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ah'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8.07.07 두 번째 만남을 위해 - Tashiro 가족 이야기 1
Dorota Niesyt, 그리고 Jiro Tashiro와 그의 가족들. 이들은 김군에게 매우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도로타는 체코 프라하에서 만났던 또래의 폴란드 여자고 타시로씨는 독일의 Goch라는 아주 작고 평화로운 마을에서 만났던 일본인이다.

1996년 가을이었으니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김군은 한 푼 두 푼 모은 돈을 쥐고 이듬해에 고등학교 시절부터 꿈을 키워오던 유럽 자전거여행을 떠나게 된다. 기간은 총 100일. 오늘은 그 시절의 여정에서 만난 Tashiro씨와 그의 가족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영국 런던을 시작으로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아래로 내려오던 여정은 바다를 건넌 뒤 벨기에와 네덜란드를 거쳐 어느덧 독일로 접어들었다. 때는 이미 10월을 지나고 있었고 깨끗한 거리는 네덜란드처럼 붉은 낙엽을 가득 머금은 가로수들로 채워져 있었다. 국경을 넘어 Goch라는 작은 도시에 도착한 뒤 묵어야 할 숙소를 찾아 지도를 펼쳐들자 어김없이 독일인이 한 명 다가와 내게 물었다. 친절하게, 결코 잘못 알아들을 수 없는 물음으로.

"May I help you?"

자전거를 탄 그녀는 학생티를 풀풀 풍기는 금발의 여자였다. 자잘한 짐을 자전거에 매달고 큰 배낭은 어깨에 매고, 그리고 양갈래 길에서 지도를 펼쳐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면 으례 누군가 다가와 도움을 베푼다는 것을 김군은 네덜란드를 거쳐오면서부터 경험으로 알기 시작했다. 이들은 여행자에게 친절했다.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가로수가 더욱 붉게 느껴지던 그 시간에 김군에게 다가와 도움을 베푼 여자의 이름은 Sarah. 그녀는 길을 묻는 내게 친절히 설명해준 뒤 헤어질 무렵 뜻밖의 제안을 했다. '괜찮다면 우리집에 와서 묵어도 된다,는 것. 덧붙여 '우리 가족들, 특히 아버지가 반가워 할꺼다'라는 것이다

'오호.. 이렇게 하루 숙박과 식비를 줄이는구나..'라는 생각과 '이번엔 독일인 가정집을 둘러볼 수 있겠군' 하는 생각이 교차하는 가운데 김군은 흔쾌히 그 제안을 수락하고 그녀를 따라 나섰다.

당시에도 절감한 것이지만 자전거 여행이 주는 매력의 하나는 우연의 요소가 무척 많다는 점이다. 여행자의 발길이 뜸한 지역일수록 예상치 못한 사건은 물론 현지인들과의 접촉도 많아지고 유명 도시에 비해 그들의 관심이나 배려가 무척 호의적이라는 점에서 여행이 간직한 색다른 묘미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물론 비슷한 시골길을 수 없이 지난다거나 때론 위험이 따른다는 문제도 있지만 긴 시간 여행이 가능하고 현지인들의 삶을 좀 더 가까운데서 체험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김군은 자전거 여행을 권유하곤 한다.
 
사라를 따라나서자 어디선가 폭스바겐 밴 한 대가 나타났다. 역시 사라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운전석의 남자는 사라와 그녀의 자전거를 차에 싣고 이어 나와 내 자전거도 함께 태우려 했지만 자리가 좁아 그러지 못했다. 대신 천천히 갈테니 차를 따라 오라고 한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는 사라의 남자친구였다. 사실 이 둘은 함께 나를 지켜보다가 사라가 내게 다가와 도움을 주었던 것.

5분을 채 못가서 차는 어느 집 앞에서 멈췄다.  4층은 될법한 제법 큰 집이었고 그 집 전체를 가족들이 사용한다고 했다.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섰다. 오밀조밀 붙어있는 유럽의 많은 집들이 대개 그렇지 싶은데 사라의 집 역시 넓지는 않고 다만 높게는 4층까지 올려져 공간을 넓게 활용하고 있었다.

현관을 들어서면 좁은 복도가 하나 이어지고 그 끝은 이 집의 뒷마당(정원)으로 이어지는데 그 중간에 주방이 있었다. 식탁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사라는 내게 마실것을 권했고 그녀가 주는 대로 나는 목을 축였다. 잠시 후 초인종이 울리고 어떤 남자가 들어와선 사라와 그녀의 남자친구와 뭔가 수다를 떨었고 내게도 반갑다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곤 주방에서 익숙한 듯 밥솥을 열어 밥을 푸고 냄비에서 카레를 떠 슥슥 비비더니 한 그릇 뚝딱 비우고는 곧바로 사라져 버렸다.

잠시 어리둥절해 하는 사이 두 번째 초인종이 울렸고 그제서야 이 집의 주인, 즉 사라의 부모님이 모습을 나타냈다. 일을 마치고 온 것인지 어떤지는 지금도 모호한데 아무튼 인사를 건네려고 하니 놀랍게도 사라의 아빠는 일본인이었다. 땅딸막한 키에 알맞게 수염을 기르고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머금고 있었던 그의 이름은 Jiro Tashiro, 그의 부인은 Benedikta Tashiro.

누구보다 서로 낯설었을 이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나 결혼에까지 이르게 됐는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는다. 사실은 그때 설명을 들었지만 김군의 짧은 Listening으론 한계가 있었다. 아무튼 동양인이라곤 Tashiro씨가 유일할 것 같은 이 작은 마을에 느닷없이 나타난 또 다른 동양인 김군과 이를 발견한 Sarah. 80Km 가까운 거리를 달려온 김군을 이들 가족은 모두가 나서서 따뜻하게 환대해 주었고 뜻하지 않은 만남으로 김군은 이 집에서 이틀 밤을 머물게 된다.


- 2편은 다음에..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