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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06.05 [작업일지] 비스트로 시즌 1의 마감과 새로운 여정의 시작
  2. 2008.04.23 마지막 만찬 5
한국 Korea 160409~2016. 6. 5. 11:12



지난 일요일, 영업을 마친 달고나에서 남은 식재료들을 모두 나눠가져가는 장면입니다. 빵과 채소, 심지어 스테이크 고기까지 남아서 이날 배불리 먹기도 하고 집에 가져가서 요리해먹기도 하고. 당분간 비스트로의 냉장고는 텅텅 빈채로 지낼 것 같습니다. 


월요일, 홍석환과 저, 두 사람은 황학동 주방거리를 돌며 1차 시장조사를 벌였습니다. 각종 주방기계와 기물들을 둘러봤고 가격대도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습니다. 핵심은 냉면기계인데 인덕션으로 할지, 가스방식으로 할지 아직 결정을 못하고 있네요. 하지만 며칠 내로 이에 대한 결정은 내려질겁니다. 가격은 두 방식 모두 비슷합니다.  이날 곧바로 돌아와 '오픈조 전체모임'을 가졌습니다. 어이없게도 이날 회의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지 못했네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모든 일들은 최대한 기록으로 남겨두려 하고 있고 이 과정을 묶어서 책을 출간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헌데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우리들 모두의 공감대와 노고, 비전을 담아낼 생각이고 이는 조합의 재산으로 귀속됩니다. 카메라를 갖고 계신 분들은 의미있는 장면이나 평범한 장면 모두 좋으니 틈틈이 기록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이 겪은 사건이나 생각들도 책에 충분히 반영되도록 하겠습니다. 아마 책과 관련한 별도의 테이블이 마련될 겁니다. 



오늘 망원동 작업실의 '절반 줄이기'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향후 사무국에게 자리를 내주기 위해서입니다. 공사관련 장비들은 모두 협동식당 공간으로 옮겼고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남기고 이도저도 아닌 것들은 모두 상수동 비스트로로 옮겼습니다. 



작업실에 이렇게 짐들이 많았네요. 사무국 업무가 커지면(이는 곧 조합의 발전을 의미하겠죠) 저 뒤에 빵과 면 작업공간은 아마도 새로운 공간을 찾아 나서야되겠죠. 그럼 이 공간은 명실상부한 <협동조합 달고나>의 사무국 공간으로 거듭나리라 기대합니다.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랍니다. 당분간은 더부살이를..



점심시간이 되서 밥먹으러 가는 길. 발걸음들이 가벼워 보이나요? 하지만 5월의 햇살이 너무 뜨겁습니다. 




협동식당 공간에 공사진행을 위한 장비들이 모였습니다. 이 공간에서 용접, 목공 등의 다양한 작업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내일은 타일 작업이 지층과 1층 두 공간 전부에 걸쳐 진행될 예정입니다. 홍석환 조합원이 줄자로 타일의 마무리에 쓰일 스텐몰딩의 필요량을 재기 위해 줄자로 벽을 재고 있습니다. 


달고나의 오랜 작업 동반자, 전기 담당 이오일 사장님이 오셔서 전기작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전기 작업의 경우 1층 식당공간에선 큰 작업이 없지만 지층 식당공간은 전기 사용량이 많아 증설은 물론 220v 단상으로 해결이 안되는 중형 에어컨이나 조립 냉장방의 경우 340v 삼상전기를 사용해야하기 때문에 사전에 이에 대한 용량 확인이 필수입니다. 금요일까지 작업계획을 마련하기로 했고 빠르면 그날부터 전기작업은 진행될 듯 싶습니다. 전기작업은 3~4일 안팎이 소요될 듯 싶습니다. 




오후 5시, 디자인 작업을 맡아줄 '물질과 비물질'팀의 김종소리씨와 강수연, 강혜민 조합원이 디자인 업무 협의를 하고 있습니다. 맞은편 까페인 '광합성'이 아지트 겸 회의실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좋은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열린 마음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보자고 서로의 의지를 확인했습니다.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고 그 인연이 앞으로도 꾸준이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내일 9시부터 타일작업이 시작됩니다. 오픈조에 포함된 분들 중 일정이 없으신 분들은 빠짐없이 작업에 참여해주세요. 깨끗한 목장갑과 아이스커피를 준비해놓고 있겠습니다. 


Posted by dalgonaa
플랏메이트 효진이와 함께 마지막 저녁을 먹었다.

지난 토요일 몰타에 도착한 효진은 내일 다시 한국으로 돌아간다.
백지장 처럼 하얀 얼굴과 가냘프다 못해 꺽어질 것 같은 몸매의 소유자인 효진을 처음 봤을 때, 사실 너무 얌전하고 착하게만 살아온 청춘 같아서 약간 걱정이 됐었다.

물 먹듯이 맥주마시고 항상 와인을 반주로 즐기는 우리랑 과연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너무 바른생활 청춘이면 함께 살기 불편해서 어떻하지? 하지만 이런 생각이 기우라는 것을 어제 저녁 확인하게 되었다.
효진은 가녀린 외모와 달리 내진설계 공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축학도이며, 고기를 좋아하지만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고, 소주를 물처럼 마셔도 취하지 않는 특이체질로 필름이 끊긴다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궁금하다고 말하는 친구였던 것이다.

우리는 월요일 저녁 알리올리오 파스타를 먹으며 가볍게 와인을 마시기 시작했는데, 그녀의 전공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느덧 노출콘크리트와 안도다다오를 거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에까지 이어졌다. 쟁여둔 와인을 따고 남은 맥주를 마시며 우리는 플랏메이트로서의 궁합이 제법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오늘 학원을 다녀온 후 그녀가 이야기를 꺼냈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내일 귀국을 해야한다고.
원래 당뇨를 앓으셨던 할머니가 그녀가 출국할 무렵에는 비교적 건강하셔서 이렇게 갑자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지라 이 이야기를 전하는 그녀의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었고 눈시울은 빨개져 있었다.

김군은 그녀가 한 번 먹어보고 반했다는 알리올리오를 정성껏 만들어서 마지막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평소 먹던 와인의 두 배 가격인 남아프리카산 레드와인,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인 애담치즈 그리고 초콜렛을 좋아한다는 효진을 위해 몰타에서 유명한 초콜릿 푸딩도 함께 준비했다.

우리는 자정이 되도록 여행과 요리, 그리고 그녀의 하동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알고보니 효진은 김군이 극찬해 마지 않는 MBC의 '요리보고 세계보고'의 열성 팬이었다. 짧은 기간 동안 우리를 하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든 그녀는 내년에 한국에 돌아오면 꼭 하동에 놀러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까지 할머니와 함께 지냈다니, 이렇게 수다라도 떨지 않는다면 혼자서 침대에 앉아 눈물바람을 했을 것 같다.

내일은 학원이 끝나면 예약해 놓은 택시를 타고 함께 공항을 갈 예정이다.
3개월 간의 부푼 기대를 가지고 몰타에 온 효진은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5일만에 다시 한국으로 간다. 너무 갑작스럽게 모든 일이 진행된 오늘 하루, 어제 배운 영어 한 마디를 인용하자면 이렇다.

That's life....

그러게 말이다, 이게 인생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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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다치즈나 에멘탈치즈 보다 유명세는 덜 하지만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인 애담치즈(edam cheese), 큰 덩어리를 썰어서 무게를 달아 사기도 한다. / 마늘과 올리브, 소금 후추 만으로 맛을 내는 담백한 알리올리오, 면은 약간 넙적하고 식감이 좋은 trenette를 사용. 평소랑 달리 서양 고춧가루를 살짝 넣어서 매콤한 향이 나게 해봤다. / 처음 마셔 본 남아프리카 와인. 포도는 pinotage와 cinsault로 역시 처음 마셔본 브랜드 kumala . 과일향이 나면서도 가볍지 않은 맛이랄까. / 거실에서 밤이 늦도록.../ 몰타의 유명한 디져트이자 간식 stuffer dessert latte. 처음 맛은 풀죽에 코코아 가루 섞은 느낌이었는데 효진은 맛있다며 3개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 명함을 건네주자 글자의 비례가 좋다면 칭찬해주는 효진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