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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4 아르바이트의 첫 걸음 Preparing for a part time job
  2. 2008.07.21 휴가의 첫 날 풍경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14. 06:33

리자는 작은 가게를 운영한다. 이름은 St. Thomas Cafe. 성인의 이름은 가게 바로 앞에 있는 성당에서 따왔다고 한다. Cafe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사실 이 가게는 이탈리아식으로 치자면 Bar라고 할 수 있다. 이탈리아는 동네 어귀어귀 마다 작은 Bar가 곳곳에 있는데 주로 커피와 와인, 그리고 간단한 먹거리를 판다. 리자네 Bar도 아침 7시에 문을 열어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한 샌드위치류의 먹거리와 커피를 팔고 낮과 밤에는 스프리쯔와 와인 등의 술도 판다. 대박을 칠 만큼 좋은 자리도 아니고 값싼 먹거리와 음료가 주메뉴기 때문에 그녀는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을 불러모으기 위해 애를 쓴다.


가게도 그렇고 듣자 하니 남자친구와의 관계도 그렇고 속시원한 행운이 따르지 않는 요즘의 그녀지만 큰 소리로 웃는게 특징인 그녀의 얼굴에서 어두운 낯빛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 리자네 가게를 다녀왔다. 다른게 아니라 술을 취급하는 그녀니 만큼 와인너리와 관련해 뭔가 정보를 얻을 수 있을까 해서다.

잠시 설명을 하자면, 우리가 이곳에서 생활하기 위해선 수중에 가진 돈만으론 당연히 부족하기 때문에 돈을 벌 수 있는 일도 기회되는대로 찾아 해야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모 방송사의 해외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작품(?)을 납품하는 일. 혹시나 프로그램이 가을개편에서 사라질까 조마조마했는데 다행히도 살아남았다고 한다. 담당 PD와도 연락이 닿았으니 우리가 준비되면 그쪽으로 연락을 넣고 작업에 들어가면 될 듯 한데 바로 그 아이템의 하나가 와이너리다.

작은 앞치마를 두른 리자가 우리를 반긴다. 맨입으로 필요한 것만 취하고 갈 수는 없으니 맥주 작은 잔 하나와 와인을 한 잔 시켰다. 리자와 마주 앉아 잠시 지나가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은 뒤 본격적으로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놓았다. 

달고나 : 언제가 포도 수확철이냐?
리자 : 바로 지금이다. 9월부터 10월까지 한다. (그리고 당장은 중요치 않은 긴 설명이 이어졌으므로 SKIP)
달 : 혹시 아는 와이너리 있냐?
리 : 있다. My sister의 시댁이 아주 작은 와이너리를 한다. 그리고 작은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한다. 베로나에서 차로 40분만 가면 되는 거리다. 
달 : 오호~ 그거 아주 반가운 소식이다. 이미 전에도 얘기했지만 우리가 비디오 작업을 하는데 가을을 맞아 와이너리를 취재하려 하는데 그곳이 가능하겠냐?
리 : 문제 없을꺼다. 가능하다면 나와 함께 가서 그곳 구경도 하고 식사도 함께 하고 오자. 그들은 굉장히 친절한 사람들이고 일종의 농원같은 식으로 레스토랑과 숙소, 와이너리를 함께 운영한다. 내가 뭘 하나 보여주겠다. (그리고 잠시 사라졌다가 와인 한 병을 들고 나타난다)  My sister 시댁에서 담근 와인이다. 라벨에 그려진 그림이 그곳이다.  


리 : 오른쪽 건물이 숙소고 왼쪽이 레스토랑이다. 작년에 개업선물로 주신건데 너희들 가져가서 마셔봐라. (처음엔 "For you"라고 해서 잠시 귀를 의심했는데 헤어질 때 끝내 우리손에 안겨준다. 맘씨좋은 리자.. 혹시 개업선물로 한 병만 주신건 아닐테니 받아왔다. 아무튼..)

달 : 언제 함께 갈 시간이 되겠냐? 평일엔 장사를 해야할테니 너는 일요일밖에는 시간이 안되지 않느냐?
리 : 먼저 내가 그곳에 연락을 취해보겠다. 그리고 나서 다시 이야기하자. 다행히 My syster의 시어머니가 옛날에 영어교사여서 영어를 할 줄 안다. 
달 : (영어선생이란 말에 살짝 기가 죽었지만)오호.. 참 잘됐다. 그럼 연락해보고 우리에게 알려주라.
리 : 알았다. 

얘기를 마칠 즈음 갑자기 손님 셋이 들이닥쳐 이것저것을 주문했다. 일손이 바빠진 그녀와 작별인사를 한 뒤 가게를 빠져나왔다. 조만간 리자를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할 요량이었는데 오늘 공짜술도 얻었으니 재료를 아끼지 말아야겠다. 누들 종류는 뭐든 좋아한다니 뭔가 근사한걸로 반쯤 '죽여야'할텐데 뭐가 좋을지.. 일산의 칼국수나 을밀대의 냉면을 먹이고 싶은 생각 굴뚝같으나  쩝..  



리자네 가게 외관. 테이블에 앉은 이들이 그녀 가게의 손님들이고 서있는 사람들은 바로 옆 피자가게에 몰린 손님들이다. 리자가게의 단골손님은 저 사람들이 아니라 피자가게의 웨이터들.

Posted by dalgonaa
2주 간의 휴가가 시작됐다. 그러나 마냥 들뜨고 즐거운 시간만은 아닐 것 같다. 그간 차일피일 미뤄오던 영상 아르바이트 작업을 고민중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 처음으로 가져보는 취재, 영어도 아직 서툰 상황이니 그 부담은 더 크다. 하지만 생활비를 벌기에는 지금이 더 없이 좋은 기회이니 이를 마냥 방치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영상을 납품할 방송사의 프로그램이 개편으로 폐지된다면, 뭐 그것도 어쩔수 없는거지만 상실감은 분명 있을테니 그 전에 작은 몫이라도 챙겨두는 것이 우리에겐 유리하다. 이번 프로젝트의 갈 길이 워낙 멀기 때문이다.

오늘 내일중으로 서울로 연락을 취해 프로그램과 관련해 담당 PD와 협의를 하려고 한다. 여전히 프로그램은 안정적으로 돌아가는지, 어떤 소재를 하면 좋을지, 우리가 미리 건넬 아이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지, 언제까지 마치면 좋을지 등등..

지난 주 초부터 앞집에서 공사를 시작했다. 아침 6시부터 해머드릴로 벽을 부수고 있는데 소음이 여간 심한게 아니다. 창문 너머로 고개를 빼꼼 내밀어 부수고 있는 벽의 범위를 가늠해보니 이번 주 까지는 계속될 것 같다. 동생에게 책을 몇 권 부탁했는데 내일 중으로 우체국을 통해 부친다고 한다. 그 편에 귀마개용 스펀지도 부탁을 했다. 메모리 폼으로 만든건데 마침 우리집의 플랫메이트가 사용하는 것을 빌려 써보니 효과가 뛰어나다. 숙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귀마개는 50개가 와도 짐스럽지 않지만 책은 상당한 짐이고 부담이다. 9월 이후, 그것들을 짊어지고 다닐 걸 생각하면 끔찍하다. 그래도 무리를 해서라도 읽으려는 이유는 이곳 지중해, 특히 유럽과 관련해 우리에겐 그 지식이나 정보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은 기간 지중해 구석구석을 잘 돌아다니려면 그것들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

근데 당장 먼저 필요한 것은 돈도, 책도 아닌 귀마개일 듯 싶다.



>> 주방의 창문 너머로 보이는 두 사내. 열심히 벽을(정확히는 천정을) 까내고 있다. '몰타는 공사중'이라는 제목으로 포스팅을 하나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곳에는 공사장이 많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