..ㅋㅋ

사실 손님이 없어도 이래저래 게으름을 피우며 12시까지 시간을 때울 수도 있었지만
요 며칠 전 부터 삼겹살이 어찌나 먹고 싶던지..
해서 오늘 그 결행을 위해 일찍 문을 닫았다.
으하하

인근의 고깃집을 방문하니 이런..
10시가 겨우 넘었음에도 우리를 받을 수 없단다.
이유는 요즘 하도 불경기라 손님이 없어 일찌감치 문을 닫는다고.
발길을 돌려 저 아래 서강 껍데기집으로 향했는데
어라?
마치 삼겹살 먹기 경연대회장인양 넓고 설렁던 그곳이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이자까야로 변신해버렸다.
다시 발길을 돌려 인근의 '육값하네'로 이동,
이곳에서 삼겹살과 껍데기를 구웠다.
육값하네도 어느새 사옥을 확장해 2호점을 냈더라는.

제주오겹 2인분 주문.
남이 해주는 음식,
역시 편하도다..

불경기 탓도 있지만 급강하한 날씨도 무시하지 못해서
많은 가게들이 일찌감치 문을 닫고 집에 간 모양이다.
늦어도 12시까지 버틸법해 보이는 식당들이 그러니..
하긴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고기를 먹고 다시 가게로 돌아오니
옆집 옷가게는 여전히 안에서 일하는 중이다.
가끔 식당에 들러 식사를 하는 이들이고 나름 단골이자 이웃인지라
이래저래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든다.
슬쩍 문을 열고 물었다.

"혹시 아이스크림 드실래요?
저희 지금 고기먹고 들어와서 뭐 달달한거 먹으려는데
계신 것 같아서 좀 나눠드릴려구요"


옷가게,
"어머 감사해요,
헌데 저희 지금 문닫고 들어가서 밥먹으려고 하거든요.
아무튼 고마워요"


오늘 문득 가게를 하면서 좋은 점 하나를 생각했는데
그건 수입이 직장인 처럼 월단위가 아니라 자영업자로서 하루단위다 보니
외식을 하건 쇼핑을 하건 월 단위에서 쪼개쓰지 않고
그날그날 버는 수위에서 맘편히 지출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이웃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제법 근사하고 기분좋은 빌미가 생겼다는 점이다.
 

(P.S : 오늘 벽에 TV 겁니다. 김군은 이른바 '테돌이'라는..
기회되면 지난 1년여의 여행 기록을 보게될 수도..ㅋㅋ)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1. 1. 14:45
1년 전,
이탈리아 뻬루자의 광장에서 곧 폭도로 돌변할 것 같은 
사람들 틈에 뒤섞여 하늘에 터지는 불꽃놀이와 뻬루자 국립박물관과 성당 사이에서
수북히 깨져나가는 와인병의 잔해,
그리고 155mm 포가 40kg짜리 포탄을 저 멀리
날려버리기 위해 장약 터뜨리는 소리에 견줄만한 
이태리 청년들의 만용스런 폭죽 굉음을 위태롭게 감상하며 새해를 맞았다.

당시 볼로냐에서 새해를 맞은 경준이 이야기하는 그곳의 화려한 새해맞이와는 거리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부자도시 볼로냐와 시골도시 뻬루자의 재정규모가 다른데서 오는 차이겠지 싶다.
암튼 그로부터 딱 일년 후,
2009년 마지막 손님에게 디저트 한 접시를 공짜로 대접하고 기분좋은 얼굴로 새해 인사를 나눈 뒤
주방 여기저기에 눌러앉은 기름기를 닦아내는 고단한 노동으로
하루를 마감하며 새해를 맞았다.

뭐 새해라고 해서 어제와는 다른 해가 떠오르는 것도 아니니
'새해'라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덧없는 짓도 이젠 하지 않지만
그것이 휴일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구석이 있다.
왜냐면 그 핑계로 1일과 2일, 이틀간은 쉬기로 했기 때문에.
30일을 하루도 쉬지않고 달려왔으니 이쯤에서 한 번 쉬어 줘야하지 않겠나.
혹시나 요때 식당을 찾을 손님들에게는 다소 미안하지만
우리도 좀 살자. 아이구 삭신이야..

따땃한 전기장판에 배 깔고 누어 자판 잡는 이것이
대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워낙 정신없이 달려온 요 몇 달이었다.

어느새 가로수 낙엽이 다 떨어졌고
눈도 몇 번 왔고
와인병도 수없이 갖다 버렸다.

일본에서 게이코가 깜짝 방문해 가게 오픈을 축하해줬고
몰타의 새라도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되려 우리에게 이탈리아의 영감을 듬뿍 안겨준
베로나의 엘리자베따와 베르가모의 줄리오에게는
두어 달 전 '가게를 열 계획이야'라는 메일만 보내놓고
'결국 사고쳤어'라는 소식은 알리지 못했으니 이 무슨 배은망덕(?)인지..

몇 번의 단체손님을 받으면서
서비스의 한계를 절감했고
전화 예약제 역시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음식 단가가 너무 낮다는 일부 손님들의 불만 아닌 불만도 들었고
3kg이라 해놓고 가져와 달아보면 2kg이 겨우 넘는
노량진의 못된 상혼도 경험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진다는 이야기가 뭔지 슬슬 깨달아가고 있고
좀 더 고민하고 부지런하고 노련해져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있고
좀 더 쉽고 편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밥집'스럽고 '술집'스런 메뉴를 고민하고 있다.

요리중에 후앙을 돌리면 그 가공할 흡입력이 문밖의 차가운 공기까지
안쪽으로 빨아들여 손님들이 추위에 오들오들 떤다는 것도 알았고
이를 위해 틈이란 틈은 모두 막아보지만 100% 해결이 안된다는 사실에 살짝 좌절도 했다.
어서 봄이 오기를 바라고 있고 비슷한 문제가 반복될 여름은 과연 어떨지
벌써부터 걱정도 들고 있다.

여전히 허옇기만 한 벽에 어서 사진을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늘 쫓기고 있고
'왕산건재' 간판도 철거하고 너무나 후진 화장실 개선공사도
건물주를 설득해 어떻게든 해야지 해야지 하고 있다.

가게 앞에 당도하기도 전에 솔솔 풍겨오는 음식냄새가 너무 좋다는
인근 사는 후배의 이야기에 기분이 좋고
그렇다면 냄새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하는 상술도 고민하고 있다.
낄낄
 
그리고 오늘,
모처럼 쉬는 날이지만 그간 밥 한 번, 술 한 잔 편하게 하지 못했던
친구들을 모아 식당에서 조촐하게 식사를 하려고 한다.
그래서 빨리 씻고 나가야 한다는...

좀 전에 도착한 강수연의 문자,

"우리 가게 열 껄 그랬나봐.
다들 장사하고 잘된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2. 31. 03:15
경준이가 머랭을 잔뜩 구웠다.
디저트로 내놓을 호두 타르트를 만들면서 쓸모 없어진 계란 흰자를
버리기는 아깝고,
설탕 부어넣어 믹서기(제빵용)에서 회오리를 일으키니
뭉실뭉실 부풀어 두 배 이상이 된 걸
 짤주머니에 담아 장기알 크기로 일렬로 짜낸 뒤
오븐에 넣어 구웠다.

한 입 넣기 편하고
깨물면 바삭, 조금 지나면 뽑기 설탕 녹듯이 사르르 녹는다.
달기도 엄청 달고. (무척 달고나..)
통에 담아놓으니 양이 제법 많고
작은 크기다보니 오며가며 하나씩 집어먹기 딱 좋고
작다고 우습게 보면 살 불리는데도 딱이네.

한 두알 재미로 먹는 것이라 생각해서
계산 마치고 나서는 손님들에게 조금씩 들려보내고 있다.
가끔 이렇게 남는 재료로 요모조모 만들어 나눠먹으련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2. 25. 15:59
크리스마스의 낭만이란 주로 연인들에게만 주어진 특별한 혜택인 것 같고
그 달콤함을 즐기는 장소는 모텔 다음으로 식당이 아닐까?
그들의 낭만을 절정으로 이끌어주기 위해 우린 주방안에서
날선 칼의 위태로움을 아슬아슬 피해가며 양파를 썰고 고기를 썰고
허브를 썬다.
손에 잔 상처들이 많아졌고 잔주름도 늘어났다.

오너가 된 입장에선 제 몸이 다소 부상을 입더라도 
밀려들어오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흐믓한 미소를 짓기 마련이지만
함께 일하는 경준이에겐 '이제 그만!'을 외치게 존재들일지도 모르겠다.
경준이 친구와 통화중에 주고받은 말 한 마디,

"요리사들에게 크리스마스? 그저 평일보다 좀 더 바쁜 날일 뿐이지"

평소 밤 9시면 빈 테이블이 절반이 넘었을텐데
어제는 11시가 넘어선 시각에도 손님들이 들어왔으니
크리스마스의 시즌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평소보다 두 배가 더 많았던 하루는 주방에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는데
다시 공사판 시절로 돌아간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할 만큼
자정 무렵의 주방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돼 있었다.

도마위에 널부러진 칼 들,
그 옆에 뒤섞인 각종 채소들,
씽크대에서 세척을 기다려야 할 프라이팬이
냉장고, 작업대 밑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왔고
그 편에 접시와 굴껍질 등도 함께 딸려 나왔다.

뭐 부터 정리를 해야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고
그때 딱 한 가지 해야 할 일이 떠올랐다.
화장실 가는 걸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나름 고심해서 내놓은 문어요리와 훈제 오리가슴살 요리는
연말까지 주욱 끌고가기로 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2. 24. 01:32
1년이 넘는 기간 동안의 여행이었으니
초절정 문화생활을 즐긴 셈이다. 
그래서일까?

식당문을 연 이후로 문화생활이란 없다.
하다못해 탱자탱자 TV를 보다 잠드는 초싸구려 문화생활조차 없다.
그저 일 끝나면 찜질방,
때론 집으로 직행해 쓰러져 자는 생활의 반복.

이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 들인데..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2. 17. 22:16
춥다.
눈이 온것도 아니건만 노량진 수산시장 앞 주차장 바닥은 폭설이 내린 마냥
두텁게 얼음이 쌓였다.
질척거리는 길 위로 사람은 자취를 감추고 냉동 탑차들만 즐비하다.
어찌나 추운지..

시장 안에도 손님보단 상인들의 수가 더 많다.
발을 종종 거리며 부지런히 장을 봤다.
바지락, 가리비, 오징어, 홍합,
그리고 눈독만 들이며 그 앞을 두 번 지나친 끝에
결국 문어를 샀다.
동해 피문어.
문어맛의 절정이라며 상인은 긴 말이 필요없단다.
그 문어를 못알아보는 손님은 취급도 안하겠다는 고집같은게 느껴졌으니
그냥 지나치면 내가 바보되는 것 같은 느낌.
안 살 수가 없다.
그 할머니 장사 잘 하시네..
완도산 문어는 상대적으로 많은 반면 동해 문어는 잘 없다.
파도가 높으면 배가 뜨질 않아 문어잡기가 힘들다는데
아무래도 동해가 좀 더 혹독하단다.

쏙가재는 아무리 뒤져도 보이질 않는다.
설사 있더라도 묵은 놈일 가능성이 크다.

어제 연어를 사와 내부적으로 메뉴 테스팅을 했다.
구워도 보고 무쳐도 봤는데..
오늘 결국 메뉴로 등장시킨 요리는 연어 타르타르.

볼로냐의 마르코 파디가가 한창 만들어 재미봤던 메뉴.
샐러드에 쓰는 비니그렛 소스에 몇 가지 비법(^^) 양념을 더 첨가해
채소를 얹어내는 요리.
전채로 즐기기에 좋고 한 접시 놓고 화이트 와인 천천히 홀짝이며 안주삼기도 좋다.



맛나니 와서 드시라.
냠냠



 
아, 하나 더.
결국 어제 태운 라구소스는 회생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몽땅 폐기처분.
2kg 분량 남은 돼지고기를 몽땅 넣고 오늘 보글보글 새로 끓였다.
오늘 밤 9시부터 다시 딸리아뗄레 알 라구 볼로네제가 부활했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2. 17. 01:47
안녕들 하신가?
참 오랫만에 글 쓴다.

휴..
10시가 넘어 가스불을 끄고 파스타 삶는 통을 내렸다.
토마토와 크림, 올리브 오일로 범벅이 된 7개의 팬도 싱크대 통에 던져졌다.
오전 10시에 출근,
새벽 1시는 돼야 대부분의 정리가 끝나는 일상.

오늘로 오픈한지 20여일 째로 접어들고 있다.
2주를 갓 넘긴 식당은 운 좋게도 안착하는 느낌이다.
음식에 대한 평도 좋고 서비스나 분위기에 대한 인상도 나쁘지 않다고 한다.
어느새 애정을 갖고 찾아주는 단골도 생겼고
이런저런 루트로 정보를 듣고 먼길을 찾아와주는 손님도 있을 정도니
다행히 6개월 안에 망하는 80%의 가게 대열에 끼지는 않을 것 같다.

매주 3회에 걸쳐 요식업 중앙회인가 뭔가 하는 곳에서 진행되는 위생교육 현장에는
매번 300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하는데
이를 액면으로만 놓고 이야기하면
한 주에 900여 곳의 식당이 새롭게 문을 연다는 얘기가 된다.
부푼 기대를 안고 창업을 준비중인 이들 앞에서 연사로 나선 이른바 '위생교육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들 중에 80%는 6개월 안에 문을 닫을 겁니다.
그리고 나머진 10%는 1년안에 문을 닫게 될꺼구요"

통계로 잡힌 수치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니 결코 헛말은 아닐테지만
망하는 대열에 내가 포함될꺼라는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는다.
고스톱 판에 끼어들면서 설마 내가 돈을 잃겠는가 하는 심정과도 같다.
아무픈 패는 쥐었고 1타 치고 까보니 피 두장 가져오는 기분에 가깝다고나 할까..

대신 몸은 망가져가고 있다.
무거운 팬을 흔드느라 팔뚝에 파스 3장을 붙였고
손가락은 오이 썰다 베어 밴드를 붙였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지만 앞으로 이런식의 사고들이 더 자주 있을 테다.
요리사들이 앓는 대표적인 질환의 하나가 호흡기 장애라는데
그 결과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불 앞에서 기름이 타고 순간 증발되는 산소와 팬 위에서 발생하는 각종 가스로
순간 기침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식당에 와본 손님이라면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의 하나가
주방 너머로 불길이 치솟는 모습일텐데
뜨겁게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차가운 조개나
해산물 따위로 던져 넣으며 순간 불길이 치솟는 경우가 많다.
'플람베'라고 해서 화이트와인을 끼얹어 순간 열기를 식히면서
동시에 비린내 스민 가스를 태워버리는 과정에서도 불길이 치솟곤 한다.
먹을 것을 기다리는 손님 입장에서야

"음.. 내 음식이 맛나게 익어가고 있고나.."

하며 신기롭고 흐믓하게 바라보겠지만
그 앞에서 선 요리사는 잔뜩 인상구긴 얼굴로 불길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한 번은 불길이 워낙 크게 번져서 당황한 적이 있는데
조개에 탄 맛이 베어버려 몽땅 버리고 다시 요리를 하기도 했다.
탄 맛이 적당히 베이면 불맛이라고 해서 입맛을 돋궈주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면 그을음맛이 나서 입맛을 버리니 미련없이 음식을 버리고 새로 요리해야 한다.
함께 요리하는 최경준군이 오늘은 그만 라구소스를 홀라당 태워버리고 말았다.
솥 밑바닥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것도 모르고 다른 요리에 열중하다가 그만 벌어진 일이다.
약 3킬로의 돼지고기와 같은 양의 토마토소스, 그리고 당근, 샐러리, 양파, 허브등이
들어간 아주 맛있고 고급스런 소스인데 전체에 살짝 탄 맛이 베이고 말았다.
탄 맛을 잡아주는 비책이 있다는데
한 번 시도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어쩔수 없다. 버려야지.. 흑..

휴..
두서없는 글이라도 이렇게 올리면 좋은데
정말 몸이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안믿겠지만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찜질방에서 잠을 잤고 앞으로 당분간은 그럴 것이다.
우리 각각의 집이 있는 의정부와 상일동은 출퇴근 하기엔 너무 멀다.
이젠 찜질방이 집같다.
어서가서 쉬고싶다.
 이불보따리도 들고 다니고 있고 뜨끈한 탕에 몸 좀 녹인 뒤
눈에 안대하고 귀마개 막고 누으면 주정뱅이의 고성방가에도 아랑곳않고 잘 잔다.
이런 우리를 위로하고픈 이들은 지갑에 현금 두둑히 채우고 식당에 밥먹으러 오시라.
아직 발길이 주저스러운 이들을 위해
조만간 먹음직스런 사진들을 올리도록 하겠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