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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0 성당에서의 이탈리아어 수업 Studying in a 'Chiesa'
  2. 2008.07.28 FEAST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10. 21:59

어제 저녁, 첫 이탈리아어 수업을 다녀왔다. 숙소로부터 걸어서 채 20분이 걸리지 않으니 몰타에서 학원다니던 거리보다 조금 짧은 셈이다. 좁아 터진 인도를 걷느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닌 몰타였다면 베로나는 넓은 인도는 물론이고 공원길을 지나가니 그 여유가 비교할 바가 아니다. 목요일 수업은 원래 6시 30분이지만 어제는 6시부터 시작됐다.

성당 마당에 도착하니 이미 예닐곱명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경계와 호기심, 낯설음이 뒤엉켜 기분이 뒤숭숭하지만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의 목적은 단 하나, 이탈리아어다. 목적지가 같다는 점은 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고 이들 또한 우리에게 쉽게 다가와주길 바란다.

파올라를 찾아보니 파올라는 아직 오지 않았다. 수업이 진행되는 1층의 교실을 기웃거리자 일전에 잠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던 성당 관계자가 모습을 나타낸다.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옷차림에 신경을 거의 안쓰는 60대의 이 노인은 잔뼈 굵은 활동가의 분위기를 풍겼다. 씨익 웃으며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그 단순한 제스춰가 낯설음에 대한 모든 두려움을 한 순간에 없애버렸다.

이날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우리를 포함해 총 9명. 브라질 출신이 가장 많고 영국에서 온 흑인도 있고 스리랑카에서 온 아주머니도 있다. 마침 파올라도 도착했고 함께 올지 장담 못한다던 안드레아도 왔다. 그룹을 2개로 나뉘었고 한 공간에서 책상을 나누어 수업을 진행했다. 한쪽은 조금 회화를 할 수 있는 그룹이고 우리그룹은 숫자 세는 것부터 시작하는 그야말로 초급이다.

우노, 뚜에, 뜨레, 꽈뜨로.. 생소하기 그지없는 단어들과 발음들. 안드레아는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설명에 열심이고 스리랑카 아줌마와 브라질 청년과 함께 우리도 눈치껏 쫓아가본다. 0서부터 100까지의 숫자 세기와 시간 읽기를 이날 공부했다. 낯선 단어들이지만 반복되는 몇 가지 원리를 이해하니 열심히 큰 소리로 반복해 읽어대면 쉽게 적응할 것 같다. 문득 리자네 BAR가 떠오른다. 자주 놀러가서 리자와 손님간에 주고받는 이야기를 엿들어봐야 겠다.

수업의 질은 높았고 배우는 이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았다. 이 추세가 오래도록 지속되기를 바란다.

Posted by dalgonaa

한창 찜통 더위가 기승일 한국에 비해 요즘 몰타의 날씨는 가을 날씨를 연상케할 정도로 쾌적하다. 낮의 태양은 여전히 강렬하지만 그늘진 곳에만 가면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다. 1주 전까진 밤에도 더웠으나 요새는 바람이 불면 제법 쌀쌀해서 이틀 정도는 추위땜에 잠에서 깨 지난 4월에 덮었던 겨울 담요를 꺼내 덮기도 했다. 아침에 맞는 공기는 가을의 그것처럼 어찌나 맑고 청량한지 생각을 정리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없다. 이 쾌적함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지중해 기후가 이래서 좋구나를 절감하는 요즘이다. (물론 먼지는 여전하다)



>> 낮에는 요란한 폭죽, 밤에는 화려한 불꽃. 

최근들어 몰타의 이곳 저곳마다 종교와 관련한 축제가 한창이다. 이를 부르는 총칭이 FEAST. 대형 걸개가 내걸리고 브라스밴드의 연주가 끊이질 않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늘을 향해 폭죽과 불꽃을 쏘아댄다. 어제 토요일에는 집 앞 발루타 베이에 위치한 성당에서 큰 행사가 있었다. 덕분에 발코니에 앉아 요란한 불꽃놀이를 편안히 감상했는데 일요일도 낮부터 폭죽을 쏘아대는 턱에 밤에도 어제처럼 불꼿을 쏘겠지 싶어 카메라를 들고 밤 10시 쯤 성당으로 나갔다.

축제는 예상보다 컸다. 차도는 일찌감치 폐쇄되서 이미 사람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고 성당 주변으로는 몰타의 독실한 카톨리 신자들이, 그 언저리의 카페와 길, 해변에는 관광객들이 넓게 포진해 있었다. 사전에 충분히 조율된 듯 마이크를 쥔 신부의 이야기가 끝나면 불꽃놀이와 브라스밴드 연주가 번갈아 진행됐다. 행사의 정확한 의미는 모르겠지만 성당 밖에 있던 성모 마리아 상이 성당 안으로 옮겨지는 것을 끝으로 행사는 마무리됐다.



>> 축제의 현장에 빠질 수 없는 야식가게



>> 도로를 가득 메웠던 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하나 둘씩 집으로 숙소로 술집으로 해산. 아직 자리를 뜨지 않은 이들은 심심한 입맛을 달래기 위해 도넛 노점 주위에 모여든다. 도넛에 시선이 꽂혀있는 꼬마들의 모습이 재밌다. 새벽 2시 30분인 지금, 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는 취객들의 흥겨운 합창.. FEAST의 계절이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