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 해당되는 글 35건

  1. 2008.04.11 생선을 찾아 - 마샬슬록 - 4
  2. 2008.03.30 몰타 사진 1부. 5
  3. 2008.03.23 절제의 맛, 사시미 2
  4. 2008.03.20 초대받지 못한 상처
  5. 2008.03.19 아키하바라로 다시

서울에 노량진이 있다면 몰타에는 마셜슬록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생선의 종류와 시장의 규모다. 북적대는 인파와 상인들의 성난 듯한 외침, 수족관을 뛰쳐나오려는 온갖 생선들의 힘찬 몸부림과 이를 단칼에 다스리는 은빛 회칼의 서슬, 흥건히 젖은 바닥 위로 흥정도 오가고 돈도 오가고 굵은 소금 듬뿍 뿌려진 생선도 오간다. 어디가? 노량진 수산시장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몰타의 마셜슬록은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리고 저녁 밥상에 올릴 고등어 따위의 생선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 일요일 오전, 마셜슬록으로 향했다. 털털거리는 노란색 버스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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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기 직전 한 장. 승객들이 계속해서 올라타고 있고 버스가 출발한 후 펼쳐지는 들판. 공항에서 올 때 신기하게 바라봤던 자동차가 또 보이길래 한 장.

마셜슬록의 시장은 일요일에만 문을 연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발레타 노상 터미널의 27번 버스 팻말 앞에는 비린 맛에 굶주린(?) 사람들로 이미 줄이 길다. 20분에 한 대 꼴로 출발하는 버스는 출발 때부터 만원이지만 다행히 우리는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자 첫날 공항에서 올 때 목격했던 그 잿빛 풍경이 어김없이 펼쳐진다. 몰타 주택의 약 25%가량이 비어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창밖에 펼쳐지는 집들이 대개 빈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건물들은 황량하다.

 

버스가 좌우로 돌 때마다 창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손으로 막아가며 30분을 달리니 버스는 어느덧 마셜슬록에 도착했다. 버스 안 누구보다도 비린 맛에 굶주려 있는 김군은 콧 평수를 늘려 깊은 숨을 들이켰다.

 

살집 단단히 오른 싱싱한 고등어 두 마리만 걸려라. 당장 네놈을 사다가 기름 두른 팬에 지글지글 구워먹으리..’

 

잊혀진 맛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마셜슬록 수산시장의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차양만을 아슬아슬하게 걸친 좌판들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그 아래에는 생선이 아닌 온갖 신발과 옷가지, 생필품과 동물사료, 심지어 화장실 변기 뚫어주는 고무 끼운 막대까지 없는 게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거친 고함으로 손님을 붙잡는 생선장수는? 펄떡 거리는 활어와 탱글한 고등어는? 바다내음 농축된 비린내는? 아니, 이곳이 수산시장이긴 한건가? 허겁지겁 10분을 헤매자 우리는 그 긴 좌판 사이에 겨우 예닐곱 개 옹기종기 모여있는 생선좌판을 발견했다. 유난히 붉고 두터운 차양 아래에 싱싱함이라곤 결코 찾아보기 힘든 오징어와 주꾸미, 냉동 연어와 냉동 대구 살, 그리고 몇 가지 생선들이 녹아 내리고있었다. 그 옆으론 커튼과 화분 좌판이 이어지는, 지중해의 풍요로운 물결을 품은 마셜슬록 '수산시장'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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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셜슬록 '시장'의 거리. 신발 따위의 생필품이 대부분이다. 겨우 발견한 생선좌판. 뱀장어를 닮은 생선은 내가 먹기 보다는 녀석이 나를 먹을 것 처럼 좀 무섭고 징그럽다. 냉동에서 풀린 오징어. 오른쪽 생선이 구입해온 A 뭐시기

SCOTTE이나 ARCADIA, TOWER , 이곳의 대형 수퍼에서도 ARCADIA를 제외하곤 생선코너가 없다. 그나마도 정육과 치즈에 밀려 한 구석에 조그맣게 마련돼 있을 뿐이다. 생선은 왜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것일까? 혹시 몰티즈들이 지중해에서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의 후손이라는 신화라도 있어서 그 탓에 조상님들을 감히 식탁에 올리지 않는 것일까?

 

여름용 샌들과 동유럽에서 건너온 조악한 기념품 따위에 실망하며 발길을 돌리기엔 반나절을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어차피 구경 꺼리는 없는 거고 마지막 희망, 고등어라도 있으면 건져가자는 생각에 몇 안되는 생선 좌판을 기웃거렸지만 고등어도 없었다. 좀 전 까지 꽁꽁 얼어있다가 지금은 더위에 축 늘어진 오징어는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쌌다.

 

몇 안 되는 생선들을 둘러보다가 제법 만만하게 요리해먹을 만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야말로 생선답게 생긴 녀석의 이름은 A. (A다음의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5.8유로, 한국 돈으로 9천원에 이르는 가격은 마리 단위가 아닌 1kg 단위였다. 뚱뚱한 상인 아줌마는 넉살 좋게 웃어 보이며 두 마리를 집어 저울에 쟀고 1Kg가 넘는 무게가 나오자 가격은 6.5유로로 매겨졌다. 신통치 않은 영어로 흥정을 할 순 없는 노릇. ‘손질해줄까?’라는 제스츄어에 ‘only inner’라는 단어로 내장 제거만 주문한 뒤 고분고분 센 돈과 생선을 주고 받았다. 여기는 생선에 소금도 안쳐준다.

 

대단한 전리품을 챙겨오리라 기대했던 마셜슬록 수산시장 방문기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그렇다면 실의에 빠진 우리와 함께 털털거리는 고물버스를 타고 함께 온 우리의 A는 어떻게 됐을까?

 

쫄쫄거리는 수돗물에 다시 한 번 씻겨진 뒤 조리용 소금을 듬뿍 뒤집어 쓰고 접시에 담겨 햇빛 잘 드는 남쪽 발코니에 얌전히 놓여졌다. 갈라진 배 사이에는 면봉을 가로 꽂아 햇살과 바람이 잘 들도록 젖혀두었다. 가끔씩 쇠파리가 기웃대며 A를 간지럽혔으나 그때마다 김군이 등장해 쇠파리를 쫓았다.

 

그렇게 이틀간 꾸덕꾸덕 말려진 녀석을 물로 살짝 씻은 뒤 아주 얇게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 약한 강도의 불로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익혔다. 2시간 넘도록 그렇게 익히니 주방은 물론 온 집안이 짭짤한 생선냄새로 가득 찼다. 어느 덧 노릇하게 익은 녀석의 살점을 아주 조금 뜯어 맛보니.. 짭짤함과 고소함, 쫀득함이 기가 막히다. 그날 저녁, 녀석은 결국 서울서 애지중지 공수해온 여행용 미니 소주의 뚜껑을 열게 만들었다.

<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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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히 동영상도 찍고 있지만 이곳 생활이 안정되지 못해 촬영이 원활치는 못하다. 대신 스틸사진은 운영이 쉬워 가급적 계속 지니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촬영을 하고 있다. 몰타에 관한 몇 가지 사진을 올리니 감상하시라.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몰타 섬의 모습. 40평대 집은 밖에서 볼 때 저런 모습이고 우리가 본 집은 왼편 맨 위층 발코니의 집이다. 방이 두 개이며 맨 오른쪽 방은 더블 침대의 방이고 화장실이 딸려있다. 나머지 방은 침대 2개이며 화장실은 거실 쪽에 있다. 이 집 근처를 지나다 빨간 꽃이 화려하게 덮힌 집이 있어 무심코 찍어본 사진.

 

오른쪽에 등장하는 친구들은 한국 유학생들. 이 친구들의 도움이 컸는데 조만간 집이 구해지면 꼭 초대해 근사한 한국식 식사를 대접하기로 약속했다. 막 의자에 앉으려는 마미라는 친구는 국적은 한국이지만 한국말을 알아듣기만 하는 재일교포다. 특히 이 친구의 도움이 컸다. 계속 등장하는 실내 사진은 넓은 집의 주방과 거실 모습이다. 아무튼 넓은 집이고 다만 아직 결정한 것은 아니다. 화요일이 관건.

 

빨간 옷의 동행이 부동산 ‘Joe’와 함께 집을 보러 가는 중이고 오른쪽은 노란 버스가 털털거리며 다니는 생쥴리앙 거리 풍경. 유스호스텔은 이곳에서 5분 거리다. 저 건물들이 호텔인지 개인 집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6월부터는 이 길바닥이 온통 관광객들로 뒤덮인다고 한다. 인근의 한 케밥집에서 사먹은 6유로짜리 케밥 세트 한 접시. 맨 아래 사진의 샐러드에서 먹고 싶은 것을 고르면 그 위에 케밥을 얹어 저렇게 담아준다. 따뜻하게 데운 또띠야를 바구니에 담아주는데 속을 갈라 그 안에 샐러드와 케밥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붙잡고 먹으면 된다. 두 사람이 맥주 한 캔 시켜서 먹으면 제법 배부르다. 맥주 사진은 바로 대각선.

 

케밥 사진 옆은 금요일 오전, 유스호스텔 옥상에서 바라본 슬리에마 집들의 전경. 편광필터를 사용해 하늘을 다소 어둡게 표현해봤다. 맥주 사진 옆은 유스호스텔 남자 도미토리. 2층 침대가 한 방에 총 4개가 있다. 왼쪽이 나의 침대고 빨래줄이 없어 세탁물을 그냥 널어놨다. 오른쪽 침대가 이른바 코브라의 침대다. 이건 나중에 사람들코너에서 별도로 쓰겠다.

 

 주방 사진. 보라, 아무것도 없고 전열기 위에 주전자 하나 달랑 있다. 찬장을 열어봐야 아무것도 없다. 냉장고가 살짝 나오다 말았는데 역시 아무것도 없다. 공용 세면대. 뜨거운 물과 찬물이 잘 나오는 편이지만 물을 가둘 마개가 없어 난처하다. 뜨겁고 차가운 물을 섞을 수가 없으니 손으로 두 수도꼭지를 번갈아 받아가며 얼굴을 씻는다.

 

금요일 오전, 숙소 옥상에 올라가 시내 전경을 바라보며 직접 만들어 먹은 아침 식사. 치즈, , 상추, 양파, 계란후라이, 그리고 케첩을 뿌렸다. 그 전날 시내의 서브웨이 샌드위치에서 먹은 것 보다 훨씬 훌륭한 맛. ‘Pesca’는 복숭아 주스. 생쥴리앙 거리 모습으로 왼쪽은 건물들, 오른쪽은 지중해가 마냥 펼쳐진다. 햇살이 그리워 남하한 것으로 보이는 노부부. 케밥집의 케밥을 먹고 길 건너로 가면 지중해가 한없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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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일간 이것저것 몇 안되는 일본 음식을 먹어본 경험에 바탕해 일본의 맛에 대한 나름의 생각을 적어보면 이렇다. 사시미. 아다시피 우리는 활어회를 즐기는 반면 일본은 숙성 회를 즐긴다. 츠키지 수산시장을 둘러보며 동경사람들 식생활의 일면을 보고 싶었으나 다른 일정으로 포기해야 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그 시장을 거쳤을 생선살을 한 오래된 이자카야에서 맛 본 것은 좋은 경험으로 남을 듯 하다.

 

신주쿠의 이자카야에선 고등어와 방어, 참치가 그야말로 핥아먹어야 할 수준의 양으로 조금씩 나왔는데 이것이 오히려 맛의 반전을 가져다 줬다. 평소 한국에서라면 생선살 두어 점을 덥석 집어 들어 초장에 찍어 마늘과 풋고추를 곁들여 상추로 마감하거나 혹은 물에 갠 와사비를 간장에 풀어 살짝 찍어 먹었을 테다.

 

반면 일본의 사시미는 그야말로 몇 번 없는 맛의 기회가 생선살을 대하는 태도부터 바꿔놓고 만 것. 적은 양이 가져다 주는 아쉬움은 긴장감으로 이어져 행여 바닥에 떨어뜨릴까, 몇 번 없는 맛의 기회를 망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생선살을 집어 드는 것이다.

 

한국의 생선살은 쫄깃한 반면, 일본의 생선살은 부드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만약 한국에서 일본식의 맛을 봤다면 무슨 생선살이 이렇게 물러?’하고 핀잔부터 듣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날의 경험에서 생선회의 맛은 단연 신선한 고추냉이와 간장의 적절한 조화에서 완성됐다.

 

나로선 실로 새로운 맛의 발견이었다. 가루를 물에 갠 와사비와 달리 고추냉이를 직접 갈아내어 그 맛과 풍미가 근본적으로 달랐는데 매운 맛의 와사비에서 그만의 단 맛을 봤다면 이상할까? 사실 한국의 고급 횟집을 제외한 일반 횟집에서 먹는 와사비는 흉내아니던가?

 

맛의 관점이란 천차만별이니 그 평가에서 거짓이란 없다. 다만 가끔씩 흉내에 머물거나 때론 속이기까지 하는 주방의 못된 행태들이 있어서 그것에 놀아나지 않으려면, 그리고 단지 배를 채우는 목적이 아니라면 맛도 때론 깐깐하게 음미하는 것이 건강한 것이자 즐거움일 수 있다.

 

뭐 대단한 횟집에서 먹은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신주쿠의 낡은 이자카야에서 한 접시, 그리고 어제 시모키타자와의 오뎅집에서 먹은 마구로 한 접시가 전부지만 이날의 경험들이 생선회를 즐기는 내 입맛을 높여놓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앞으로 어딜 가든 생선회를 먹을 때는 이날의 경험을 떠올리며 그 맛을 찾아가는 시도가 반복될 것 같다.



>> 고등어와 참치(마구로), 방어를 각 세 점씩 썰어내온 사시미에 국화로 살짝 단장을 했다. 벌벌 떠는 젓가락질이 느껴지는가? / 문어 숙회 위에 얹은 신선한 고추냉이와 푸짐하게(?) 차려진 안주들 / 커튼을 젖히고 들어서면 뜨끈한 가다랑이 국물 향이 실내 가득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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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회에 들어가 살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를 들으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가운데 하나만 소개한다.

 

동경 생활 4년째에 접어든 물주의 부인은 어느 날, 딸의 생일을 맞아 딸의 일본 친구들을 집에 초대했단다. 부인은 팔을 걷어 부치고 손수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었다. 이윽고 ~. 반가움과 설레임으로 문을 여는 순간, 엄마는 당황스러움에 어쩔 줄을 몰랐다.

맞은편에는 고운 드레스를 입고 한 손에는 꽃을 든 딸의 친구와 정장 차림에 핸드백을 다소곳이 든 아이의 엄마가 나란히 서있었던 반면, 음식을 준비하다가 뛰쳐나온 엄마의 옷차림이란 수제비를 만들다 나온 한국의 여느 엄마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서 일본 엄마와 아이의 옷차림이란 일본 왕실 가족의 외출 장면을 떠올리면 될 듯 하다.

 

화요일 저녁, 우리는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일본에서 유명하다는 청주를 주고 받으며 위와 같은 에피소드를 상 위의 안주로 부지런히 옮겨 날랐다.(아 참, 결국 그저께 저녁 식사의 주제는 집에서 해먹는 김치찌게였다. 일본 생활에서 정통 한국식 식사란 베푸는 입장에서 엄청난 용기다. 이와 더불어 맛볼 수 없는 청주와 일본식 소주, 그리고 한국에서도 광고를 시작한고시히까리쌀밥을 양껏 먹고 마실 수 있었다. 이건 후에 좀 더 자세히 쓰도록 하자)

에피소드 결말이 더 재밌는데 일본 엄마들 왈, 사실
자신들도 딸의 친구 생일에 초대받아 남의 집을 방문하기는 거의 처음이라는 것이다. , 파티라는 이름으로 남의 집을 방문하는 경우가 일본 사회에선 거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익숙한 집뜰이 조차도 없단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남의 집을 거의 처음 방문하는 일본 엄마는 자신이 갖춰야 할 예의를 최대한 갖추기 위해 아이에겐 드레스와 꽃, 자신은 정장 차림으로 문 앞에 나타났던 것이다.

 

결국 솔직하게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한국 엄마는 용기를 내어 자신의 심정을 고백(당신들의 격식에 당황스러웠다는)하자 정장 차림의 일본 엄마들도 박수를 치고 깔깔대며 사실 우리도 남의 집에 초대받아 가기는 처음이라 어찌할 바를 몰라 이런 차림으로 왔다고 고백하더란다. 결과적으로 이날의 사건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기회가 됐다고 한다.

 

반면 이런 일도 있단다. 물주가 말하길 우리의 경우 각종 경조사에 직접 연락 받지 않더라도 이미 소식을 아는 상황이면 가급적 참석하는 것이 예의인 반면, 일본에선 직접 연락이나 초대장을 받지 않으면 그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직장 동료가 가족 상을 당한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직접 연락이나 초대를 받지 않았으면 참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평소 술도 자주 마시고 속 이야기도 흉금 없이 털어 놓는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팩스나 전자 메일의 에러로 초대장을 받지 못하고 주변 사람을 통해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 사람은 초대받지 못한 사실에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후에 오해가 풀릴 수도 있겠지만 당시에는 그 상처가 꽤나 클 수밖에 없다.

 

아키하바라를 오가며 지하철에서 너무도 쉽게 마주치는 일본인들의 모습에서 그런 상황을 짐작해보자니 왠지 맞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동행의 말처럼 어쩌면 오타꾸라는 일본 특유의 문화가 생겨나게 된 환경이라는 것도 결국엔 이 같은 요인이 작용한 측면도 있지 않겠나라는 추측에 고개가 살짝 끄덕여 진다.




>> 아키하바라는 전자상가로 유명하지만 우리에겐 그에 못지 않게 500엔짜리 돈까스 덮밥집의 기억으로도 유명하게 남을 듯 싶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Bar 형식으로 꾸며진 테이블에 홀로 온 손님들이 나란히 앉아 자신 앞에 놓인 그릇에 담긴 음식을 아주 진지한 자세로 열심히 먹는 모습은 너무도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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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매우 흐리다. 오후 3시 이후부턴 비도 내린다고 일본 TV의 일기예보에서 전한다. 점심을 간단히 먹고 곧 아키하바라로 다시 출발하려고 하는데 어제 구입못한 소니 ECM-678 비디오 마이크를 구입하기위해서다. 날씨는 다소 쌀쌀한 편이고 바람이 불지만 먼지 하나 없어 보이는 깨끗한 바람이다. 강양이 재촉한다.

"야, 시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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