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말로는 '안티파스토(Antipasto)', 영어로는 '스타터(Starter)', 한국에서 부르는 말로는 '전채(前菜)'라고 하면 맞을까? 메인 식사를 앞두고 허기를 잡고 입맛을 돋궈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이놈들다. 우리 식문화에선 없는 절차지만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양식에선 일반적. 사실 식당에서 메뉴판을 펼치면 웬만한 식사값, 때론 그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첫장에 등장해 괜한 압박을 주곤 하는데 건너뛰어도 웨이터가 뭐라 그러진 않으니 애써 무시하면 되겠지만 여럿이 식당에 간 경우나 그 집만의, 혹은 그 지역만의 독특한 안티파스토가 있다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맛을 봐주는게 좋다. 

사진은 베로나의 어느 골목, 일 베르똘도(Il Bertoldo)라는 이름의 로마풍 요리를 낸다는 식당에서 맛본 안티파스토. 이탈리아에서 안티파스토는 대개 사진에서 보는 프로슈또와 다양한 치즈가 주를 이룬다. 왼쪽은 살라미, 오른쪽은 프로슈또, 중앙은 오렌지에 이탈리아 파슬리로 모양냈다. 정말 맛있는 음식을 만났을 때 우리는 흔히 '녹는다'고 표현하는데 그렇다고 아래 사진의 음식이 그랬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적어도 살라미에 한해서는 그 맛에 조금씩 중독돼가고 있음을 고백한다. 살라미, 얇게 저며 입안에서 체온으로 서서히 녹여 먹어도 좋고 이때 잘 익은 레드와인 한 모금 머금어주면 더 좋다. 

한국 식당의 메뉴판에는 안티파스토가 없지만 그렇다고 안티파스토를 안주면 한국인들 무지하게 승질난다. 주문하고 난 뒤 곧바로 밑반찬 안깔아주면 그 식당 오래가긴 힘들단 말이다. 짜장면, 라면을 시켜도 단무지나 김치는 먼저 내주는 것이 주인과 손님간의 불문율. 맹물 한 잔 시켜도 돈을 내야하는 유럽의 식당은 그래서 한국인들의 원망을 한몸에 받는다. 뭐 그렇다고 그네들이 눈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낯선 땅에 나와 뼛속깊이 절감하는거지만 우리나라 식당만큼 후한 인심의 식당이 전세계 어디에 있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화이트가 안맞았던 사진, 억지 조작했더니 살라미 가장자리가 누렇게 떴다. ㅋ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