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Korea 160409~2015. 1. 18. 10:44


일주일중 가장 손님이 많기로는 당연히 주말, 어제는 오랫만에 힘든 하루를 보냈다. 

주방의 에이스로 통하는 석환이가 할머니상을 당해 지금 며칠째 못나오고 있어 

'음.. 오늘은 주방 한 켠에 착 붙어 소방수노릇이나 해야겠군'했는데

주말과 일요일에만 나오는 마리아가 전화가 온다. 

'사장님, 갑자가 몸살이 났어요.. 저 오늘 하루 쉬면 안될까요?..'


안될리가 있나. 헌데 때가 좋질 않네.. 푹 쉬고 내일은 꼭 보자한 뒤 다시 생각을 수정.

'소방수가 아니라 선발로 뛰어야겠군'

사실 주말과 휴일은 비공식적인 나의 휴일이다. 나를 제외하고 주방에만 5명이 근무를 하기 때문에

장보는 일 말고는 이날은 내가 딱히 나설 일이 없다. 

석환이와 마리아가 빠져도 나와 쏭지가 버티는 4명의 주방이라면 어떤 단체라도 치뤄낼 수 있기에

간만에 실력발휘좀 해볼까 하고 준비운동을 하는데 이게 왠일? 

오스카가 30분이 지나도 나타나질 않는다. 


전화를 몇 번 돌려도 받질 않는다. 아무리 나와 쏭지가 버티는 주방이라지만 3명은 역부족이다.

이렇게되면 적어도 스테이크 메뉴 하나 정도는 포기해야 주방을 돌릴 수 있다. 그렇다 해도

파스타와 오븐, 콜드와 씽크, 미장을 점프하듯 뛰어다녀야 주말점심의 오더를 겨우 막아낼 수 있고

밀려오는 주문만큼 스트레스도 쌓일 수 밖에 없기에 2시간 30분간의 주방은 그야말로 

백수십의 손님과 벌이는 '주방판 명량'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피로감과 스트레스, 긴장감을 생각하자니 슬슬 초조해지고 짜증도 조금씩 섞여들어올 무렵,

다소 가라앉은 분위기에서 스탶식사를 마친 다희가 화장실을 다녀오다 가까스로 오스카와 통화가 됐단다. 

"지금 일어나서 오고 있대요"


그제서야 끊어질 듯 팽팽하게 당겨지던 긴장감이 탁 풀어졌다. 

그리고 곧 나타난 오스카.  '오기만 해봐라 아주 그냥..' 채 새나오지 않은 욕지기를 가득 머금어

이죽거리던 입이었지만 막상 오스카가 나타나자 입에선 신기하게도 반갑고 아름다운 환영의 언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나라는 사람.. 그 심성이 이렇게 고운 사람이었구나 새삼 깨달았다.. 아.. 썅..



그래피티 실력자인 오스카도 석환이 못지 않은 에이스다.

시키는 일은 군말없이 수행하는 다희와 넘버투 쏭지.

나를 포함 이렇게 주말 진용이 갖춰졌으니 스테이크 메뉴도 다시 부활하고 영업도 스타트.


그럼에도 역시 4명의 주방은 힘겨웠다. 영업을 마치고 으례 그렇듯 9번 테이블에 모여앉아 

조촐한 회식을 갖는다. 오스카에게 인생선배로서 귀에 박힐만한 조언과 잔소리가 뒤섞여 전달되고..

다희가 끓인 바지락 순두부찌개를 몇 술 뜨자 급 피로가 몰려온다. 

초조한 마음에 문자를 찍는다

'마리아, 몸은 괜찮아?  내일 나올 수 있어?'

그리고 곧 도착한 답신


'문제없습네다 동무!'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