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09.07.12 표고전과 자두 2
  2. 2008.08.07 불온서적
  3. 2008.06.29 미국산 공장 쇠고기
한국 Korea 160409~2009. 7. 12. 01:17
목요일엔 쏟아진 폭우로 학원가기를 포기했다.
바람마저 강해서 우산은 아무짝에 쓸모 없을 듯 싶었고
펑 젖은 운동화속에서 불어터질 발을 생각하니 내키지 않았다.
아직 여름 샌들이 없다.

아무튼 목요일의 실습과제는 비빔국수였다는데
교재로 나눠준 책으로 혼자 실습하는 것으로 아쉬움과 찜찜함을 달랠까 하다가
국수가 있나 찾아보니 없어서 이 마저도 포기했다. 
대신 비바람에 반쯤 쓰러진 바질을 일으켜 세우고 드러난 뿌리에
흙을 덮어주는 등의 농사일에 팔을 걷어부쳤다.
그렇게 작은 사태를 수습했고..



물에 펑 젖은 잎. 
심한 것은 마치 얼었다가 녹은 상추처럼 반투명해져 버렸고 
따버릴까 하다가 뒀더니 하루 햇살을 받고는 다시 본래의 모양으로 돌아와 있더라.
 오늘 밤, 한 차례 또 쏟아질꺼라는데 걱정이다.


+++


금요일, 강사의 실습을 지켜보기 위해 학생들이 잔뜩 몰려있다.
보는 바와 같이 제법 깨끗하고 집기나 시설도 후지지 않다.
한 테이블당 5명이 조를 이뤄 진행되는 시스템.




이날의 실습과제는 태어나서 한 번도 해 본 적도, 먹어 본 적도 없는 표고전.
 전부치기야 명절 때 담당이니 별 어려울게 없다.
딱딱하게 말라있는 표고는
팔팔 끓은 물에 설탕을 넣고 담가두면 좀 더 빨리 분다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집에서야 그럴 필요 없지만 시험장에선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사용하는 편법이라고. 
불은 표고는 흐르는 물에 살짝 씻어줘야 함은 물론. 




 강사가 강조한 것은 기둥을 잘라낸 속에 두부와 고기를 섞은 소를 도톰해질 정도로 많이 넣지 말라는 것.
그러면 부칠 때 오그라들며 부풀어 올라 모양이 이쁘지 않게 된단다.
이는 감독관들에게 트집꺼리가 될 수도 있다고.
허나 먹기위해 부친다면 깡그리 무시할 권고다.




완성된 표고전.
내 맘에도 들고 강사도 칭찬한다.
맛? 느낌과 달리 별로다.
아무래도 고기소가 좀 두둑히 들어가야 맛의 균형이 맞을 듯 싶고
버섯의 물기를 꼭 짰더니 너무 퍽퍽하다.
 버섯에 십자 칼집은 내면 안되냐고 누군가 물으니 그건 일본식이란다. 





하나 맘에 걸린 건 이 쇠고기.
학원에서 실습용으로 쓰는 고기가 한우일리 만무할테고..
그저 싼 고기 사다 쓰는거라면 십중팔구 미국산일텐데..
 공짜로 줘도 먹고싶지 않은게 미국산이니..
앞으로 고기 쓸 일 많으니 적당할 때 원산지에 대해서 물어봐야겠다.

 



좀 이르지만 하우스 포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뭐니뭐니해도 지금 쏟아져나고 시작한 제철 과일은 자두다.
포도와 나란히 놓고 보니 색 대비감이 여간 이쁜게 아니다.





한 입 베어물자 단즙이 주루룩~!
맛 없는건 맛 없지만 맛 있는건 맛있다.
요건 맛있는 놈.
포도와 자두의 강렬한 색감을 잘 살려낸 디저트라면 정말 근사할 것 같은데..

Posted by dalgonaa

교실에서 만나는 외국 친구들의 경우 한국은 물론 수도가 서울이라는 정도는 거의 다 알고 있다. 간혹 남한에서 왔냐 북한에서 왔냐를 정말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묻곤해서 그게 조금 놀랍기는 한데 그럴 때 다른 옆에 한국인이 누군가 있으면 그는 남한에서 왔고 나는 북한에서 왔다고 농을 치기도 한다. 그러면 그걸 또 믿는다. 엉뚱한 피해를 나을까 싶어 서둘러 정정해 주지만 어쩜 이렇게 모를까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

근데 가만보면 이런 차이는 우리가 그들보다 남북한 간의 관계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정확히는 일방적인 것만)을 알고 있기 때문이면서 동시에 그들이 우리보다 남북간의 문제를 좀 더 편견없이 바라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지나치도록 폐쇄적으로 보이는 북한이지만 이들은 우리와는 조금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이 폐쇄적이냐 아니냐는 잠시 접어두더라도 불온서적을 선정, 발표하는 오늘날 한국사회(정확히는 국방부지만)는 북한 못지 않은 폐쇄성을 나타내는 상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명천지에 읽어선 안되는 책을 정책으로 발표하는 나라, 교실에서 만나는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에게 그 이야기를 아직 꺼내진 않았지만 이런 짓을 남한 체제의 우월성이라고 믿는 한나라당 사람들을 이들은 비웃을 것이 분명하다.

동생이 부쳐준 책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이번 주 즈음에는 오지 싶다. 그 가운데 '불온서적'은 없지만 불온한 상상력을 불어넣어줄 책들임엔 틀림없다. 책은 대부분 요리와 음식, 유럽의 문화에 관한 책들인데 책들 가운데에는 정부관료와 한나라당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갖은 포즈를 잡아가며 집어먹던 미국산 쇠고기, 나아가 모든 육식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내용의 책도 포함돼 있기도 하다.

가령 '죽음의 밥상' 같은 책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향한 정치인들, 또는 한국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맹신이 어떤 진실을 숨기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다음은 알라딘에서 퍼온 내용.

소들이 먹는 이상한 음식이 옥수수만은 아니다. 유럽에서 광우병이 중대 문제로 떠올랐을 때, 그것이 연관된 질병에 걸린 양의 골분(骨粉)을 소에게 먹인 결과임이 알려지자 대중은 경악했다. 대체 언제부터 소가 육식동물이 되었단 말인가?

그러나 미국에서는, 이 책을 쓰고 있는 지금조차도 소에게 젤라틴, ‘접시 쓰레기(레스토랑의 고기 요리 찌꺼기)’, 닭고기와 돼지고기, 닭장 쓰레기(닭똥, 닭 시체, 닭털, 먹다 남은 모이 등), 그리고 소의 피와 지방이 포함된 사료를 주는 것이 합법이다.

그리고 먹다 남은 모이 중에는 소에게 직접 주는 것은 불법이지만 닭에게 주는 것은 합법인 소고기와 뼈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97쪽, '3. 고기와 우유 생산 공장' 중에서)

Posted by dalgonaa

 미국산 쇠고기가 이르면 다음주 부터 출시된다는 소식을 들으니 한국에서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여간 걱정되는게 아니다. 한국인들 가운데 쇠고기 못먹어 죽겠다고 떠든이는 아무도 없건만 경솔하기 짝이없는 지도자는 '안사먹으면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말로 갈곳 잃어 창고에 쌓여있던 의심스런 고깃덩이를 들여오기로 했으니..

미국은 전 세계 쇠고기의 23%를 먹어치우는 세계 최대의 쇠고기 소비국이었다. 10년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다. 이것이 낳은 결과는 인류와 자연에게 결코 이로운게 하나도 없는데 우선 미국의 심각한 사회질병으로 떠오른 비만이 그렇고 여전히 허기진 그들을 위해 공장에서 키우는 소에 농작물 사료로도 모자라 그들을 도축하고 남은 부산물을 사료로 재가공해 다시 먹이는, 몬도가네도 이런 몬도가네가 없는 생태계의 파괴가 그렇다.

결국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대가는 광우병이라는 신종 질병으로 우리에게 공포로 다가와 있다. 들판의 목초를 뜯어먹고 살던 소가 결국은 제 동료와 식구를 사료로 먹는 지경에 까지 이른 배경에는 미국, 엄밀히 얘기하면 자본을 거머쥐 앵글로색슨계의 극단적 이기심이 자리잡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잡아먹는 소를 키우는 것은 아메리카의 대평원에 펼쳐진 목초도 아니요 중앙아시아의 드넓은 스텝도 아니다. 옥수수다. 어렸을 적, 간혹 TV에서 미국 옥수수 밭에서 대형 콤바인이 옥수수 낱알만 추스려 대량으로 수확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본 적이 있다. 도대체 저 많은 옥수수를 누가 먹을까 궁금하기도 했었고 옥수수죽도 못먹는 북한이라고 한때 귀가 따갑게 들었던 터라 미국은 옥수수 죽을 많이 먹을 수 있어서, 그래서 부자나라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 (그럼 옥수수죽은 맛도 못보고 자랐던 우리는 뭐였지?)

적어도 미국 내에선 옥수수가, 즉 사료값이 비싸지면서 다양한 편법이 진행되고 있는데 그 예가 가관이다. 우선 성장촉진제를 비롯한 각종 첨가제를 섞는 것은 기본이고 사료에 신문지, 톱밥을 섞어 먹이는 방법은 그나마 애교로 봐준다. 공장화된 대형 비육장에선 체중을 더 빨리, 많이 불리기 위해 산업오수와 분뇨, 기름을 섞기도하고 설마 농담이겠지 싶은 것 중에는 미 농무부가 시멘트를 사료에 섞어도 안전한지 검토중이라고 하는 점도 있다.  

실제로 미국 캔자스 주립대에선 인공사료로 에틸렌과 프로필렌을 적당히 배합한 플라스틱 사료를 개발중이라고 한다. 이는 직접 소화되는 형태는 아니고 도축시점에 허기진 소에게 이 가짜 사료를 먹여 포만감을 준 뒤 도살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때 위에 남아 있는 가짜사료는 다시 정제해 재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참 기발하다 못해 악랄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결국 문제는 끔찍한 곳에서 터졌는데 바로 소가 소를 먹는 문제다. 풀이나 뜯어 먹어야 할 소에게 옥수수를 먹이더니 급기야는 동물, 그것도 자기 종족을 먹이고 있으니 광우병 같은 문제가 안터지더라도 이건 최소한의 윤리적 차원에서라도 막았어야 할 문제다.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서로를 잡아 먹는다면 어느 누가 고양이를 키울까? (모든 동물은 적어도 집 밖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이지만..) 그런 사태는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소에게 소를 먹이는 일은 태연스레 자행되고 있다. 소가 미치는 건 당연한 일. 다음주 쯤에 그 소가 우리 식탁위에 오른다.

아주 오랜 옛날, 소와 태양을 숭배하던 고대 로마를 기독교로 개종시킨 기독교인들은 대중들의 소에 대한 미신적 요소를 완벽하게 제거할 목적으로 악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바 있다.  

"머리의 뿔, 갈라진 발굽 혹은 갈라진 하나의 발굽, 당나귀 귀, 무성한 털, 발톱, 이글거리는 눈, 무시무시한 이, 거대한 음경, 고약한 유황냄새가 특징인 크고 검은 험악한 형체가 악마이다"
- 447년 톨레도 공의회 -


비용을 아끼고 최대한의 높은 생산성을 거두려는 노력에 대해 세상의 모든 CEO는 '효율'이라고 이름 붙인다. 이를 위해선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CEO들의 생각이고 '효율'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두서없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부끄럽고 인정하기 힘들지만 지난 대선에서 '악마'와 손을 잡았다.  

미국산 쇠고기가 곧 시장에 풀린다. 적어도 우리 가족들이 앵글로색슨 축산 자본가들의 호주머니와 주주들의 보너스를 두둑히 할 목적으로 과학적, 윤리적 의무는 내팽개친 이들 이기심의 부산물을 기꺼이 구입하는 일이 없기를 우리는 바라고 있다. 그나저나 문제는 나도 모르게 섭취하게 될 그것들이 문제인데 이건 결국 정부의 몫이지만 결코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귀여운 조카녀석들이 악질 자본가들의 놀음에 희생당하는 모습은 정말이지 보고싶지 않다.



>> 한국을 떠나기 전 인사동의 한 밥집. 이미 맛깔스러움과 건강함, 풍요와 더불어 조상의 오랜 지혜로 가득 들어찬 저 식탁 위에 굳이 파렴치한 미국축산업자들이 만들어낸 '괴물'이 올려져야 할 이유는 아무데도 없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