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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1.20 어느 휴일의 생각 3
한국 Korea 160409~2014. 1. 20. 15:58




매주 월.화는 달고나의 휴일.

느지막히 점심먹고 가게로 와서 저 자리에 앉아 컴퓨터 켜고 노는 것이 현재 누리는 유일한 즐거움이다.

그러다 창 밖으로 눈내리는 거 구경하거나 바람에 흔들리는 앙상한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등,

지난 5일간의 혹독한 노동은 그제서야 아주 조금 그 보상을 치른다.


식당이 주5일 영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주변의 반응은 대개 놀랍다는 것. 

손님이 없어 고전하는 식당들이 즐비하고 가격을 낮춰

한 그릇의 매출이라도 늘리려는 식당들의 절박한 분투가 속출하는 시대에

태평스레 이틀이나 문을 닫고 쉰다니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게 당연하다. 

허나 몸소 불 앞에서 직접 요리를 하고 동시에

직원들과 똑같은 강도의 노동을(때론 그보다 더) 수행해내는 주인이라면 

그 이틀의 휴식도 부족하다는 점을 알 것이다. 

아침 8시부터 움직여서 밤 10시가 되면 그제서야 자유가 되는 생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켠 뒤 씻지도 않고 누워

잠시 낄낄 대다가 이내 곯아떨어져버리는 일상의 반복. 

또한 이틀의 휴일도 온전히 쉬는 휴식일 수 없는 것이

가게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갖가지 사건사고들을 뒷수습하느라

그 이틀의 시간마저도 결국엔 영업의 연장으로 결론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 

천정의 누수를 막기 위해 작은 공사를 벌이거나

주방에 하나 쯤 더 놓였으면 하는 선반을 만들어야 하거나

새로 내놓을 계획인 메뉴 연구를 위해 평소 지나치던 식료품점들을 기웃거리는 등등..



따라서 지금의 주5일 근무 체제도 바뀔 필요가 있다는게 적어도 김군의 생각이다.

가령 하루는 온전히 육체를 위해 쉬고

또 하루는 정신을 위해 외부의 유익한 자극을 받고(여행, 관람, 체험..)

나머지 하루는 4일 근무를 앞두고 충전하며 마무리한다고나 할까.


하지만 물질과 소비가 거의 모든 가치의 기준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주 3일 휴식은 어쩌면 역모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를 일이다. 

이 땅의 돈과 권력을 쥔 이들은 이런 생각을 아주 불온하게 받아들이니 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말이다.

지금의 상황이 어느 지경인지를 드러내주는 예가 하나 있었는데

장을 보느라 차안에서 라디오 듣는 경우가 많다. 그때 흘러나온 캠페인에서 이러더라.


"일주일에 하루는 정시퇴근하여 가정의 불을 밝혀주세요"


제 때 집에도 못가고 일에 붙잡혀 야근을 일삼는 직장인들이 얼마나 많으면

정부가 나서서 이런 캠페인을 벌일까 싶다. 

여성가족부에서 벌이는 이른바 '가족사랑 캠페인'의 하나인데

사실 이것도 기만스럽게 느껴지는 건 대통령이 박근혜인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체 그 캠페인은 누구 들으라고 방송을 하는건지 모르겠다는거다. 

집에 가고싶은 사무직 노동자?

일 시키는 고용주?

내가 듣기에 캠페인은 일종의 알리바이다. 

정부도 일의 노예가 된 사회의 심각성을 알고 이렇게 대국민 캠페인에 나선다는.

제도적으로 막으면 될 일을 가지고 하는 '척' 하기.

청소년들 술집출입 막고 담배판매 막고

공공장소 흡연 막고 시도때도 없이 주차단속에 나서는 것 처럼

개인의 멘탈붕괴와 가정의 붕괴를 막기 위해 몇인 이상 사업장의 야근을 법으로 금지하면 될 일이다.

만약 부득이 위반을 해서라도 일을 시켜야겠다는 기업이 있다면  

야간근무 직원을 고용해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면서 

동시에 실업률 해소에 기여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정부와 기업주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안다. 하나마나한 구호라는 거)






굵은 눈발이 내리다가 그쳤다가 다시 가느다락 눈이 내린다.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는 모처럼 요상한 날씨.

그러나 눈이 쌓이지 않아 다행이다.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세상의 여러 문제들 가운데 어디까지를 내 문제로 끌여들여야 할 것인가를 놓고 늘 고민한다.

좀 더 인간적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은 변함없는 숙제다.  

우리 영업장이라도 주 4일제 근무 도입을 목표로 차근차근 고민해야겠다. 

옴마야..

몇 분 사이에 눈이 엄청 쏟아지네..

결국.. 쌓인다.. 잉..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