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에 해당되는 글 70건

  1. 2008.04.20 플랫 메이트 마중나간 날 2
  2. 2008.04.20 모래 먼지 2
  3. 2008.04.20 강양 반 학생들 4
  4. 2008.04.18 열쇠와 샤워봉 2
  5. 2008.04.16 김군, '용단'을 내리다 4
  6. 2008.04.15 영어 공부는 이 아니면 잇몸 8
  7. 2008.04.14 요즘의 식생활-1 9
  8. 2008.04.11 집 구경 <동영상-2> 12
  9. 2008.04.11 생선을 찾아 - 마샬슬록 - 4
  10. 2008.03.27 로마 '탈출' 3

주말, 멀리 하동에서 부푼 꿈을 안고 날아오는 '청춘'을 맞이하기 위해 강양과 김군은 서둘러 공항으로 향했다. '모래먼지를 잔뜩 뒤집어 쓴 몰타를 내려다 보며 다소 실망하겠군' 하는 생각에 오히려 우리가 실망스러워졌지만 그보다 더 우리를 실망스럽게 만든 것은 1시간 30분이나 늦어진 도착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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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에 맞춰 1시 30 공항에 도착했으니 꼼짝없이 2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도착 터미널에는 마땅히 앉아 기다릴만한 곳도 없어 북적대는 사람들을 피해 3층 카페테리아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점심을 먹고 나온지라 괜히 예정에 없는 지출이 생기는 것이 못마땅했지만 그것이 반전이었다.

자연에 도전하는 과학의 경이를 신이 나서 구경했기 때문인데 활주로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 좋은 테이블에 앉아 9천원짜리 피자와 3천원자리 맥주를 마시며 이착륙을 하는 여객기들을 마냥 지켜본 것이다. 몰타 같은 작은 나라에 에어버스380’과 같은 대형 여객기가 뜨고 내릴 일은 없지만 그것의 반 크기에도 못 미치는 작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웠다.


 


>> 공항으로 오는 길, 버스의 문구가 재밌어 찰칵! 주문표의 첫 번째 피자를 시키자 바로 다음 사진의 피자가 구워져 나왔다. 양도 제법 많아서 둘이 먹기에 충분하고 말린 오레가노 향이 인상적이었다. 몰타 맥주의 자존심, '시스크'.

이윽고 Emirate 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모습을 나타냈다. 기분이 참 묘했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그것도 공항에서의 기다림은 묘한 흥분을 가져다 주나 보다. 당신들은 그런 경험이 없는가?

 

30킬로가 넘는 무거운 짐을 이끌고 하동에서 먼 길을 날아온 이효진씨는 3시 50 게이트를 빠져 나와 우리와 상봉했다. 첫 만남. 건축을 공부하고 있다는 그녀는 이제 생 줄리앙의 녹색 발코니집에서 우리와 함께 3개월간 함께 살아갈 식구. 우리는 서로 밝게 웃으며 차분히 인사를 건넨 뒤 여기저기 반가운 포옹이 벌어진 사람들 틈을 헤집고 가까스로 터미널을 빠져 나왔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냥 동네 어디쯤에 온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녀는 하동의 집을 나선지 꼬박 28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그 사이 네 다섯 시간을 잤다고는 하지만 기내에서, 그것도 이코노미에서라면 그 고단함을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을 테다. 그래도 우리가 몰타에 도착해 겪었던 것 만큼의 혼란은 그녀에겐 없었다. 그녀는 분명 운이 좋은 것이다.

 

덕분에 우리도 시원한 시스크 맥주와 말린 오레가노를 듬뿍 뿌린 피자를 먹으며 비행기의 경이로운 이륙을 한참 동안 구경할 수 있었지만..



>> 유럽 최고의 '저가'항공, 라이언에어. 며칠 전 이 항공사의 '몰타-이태리 피사' 예약일정을 검색하다가 오로지 세금만 내고 요금은 안내는 티켓이 나온 것도 발견했었다. 며칠 전 함께 식사한 한국인 친구는 몰타-바르셀로나-포루투갈을 왕복하는 비행기를 75,000원에 끊어 현재 여행중이다. / 1시간 30분의 기다림 끝에 모습을 나타낸 에미레이트 항공. / 할머니와 함께 누군가를 마중 나온 통통한 꼬마는 정신사납게 주변을 뛰어다니다 결국 할머니에게 호된 손매질을 당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다시 저 표정으로 공항을 뛰어다녔다. / 한 두명씩 나오는 한국인들. 저 틈에 이효진씨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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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황사가 서서히 잦아들고 있을까? 한국을 떠나오면서 아주 잠시 , 그 뿌연 흙먼지를 이번 봄에는 뒤집어쓰지 않아도 되니 좋군하고 내심 생각했었다. 그리고 도착한 몰타. 한국의 가을하늘과 동급인 하늘색에 동해보다 더 짙고 제주도보다 더 형형색색인 바다, 그야말로 청정 빼면 몰락할 이곳에서 희뿌연 모래먼지를 뒤집어 쓰리라고는 생각 못했다.

 

몰타가 비록 유럽연합에 속하는 작은 나라지만 마셜슬록에서 배를 타고 마냥 남쪽으로 노를 저으면 바로 아프리카다. 배를 대고 조금만 걸어가면 펼쳐지는 것은 바로 사막. 알제리, 모로코, 튀지니, 이집트, 수단, 차드 등, 북아프리카를 구성하고 있는 이들 나라에 걸쳐있는 사하라 사막은 연평균 강우량이 20mm에 그치는, 지구상 최악의 건조지역이다.

 

바짝 마른 모래들은 바람에 구르고 깨지다 어느새 가루가 되어 바람을 타고 이곳까지 날아오는 것이다. 기세로 봐선 시칠리아까지는 물론, 이탈리아까지도 날아갈 듯 싶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빨래를 해서 널어야겠는데 오늘로써 이틀째 미루고 있다. 옥상에 있는 세탁기의 위에도 이미 고운 모래먼지가 뿌옇게 내려 앉았고 아침 이슬을 맞는 거리의 자동차들은 상태가 더 심하다. 자동차가 지나갈 때 마다 일으키는 미세한 먼지바람은 호흡기를 타고 폐 속 깊숙이 박히는 것 같다.  


 


>> 옥상의 세탁기 위에 내려앉은 사라하산 모래가루. 자동차는 봐주기 힘들 정도로 지저분한데 몰타 자동차의 80%가량이 저러고 돌아다닌다. 물이 귀해 세차는 대부분 집에서 양동이에 물을 떠놓고 직접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곳 사람들은 별로 아랑곳 않는다. 여전히 옥상에는 빨래가 널리고 있고 해변 길을 따라 뻘뻘 땀을 흘리며 조깅에 열중하는 사람들도 여전하고 거리 카페의 테이블 위에는 어김없이 파스타와 맥주가 올라온다. 마스크 쓴 사람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게 한국이지만 이곳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돼지처럼 희어서 징글징글한 살을 검게 태워주는 햇살만 있으면 그만이지 그깟 모래먼지가 대수냐라는 걸까?

 

한반도에 해마다 뿌려지는 황사의 량이 트럭으로 몇 천대 분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이것이 오히려 토양을 비옥하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다. (물론 중국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오염으로 그 질이 예전만 못하겠지만) 사하라의 모래 먼지는 모르긴 몰라도 그 규모를 넘어설 것은 분명할 듯 하고 이 역시 눈에 보이지 않은 생명들을 살찌우는 양분일 것이다. 혹시 이곳 사람들도 어쩌면..



>> 옥상에서 바라본 발레타 전경. 희뿌연 모래먼지로 시야가 흐려져있다. 몰타는 사막 기후에 가까운 탓인지 사진과 같은 선인장 군락을 곳곳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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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17일) 강양은 같은 반 친구들의 사진을 찍기 위해서 작정하고 카메라를 가지고 학원에 갔다.

수업 시작 전, 강양은 선생이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노려 말을 꺼냈다.
원래는 수업시간에 틈틈히 사진을 좀 찍어도 되겠냐고 묻을 예정이었다. 그런데 카메라를 들고 있는 강양이 Can I ...라고 까지만 말했을 뿐인데 급우들^^은 바로 단체사진 대형을  만들었다.

마침 선생 레이첼이 들어오고 있어 카메라에 같이 잡아 주었는데, 수업시간에는 그닥 친절하지 않던 레이첼이 자기가 찍어줄테니 강양도 사진에 들어가란다. 그러자 갑자기 7대의 디지털 카메라가 급우들의 가방에서 나오고 레이첼은 강양의 카메라 외에도 7번이나 더 카메라 셔터를 눌러야 했다.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날 수업은 카메라 덕분에 내내 화기애애 했고 너나 할 것 없이 틈틈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댔다.
그날의 사진들, 급우들의 모습을 유치한 카툰으로 급조해 봤는데 강양 반 학생이라면 뒤로 넘어갈 내용들이 좀 있다. 때문에 다음 주에 이 사진을 보여주면 누군가와 영어 한마디라도 더 하게 될 것이다.
 
누가누구인지 궁금한 사람들은 지난 글을 참조해서 추측해 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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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간 함께 살기로 한 새로운 플랫 메이트가 이번 주 토요일 오후에 몰타 공항에 도착할 예정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해결되지 못한 문제가 있다. 집과 관련된 것인데 여분의 열쇠와 샤워 커튼 행거다.


열쇠는 적어도 2개 이상이 있어야 하지만 우리가 입주할 당시 1개밖에 받질 못해 이는 죠가 주인으로부터 여분을 받아 주기로 했었다. 우리는 그간 열쇠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주인은 우리가 입주한 바로 다음 날 세탁소 직원을 통해 침대 시트와 샤워커튼을 보내왔는데 문제는 플랫 메이트가 사용할 화장실에 샤워커튼을 매달을 막대가 없다는 점이다. 이곳 화장실은 한국과 달리 바닥에 물빠지는 하수구멍이 없다. 오로지 욕조와 세면대를 통해서만 물이 빠진다.

부동산 '죠'는 애초 우리에게 "If you have a problem about house, call me anytime!" 이라며 특유의 능글스런 웃음과 함께 얘기했고 결국 우리는 죠를 찾았다. 하지만 이번 주 부터 접촉하려 했던 죠는 쉽게 만나지지 않았다. 부동산에 들러 코만 좀 낮았으면 미인이었을 여직원에게 메시지를 전해달라 부탁했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다. 강양이 오늘 부동산으로 전화를 걸어 죠와 통화를 시도했지마 역시 죠는 없었다. 코 큰 언니와 통화하는 동안 잠시 이야기가 길어졌고 휴대폰 요금은 무려 5000원이 넘어섰지만 별 소득은 없었다.

젼화가 갑자기 끊어지고 잠시 한 숨을 쉬고 있는 사이 죠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인이 아직 보내지 않았냐? 그렇다면 걱정마라, 곧 해결해주겠다'는 것이 그의 답변이었다. 대답 하나는 시원시원한 죠지만 행동도 그래야 할텐데 어쩐지 영 미덥지가 못하다. 입주하던 날 밤, 우리 짐까지 자신의 차로 친절하게 실어다 줬는데 와인이라도 한 병 안겨줬어야 했을까?

얼마전, 요리를 하는 전기플레이트 4개 가운데 위치상 가장 쓸모가 많은 플레이트 하나가 갑자기 고장이 났다. 4개 가운데 3개를 최고온도로 놓고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한 녀석이 나간 것이다. 과열은 말이 안될 듯 하고 워낙 오래된 탓에 노후에 따른 고장으로 추측된다. 도대체 어디서 문제가 생긴걸까 살짝 분해를 해보니 구석구석 녹이 엄청나다. 나사선이 없을 정도니 수리는 불가능할 듯 싶다. 그냥 이렇게 살아야 할 듯 싶다.

온수의 낮은 수압은 여전하다. 10분이면 끝날 샤워가 15분이 넘는다. 반면 찬물은 제법 세찬 수압으로 쏟아져 나온다. 곧 살인적인 더위가 닥쳐올테니 걱정은 조금 덜고 있지만 여자가 3명이나 생활할 집에 아무래도 온수는 여름에도 쓸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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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기상, 빈 속으로 학원가고, 10시 30 1교시 끝, 30분간 휴식한 뒤 다시 12시 30 2교시 끝, 그리고 집으로 귀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이다. 그러나 이런 일상에도 변화는 있었다. 김군은 교실을 바꿨고 강양은 선생이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군은 그 변화에 만족하고 있고 강양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지난 주 레벨 테스트 시험을 통해 김군은 1레벨 클래스, 강양은 2레벨 클래스를 지정 받아 1주일간 수업을 받았다. 그 결과, 김군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1레벨 수업에 불만과 초조감이 쌓여간 반면 강양은 수업에 매우 만족해 했다.

김군의 Teacher인 캐서린은 다소 억센 몰티즈 억양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김군은 그 발음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Listen & comprehension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애초 닦아놓은 실력이 없으니 허겁지겁 눈치만 살피며 수업에 끌려가다시피 했고 한 명씩 지정되어 풀은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온 몸에 식은 땀을 쏟아내야 했다. 이는 비록 김군만이 갖는 증상은 아니었는데 다소 덜하긴 했지만 독일에서 의자를 만들다 온 마크스와 교실의 새로운 얼굴 체코의 헬리콥터 조종사, 얀도 증상은 비슷했다.  

 

결국 김군은 어제 화요일, 평소보다 20분 일찍 학원에 도착해 교무실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I’m studying in English level 1, but I think it’s not easy for me. So I want to have a chance to take a ‘Beginner class’ just today. 그렇다. 하루만 수업을 들어보고 만족하면 Beginner Class로 내려가겠다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이 학원은 Beginner에서 시작해서  Level 4까지 있다)


그리고 어제 그 첫 수업을 들었는데 결과는 만족이다. 몰티즈에서 태어나 영국과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생활하고 그 때문에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몰티즈어, 4개 국어에 능통한 Beginner Class 선생, Edith(‘이딧으로 발음)은 발음부터 매우 정확했고 아주 천천히
수업을 이끌었다. 다국어를 하는 그녀이니 낯선 외국어를 처음 배울 당시에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듯, 그녀는 발음 하나하나, 설명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였고 세심함과 친절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이탈리아의 사르디나 섬 출신으로 주책이다 싶을 정도로 목이 젖혀지도록 큰 소리로 웃는 마리아, 스위스에서 온 건장한 사나이 레네와 가끔씩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새침한 오드리, 바비 인형이 고스란히 늙어버린 얼굴의 체코 아줌마 야르슬라바,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담배와 술, 싫어하는 것은 토마토와 사과라는 독일의 뚱보 마티아스, 마지막으로 5개의 방과 2대의 자동차, 넓은 정원과 수영장을 갖춘 집에서 살고 있다는 60살의 베로니카, 바로 이들과 견줘 볼 때 김군의 영어 실력(정확히는 눈치)이 좀 더 낫다는 것이다. ^^

 

하위 그룹에서 잘한다는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김군과 거의 비슷한 수준들이다 보니 긴장이풀리고 더불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Beginner로 옮긴 후 그간 굳게 닫혔던 입이 비록 짧더라도 문장을 토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김군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조만간 기회가 되면 Edith과 나머지 학생들에게 양해를 얻어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비디오 카메라에 기록해볼 계획인데 가능할까 모르겠다.

 

반면 강양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간의 대화를 최대한 많이 유도해 실습의 기회를 넓혀주고 발음과 문장을 일일이 교정해주는 정성으로 학생들로부터 신망을 한 몸에 받았던 Julie가 이번 주부터 6주간의 휴가를 떠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문제는 그녀를 대신해 온 Rachel의 수업이 너무 형편없다는 것이다. 대화의 기회를 주기 보다는 선생 자신이 더 많은 말을 한다는 점, Teaching에 대한 의지의 부족, 당연히 Skill도 없다는 점, 따라서 여러 면에서 Julie와 비교할 때 정성이나 세심함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불만의 이유다.

 

급기야 독일에서 온 우타는 강양에게 'I hate this teacher'라고 귓속말로 자신의 소견을 밝히더니 바로 오늘부터 결석을 했다. 2주간의 짧은 일정으로 지난 주부터 Julie수업에 참여했던 그녀는 앞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몰타의 따뜻한 햇살 아래 형편없는 Rachel을 저주하며 남은 시간을 보낼 작정이라는 후문이다.

 

우타의 결석을 궁금해하던 에마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에마는 아예 이 참에 레벨 3으로 교실을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은 원래 더 실력이 높은데 레벨테스트 때 너무 긴장해서 지금 레벨보다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쥴리에게 배울 때는 없었던 이유가 이틀만에 생긴 것이다.
아무튼 여전히 모르는 구석이 많은 영어지만 그 영어가 약인지 독인지는 가려낼 줄 알 만큼 우리의 실력과 눈치와 요구도 아주아주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가 보다.



>> 첫 번째 사진은 김군이 처음에 듣던 'Level 1'클래스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Beginner' 클래스의 모습이다. 레벨 1 클래스에선 한국인이 4명이었던 반면 비기너 클래스에 한국인은 나 하나 뿐이다. 비기너 클래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왼쪽부터 Rene, Maria, Edith, Audrey 그리고 Jarslava다. 맨 아래 사진은 학원 전경. 1층에 Subway 카페테리아가 있고 쉬는 시간 학원 앞은 햇빛을 쬐려는 남녀노소들로 북적인다. 좀 더 직진해 왼쪽으로 꺽어지면 몰타의 '신촌'이 펼쳐지는데 특히 주말이면 피해갈 만큼 시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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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사이에 한 주가 지나갔다.

처음 레벨 테스트를 보며 긴장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 주를 무사히 넘긴 것이다. 이미 밝힌 바대로 강양의 선생은 잉글리쉬인데다가 교수법도 무척 맘에 들어 흡족한 가운데 수업을 받았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갑자기 배드뉴스가 생겼다. 굳티쳐인 '쥴리'가 6주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선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런던 출신으로 영국에서 선생을 하다가 프로모션 회사로 전직 한 후 현재의 몰티즈 남편을 만나 결혼, 몰타로 정착하면서 다시 선생이 된 쥴리. 런던 친정에 잠시 들렸다가 미국 플로리다로 휴가를 즐기러 갈 것이란다.
강양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위스에서 회계사를 하는 율크, 역시 스위스에서 쉐프 겸, 의상디자인을 하는 에마, 베를린 출신으로 나오미 와츠 등 유명인들의 영화 의상을 만든 경험이 있는 우타, 옥토버훼스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바바리안 만프레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현재 프랑스에서 공부중인데 잠시 휴가철을 이용해 영어를 배우는 일본인 유키, 인터넷 쇼핑몰에서 음악씨디를 팔다가 여행을 꿈꾸며 몰타에 온 동경 출신 마키, 프라하에서 교직에 있는 수잔나, 마지막으로 항상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중국소녀 보니. 강양반의 학생들은 대부분 3주에서 길어야 한 두달 정도만 몰타에 머물 예정인지라 다시 쥴리를 보지 못할 것을 아쉬워했다.(자세한 급우들 소개는 다음 기회에) '수연은 반드시 다시 보게 될거야. 약속해'라고 쥴리 선생이 강양에서 인사를 건냈어도 서운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선생은 레이첼. 옅은 구릿빛 피부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젊은 몰티즈 여성이다.
그렇다면 레이첼의 수업은? 결론적으로 불만족스럽다.
모든 선생이 쥴리 같을 수는 없지만, 쥴리와 리이첼을 비교했을 때 레이첼의 수업은 말을 훈련할 기회도 적고, 이해도나 흥미도도 많이 떨어진다.

수업 내내 반을 바꾸어야 하나 마나 고민하는데(이 학원은 반을 바꿔달라면 언제든지 바꿔준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오늘의 뉴훼이스 에버린이 나에게 찰싹 붙었다. 홀랜드의 19살 소녀 에버린은 어제 새벽에 도착해서 이번 한 주 동안만 영어를 공부할 계획이란다.
일주일간 영어 공부하러 몰타에 왔다고? 유럽인들의 영어 공부는 우리랑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아가씨는 정말 공부하러 온 것 같지가 않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에버린은 다시 내게 다가왔다.
결국 어찌어찌 하다가 에버린은 우리집에 처음 초대된 외국인이 되었다.(한국인은 4명 있었다) 김군이 급조한 김밥과 중국산 김치라면으로 대충 접대한 후 오늘 저녁 웰컴 파티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에버린이나 강양이나 그닥 능숙한 영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 주 내내 아무래도 같이 붙어다닐 것 같다.
내일은 숍들이 밀집한 슬리에마에 같이 가자나?

이 아니면 잇몸이라더니, 영어공부에 선생 아니면 친구?(그것도 20살이나 어린!)

웰컴파티 가기 전에 오늘 수업 복습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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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년 19세. 관광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네델란드 소녀 에버린. 춉스틱 사용이 처음이라는 에버린은 포크를 거부하며 어렵게 라면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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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가 지중해 한 가운데이긴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아직 달고나는 지중해 식생활 기행 프로젝트를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그래도 부지런히 슈퍼마켓을 들락 거리며 밥은 해먹고 있는 바, 요즘 우리의 식단의 주를 이루는 음식들 사진의 일부를 올린다.

먼저 좁고 납작한 파스타의 일종인 trenette와 이탈리아 브랜드인 barilla사의 bolognese 라구로 맛을 낸 볼로네즈 파스타. 로마에 있을 때 즐겨 마셨던 Nero D'avola Sicilia랑 같이 먹으면 제법 폼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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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파스타인데 마늘과 올리브 오일만으로 맛을 낸 ali-olio. 이태리어로 알리는 마늘, 올리오는 올리브다.
마늘을 다지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에 살짝 볶다가 삶은 파스타를 섞고 소금과 후추로만 간을 한, 정말 조리과정은 무지하게 단순한 음식이지만 맛은 생각 외로 풍부하다. 이태리 남부 사람들이 즐겨 먹는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이 맛에 완전 반했다. 지난 주말에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과 함께 한 번 먹어봤는 데 역시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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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셜슬록이라는 수산시장에서 사온 해산물 반찬들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면,
블랙 올리브(왼쪽 위)는 한국에서 먹던 캔이나 병에 든 것보다 훨씬 짜다. 게다가 씨를 빼지 않아서 먹는 데 좀 불편하다. 하지만 올리브 그 자체도 신선하고 곁들여진 올리브 오일의 향이 좋아서 밑반찬으로 잘 먹고 있다.

아티쵸크(오른쪽 위) 위에 다진 참치를 얹은 절임 같은 반찬은 모험심을 가지고 한 번 시도해 본 것이었는데 나름 만족스럽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난다고 하면 상상이 될까? 나중에 아티초크에 대해서는 아주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왼쪽 아래의 해물들은 지중해식 젖갈이라고 해야할까? 조개 관자, 오징어, 홍합, 맛살 그리고 파프리카 같은 야채와 각종 향신료를 넣어 만든 피클 같은 것이다. 전체적으로 시큼한 맛이 나는데 쫄깃한 해산물들이 입에 착착 감긴다.
오른 쪽 아래 사진은 반찬을 산 가게의 모습. 보통 저렇게 놓고 원하는 만큼 담아 달라고 한 후 무게를 달아 계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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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같은 마셜슬록에서 산 콩으로 만든 간식.
강양의 엄지 손톱 보다 큰 이 콩의 이름은 아주 단순하게 board bean, 즉 넙적 콩. 비닐 봉지 가득 담아 놓고 팔길래 어떻게 먹는 지 물어보니 그냥 삶아 먹으란다^^ 삶으면 완두콩 맛이 나서 간식으로 줏어 먹기 좋다. 좀 심심한 것 같아서 토마토소스에 마늘, 양파를 넣고 볶다가 함께 넣고 요리해 봤다. 소시지와 함께 먹으니 시원한 맥주가 절로 땡기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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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반찬류.
두개의 병 중 왼쪽은 사우어크라우크. 잘게 채썬 양배추를 식초에 절인 음식으로 독일에서는 우리의 김치 수준으로 늘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다.

오른쪽은 시험 삼아 한 번 사본 피클. 파프리카와 토마토를 주 재료로 새콤 달콤하게 절인 것인데 마치 고추를 넣은 것 처럼 살짝 매콤한 맛도 나서 다른 음식과 함께 먹을 때 아주 좋다. 삶아 놓은 브로콜리와 함께 먹었더니 그대로 샐러드가 됐다. 가는 쌀국수를 차게 해서 곁들이면 훌륭한 콜드 샐러드가 될 것 같다. 다음에 시도해 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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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간단히 올리고...
혹시 우리가 국수 가닥이나 짜잘한 반찬만 먹고 살 것이라고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올리는....비.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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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런 거 먹고 산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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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살기로 한 집을 영상으로 공개한다. 글라이드 캠을 이용, 촬영한 덕에 좀 더 부드러운 영상이 나왔다.
Posted by dalgonaa

서울에 노량진이 있다면 몰타에는 마셜슬록이 있다. 차이가 있다면 생선의 종류와 시장의 규모다. 북적대는 인파와 상인들의 성난 듯한 외침, 수족관을 뛰쳐나오려는 온갖 생선들의 힘찬 몸부림과 이를 단칼에 다스리는 은빛 회칼의 서슬, 흥건히 젖은 바닥 위로 흥정도 오가고 돈도 오가고 굵은 소금 듬뿍 뿌려진 생선도 오간다. 어디가? 노량진 수산시장이 그렇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몰타의 마셜슬록은 어떤 모습일까?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리고 저녁 밥상에 올릴 고등어 따위의 생선을 구입하기 위해 지난 일요일 오전, 마셜슬록으로 향했다. 털털거리는 노란색 버스를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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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기 직전 한 장. 승객들이 계속해서 올라타고 있고 버스가 출발한 후 펼쳐지는 들판. 공항에서 올 때 신기하게 바라봤던 자동차가 또 보이길래 한 장.

마셜슬록의 시장은 일요일에만 문을 연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발레타 노상 터미널의 27번 버스 팻말 앞에는 비린 맛에 굶주린(?) 사람들로 이미 줄이 길다. 20분에 한 대 꼴로 출발하는 버스는 출발 때부터 만원이지만 다행히 우리는 앉았다. 버스가 출발하자 첫날 공항에서 올 때 목격했던 그 잿빛 풍경이 어김없이 펼쳐진다. 몰타 주택의 약 25%가량이 비어 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창밖에 펼쳐지는 집들이 대개 빈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건물들은 황량하다.

 

버스가 좌우로 돌 때마다 창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을 손으로 막아가며 30분을 달리니 버스는 어느덧 마셜슬록에 도착했다. 버스 안 누구보다도 비린 맛에 굶주려 있는 김군은 콧 평수를 늘려 깊은 숨을 들이켰다.

 

살집 단단히 오른 싱싱한 고등어 두 마리만 걸려라. 당장 네놈을 사다가 기름 두른 팬에 지글지글 구워먹으리..’

 

잊혀진 맛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대열에 합류했다. 그리고 우리는 눈앞에 펼쳐진 마셜슬록 수산시장의 풍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중해를 배경으로 차양만을 아슬아슬하게 걸친 좌판들이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끝없이 펼쳐진 가운데 그 아래에는 생선이 아닌 온갖 신발과 옷가지, 생필품과 동물사료, 심지어 화장실 변기 뚫어주는 고무 끼운 막대까지 없는 게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거친 고함으로 손님을 붙잡는 생선장수는? 펄떡 거리는 활어와 탱글한 고등어는? 바다내음 농축된 비린내는? 아니, 이곳이 수산시장이긴 한건가? 허겁지겁 10분을 헤매자 우리는 그 긴 좌판 사이에 겨우 예닐곱 개 옹기종기 모여있는 생선좌판을 발견했다. 유난히 붉고 두터운 차양 아래에 싱싱함이라곤 결코 찾아보기 힘든 오징어와 주꾸미, 냉동 연어와 냉동 대구 살, 그리고 몇 가지 생선들이 녹아 내리고있었다. 그 옆으론 커튼과 화분 좌판이 이어지는, 지중해의 풍요로운 물결을 품은 마셜슬록 '수산시장'의 실체를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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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셜슬록 '시장'의 거리. 신발 따위의 생필품이 대부분이다. 겨우 발견한 생선좌판. 뱀장어를 닮은 생선은 내가 먹기 보다는 녀석이 나를 먹을 것 처럼 좀 무섭고 징그럽다. 냉동에서 풀린 오징어. 오른쪽 생선이 구입해온 A 뭐시기

SCOTTE이나 ARCADIA, TOWER , 이곳의 대형 수퍼에서도 ARCADIA를 제외하곤 생선코너가 없다. 그나마도 정육과 치즈에 밀려 한 구석에 조그맣게 마련돼 있을 뿐이다. 생선은 왜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것일까? 혹시 몰티즈들이 지중해에서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의 후손이라는 신화라도 있어서 그 탓에 조상님들을 감히 식탁에 올리지 않는 것일까?

 

여름용 샌들과 동유럽에서 건너온 조악한 기념품 따위에 실망하며 발길을 돌리기엔 반나절을 투자한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어차피 구경 꺼리는 없는 거고 마지막 희망, 고등어라도 있으면 건져가자는 생각에 몇 안되는 생선 좌판을 기웃거렸지만 고등어도 없었다. 좀 전 까지 꽁꽁 얼어있다가 지금은 더위에 축 늘어진 오징어는 품질에 비해 가격이 비쌌다.

 

몇 안 되는 생선들을 둘러보다가 제법 만만하게 요리해먹을 만한 것을 발견했는데 그야말로 생선답게 생긴 녀석의 이름은 A. (A다음의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다)  5.8유로, 한국 돈으로 9천원에 이르는 가격은 마리 단위가 아닌 1kg 단위였다. 뚱뚱한 상인 아줌마는 넉살 좋게 웃어 보이며 두 마리를 집어 저울에 쟀고 1Kg가 넘는 무게가 나오자 가격은 6.5유로로 매겨졌다. 신통치 않은 영어로 흥정을 할 순 없는 노릇. ‘손질해줄까?’라는 제스츄어에 ‘only inner’라는 단어로 내장 제거만 주문한 뒤 고분고분 센 돈과 생선을 주고 받았다. 여기는 생선에 소금도 안쳐준다.

 

대단한 전리품을 챙겨오리라 기대했던 마셜슬록 수산시장 방문기는 이렇게 끝을 맺었다. 그렇다면 실의에 빠진 우리와 함께 털털거리는 고물버스를 타고 함께 온 우리의 A는 어떻게 됐을까?

 

쫄쫄거리는 수돗물에 다시 한 번 씻겨진 뒤 조리용 소금을 듬뿍 뒤집어 쓰고 접시에 담겨 햇빛 잘 드는 남쪽 발코니에 얌전히 놓여졌다. 갈라진 배 사이에는 면봉을 가로 꽂아 햇살과 바람이 잘 들도록 젖혀두었다. 가끔씩 쇠파리가 기웃대며 A를 간지럽혔으나 그때마다 김군이 등장해 쇠파리를 쫓았다.

 

그렇게 이틀간 꾸덕꾸덕 말려진 녀석을 물로 살짝 씻은 뒤 아주 얇게 기름을 두른 프라이팬에 올려 약한 강도의 불로 천천히, 그리고 오랫동안 익혔다. 2시간 넘도록 그렇게 익히니 주방은 물론 온 집안이 짭짤한 생선냄새로 가득 찼다. 어느 덧 노릇하게 익은 녀석의 살점을 아주 조금 뜯어 맛보니.. 짭짤함과 고소함, 쫀득함이 기가 막히다. 그날 저녁, 녀석은 결국 서울서 애지중지 공수해온 여행용 미니 소주의 뚜껑을 열게 만들었다.

<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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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현재 몰타. 시간은 오후 1시. 점심먹을 시간이지만 계속 그렇듯 우리에게 선택의 기회는 많지 않다. 다행인건 수퍼마켓이 많다는 점. 이건 정말 맘에 든다. 어제까지 화창했던 날씨는 오늘 갑자기 구름이 몰려오면서 간간히 비를 뿌리고 있는 가운데비를 피해 PC방에 들어와 1시간 15분에 3천원짜리 인터넷을 쓰고 있다.

일본을 시작으로 로마, 그리고 지금 몰타까지 거쳐온 여정은 제법 많은 이야기를 낳았다. 이를 시간 나는 대로 적어놓고는 있지만 인터넷을 쉽게 연결할 수 없는 탓에 마냥 묵혀놓고만 있다. 해서 오늘은 마침 비도 오고 하니 잠시나마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몰타로 날아오는 동안은 기분이 제법 괜찮았다. 로마에 머무는 동안 너무 추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불안한 치안 탓에 혹시 뭐라도 도난 당할까 긴장이 끊이질 않았고 매일 같이 쏟아지는 비와 하루 9만원에 달하는 숙박비의 부담도 컸다. 특히 가난한 여행자가 부담없이 들락거릴 슈퍼마켓을 찾는 것이 로마는 거의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서 여간 심란한게 아니었다.

 

기껏해야 테르미니 지하에 있는 Conard라는 수퍼가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전부였는데 저녁에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릴 때는 북아프리카 출신의 건장한 흑인 청년이 사람들의 출입을 한동안 막으며 입장을 조절했다.

화장실이 급해 서둘러 맥주만 사갔고 가려던 우리는 이용료 1천원을 내야하는 유료 화장실을 포기하고 꾹꾹 참으며 수퍼앞에서 어서 입장이 되기를 기다리는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찬란한 유적앞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감탄사가 연신 터지는 것이 이곳이지만 그것에 마냥 넋놓고 있다가는 입고 있는 옷까지 홀라당 벗겨지기에 충분한 곳이 이곳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이 모든 불편과 불안을 이젠 뒤로하고 지중의 섬나라 몰타로 향하는 동안 따뜻한 기온과 햇살, 비교적 저렴한 숙소와 깨끗한 환경이 그간의 긴장과 피로를 풀어주리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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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20분 가량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몰타에 내렸다. 바람이 심한 탓에 살짝 기우뚱 하는 것을 느꼈는데 심장이 쪼그라들기도 했다. 비행기 문이 열리고 계단을 통해 내려오자 예상대로다. 지중해의 강한 햇살과 모든 눅눅함을 바삭하게 말려줄 뽀송뽀송한 바람이 머릿결 깊숙이까지 파고들었다. 바람이 제법 쌨지만 여간 달콤한게 아니었다. (계속)



>> 로마 떠나기 전날, 점심무렵부터 하늘은 화창하게 개었다 / 성 지오반니 성당 처마에 올려진 조각상들. 그 규모에 압도당한다 / 성당 앞에서 바라본 화창한 하늘이지만 불과 4시간 후, 바티칸 성베드로 성당으로 향하는 동안 하늘은 다시 어두운 구름으로 뒤덮히고 말았다 / 사람들 옷차림을 보라. 온통 파커 차림이다 / 성당 관람을 마치고 버스를 타니 급기야 비가 뿌린다 / 마지막 사진은 몰타로 떠나기 위해 테르미니 역에 도착해 찍은 아침 8시 풍경. 도착한 사람들과 떠나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