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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8.14

책 속에 진리가 있을까? 많은 경우 진리가 있다고 하고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힌두교에서 암소를 신성시하는 이유가 결코 '미련한' 우상숭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그 사회와 문화를 지탱하는 나름의 합리적 이유가 있음을 책을 통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의 수수께끼>라는 책에 이를 잘 설명하고 있으니 '사람이 굶어가는 판에 도대체 소를 안잡아먹는 저들의 정체는 뭔가?'하고 궁금했다면 일독해보길. 곧 가을도 오는데^^

배우고 있는 영어 교재의 한 지문엔 이런 대목이 있다. "Live for today". 격조있는 해석은 '오늘을 위해 살자'이고 피부에 와닿는 거친 해석은 '하루살이'다. <Britain in 2010>이라는 책으로 영국에서 관심을 받은 작가 Richard Scase를 인터뷰한 내용을 교재에 넣었는데 거기에 등장하는 말의 일부분이다. 인터뷰의 요지는 '삶은 더 팍팍해지고 퇴직은 빨라지며 남부의 비싼 집값을 당해내지 못한 사람들은 다 팔아치우고 좀 더 싼 프랑스나 스페인의 시골로 이사하고 있다'는 것.

재택근무가 늘어날 것이라는 낙관도 전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교통체증과 심각한 공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의 일부일 뿐이다. 실업난, 과중한 업무, 무능한 정치와 열악한 복지는 영국사회와 똑같이 이미 한국사회에서 진행중인, 그것도 아주 왕성하게 진행중인 일들이다.(물론 우리가 더 참혹하지만) 이를 지켜보면서 드는 생각이야 새삼 언급할 필요는 없다.

주어진 재화, 또는 자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 공익을 넓힐까 결정하는 것이 결국엔 '지헤로워야 할!' 정치의 몫이라면 인도의 힌두교는 그것을 어느 정도 실천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야윈 암소가 지주의 밭을 쳐들어가 기름진 양식을 몽땅 뜯어먹어도 지주는 소를 잡아 죽일 수는 없으며 살찐 암소로부터 받아낸 젖은 인도의 가장 낮은 카스트들의 일용할 양식이 된다. 지주와 빈농 사이의 벽을 자유롭게 옮겨다니며 재화의 공평분배를 소가 하고 있다. 그 양이야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소가 정치보다 낫지 않은가?

우리 속담에 소 뒷걸음질 치다 쥐잡는다는 훌륭한 속담이 있는데 난 도무지 소 뒷걸음질 갖고는 만족 못하겠다. 큰 쥐를 '왕쥐'라고도 부르는데 쥐잡는데는 뭐니뭐니해도 수류탄이 최고가 아닐까 싶다. 작고 간편하고 왕쥐가 드글거리는 소굴에 하나 까넣기도 좋고..

(뉴스 그만봐야지.. 지중해의 자연과 낭만, 느릿한 삶의 한가로움과 값진 재료로 풍성하게 빚어낸 음식의 향연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해도 부족할 판에..)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