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4. 3. 3. 11:02

사고 1



며칠동안 블로그가 해킹을 당해 페이지가 사라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집안에 도둑이 들었던 셈인데 대개 집안 물건이 없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온라인에선 그와달리 그냥 집이 없어져 버리더라는.

티스토리에 메일넣어 해킹당했다는 신고를 접수시키고

이후에 그쪽에서 하라는대로 조치를 취했더니 며칠 안돼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가 됐다. 즉 도둑맞은 집을 되찾은 것.

살다보니 이런 일도 겪는구가 싶은데

이게 비밀번호 재설정을 정기적으로 해주는 것만으로도

예방할 수 있다니 매번 무시했던 이 경고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헌데 해킹당했다는 사실을 접하고도 여유로웠던 이유는 뭘까?

손에 잡히는 재산이 아니어서?

작은 흔적이라도 IT업계에선 모두 복구할 수 있다는 기술의 믿음때문에? 

블로그를 재산이면서 동시에 짐으로 생각하는 마음때문?






사고 2



지난 포스트에서 오토바이을 샀다는 얘기를 전했다.

가까운 곳에 급한 장을 보러다닐 때 이만한 이동수단이 없고 

여러면에서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들어 구입을 했던 것.

나아가 나이먹어 옆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놀이기구로 이만한 것도 드물지 않나 싶어

서서히 그 재미를 붙여보자는 생각도 있었다.

또한 작년에 감행한 꽉 찬 1박2일 번개 제주여행이 가져다 준 큰 감동은

제주도를 새롭게 인식하게되는 계기가 됐는데

 올해의 제주 여행은 그 감동을 이어가기 위한 방편으로

서울에서 오토바이로 제주까지 내려가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헌데 사고가 발생했다.

오토바이를 구입한 후 처음으로 강양이 시트에 올라타고 연습을 하던 도중

그만 조작 미숙으로 벽을 들이받고 만 것. 

동네 골목길의 가벼운 오르막에서 스로틀을 열었는데 1단 기어의 넘치는 힘을 

충분히 제어할 만큼 훈련이 안된 상황이다 보니 속도에 놀라 브레이크를 쎄게 당겼고

그 당기는 힘만큼 역시 스로틀을 감아쥐다보니 브레이크가 그 힘을 이기지 못하면서

앞으로 튕겨나가다 결국 벽을 들이받고 만 것이다. 

나는 그 상황을 뒤에서 모두 꼼짝없이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고로 강양은 손목과 얼굴 일부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고

연신 눈물을 쏟는 강양을 차에 태우고 서둘러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로 내달렸다. 

가면서 끼고있던 장갑을 벗겨보니 손목뼈 일부가 살짝 어긋나 있는 것이 골절임이 내 눈에도

분명해 보였고 그 모습을 확인한 강양의 눈물은 더 쏟아져 내렸다. 

사고란 언제 어디서든 늘 발생할 수 있는거라며 나름 의연하려 노력해왔는데 

그 손목은 믿기지가 않는 모습이었다. 


응급실에 도착해 응당 취하는 조치들이 진행됐다. 

임시부목, 사고경위 설명, 혈압, 엑스레이, CT..

그리고 응급실의 마지막 조치이면서 최대 고비인 뼈맞추기도 했다.

그리고 비명..

골절된 뼈를 임시로 맞추긴 했으나 응급실 의사는 수술을 암시했다. 

응급을 요하는 수술은 아니어서 며칠 후 정형외과 외래를 잡아

외과교수로부터 보다 정확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며칠 후..

담당 외과의사는 응급실에서 마지막에 찍은 엑스레이와 

외래를 온 당일날 찍은 엑스레이를 유심히 살피더니

수술을 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일주일을 더 지켜보자고 했다. 

이유인 즉, 응급 당일에 맞춘 뼈가 나름 자리를 잘 잡았고

그것이 외래를 온 날까지 움직임없이 그 자리에 계속 유지되고 있는 걸로 봐서

잘 관리를 하면 그렇게 붙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가득했던 공포의 중압감이 압력솥 김 빠지듯 빠지면서 안도감이 밀려왔다. 

과연 잘 붙을 수 있을까?

얼굴쪽 골절은 치과에서 담당한다기에

역시 그쪽 외래도 다녀왔더니 골절이 심하지 않고 

눈으로 보이는 흉도 없고 수술을 하지 않더라도

생활에도 큰 불편을 초래할 만큼의 상황이 아니라고 하니 

그냥 그렇게 뼈가 붙도록 놔두기로 했다.


첫날 외래로부터 2주가 지나고 있는 지금,

강양은 여전히 임시 깁스를 하고 있고 가게는 일절 나오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다.

잠은 그런대로 숙면을 취하고 있으나 가끔 갑작스레 찾아오는 통증이 괴롭다. 

자연스러운 치료통이려니 하지만 역시 아픈 모습을 지켜보기는 쉽지 않다. 

내일, 다시 병원을 찾아 엑스레이를 찍어 그 경과를 본 후

아마 석고 깁스를 하지 않을까 싶다. 

석고깁스를 한 다는 것은 이제 본격적인 뼈굳히기에 돌입한다는 얘기인데

강양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다름아닌 '가려움'. 

지금의 임시깁스는 팔을 단단히 두르고 있긴 하지만 

이음새에 틈이 있어서 그 사이로 젓가락이나 커피빨대(이게 가장 효과적)를

이용해 가려운 부위를 긁을 수 있는데

석고깁스는 그야말로 통 깁스여서 가려운 부위를 

시원스레 긁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수술없이 치료가 잘 될 수 있다면 그 정도는 감내할 준비가 돼 있다.(그렇지 강양?)

깁스는 대략 5주 정도라고 의사는 밝혔다. 


가게를 찾는 단골손님들이 간혹 강양의 부재를 의아해할 수 있는데

그것이 다 이런 연유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이 지면을 통해 알리는 바 입니다. 






오스카



오스카는 그래피티 작업을 하는 청년이다. 

스프레이 페인트를 손에 쥐고 무심한 벽면을 강렬한 메시지의 벽으로 바꿔내는 능력의 소유자. 

그 오스카가 달고나 주방에 지난주부터 합류했다. 

홍대라는 공간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지금 달고나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지닌 면면은 예술인 집성촌이나 다름이 없다.

미술인 3명(이중 한 명은 지난주에 까페사장으로 취임한 관계로 퇴직),

음악인 1명, 영화인 3명(1명은 상수, 나머지 2명은 변수), 

그리고 그래피티 1명.

앞으로 비슷한 분야 몇 명의 사람들이 달고나에 더 합류할 예정. 






제 2 주방



어느정도 확정된 이야기다. 

직접 계기는 소시지이지만 발단은 냉면.

암튼 이에 얽힌 사연은 좀 나중으로 미뤄 얘기하기로 하고

일단 망원동을 중심으로 아주 싼 공간을 물색중이다. 

지난주부터 망원동 일대를 뒤지고 다니기 시작했고 가급적 이달 3월 안으로

세컨드 키친을 세팅할 기세로 일을 추진중이다. 

테이블 7개, 고작해야 30명이 채 못 앉는 가게에서 웬 호기이고 뭔 사치인가 싶겠지만

우리에겐 아주 절실하다. 


사람들이 달고나를 좋아해주는 이유를 우리는

어디까지나 재료의 퀄리티에서 나오는 맛이라고 나름 자평하고 있는데(살가운 서비스는 아님)

이것을 유지하는 것은 지금의 공간에서도 어느정도 가능하다. 

헌데 이것을 '꾸준히' 유지하고 나아가 새로운 메뉴를 내놓기 위해서는

지금의 공간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

이는 다양한 요리 경험이 없는데서 오는 일종의 비용이기도 하다. 

그리고 식당을 찾는 오래된 단골의 뼈아픈 한 마디도 빼놓을 수 없는데


"달고나는 다 좋은데 본식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워요"


울고싶은데 뺨 맞았달까?

늘 빚진 사람마냥 부족한 본식에 쫓기는 심정이 있던차에

때마침 그 한 마디를 듣고나니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결심에 못을 박았다. 

'파스타 잘 하는 집'에만 머무는 것이 달고나의 계획은 아니다. 

허나 지금의 것도 유지하느라 빠듯한 주방에 본식 하나를 밀어넣는 것은 무리. 

이미 가득한 비닐 쇼핑백에 20킬로 쌀 한 푸대를 더 넣어야 하는 상황과도 같다. 

더욱이 뒷마당을 개간해서 날씨 좋은 날 그곳에 테이블 몇 개를 더 놓게되면 

 비닐 쇼핑백은 더 큰 것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사실 손님을 더 받는 것 보다 우리를 흥분시키는 것은 뒷마당에 

흙과 잔디, 그리고 갖가지 식물들을 심는 것이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손님들을 끌어들일 것이 분명하다. 

여기에 더욱 좋아진 요리가 더해지면 이 모든 과정들이 

서로의 이유로 강력하게 결속되는 고리가 완성될꺼라는 믿음도 생긴다. 

일종의 선순환.


남들은 잘 안믿을지 모르지만

그날 그날의 매출결과에 관심을 갖긴 해도 그것이 내 팔자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고 관심도 별로 없다. 

그보다는 매일 시장에서 보고 겪는 갖가지 재료들의 호기심과 그것을 어떻게

써먹으면 나도 재밌고 사람들도 좋아할까 하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이 간다. 

이 '어른이 놀이'의 현장으로써 세컨드 키친이 부상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일에 깔리는 주방동료들의 복지도 이곳을 통해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할 듯 싶다. 


지금의 가게와 가까우면 더 없이 좋겠지만

폭등한 이곳 임대료로는 어림도 없다. 

그에 비해 망원동은 재래시장도 가깝고 마포 농수산물센터도 가깝고

무엇보다 상수동에 비해 임대료가 저렴하다. 

지하철 6호선이 지나는 A급 상권대로에서 몇 블러 한강쪽으로 들어가면 만나게 되는

몰락한 구 상권에서 어쩌면 괜찮은 조건의 자리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세컨 키친(제2주방)으로 옮겨가는 몇 가지 일과를 추려보니

식사빵 작업을 비롯해 대략 70%의 주방 일들이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