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2. 11. 19. 01:57

일요일. 남들은 다음날 출근을 앞두고 아랫배가 살살 아프면서 우울감에 젖어들겠지만

우리에겐 오늘이 이틀간의 휴일을 앞둔 주말. 

식당 일이란게 엄청난 육체적, 정신적 노동이기 때문에

때론 이틀 쉬는 것 만으로도 부족할 때가 있다.

암튼 이틀 휴일을 앞둔 여유에서 이렇게 블로깅도 오랫만에.


지난달 하순경에 강양의 조카 생일선물로 침대를 만들어줬다.

이층침대면서 아래는 각종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식인데 

이런 방식을 벙커침대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름이야 어찌됐건 어렸을 적 누구나 이층침대를 갖는 소원을 품지 않았던가.


어른된 입장에서 이층침대에서 자는 것이 대수로운 일도 아니고

실제 그 생활이란 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겠다 싶은데

역시 애들은 그렇지가 않은지 얼굴에서 기대와 기쁨이 가시질 않는다. 





아무튼 오래전에 침대를 만들어주겠다는 약속을 해놨었고

어느덧 생일이 있는 11월이 코앞에 다가왔다. 

어떤식으로 만들어야할지 며칠을 머릿속에 도화지를 펼쳐놓고 

그렸다 지웠다를 반복하다가 다음과 같은 형태로 결론을 내렸다.






책장과 옷장을 만들고 그 위에 침대를 얹는 아주 단순하고 심플한 방식.

책장과 옷장은 자연스레 침대를 떠받치는 기둥이기도 하다.

이런식을 벙커침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나무는 30mm 스프러스 집성과 역시 같은 수치의 아카시아.

그리고 몇 가지 종류의 구조목이 전부. 

도안이 나왔으니 이제 나무를 주문하고 몇 가지 필요한 공구를 구입하면 준비완료.






청계천 공구상.  아름다운 풍경이면서 동시에 행복한 마음.

여자들이 백화점에서 쇼핑하는 즐거움과 다를게 하나도 없다.

다 갖고 싶어라..

나사못을 많이 사용할 계획이어서 기동성 좋은 충전드릴과 

본드로 집성한 나무를 꽉 물어 고정시켜줄 클램프 몇 개를 구입했다. 

며칠전 계양 충전드릴의 가격을 물었을 때 바쁜 사장님은 

7만원에 준다길래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발길을 돌렸는데

막상 구입하러 들른 이날은 12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그땐 바빠서 가격을 정확히 파악 못했다고 하시니 뭐..  그때 냉큼 살껄..

가만 보면 바쁘다는 핑계가 아니라도 저 많은 것들의 가격을 일일히 외우는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어떤건 싸게 어떤건 바가지를 쓸 수도 있겠다 싶은데 그냥 운이겠거니 하고 말아야지 뭐.

가끔 어떤 물건은 사장님도 정확한 가격을 몰라 한참 고민하다가

'그거 만원 훨씬 넘는건데 그냥 만원만 줘요' 하는 경우도 있지 않던가? 

이럴 땐 기분이 좋지.






집에 도착. 주차장 한 켠을 점령한 뒤 작업 시작. 

두께 30mm의 판재를 길게 켜는 일은 역시 온전한 사람 힘만으로는 역부족.

기계의 힘을 빌어야 가능한 일들이다. 시간도 그렇고 정확성도 그렇고.






소리가 요란하다. 톱밥도 많이 날리고.

원래 목공용 작업대를 갖추고 있으면 좀 더 손쉽게 작업할 수 있다. 

작업대 아래에 저 톱을 거꾸로 매달아 고정시키면 평평한 작업상판위로 톱날만 솟게 된다.

그러면 웬만한 사이즈의 재료는 손쉽게 원하는 각으로 잘라낼 수 있다. 훨씬 안전하기도 하고.







치수대로 잘라낸 판재를 조립한 뒤 자리를 잡는 모습.

깊은 상자가 옷장으로 쓰일 놈이고 왼쪽에 나란히 있는 것은 책장 용도.

30mm 판재여서 무거우면서 동시에 견고하다. 

이날 작업을 다 끝내지 못했고 다음날 하루 더 와야할 상황.

얼핏 예상은 했지만 제법 시간이 걸린다. 

아무래도 벙커침대는 처음 작업이라 자잘한 시행착오가 많았다. 

밤 9시가 넘어 일단 상황정리.


그리고 다음날. 






자리만 잡아놓은 독립된 가구들을 하나로 결속시키는 작업. 

이중기리로 나사못이 들어갈 길을 트고 곧바로 

나사못을 박아넣는, 반복작업이지만 아주 중요한 작업이다. 

역시 나무가 무겁고 견고해선지 위의 침대와 하나로 결속되고 나자

흔들어도 꿈쩍임이 없다. 

저런 가구는 화려함보단 견고함이 우선.







이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는 저런식의 계단 형태로 마무리.

그래야 침대 아래층의 빈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동선이 나온다.

저 계단은 옮길 수도 있고 계단에 걸터 앉을 수도 있다. 






완성된 벙커침대.

나무에 색을 입히고 나니 한결 안정되고 아늑해졌다.

조카는 입이 귀에 걸렸다. 

가까운데 사는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거의 살다시피 했던 조카는

이날 이후로 출입을 끊었다고 한다. 

아이만 좋아하는게 아니다. 엄마아빠도 아이 못지않게 

좋아하고 할아버지 할머니도 좋아하신다. 

애가 저렇게 좋아하고 신이 난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도 기쁘고 

굳이 애 마음을 헤아리지 않아도

눈에 보이는 침대가 당신들 눈에도 당연히 좋아보이기 때문일테다.

이건 슬쩍 내 자랑질 ^^






나무값만 거의 40만원 선.

다행히 나무는 지인을 통해 공짜로 받았지만

좀 저렴한 합판으로 만들면 20만원 선에도 얼마든지 가능하겠더라. 

암튼 이틀간의 작업을 저것으로 종료.




아이가 침대를 얻은 며칠 후,

나는 이걸 얻었다.





목공용 다기능 테이블. 

컷 쏘, 직쏘, 루터 등 다양한 전동장비의 탑재가 가능하고

작업시 능률을 높이기 위한 각종 아이디어가 곳곳에 녹아있다.

모닝 승용차에도 충분히 실리는 사이즈. 


내게 목공은 돈벌이가 아니라 즐거운 공작놀이다. 

앞으로도 이 놀이는 계속될텐데 그때마다 받는 수고비는 

저런 장난감사는데 몽땅 재투자할 생각. 


그리고 사진 우측에 연탄난로 보이나?

지난주에 저거 설치하느라 역시 쉬는 날 이틀을 몽땅 난로에 털어넣었다.

난로 설치기도 곧 올릴 예정이니 혹시 올 겨울

연탄난로로 난방걱정을 덜어보려는 사람은

살짝 기대하고 계시라.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