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에 해당되는 글 124건

  1. 2009.11.28 오픈 17
  2. 2009.11.08 창업일기-3 11
  3. 2009.10.31 급구-페인트공 모집 6
  4. 2009.10.22 창업일기-2 15
  5. 2009.10.22 식당 창업일기-1 8
  6. 2009.10.19 상수동에 식당 12
  7. 2009.10.12 제주도 2박3일 17
  8. 2009.09.24 그리씨니와 치아바따 7
  9. 2009.09.21 너희 둘의 어깨가 무겁다. 9
  10. 2009.09.18 식당이름 9
한국 Korea 160409~2009. 11. 28. 11:23
작은 가게 치곤 한달이 넘는 긴 준비시간을 보내고
월요일부터 본격적인 영업에 들어간다.
아직도 손길이 필요한 부분이 가게 구석구석에 쌓여 있지만
12월까지 오픈을 미룰수는 없는 노릇이고
이미 월세도 한 차례 나갔다.

사건도 많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지만
가게 정리되는 대로 차근차근 정리해 적어놓으려고 한다.
지금 여기 이 짧은 글을 쓰는 것 조차
마음의 여유가 없다.
(무슨 영화를 누리자고 그렇게 쫓기듯이 사니.. 참 나..)

좀 더 여유를 갖고 많은 사람들을 초대해
인사도 드리고 가게에 대한 홍보도 했어야 했는데
생각대로 되지는 못해 아쉽고
여러모로 죄송한 부분도 많다.

특히 우리 블로그를 방문해주시는 손님들,
가게도 오셔서 인사건네 주세요.
그간의 관심에 대해 저희도 인사를 드리도록 할께요.
그런 분들 몇 분 계시죠? ^^

소리없이 다녀가시는 분들도 아는 척 해주시면
'우리끼리'만의 각별한 인연으로 모실테니 언제든 놀러오시길.

암튼 가게가 한 숨 돌릴 정도로 자리를 잡으면
사진과 함께 창업일기를 마저 써나갈 계획이니
그리 아시길..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1. 8. 12:16
한참 밀린 창업일기.
사진이라도 곁들이면 좋겠는데 CF카드를 읽어주는 USB아답터가
어디로 사라져버려 컴으로 읽어들이질 못하고 있다.
더 수색작업을 진행하던지 아니면 새로 사던지..


목수작업.
새로 짓건 다시 짓건 모든 건축에서 기틀을 잡아주는 일.
붙박이 의자와 BAR테이블, 내벽세우기 등은 이미 지난주 이맘때 작업이 끝났고
작업장에서 테이블만 만들어오면 끝이다.
몇 군데 자잘하게 손 볼 구석이 남아있긴 하지만
김군이 달려들면 못할 것도 없지 싶긴한데..
목수들이 사용하는 일본제 TAJIMA 톱도 구입했으니.
슥슥 잘 썰린다.


상하수도 설비.
가장 걱정이 컸던 분야인데 왜냐면 눈에 보이질 않으니까.
수도를 끌어오는 건 별 문제가 아닌데 한쪽 구석에 마련돼 있는 하수도 자리는
베지밀 병을 거꾸로 박아넣어 놔 막아놓은 상태였다.
저 병을 잘 꺼집어 내면 그만이겠지 생각했는데 그게 쉽질 않았다.

결국 깨버려서 잔해를 긁어 올려내야 했고
오수가 속시원하게 쓸려 내려가도록 한 100mm 파이프였으면 좋았겠지만
베지밀 병이 박힐 정도의 사이즈니 그게 좀 아쉽다. 
세척을 비롯해 모든 물 사용시에 주의를 해야한다.

이정도로 마무리되는가 싶었건만 오마이갓..
아랫쪽을 향해 바닥에 박혀있는 하수도 파이프가 움직이는게 아닌가!!
심지어 조금 힘을 주어 잡아 빼면 그냥 저항없이 쑥 빠져버릴 형국이다.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설비의 제1 원칙이라면 '새지 않아야 한다'와
그렇기 위해선 '흔들리거나 빠지지 않아야 한다' 아니겠나!
암튼 저 깊숙한 속 연결부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고
최악의 사태는 물이 지하층으로 그대로 쏟아져 내릴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지하층은 녹음작업실로 사용중이었는데 최근 이사를 가고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공연기획사가 새로 입주할 예정이라고.
어떻게어떻게 전화번호를 알아내 일면식도 없는 이에게 전화를 걸어
 서둘러 와달라 부탁했고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던 기획사 관계자가 늦은 저녁에 달려왔다.

파이프가 지날 자리로 추측되는 곳의 석고보드 천정을 뚫고 손전등을 비추니
아니나 다를까! PVC 엘보우 파이프가 깨져있고 이걸 누군가 이전에
검정 전기테이프로 촘촘하게 돌려놓은게 드러났다.
경악과 동시에 밀려오는 안도감..찾아냈기에 망정이지..
석고보드 위로 당연히 물이 새어 흥건히 젖었고 만약 이 사실을 모르고
설비작업을 그냥 마치고 주방을 앉혔더라면 대형사고는 시간문제였던 것.

위에서 덜그럭거리며 놀던 파이프를 잡아 빼내고 테이프가 발라진 깨진 엘보우도
걷어내고 그 자리에 깨끗하고 튼튼한 엘보우와 파이프를 다시 연결해 문제를 해결했다. 
그제서야 깊은 안도의 한 숨이 밀려온다. 어이쿠..


전기증설.
이게 또 아주 기가막힌 고비였다.
우리도 이번 작업을 통해 알았지만 일반적인 가정이나 소형 업소에 들어오는 전기용량은
기본 3Kw지만 에어컨 등의 사용이 증가하면서 한전에서는 까다로운 절차없이 5Kw까지 확장해준단다.
만약 5Kw를 넘어서는 용량의 전기를 한 꺼번에 사용하면 차단기가 내려가
전기사용에 큰 애로가 따르기 때문에 이 경우 일반 업소는 물론 가정에서도
전기를 증설해줘야 한단다.

10평이 채 안되는 작은 가게라면 기존 5Kw로도 충분히 사용할지 모르겠지만
이를 단박에 무시하는 괴물 하나가 넘기힘든 산처럼 떡 버티고 있었으니
다름아닌 전기오븐이다.

양식당이라면 오븐은 두루 갖추고 있고 우린 빵까지 구울 작정이다 보니
컨벡션에 스팀기능까지 두루 갖춘 오븐은 필수다.
욕심같아선 유럽의 모든 식당마다 하나씩은 갖추고 있(을 것으로 추측되)
콤비오븐을 갖다놓고 싶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인 6단 트레이 오븐이 조금 큰 거 한 장(1천만원)이다.
더 큰 문제는 이놈들이 모두 전기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는 것.

유럽은 가스에 비해 전기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주방기구들은 대개
전기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따라서 전기제품 위주로 생산해 수출한다.
무엇보다 오븐 내부의 미묘한 온도차를 컨트롤하는데도 가스열 보다는 전기열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많은 요리사들의 고집이 깔려 있으니 이건 쉽게 바뀔 문제가 아니다.

아무튼 인터넷과 서울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업체를 뒤져
쓸만한 중고제품 하나를 찜해뒀는데 이것 역시 결국엔 전기오븐이다.
문제는 이놈이 12Kw를 잡아먹는 괴물이라는 것.
판매업자는 자연스럽게,
"전기증설 하셔야죠. 에어컨도 돌리실꺼잖아요?
총 20Kw까진 해놓으셔야 매장 운영하시는데 지장 없을겁니다"


허걱..
인터넷 뒤져보니 1Kw당 증설비용이 12만원 안팎이라는 소문에
전기업자에게 물어보니 그말이 사실이란다.
더 충격적인 답변은,
"3상 전기를 쓰셔야 하는데.. 보자.. 이 건물 주변에는 3상 변압기가 없군요.
저기 60m 떨어진 전봇대에 3상 변압기가 있으니 거기서 선을 하나 따와야해요"

(3상 전기는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단상 전기, 220v-플러그 2꼭지와 달리
380v로 플러그 꼭지가 3개다)


이거이거이거...
빵 좀 굽겠다는데 생각치도 못한 복병이 발목을 붙잡는다.
증설비용에 전기배선값도 꽤나 들겠지 싶다.
허나 숱한 발품끝에 찾아낸,
품질과 가격 면에서 우리에게 이만한 선택은 없다며 만족해했던
그 스페인산 중고 전기오븐을 포기할 수는 없다.
더 이상의 악몽같은 난관은 없기를 바라며 마저 이야기를 듣던 중
다음 한 마디에 우리는 전기오븐에 대한 모든 희망의 끈을 미련없이 던져버려야 했다.

"매설해야겠는데요. 난공사가 될 것 같습니다"

매설.
가끔 길을 지나다 보면 앙증맞게 생긴 포크레인이 골목을 누비며
땅땅땅 바닥을 찍어내고 그 주변에 장정 예닐곱이 달라붙어
땅속에 배관도 뭍고 전화선도 뭍고 전기선도 뭍고 하는 걸
무심코 본 적이 있는데 관급공사로나 비춰지던 그 소동이
바로 우리때문에, 코딱지 만한 가게의 전기오븐 하나로 벌어져야 한다니
그건 도무지 상상이 안되는 풍경이었다.

건물벽을 타고 전기선이 넘어오는 것이 가장 손쉽기는 하지만
이는 그 사이에 위치한 모든 건물 주인들의 양해를 얻어야 하고 때론 건물벽에
대못질을 해서 선을 매달아야 하며 바람이라도 심하게 부는 날이면 선이 벽을 때리는,
그리하여 해당 입주자와 건물주인 모두에게 심란한 시간을 감내하시라고
설득해야 하는거다. 따라서 이것 역시 어려울 일.

우리는 별 주저없이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
"고민 좀 더 해본 뒤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허나 우리는 이미 가스오븐으로 마음이 옮겨와 있었다.
스페인 오븐, 안녕..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0. 31. 22:17
포스팅을 못하면 노트에 짧막하게 일기라도 쓰곤 하는데
인테리어 공사가 본격 시작된 후로 그마저 건너뛴지 며칠이 됐다.
일은 전문가들이 하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현장을 지키고
정리하고 결정해야 할 것들에 대해 이래저래 이야기를 마치고 나면
별로 한 일도 없건만 몸은 파김치가 된다.

대체 공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과연 가게문을 열기는 여는건지
현장 사진이라도 좀 올리면 좋겠건만
이 짧은 포스팅조차도 여간 귀찮은게 아니다.

내일은 오전중으로 목수팀의 작업이 끝날 예정이고
을지로에서 페인트를 사오면 오후부터 천정과 벽을 바를 예정이다.
페인트는 우리가 직접 칠한다.
동참하고 싶은 이들은 작업복 하나 챙겨들고 오라.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0. 22. 16:16
인테리어 공사 시작이 다소 늦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월요일에서야 본격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 같다는 것이
공사 관계자분들의 이야기.
쫓기는 기분과 초조함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10개의 험난한 고개를 넘어서는 과정이 창업이라면 이제 겨우 한 고개를 넘었을 뿐이건만
아침마다 머리감을 때 뽑혀나오는 머리카락 수는 당최 줄지를 않는다.
문 열때쯤엔 대머리가 되는게 아닐까 걱정이 태산인데
더 큰 걱정은 역시 식당의 안착여부.

철물점이 이사하며 남기고 간 묵은 먼지에 더해 그간 인테리어 협의차, 또는 격려차
방문한 여러 인사들의 담배꽁초와 빈 술병을 마냥 방치하다가 오늘 깨끗히 쓸어냈다.
공사가 좀 늦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그 사이에 해결해야 할 일들도 또한 많은 만큼
좀 정리된 바닥에서 구상에 집중하려고.


+++


왕산건재는 이 자리에서 7년간 장사를 했다고 하니 지난 2003년에 문을 연 셈이다.
 우연히도 같은 해 가을무렵 우리는 서교동 사무실을 정리하고 좀 더 저렴한 공간을 찾아
이곳 철물점과 불과 100미터 인근에 사무실을 열었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이곳 철물점에서 몇 번 자잘한 물건들을 구입했던 것도 같다.

철물점은 아저씨가 2.5톤 트럭을 몰고 다니며 밖에서 돈을 벌어오고
아줌마는 안에서 TV를 보며 철물을 사러오는 사람들에게 물건을 파는 식인데
가게를 내놓는 이유는 아줌마의 건강이 안좋아진 탓이라고.

상인과 상인과의 대화에서 역시 본론은 권리금 문제다.
이런저런 이야기로 말랑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권리금 10%라도 좀 깎아보려 했지만 양보가 없었다.
쇠약한 아줌마의 힘없는 목소리,
현장의 잔뼈가 굵은 아저씨의 30%는 해독이 안되는 빠르면서 새는 말투,
대화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방법을 고민하다가 다른 곳도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얘길 건네고 잠시 냉각기를 두기로 했다.
우리가 좀 뜸을 들이면 철물점측에서 몸이 달아오르지 않을까 했던 것.
그러던 중 어느날 연락이 왔고 아줌마가 얘길 건넸다.

"어떻게, 계약 할꺼에요?
지금 다른 부동산이 손님 데리고 가게보러 왔거든요"


이런..
우리가 좀 더 유리한 고지에 있지 않나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계약 할겁니다. 제가 오후에 곧바로 가게로 갈께요"


+++


좀 더 버티면 더 좋은 수가 났을까?
알 수 없지만 홍대, 또는 이른바 'HOT 상권'에 해당되는 곳은
마땅히 '권리'라고 내세울게 없어도 단지 그 자리에 점포를 깔고 앉았다는 이유 하나로
권리금 아닌 권리금을 주고받기도 한다.
이른바 '바닥피', 또는 '멍석피'.

우리가 그 돈을 지불한 셈인데 불합리한 관행에 맞서 정의를 바로세우려는 것이
장사의 목적이 아닌 이상 이에 맞설 방법은 없다.
이곳에서 불과 10여미터 떨어진 곳에서 김밥, 또는 꽃을 팔고 있는
허름한 점포의 경우 단지 큰 길가에 있다는 이유 하나로 권리금이 5천에 이르니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권리금과 관련해 하나 덧붙이면 
홍대, 정확히는 서교동 일대에서 독특한 스타일로
와인의 맛과 멋을 선보여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모 카페가 가게를 털고
우리 식당과 멀지 않은 곳에 새롭게 자리를 마련중이다. (식사메뉴로 뭘 낼지 몹시 궁금..)
이야기에 따르면 예전 건물주인의 딸이 그 자리를 탐내 결국 가게를 나오게 됐다는데
문제는 건물주인에게 가게를 돌려주는 것이므로 권리금 행사가 불가능하다는 것.
결국 한푼의 권리금도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 떠도는 풍문.
가게를 내고 보니 이런식의 '업계 소식'도 들리는 것이 참으로 기분 묘하면서도
그게 사실이라면 결코 남의 사정만은 아니겠다는 생각에 마른침이 꼴깍 넘어간다.

 
+++


인테리어 디자인, 내장재, 조명, 출입구,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각종 주방기구들.
장사를 위한 필수요소들의 신상명세가 대부분 결정됐지만
정작 중요한 것 하나가 아직도 해결이 안나고 있으니
바로 '가게 이름'이다.

이름이 나와야 사업자등록증도 교부받을 수 있고
홍보전략도 세울 수 있고 하다못해 명함이라도 만들 수 있다. 
해서 어제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작정을 하고 이름에 대해 몰입했는데
좋은 소득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후보 몇 개가 추려졌다.

본 죠르노 (Buon jiorno)
알로라 (Allora)
쁘레고 (Prego)
꼬메바 (Come va)

모두 이탈리아 말들인데 본 죠르노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 싶고,
참고로 저녁인사는 보나세라 (Buona sera).
알로라 (Allora)는 이탈리아에서 길거리건 TV건 어디서건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대화중 한 단락을 마치고 다음 단락을 시작하기 전 잠시 숨을 고를 때나
말문을 열기 직전 잠깐 생각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일종의 말의 추임새다.
가령,

"어쩌구저쩌구 다다다다다 (한 숨 쉬고) 
알 로 ~라 
(그리고 다시) 어쩌구저쩌구 다다다다다다"


쁘레고(Prego)는 '천만에요' 또는 '별말씀을' 정도로 해석되는 말이지만
이 외에도 쓰임이 광범위한 만능의 말이다.
몇 가지만 예를 들자면 
버스에 오르다 상대방에게 양보할 때 가볍게 웃어보이며
"쁘레고"
웨이터가 손님에게 주문을 주문받기 전 가볍게 한 마디 
"쁘레고"
간절한 소망을 담아 기도하며
"쁘레고"
감사 인사를 받았을 때 대답 역시
"쁘레고"
 
최근에 대형 마트에서 가보니 깡통음식을 만드는 미국 Cambell사의
파스타용 토마토 소스의 제품 이름이 
쁘레고(Prego) 더라는..

꼬메바 (Come va)는 지인들 간의 가벼운 인사.
"어떻게 지내?" 혹은  "잘 지내?" 정도.
헌데 서교동쪽에 보니 '꼬메스따 (Come sta)'라고 해서 
같은 뜻을 가진 와인바가 있더라는.
해서 이건 제외될 듯.

세 글자 이름이 발음상 좋다는 압도적 지지아래
몇 분은 다른 의견을 주기도 했는데,
따볼리노 디 상수 (Tavolino di 상수) - 상수동의 작은 테이블
이라거나 또는
꼬메 우나 볼타 (Come una volta) - Once upon a time
라는 제안도 있었다.
심지어
마피아(Mafia) 도.

성원에 감사드리며 이번주말 안으로는 이름을 확정지을 계획이다.
현재 살고있는 집이 강동구 상일동과 의정부로 각각 갈라져 가족집에 얹혀 있는 실정이라
이래저래 어려운점이 있는데 장사를 본격 시작하면 출퇴근이 엄청 힘들어질 것 같다.
 해서 가까운 곳에 잠만 잘 수 있는 고시텔 따위를 알아볼까 한다.
일산 살던 시절, 지인들에게 술과 밥과 잠을 모두 해결해줬지만
당분간 잠은 어려울 것 같다.
그래도 술과 밥이 근사해지니 그게 어디냐!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0. 22. 00:31
(얼마나 성실하게 쓸지는 모르겠지만 식당 정식 오픈일까지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을 요약해 정리해두려 한다)

잿빛의 시멘트살을 드러낸, 지금은 볼품없는 공간이지만 이제 며칠 후면
푸근한 불빛과 구수한 음식냄새가 가득 넘치는 식당으로 변모하게 될 곳.
채 10평이 안되는 이 작은 공간까지 오는데는 적어도 1년 반이 걸렸다.

작년 3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4년간 살던 오피스텔도 정리하고
한푼 두푼 모은 돈을 챙겨 지중해로 훌쩍 날아갔다.
요리를 배울 생각이었지만 젤 먼저 배운것은 영어였고 이를 위해 도착한 곳은 섬나라 몰타.
시칠리아와 가까워 기후와 삶의 감성은 이탈리아를 닮은 반면  
한때 영국 식민지여서 그 나라의 제도가 곳곳에 베어 있는 이곳에서
6개월간 지내며 결과적으로 수영만 배웠다.

40평짜리 집을 헐값(한국과 비교해)에 임대해줬던 주인과 작별을 고하고
드디어 이탈리아로 건너왔다. 그게 작년 9월 말.
제법 부촌이라는 베로나를 시작으로 밀라노, 베르가모, 토리노, 베네치아, 피렌체, 뻬루쟈 등등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얘기하고 얻어먹고 요리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 품었던 파스타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은
이 시간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해소됐고 어줍잖은 환상은 김빠진 카스처럼 꺼져갔다.
그리고 올해 4월,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의 따사로운 봄볕을 한없이 아쉬워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여기까진 다 아는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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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창업에 앞서 서툰 실력을 좀 다듬어 볼 요량으로
한동안 요리학원을 다녔다. 사실은 가구 및 소규모 인테리어 기술을 배워
식당 내부를 직접 꾸며 인테리어비를 아껴보려는 욕심이 큰 동기였는데
나라에서 거의 공짜로 가르쳐주는 과정이 있는 곳은 경상남도까지 내려가야 해서 포기했다.
결국 몇 군데 요리학원을 골라 한곳을 선택했는데(역시 거의 공짜) 
교육내용에 실망만 하고 한 달만에 집어 치웠다.

이것도 대략 아는 이야기.

다만 같은 정부지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과제빵과정을 선택해 수강중인 강양은
비교적 잘 짜여진 커리큘럼과 성실한 학원측의 교육으로
그 실력이 일취월장 발전해가고 있다.
(코딱지 만한 가게지만 직접 식사빵을 내는 식의 고집과 자부심은 우리의 최대 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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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로 떠나기전 살았던 동네가 일산.
한 4년 살다보니, 특히 주말마다 상권을 휘젖고 다니며 밥먹고 술마시다 보니
 나름 자리를 보는 안목이 생겼고 그 확신을 믿고 처음엔 일산쪽에 가게터를 알아봤었다.
서울보단 아무래도 저렴하겠지 하는 기대도 있었는데 웬걸,
서울 뺨치는 가격이다.
15평 채 안되는 공간이 권리금 4천만원에 보증금 2천, 월세 150. 
 유사업종 포화로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치열한 이곳의 가게세가 이렇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고
그럼에도 보름이 멀다하고 새로운 가게가 간판만 바꿔달며 오픈하는 모습 또한 참으로 기이하게 느껴졌다.

망해가는 고깃집을 보여준 어느 부동산 아줌마와의 재밌었던 대화 한 토막,

"무슨 식당 하시려고?"
"음.. 양식당이에요"
"아~ 돈까쓰. 이 골목에 그거 하면 참 잘될꺼에요. 여기에 돈까스집이 없어"
"아 네.."


ㅋㅋㅋ
보신탕집이라고 해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을꺼라는건 두 말하면 잔소리.

몇 군데 더 알아봤지만 기대를 건 일산은 결코 싸지 않았다.
서울에 비해 역시 유행이나 그 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지만 
비교적 살기좋은 환경을 갖췄고 4년간 재밌었던 추억의 흔적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이곳에 당장 비비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걸 깨달으며
버스로 빠져나오면서는 내내 기분이 우울했다.  


+++


그로부터 며칠 후,
직사광선이 무척이나 뜨겁던 여름 어느날 오후에 홍대 일대의 부동산을
부지런히 들락거렸다.
그리고 며칠을 더 돌아다녔다.
그러다가 발견한 곳이 바로 지금의 이곳.


"요 옆에 가면 철물점 있어요. 거기가 지금 나와 있습니다"
"몇 평에 얼만가요?"
"10평이 안되는데 권리금 2천에 보증금 1천, 월세 1백이에요"
"그렇군요.. 근데 저희는 식당할껀데 철물점에서 권리금을 받나요?"
"지난 번에도 어떤 사람이 소주집을 하겠다면서 1천5백을 제시했는데 돌려 보냈죠"
"그렇군요.. 가게를 볼 수 있나요?"
"그냥 지나가면서 밖에서 슬쩍 보세요"


지나가면서 슬쩍 안을 들여다봤다.
잡다한 철물재가 두서없이 쌓여있고 그 너머로 한창 TV를 보고 있는 중년 사내가 눈에 들어왔다.
물건이 가득 들어차서인지 가게는 한 눈에 보기에도 좁아보였다.
뒷모습만 보이는 사내에게선 어떤 괴팍함, 고집스러운 분위기가 은근히 느껴졌다. 
그나마 위안은 철물점 바로 옆 같은 평수에서 장사를 막 시작한 작은 북카페였는데
같은 평수와 공간이라고 하니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조립본 결과 사이즈가 나온다는 결론을 얻었다.

당장 자금을 확보한 것도 아니건만 
이미 철물점은 우리꺼라는 애착이 무럭무럭 자라기 시작했다.


+++


이후의 과정이 궁금한 이들은 나중에 가게에 오셔서 들으시길..

다만 지금 현재까지의 몇 가지 상황을 정리하면,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일부 벽을 털고 바닥을 높이고 하는 등의 공사가 진행되야 하므로
이를 위한 도면이 그려지고 있는 중이고 목요일 중으로 마무리되면
금요일부터는 망치질소리가 울려퍼질 것 같다.

주방기구는 제품과 구매단가 확인작업이 약 80% 정도 마무리됐고
중앙시장에서 가격을 잘 뽑아 줄 업체만 만나면 될 듯.

어제 용두동의 한 제과제빵기계업체를 찾아 매장에 전시된 오븐을 뒤졌는데
스페인제 중고 오븐을 점찍어 뒀다.  300만원.
380V의 3상 전기를 사용하므로 전기증설은 기본이고 그 비용만도 얼추 100만원이 넘을 듯 싶다.
일반 가정에 기본 공급하는 전기용량이 5Kw라는데 저 오븐만 최대 12Kw.
결국 적어도 20Kw까지는 증설을 해야하는 상황.

디테일한 내부 인테리어를 제외하고 각종 집기를 들여놓을 수 있는 시기는
아마도 내주 중반 이후가 될 듯.
금요일 저녁에는 주방에서 불을 쓸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상의 오픈일이 아닐까?^^)

볼로냐에서 만난 최경준君이 내년 봄 일본으로 떠나기 전까지 우리를 돕기로 했다.
그곳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쉐프 마르코 파디가의 두터운 신임아래 
2년간 요리를 배운 경준이는 올 봄,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젠 이탈리아 사람들이 아주 지긋지긋해요"

 
비록 짧으나마 우리와 함께 하는 동안은 지긋지긋하지 말아야 할텐데..


(창업일기는 계속..)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0. 19. 14:45



제주도 다녀온 후 얼마 안있어 가게 계약을 위한 잔금을 치렀고 계약은 완료됐다.
그리고 지난 금요일, 7년간 상수동에 철을 공급하던 철물점이 못 하나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빠져나갔고 그 빈 자리에 저렇게 섰다.
이제 상수동에 근사한 음식을 내놓을 차례.
좁은 공간이지만 욕심접고 가보자.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10. 12. 07:54
지난 화요일,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도를 다녀왔다.
가게 오픈을 앞두고 선결과제 하나는 와인.
까다로울 수 밖에 없는 이것은 아무래도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기에
마일리지를 긁어모아 티켓을 끊었다.

몇 차례 얘기했지만 작년 봄,
로마의 한 숙소에서 만난 한국인 소믈리에와의 만남은
우리에겐 색다른 경험이었고 돌아오면 언젠가 다시 보겠구나 내심 짐작하고 있었는데
결국 이번 여행을 통해 이뤄지게 된 것이다.

이번 여행은 지난 만남 이후의 회포를 풀고
동시에 와인과 관련한 비즈니스적 도움을 받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곁들여서 이왕 내려간 제주도인만큼 일정을 하루 더 늘려
올레길을 걸어보는 것까지 포함시켰다.
 


국내선이라도 오랫만에 비행기보니 좋구나.



강양은 아시아나 마일리지로 공짜로 끊었지만
김군은 포인트가 모자라 제주항공을 탔다.
헌데 프로펠러기일줄 알았더니 당당히 제트엔진이다.
저가항공, 그 가운데 제주항공은 어느새 일본노선에 이어 동남아 노선까지
확장했다는데 재주도 좋지.


기대하지 않았는데 김미경씨가 손수 차를 몰고 마중을 나와줬다. 
작년, 베로나 공항에 도착해 우리를 마중나와 준 엘리자베따의 그 상황과 똑같다.
 '마중' 만큼 진정스러운 환영 세레모니도 없지 않을까?
그리고 보니 올 봄, 일본에서 게이코가 왔을 때는 우리가 마중을 나가 그녀를 환영했다.

김미경씨는 우리에게 대접할 점심을 신중히 고민했던 모양이다. 
결국 그녀의 제안은 '고기국수'.

"이것저것 생각해봤는데 그래도 고기국수만큼 특별한 메뉴는 없는 것 같아서요"


소박한 비주얼.
탁도높은 육수에 굵은 중면, 고명으로 실파와 깨소금, 고기가 올랐다.
국물 한 술 떠마시니 오호..  맛이 깊다.
돼지사골국물이 기본 베이스겠지만 잡내 하나 없고 '맛'을 내주는 감칠맛은 어디서 온건지 궁금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할 부분은 다름아닌 고기. 
밝은 핑크빛에서 고기의 신선함이 전해지고 
포실한 살점과 잡내 하나없이 깨끗한 비계 역시 꼬소한 맛이 수준급이다. 

어쩜 이렇게 고기를 맛있게 삶아낼 수 있을까 싶지만
역시 좋은 재료가 맛의 90%를 결정짓는게 아닐까?
제주도의 돼지고기는 좋은 물과 공기의 영향으로 그 맛이 남다르다는 것이
여행중 만난 제주도 사람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올래국수.
 제주도 왔으니 고기국수 한번 먹고가자 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가시라.



와인샾 <빵과 장미> 도착.
이곳 주소가 제주시 노형동?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제주시의 유명 찜질방 '부림랜드' 혹은 '부림사우나' 바로 옆이다.




김미경씨와 와인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비즈니스에 관한 의견도 나누고..
우리로선 모호했던 부분들이 좀 더 분명해졌고
김미경씨와는 향후 저렴하고 맛있는 와인을 구매하는 공동전선을 구축하기로 했다.


화이트와인을 밀겠다는 우리의 기본 방침에 대해 김미경씨는 
레드의 대중성을 들어 적잖은 우려를 표명했지만
홍대라는 트렌드의 특성에 기대를 걸어보겠단다.
사실 우리도 걱정이긴 하지만 장사하는 주인의 입맛이 화이트니 어쩔수 없다.



어느덧 저녁.
지난 로마의 추억을 떠올리며 꺼내든 술은 다름아닌 네로 다볼라(Nero D'avola).
시칠리아에서 짜내는 이 술은 김미경씨와 로마의 숙소에서 처음만나 나눠마셨던 그 품종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지적인 음료라는 김미경씨의 칭송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변주력을 지닌 와인은 그 자체로 즐겁다.



막걸리는 들이켜야 맛, 소주는 꺾어야 맛,
잔 돌리고 색 감상하고 코 박아 향 맡고.. 
와인은 또한 그래야 맛이다.



마침 와인샾 바로 옆이 파스타 가게라서 파스타 두 접시를 주문해 먹었다.
가격이 모두 1만원 아래인데 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서울의 가게들에 견줘 부족함이 한치도 없다.
특히 계란 노른자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손수 얹어주는
까르보나라는 무늬만 까르보나라인 다른집 파스타들에 비해 재료의 솔직함이 좋다.
손 크게 썬 양파는 빼는게 좋을 듯.




서울의 큰 프랜차이즈에서 다년간 요리를 하다가
몽땅 정리하고 가족들과 제주도로 내려와 파스타 가게를 열었다는 젊은 오너쉐프는
그러나 신통치 못한 매출에 근심이 많다.
 누구나 꿈꾸는 제주도의 로망을 직접 실천한 모험이
이래저래 근심으로 변해가는 모습이 여간 안타까운게 아니다.



늦은 저녁, 매일같이 모여 술을 마신다는 '멤버'들과 뒤섞여
아주 가뿐하게 4병을 비워냈다.
화이트 1병에 레드 3병.

 제각각 술이 가진 장기가 있더라도 우리의 즐거움은 결국
알콜에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기 바쿠스가 이미 오래전에 증명하지 않았던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9. 24. 14:21
요즘 한창 빵을 배우고 있는 강양이
일련의 과정들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가져갔다.
요즘 사진이 통 포스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
 
강양은 빵 수업에서 받은 강한 인상과 자신이 만든 빵을 사진과 함께 
포스팅하려고 작성해 뒀는데 사진이 아직 편집되지 않아 비공개로 아직 묵혀있는 상태다.
집과 학원을 오가며 하루 4시간의 고강도 수업도 만만찮은데 
늦은 밤까지 집에서 홀로 그날 배운 것을 복습, 또는 예습을 반복하느라
몸이 파김치가 돼 포스팅 할 기운도 없는 모양이다.
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배우는 것 조차도 이렇게 피곤하건만
하루 9시간 이상의 스트레스 풀 셋트의 노동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어떨지..쯧쯧..
아무튼 빵 포스팅 마무리하라고 독촉을 좀 해야겠다.

+++


 
그리씨니(Grissini)라고 이탈리아 전통 빵이 있다.
식사때 즐기는 길쭉한 형태의 바삭한 비스켓이라고 해야 할텐데
박력분에 올리브오일과 맥주 효모, 소금을 섞어 열심히 반죽해 구워내는
간단하면서 맛 역시 간단 담백한 요리다.  
이탈리아 현지의 식당에는 테이블 위에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소금과 후추, 그리고 올리브오일인데 종종 하나씩 개별 포장된
그리씨니를 담아놓은 통도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
 물 한 잔도 돈을 받는 이곳인지라 하찮게 보이는 이것 역시 공짜는 아니다.
 
서울에도 이미 알려져 그리씨니를 내주는 집이 제법 되는 듯 싶고
이를 찾는 팬들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며칠 전 강양이 그리씨니에 도전했고 본인 말로는 50% 성공했다는데
어제 맛을 보니 내 생각엔 90% 성공이지 싶다.
창의성을 발휘해 그라나 치즈도 갈아 넣은 버전, 통후추를 넣은 버전 등
다양화한 시도를 했는데 모두 훌륭했고 특히 치즈버전의 경우 맛과 향이 퍼지자 
대번에 이탈리아가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리씨니 외에 다른 빵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려 하는데
요란한 걸 낼 생각은 없고 그럴 재주도 안된다.
다만 기억을 되살려 몰타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말티즈 브레드(Maltese bread), 
혹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지방의 전통 빵을 최대한 모방하려고 하는데
치아바따(Ciabatta)라는 이름의 빵이 바로 그것.

<사진-위키피디아>

바로 요놈인데 올리브유와 효모, 이스트 외에 맛에 있어 특별히 섞는 것은 없고
단지 까다로운 반죽과 하루 가까운 발효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지는 인내의 빵이다.
사실 몰타와 뿔리아의 빵은 겉면이 저것보다 더 투박하고 태워먹은 부분도 더 많아
얌전한 치아바따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결국엔 한통속.
처음에 접했을 땐 마치 원시시대에나 구워먹던 인류 최초의 빵이 바로 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분히 '민생'적인 모양에 적잖이 놀랐었다.

이 빵 역시 국내에 이미 널리 알려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데
지중해의 가난뱅이들이 별 거추장스런 요령없이 끼니를 위해 만들어 먹던 빵이
어느새 한국의 고급 식당 메뉴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혁신과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복고를 갈망하는 입맛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를 한 차원 높은 패션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많아지고 있는 건 맞는 듯.


치아바따는 겉은 딱딱하면서 가죽 못지않은 질긴 질감을 가진 반면
속은 촉촉하면서 쫄깃하고 구수한 밀의 향을 가득 머금고 있다. 
발효가 거칠고 왕성해서 구운 후 썰어보면 빈공간이 다른 빵에 비해 크다는 점도 특징.

저처럼 채소를 비롯한 각종 고명을 얹어내면
훌륭한 맛과 멋과 영양의 브루스케타로 탄생한다.

발효빵이 결코 쉽지 않다는데 얼만큼 질좋은 빵을 만들어낼지,
빵을 굽기로 나선 강양의 역할이 막중하다.
 사실 빵맛 하나만으로도 식당의 손맛에 높은 점수를 주는
입맛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인 만큼
상투적으로 내주는 빵이라도 허투루게 낼 수 없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그 빵을 좋아하는 우리의 취향이 아무래도 우선.
식당까지 하는 마당이니 좋아하는 것,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재미고 의미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9. 21. 00:37
식당에는 많으면 15석, 적으면 13석의 좌석이 나온다.
좁은 공간을 물리적으로 넓힐 방법은 없지만 테이블과 좌석을 요리조리 배치해
최대한 좁지 않게 느끼도록 하려는데 실제 어떨런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나무와 탄을 때는 난로를 꼭 놓고 싶은데 요놈 자리를 확보하기가 만만치 않고
신종플루를 대비해 간이 세면대도 갖추라는 주변의 조언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지만 역시 쉽지 않다.

그나마 13석 확보가 가능했던 것은 순전히 다찌(요리사와 마주하는 일직선 테이블..)때문.
일전에 일본 요리드라마 '밤비노'에 등장하는 시골 파스타집의 다찌를
꽤 눈여겨 봐뒀고 마침 얼마전 가본 홍대 일본식 덮밥집 <돈부리>에서도
바로 다찌에 앉아 식사를 했었는데 식사를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어 큰 자신감을 얻었다.
다만 어수선한 주변에 좀 더 노출된다는 약점이 있지만 그런 불편은
결국 맛과 서비스로 보상하는 수 밖에는 없지 않을까.

+++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떠올리고 외서들을 뒤적이고 인터넷을 들락거리며
맛의 불모지 상수에까지 홍대 순례객들의 발길을 끌어들일 
12월 연말 메뉴(혹은 오픈메뉴)를 구상중인데 이게 제법 재미도 있고 긴장도 된다. 
(걱정이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직장생활보다는 재미와 묘미에서 차원이 다르다)
 

주변 사람들에겐 기회 될때마다 밝혀온거지만
수산물을 중심으로 한 요리가 주를 이룰 것이고
특히 오픈시점은 곧 겨울의 문턱인 만큼
질좋고 값싸게 쏟아져 나올 해산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주연으로 선보일 해산물 식재료의 가짓수만도 정리해보니 40개 내외.
이탈리아에선 고급식당이 아니면 접하기 힘든 재료들,
이를테면 조개나 게 따위는 우리가 훨씬 풍성하니 이놈들의 활약이 클 것. 

메뉴는 한 달, 늦어도 계절별로 대폭 바꿔가며 내놓을 계획인데
제철에 나는 재료는 먹는 이에게도 좋고 장사하는 이에게도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요리에 관한한 보다 많은 실험들을 시도하고 싶기 때문이다.
메뉴는 10개 안팎으로 단촐한 대신 내용을 최대한 탄탄하게 갖출 계획이고
재고로 인한 손실을 줄여 가격의 거품도 적절히 걷어낼 방침이다.


근사한 식사에 술이 빠지면 당연히 곤란.
주인공은 물론 와인, 허나 레드와인의 비중이 높은 현실을 탈피해 
화이트와인을 전.폭.적.으로 밀고 나갈 방침이다. 
이탈리아에서 돌아다니는 동안 화이트와인의 숨은 힘을 깨달았기 때문인데
어쩐지 물렁해보이는 이 술이 가져다주는 청량감과 기분좋은 취기는 꼭 공유하고 싶다. 
더욱이 무겁지 않은 해산물 요리와의 만남이라면 화이트가
레드에 견줘 상대적으로 받는 천대와 오해도
적어도 이곳에서 만큼은 풀리지 않을까?

 
 다만 수입주류에 매겨지는 관세가 높은 까닭에
가격책정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를 것이 뻔한 상황. 
이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일지 조만간 관련업계 전문가를 만나 머리를 맞댈 계획이다.
로마의 한 숙소에서 만난 소믈리에와의 인연이 결국 이렇게 진화하는구나.
고급와인을 낼 생각은 없고 식사에 반주로 곁들이는 수준에서 저렴한 가격과
소박한 맛을 지닌 와인을 찾아내는 것이 우리의 목표.
(이탈리아 북부 베네토주의 두 세 가지 와인을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텐데..)


평일 낮장사를 할지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봐야 겠지만
주말에는 상수동 주민들을 위한 브런치는 꼭 낼 생각이다.
과연 이게 얼마나 반응을 얻을지는 알 수 없지만 내심 기대하는 부분도 없지는 않다.
길 하나 건너면 식당 천지인 홍대지만 츄리닝에 쓰레빠끌고 나가기 뭣해
이곳 주민들(후배, 부동산, 건물주인, 철물점 주인.. 객관성이 좀 떨어지나?.. )
근처에 제대로 된 식당 하나 없다는 것에 너도나도 원성을 쏟아낸다.

브런치는 좀 더 자유롭게 구성할 생각이고 단지 계란물 적신 빵이 아니라
심지어 전날 과음으로 속이 바짝 마른 이들을 위한 국물메뉴도 진지하게 고려중이다.
맑은 수프가 될 수도 있고 탕에 가까운 브로도가 될 수도 있고.. 


아무튼 바다요리와 화이트와인이
홍대 변방인 상수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이 둘의 어깨가 무겁다.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09. 9. 18. 01:06
오래전부터 가게 이름을 고민하고 있지만
입과 귀에 착 감기는 이름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홍대를 돌아다니며 살피는 가게들 가운데 나름 뇌리에 남는 이름들은..

<감싸롱>
8천원대 안팎의 수제햄버거를 파는 식당으로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구조에 마당에 감나무가 있다. 거기서 착안한 듯.

<폴 & 폴리나>
유럽식 수제빵을 내놓는 베이커리.
빠리바게뜨와 뚜르쥬르로 대표되는 기성 빵문화의 단조로움에
활력을 불어넣는 빵집으로 요즘 새롭게 뜨고 있다고.
이름의 연유는 모르겠으나 입과 귀에 잘 감긴다.

<비너스 식당>
'식당'이라는 낮은 문턱에
'비너스'라는 제법 격조있는 이름이 더해져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동과 파스타를 비롯해 대중성 높은 메뉴를 전면에 포진시켰는데
음식만 보자면 10점 만점에 4점.
스타일과 인테리어보고 오는 집인 듯.

<삼거리 포차>
수노래방과 더불어 어느새 홍대 길찾기의 기준이 돼버린 이름.
지리적 특성을 적절한 이름으로 표현해 냈을 때 그 위력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언제나 술꾼들로 바글바글.

<肉(육)값 하네>
대포집 분위기의 고깃집.
노력, 혹은 우연의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난스러운 매치와 달리 과연 내실에 충실할지 경계가 앞선다.
다행히 고기가 괜찮은지 빈 테이블이 별로 없다.
허나 테이블이나 실내 디자인이 왁자지껄 분위기가 아니라
호마이카 테이블에 깔끔떠는 분위기로 갔다면 99% 망할 이름.


<KU BAR>
발음만 듣자면 쿠바(CUBA)인 셈인데
이왕이면 'CU BAR'로 바꾸고 럼 따위를 전략품목으로 내놓으면서
캐러비언풍을 선보였다면 BAR를 찾는 이들에게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계단 손잡이나 처마에 꼬치불 빙빙 감으면 영락없이 한철 해수욕장 BAR 느낌.

<죠스 떡볶이>
홍대의 동맥으로 통하는 주차장 길에 떡 버티고 선
'조폭 떡볶이'의 영역을 위협하는,
어쩌면 이미 접수해버린 집.
매운 맛의 공포, 혹은 강렬함이 '죠스'와 이런식으로 매치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맛을 떠나 '조폭'과 '죠스'중에 골르라면 죠스에 한표. 


홍대의 수 많은 식당들을 살피며 돌아다녔는데 이곳 말고 몇 곳을 제외하면
뇌리에 딱 꽂히는 이름의 집은 별로 없는 듯 싶다.
<돈까스 참 잘하는 집>도 초기엔 신선했고 믿음이 갔지만
여기보다 더 잘하는 집이 생기면
억지부리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신뢰는 쉽게 허물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서교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 <다복길>이라는 밥집이 있었다.
그 길가 이름이 '다복길'이어서 별다른 상상없이 지은 이름인 듯 싶었는데
특이한 건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간판에 작은 글씨로 부제를 달았다는 점이다.
애교스런 겸손이었지만  그러나 지금 우리 기억엔 
세상에서 첫 번째로 맛있는 집으로 남아 있다. 
그런점에서 보면 이름과는 관계없이 결국 식당은 맛과 서비스가 핵심 아니겠나?

  음..
그래도 식당 이름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