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5. 1. 18. 19:50


어제에 이어 오늘도 바쁘다. 

마리아가 건강한 모습으로 복귀한 주방이지만 아침에 장을 봐야하는 내가 살짝 게으름을 피웠더니

일찌감치 마쳤어야 할 해산물들의 손질이 다소 늦어졌다. 그 덕에 다른 일들도 조금씩 후진. 


늦은 장을 보고 점심영업을 시작한 주방으로 들어오니 조금씩 바빠지려는 주방 한 켠에서

넘버투 쏭지가 때아니게 숭어를 손질하고 있는게 아닌가?


- "그거 지금 꼭 해야돼?"

- "지금 미리 해두지 않으면 힘들어요"


틀린말은 아니다. 점심영업을 마치고 브레이크 타임에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이므로 

뭐든 미리해놓으면 좋으나 지금은 점심영업중이다. 

아직 빈테이블이 조금 남아있어 여유가 있다고 하나 손님으로 채워지는건 한 순간이고

테이블이 회전하기 시작하면 빈접시들이 곧 들이닥칠 것이므로 큰 씽크대를 필요로하는

숭어작업은 설겆이를 가로막아 주방을 패닉에 빠뜨릴 것이 뻔하다. 


작업을 중단시킬까 하다가 잠자코 두기로 했다. 

혹시 손님이 몰리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그러면 쏭지의 선택이 옳을수도 있지만 그때문은 아니고

나름 한 고집하는 그녀를 아는지라 괜히 긴말로 이어지는 잔소리가 될까 싶어 참기로 했다. 

나와 쏭지는 비록 사장과 직원의 관계이긴 하나 나의 빈자리를 90% 가까이 수행하는 

넘버투 쏭지와는 때론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치를 때가 있는데 지금의 '숭어'가 바로 그 순간이다. 


아니나 다를까. 

빈접시가 들어오기 시작하고 석화와 스테이크 주문이 들어오자 내가 바빠지기 시작했다. 

이에 더해 파스타쪽에도 주문이 폭주하자 급기야 쏭지도 하던 작업을 멈추고 파스타로 급히 자릴 옮겼다.

문제는 숭어손질은 끝나지 않았고 큰 도마와 생선들이 씽크대에 그대로 남아있는 가운데

주방으로 들어온 빈접시들이 씽크로 들어가지 못하고 주변에 쌓이고 말았다는 점이다. 


사람으로치면 소화를 마친 음식이 대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위를 비롯한 다른 장기에 

정체되어 복통을 일으키고 있는 셈이다. 


쏭지도 처음에 숭어손질에 대한 내 질문을 심상찮게 받아들인 눈치여서

막상 주방의 스텝이 이처럼 꼬여버리자 본인도 난감해하는 눈치다. 

사실 나는 이미 화가 난 상황이다. 


나는 숭어를 몽땅 밧드에 담에 씽크대 아래로 밀어넣고 도마도 요란하게 씻어 밖에 내놨다. 

스테이크와 석화도 서둘러 요리를 마쳐 내보낸 뒤 다시 씽크에 달라붙어 쌓인 설겆이들을 해치웠다. 

헌데 워낙 밀려있던 탓에 좀처럼 줄어들질 않는다. 


살얼음같은 주방의 분위기를 쏭지는 물론 다른 스탶들도 눈치를 챘을테다. 

아니라면 요리하는 내내 모두들 그렇게 말이 없었을리 없다. 

점심영업을 마쳐갈 즈음 점심을 거른 내가 전에 사다 둔 호빵을 뜯어 냄비에 물을 붓고

찜기를 올렸다. 그제서야 쏭지가 다가와 아무렇지 않은 듯 한 마디 어렵게(아마도) 건넨다. 


'목수님, 뭐하세요?' (나는 주방에서 '목수님'으로 통한다. 나는 B급 목수다)

'호빵 쪄'


쏭지도 나도 목소리에서 언제 그랬냐는 듯 다정함이 묻어있다. 




<작년 여름 제2회 달고나 제주도 여름피서에서 오스카와 쏭지의 장난질. 해초로 턱수염을 만들었다>



호빵이 다 쪄졌다. 단팥과 야채. 

어느새 호호낄낄거리며 주방사람들이 호빵을 나눠 먹는다. 

헌데 야채호빵에서 생각지도 못한 비닐 이물질이 튀어나왔다. 그것도 제법 많이.

모두 이구동성 분노의 목소리를 높인다. 





저 가운데 하얀조각. 비닐이다. 저것이 먹는 내내 많이 나왔다. 

불량식품 전번이 1399이나 일요일이어서 통화가 안된다. 

공익차원에서 이 블로그에서 고발하자면 바로 아래 제품이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