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1.23 최초의 주방 포스팅
  2. 2009.03.14 모처럼 여행자로 1
  3. 2008.06.04 주방 1
한국 Korea 160409~2014. 1. 23. 20:43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주방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나는 이렇게 포스팅을 올리고 있다. 

가게를 확장하고 난 후 벌어지는 여러 변화 가운데 하나.

주방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전과 달리 나 한 사람에게 

몰리던 일의 비중이 분산됨으로써 생긴 짧막한 여유다. 

포스팅 횟수가 부진한 이유도 다 따지고 보면 다 그러 이유 때문.


다른 곳의 주방도 엇비슷하겠지만 달고나 주방은 기본적으로 미장, 쿠킹, 콜드, 씽크, 네 파트로 나뉜다. 

 프로세싱은 이렇다. 

주문서가 들어오면 미장파트는 그 메뉴에 필요한 재료를 씰팬이라 부르는 작은 팬에 담아 쿠킹파트로 넘기고

쿠킹파트는 이를 그릴이나 오븐, 버너에서 요리해낸다. 

때론 미장파트에서 오븐요리를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샐러드는 주방 맨 끝쪽(사진찍은 위치) 냉장고를 중심으로 해서 

샐러드류의 요리를 만들어 내고

그렇게 요리된 음식이 홀로 나간 뒤 빈접시가 되어 들어오면

씽크가 이를 깨끗히 씻어 접시선반에 올리면 다시 처음의 과정으로 되돌아 가는 것. 

 

이제 이 흐름도 봄 직전에는 조금 바뀔 듯 싶다. 

피자화덕을 마저 완성하게 되면 피자파트가 생기는 것이 그것. 

그리고 스태프들의 주 5일 근무체제는 유지하는 가운데 

매장의 영업일수를 늘리는 방안도 고민중이다. 


저 노란머리의 쏭지는 달고나 주방의 수쉐프. 

2014년 달고나 주방에 없어선 안될 보배같은 존재. 

김군이 없는 빈자리도 척척 메꾸고 주방의 움직임을 무리없이 조율해 낸다. 






해산물을 요리하다 보면 가끔 입을 벌리지 않는 조개나 홍합을 보게 된다.

이땐 재빨리 팬에서 꺼내 이유를 확인하곤 하는데

대개는 속이 빈 쭉정이거나 아주 가끔씩 시커먼 뻘을 잔뜩 머금은 경우도 있다.

오늘의 경우에는 좀 우리를 당황시키는 케이스였는데

홍합을 열어보니 그 안에 어린 물고기 한 마리가 들어있는게 아닌가!

어쩌다가 홍합 안에 갇히게 된건지 주방에서 이런저런 추리들이 쏟아졌지만

명쾌한 해석은 없었다. 이 사건은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을 듯. 






넌 어디서 온거니? 

쯧쯧







Posted by dalgonaa

아레쪼에서 30분을 연착한 기차는 피렌체를 30분만에 주파하더니 볼로냐엔 예정시간 보다 딱 15분 늦은 타임으로 도착했다. 달리면서 속도 엄청낸다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역시 기관사가 액셀 무지하게 땡긴거다. 볼로냐에 도착하니 아레쪼와 달리 햇살 쨍이고 뻬루자와 달리 기온 포근이다. 그 자체로 봄. 역에는 사람들도 많고 밖에는 택시도 많다. 선글라스의 멋쟁이들과 가벼운 옷차림의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봄빛 반짝이는 떠나기 좋은 금요일, 괜히 우리도 들뜬다. 도시라면 이정도의 혼돈은 있어야 제맛. 
 
최소 600미터는 될 길고 긴 회랑길인 인디펜덴자 거리를 두 대의 캐리어로 쓸다시피 하며 지난 번 묵었던 숙소에 도착했다. 아래층에서 초인종을 누르자 언제나 그렇듯 인터폰에선 "알베르고"라며 시큰둥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알베르고는 호텔이란 뜻. 혹시나 빈방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아줌마, 반갑게 맞아준다. 지난 번 묵었던 그방도 그대로 비어 있단다. 그리곤 순간 '오래 묵을꺼니?'하며 어두운 표정으로 숙박일정을 물어오는데 4일 정도 묵는다고 하자 다시 얼굴이 활짝 핀다. 이유를 묻진 않았지만 짐작은 간다. 일주일 후 부터는 앞서 얘기했듯 볼로냐 아동도서전이 시작되므로 짐작컨데 이 호텔도 이미 그 일정의 손님들로 예약이 끝난 상태일 것이다. 우리도 그 일정과 겹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촬영은 없고 내일 일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무거운 카메라 없이 가는 길, 어쩐지 발길 가벼운 여행자가 된 기분이다. 정말 오랫만에 맛보는 기분. 헌데 식당에 도착하자 비보가 기다리고 있다. 수쉐프인 엔리코가 몸살이 나서 오늘은 물론 내일 결혼식 피로연 요리준비에도 참여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런.. 적어도 주연급 출연자들의 요리 모습을 하나하나 담아내 마지막 인터뷰와 엮어 엔딩 처리하려 했건만.. 아무래도 수정이 불가피한데 어떻게 매듭을 지어야할지 원.. 경준이 말론 꾀병도 좀 섞였다는데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해주겠다며 내일 피로연 음식 준비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 혹시 상황이 허락한다면 이들을 위한 저녁식사로 가쯔동, 아니면 짜장밥이라도 해줄 요량이었건만 전혀 틈이 없다. 몇 사람 없는 주방이 두 배 이상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분위기다. 다만 저녁 장사 전까지 잠깐 일좀 도와주면 고맙겠다길래(사실 바쁘다는 것을 짐작했기에 도와줄 마음의 준비는 돼 있었던 상황) 몇 가지 단순 반복작업의 일을 도와줬다.

호두알 만한 빨간 무를 삶아 손으로 껍질을 벗겼고 계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냈고 꾸스꾸스를 이 통에서 저 통으로 옮겨 담았고 싱싱한 홍합과 변질된 홍합을 가려냈다. 빠르미쟈노 치즈를 믹서에 가는 쉐프에게서 일을 빼앗아보려 했지만 되려 먹으라고 건네는 치즈를 받아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그렇게 1시간여를 어리버리하게 도와준 뒤 내일 일정을 재확인 하고 숙소로 향했다. 어찌나 배가 고프던지.. 경준이 저녁식사 준비라며 파스타 한 봉지를 끓는 물에 부었고 이후 쉐프가 건져내 토마토를 섞어 볶아냈지만 쉐프를 제외한 누구도 팬에 담긴 파스타를 건들지 않았다. 바빠서. 그 와중에 포크 들고 내 몫 챙겨먹자니 어찌 눈치가 안보이겠나? 슬쩍 넘겨본 파스타는 소스를 듬뿍 빨아들여 어느새 띵띵 불어가고 있었고.. 잠깐 경험해본 주방 일. 헌데 이 짧은 경험이 꽤 진지한 깨달음 하나를 던져줬으니.. 아주 짧은 경험이었지만 소득은 컸다.

숙소로 돌아오는 저녁길,  밤공기는 이젠 좀 시원하게 느껴졌고 사람들도 어깨가 많이 펴졌다. 숙소 앞에 작은 가게를 지나다가 문득 시원한 맥주 생각이 나 발길을 돌려 가게로 들어섰다. 하이네켄과 벡스 사이에서 페로니를 찾았지만 없고 모레띠가 있어 두 병을 골랐다. (PERONI와 MORETTI 모두 이탈리아 맥주. 이중 페로니가 좀 더 고소) 짧은 이탈리아말로 '페로니는 없냐'고 물었는데 되돌아오는 이탈리아 말은 도통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만약 독일 사람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면 짧게 '있다'거나 '없다'라는 답변 중 하나가 되돌아 오지 않았을까 싶지만 이탈리아에선 결코 그런 법이 없다. 말 무지하게 많다. 숙소로 올라와 입구의 데스크를 지나니 아줌마 왈 "오늘 밤에도 늦냐?"고 묻는다. 그간 늦게 문닫는 레스토랑 촬영으로 종종 새벽에 들어와 자는 아줌마를 깨운게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오늘은 촬영이 없다'고 하자 '알겠다'며 씨익 웃곤 내실로 들어간다. 금요일 주말밤의 여유를 쟁취했다는 표정, 왠지 나도 기분이 좋아진다. 방으로 향하며 봉지에서 쨍강쨍강 부딪치는 맥주병의 소리는 또 어찌나 맑게 들리던지.. 한국으로 떠나기 전 까지 마냥 이런 기분이길..

오늘 새벽까지 번역에 매달리느라 잠이 부족한 강양은 딱 한 잔 축이고는 일찌감치 골아 떨어졌고 저 두병, 김군이 착실하게 비우고 있다. 그간 줄곧 페로니만 마시느라 모레띠를 깊이 음미할 기회가 없었는데.. 오호.. 이 맥주, 얕잡아 봤던 것과 달리 끝맛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향긋한 여운이 남네.. 요거 기특한걸? 근데 어이, 중절모 아저씨, 왠지 그 향이 당신과는 어울리지 않아..

Posted by dalgonaa


가끔 집을 찾는 손님들의 식욕을 해결하기 위해 강양과 김군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공간이 바로 이곳 주방이다. 다른 플랫으로 지난 목요일 이사간 한정란씨의 플랫에서 그녀의 묵인 속에 훔쳐온 그 집 주인의 나무 도마도 보이고 (물론 그 집엔 여분이 있다. 나무도마가 생기기 전에는 도마 왼쪽 큰 접시 밑에 동그란 무늬가 나란히 들어가 있는 붉은 색의 얇은 합성수지가 도마역할을 해왔다) 올리브유나 발사믹 소스 같은 이런저런 양념통들도 어지럽게 널려있다.

왼쪽 구석에 까만병은 K-mart에서 구입한 샘표 간장이고 오른쪽 구석에 빨간 통은 역시 그곳에서 구입한 해찬들 고추장이다. 가운데 냄비들이 잔뜩 올라가 있는 Cooker는 이 집의 전기요금을 가장 많이 잡아먹는 주범이다. 찬 밥이나 국 조금, 소시지 하나 데펴 먹을 경우 전자렌지 1분이면 해결될 것을 5분 이상 쇠 코일을 벌겋게 달아오르게 해야 한다. 이때 소모되는 전기량이 가히 에어컨이 잡아먹는 전기 수준이다.

선반 위에 와인 병을 세어보니 24병. 물론 이게 다가 아니다. 거의 저 만큼 정도의 병이 더 있었는 데 그 중 일부는 분리수거해 버렸고 일부는 아직 바닥에 남아있다. 가끔 김군과 강양이 사다 마시는 것도 있고 우리들의 손맛에 반한 주변 한국인들이 저녁 얻어먹으러 오면서 사들고 오는 것도 있다. 어쩌다가 초대되는 외국인들도 예외없이 와인을 들고 왔다.

저 가운데 가장 비쌌던 와인은 왼쪽에서 열 번째에 서 있는 뭉퉁한 모습의 와인으로 한 달 전, 한국으로 돌아간 방두호 군이 귀국 직전 포루투갈을 여행하면서 사온 일명 '포루토 와인'이다. 프랑스, 이태리 와인과는 또 다른 특별함으로 포루토 와인만의 독특한 맛의 체계를 구축해 유럽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한다. 방군이 현지에서 20유로 넘는 가격에 사왔으니 그 옆에 주욱 서있는 4유로 안팎짜리의 와인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맛이었다. 게다가 알콜도수는 20도!(그 맛은 한국의 복분자와 매우 흡사했고 그래서 놀라웠다. 이렇게 단 맛을 내는 와인도 있구나..)

6개월 머무는 동안 과연 얼만큼의 병이 모일까 궁금해서 버리지 않고 모으려 했는데 결국 와인병의 무게를 선반이 감당하지 못할 불상사가 두려워 조만간 조금씩 갖다 버릴 계획이다. 쌓인 빈병들을 분리수거처까지 옮겨 나르는 일 또한 중노동일테니 말이다.

근데 저 선반위에 빈 소주병이 나란히 세워진다면 어떨까?  그것도 낭만적으로 보일까??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