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6.05.21 협동조합 달고나 1
  2. 2010.05.11 심야식당은 성공할 수 있을까? 8
  3. 2010.04.30 끼니해결 11
한국 Korea 160409~2016. 5. 21. 10:26

협동조합 달고나가 출범합니다. 

현재 발기인 5명을 중심으로 정관 작업을 진행중이며 이르면 이번달 안으로 창립총회를 열고 조합법인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그로부터 1~2달 사이에 법인 인가가 나오고 법인 등기를 마치면 이후부터 달고나는 '협동조합 달고나'라는 이름을 내걸고 아장아장 걷는 신생 기업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깜짝 놀라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달고나의 협동조합 전환은 1년 전부터 구상해온 사안이고 불가피한 선택이자 동시에 흥분되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자영업, 특히 영세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가게를 지켜야 하고 쉬는 날도 일주일에 하루이거나 격주로 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나마 쉬는 것도 쉬는게 아닌 것이 가게 운영의 고민으로부터 한시도 벗어날 수 없고 잠시라도 한 눈을 팔 수 없는 결박된 삶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요즘같은 불황에 일반 직장인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점점 떨어지는 매출과 적자에 허덕이는 운영난을 돌파해낼 뾰족수는 보이지 않으며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결국엔 가족들이 생계의 전선에 내일처럼 뛰어드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자영업은 시한폭탄처럼 째깍거리는 가계부채의 한 축을 담당하는 불안지대이고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시장실패의 영역이라고 감히 단언합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 시장으로 평생 모은 돈을 쥐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취업은 어렵고 국가의 복지는 허술하니 그 개인이 딱히 선택할 곳이 거기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태리식당 달고나는 그 힘겨운 영역에서 겨우겨우 적자를 면해가며 7년을 버텨왔습니다. 달고나에 애정을 보내주신 많은 손님들의 도움과 고된 노동을 꿋꿋이 견디며 함께 일해준 직원 동료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그 운영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습니다. 좁은 주방은 어느새 달고나의 창의와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었고 그 피로감은 쌓이고 쌓여 삶의 바탕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달고나의 미래비전을 이 공간에서 꿈꾸기란 여러모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상수동 상권이 조용히 격변하고 있는 것 또한 가게운영의 불안한 요소입니다. 7년동안 이어진 임대료 상승과 언제 닥칠지 모를 계약종료 선언은 달고나를 하루아침에 공중분해 시킬 수 있는 공포스런 미래입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달고나 운영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생각하는 근본적인 지점은, 더 이상 시장경제에 의존하는 방식으로는 지금보다 나은 앞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달고나의 위기, 나아가 자영업의 한계란 결국 이 문제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7년을 한결같이 일해와도 삶이 변하거나 나아지지 않고 그만큼 몸은 병들고 이루고자 하는 꿈은 두 발짝 더 멀어지는 현실. 다만 시장경제의 치열한 경쟁논리에서 밀려나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 지금껏 달고나가 걸어온 길이었다는 것을 깨달은 겁니다. 단적으로 말해 달고나의 사장 두 사람을 제외한 직원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앞으로 5년 10년을 더 일하면 그들의 삶은 무엇이, 어떻게 더 나아지는 걸까요? 이들이 부장님이 되고 사장님이 되는 것도 아니고 천상 그들 역시 자영업의 길로 들어서는 것 말고는 딱히 방법이 없는데 그것이 달고나가 이들에게 제시하는 비전이라고 하면 옳은걸까? 이를 위해 끊임없이 발전하고 성장하는 것만이 당연한 삶인가?



이 질문에서 우리들은 선뜻 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그것이 달고나의 한계이고 자영업의 한계이며 나아가 시장경제라는 시스템의 한계라고 우리들은 생각합니다. 시급 6천원의 저임금 노동이 힘겹게 떠받치고 있는 사회의 부는 모두 어디로 증발해버리고 있으며 그 부조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달고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 속절없는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노력은 해야겠고 그 일환으로 선택한 행동이 협동조합의 조직입니다. 이윤동기가 아니라 필요동기로 작동되는 비즈니스 관계, 교환가치보다 사용가치에 주목하는 거래관계, 사람이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는 삶을 협동조합은 오래전부터 입증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이같은 개념은 '두레'나 '품앗이'라는 빛바랜 기억이지만 분명 남아 있습니다. 



7년이 흘러 이젠 많이 낡았지만 달고나의 기관은 여전히 쓸만하고 협동의 경제로 수정된 항로는 이 미로같은 쳇바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향이라고 우리는 굳게 믿습니다. 그 방향의 최종 목적지가 낙원일지 지옥일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달고나는 시장경제의 비인간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통로를 찾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뜁니다. 북유럽 사람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와 남태평양 마이크로네시아 원주민들의 높은 삶의 만족도가 갖는 유사성, 그리고 '상부상조'라는 아름다운 단어에서 꾸준히 영감을 얻고 공부하며 가고자 합니다. 설사 그것이 배고프고 멋없는 고달픈 여정일지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며 갈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달고나가 옵니다. 




"나는 과학적 비판에 근거한 의견이라면 무엇이든 환영한다. 그러나 내가 한 번도 양보한 일이 없는 이른바 여론이라는 

편견에 대해서는 저 위대한 플로렌스 사람(단테)의 다음과 같은 말이 항상 변함없는 나의 좌우명이다. 

'제 갈 길을 가라, 남이야 뭐라든!'"

- K. 마르크스



"인간을 구원할 유일한 것은 협력이다"

- 버트란드 러셀





Posted by dalgonaa
한국 Korea 160409~2010. 5. 11. 09:47
심야식당이 인기다.
실제 식당말고 만화.
'인생 힘겨운 이들이 배도 채우고 마음도 채우고 모두
웃는 얼굴로 돌아가는 거리 한 구석의 안식처'라고 밝히는 식당.
소소한 이야기들이 푸근한 감동을 안겨주는 재미에
사람들이 조용히 열광하고 있다.
나에겐 화장실에서 읽기에 그만인 만화.
짧은 단락들이 너무 맘에 든다.

지금이야 이탈리아 식당을 운영하고 있지만
언젠가 밥집을 할 생각을 나는 갖고 있다.
실제로 나는 파스타 요리 보다 밥요리를 더 좋아하고
먹는 것도 당연 밥을 최고로 좋아하기 때문이다.
밥이 맛있으면 반찬이 필요없다는 얘기가 있는데
실제 나는 그 말을 믿는 사람이다.


그러나 홍대엔 밥집이 그닥 많지 않다.
술집이 압도적이고 다음이 카페다.
요리에 충실한 집 보다는 컨셉에만 치중한 집이 상당수고
그저 배고픈 본능을 고민없이 해결해 줄 집이 실제로 많지 않다.
그래서 홍대는 외식산업의 남다른 격전지지만
늘 허기가 지는 동네다.


아직 때도 아니고 돈도 없지만 곧 술집을 하나 내겠다고
큰소리 치는 친구가 하나 있다.
허나 이 친구는 술과 사람들만 좋아할 뿐
요리를 비롯한 모든 주방일에 서툴다.
요즘이야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자리에 없지만
우리 식당에서 함께 일하는 동안 지켜보면 그녀의 미래는 어두워 보인다.
나중에라도 그 능력이 갖춰질지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술집을 내겠다는 의지는 높다.
평소 그녀의 살아가는 모습에서 보자면 
나는 그 술집이 심야식당 정도의 분위기를 쏙 빼닮기를 바란다.

헌데 심야식당이라면 기본적으로 모든 요리를 척척 낼 줄 알아야 하는데..


언젠가 일을 끝내고 어느 술집에 간 적이 있다.
그곳 메뉴판에 적힌 작은 문구 하나가 시선을 끌었으니
'메뉴 외에도 주문하는 것의 재료가 있으면 만들어 드립니다'라고 적혀 있었던 것.
바로 만화 심야식당이 내건 방침이기도 하다.
사실 그 발상을 실제 식당이 아닌 만화가 앞질러 유포했다는 점이
못내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바로 그점이 외로운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 것이겠지만 
따지고 보면 만화니까 가능한 것 아닐까?
극히 제한적인 수준일 뿐 손님들 저마다의 기호를 맞춘다면..
그건 심야식당이 아니라 김밥천국이다.


하여 어쩌면 이 친구가 동참하는 형태로 언젠가
밥집 하나를 낼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해보고 있다.
이런저런 치장 다 걷어내고
그저 밥의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집.
여기에 찌개와 생선구이, 
그리고 청주, 또는 막걸리 한 잔 곁들여지는 집.  

주변에 배고픈 친구들만 와줘도 운영은 끄떡없지 않을까?

Posted by dalgonaa
카테고리 없음2010. 4. 30. 08:27
남의 끼니를 해결해 주는 것엔 어느정도 솜씨가 붙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끼니를 해결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하루 2 끼니지만 오늘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은
봄철 신메뉴를 고민하는 것 보다도 어려운 일인 듯.

해답을 얻기위해 함께 일하는
송이(휴학중인 대학생으로 처음 일하는 주방이지만 똑부러지게 일을 잘한다)에게
물어보지만 대답을 언제다 한결같다.

"글쎄요......................"

어제도 미처 저녁을 못먹고 일을 마친 뒤
가게를 나서면서 뭘 먹을까 고민을 시작했다.
일단 차부터 타고 목적지없이 길을 나서 홍대 주변을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어슬렁거리며
창 너머로 불켜진 가게들을 살폈다.
역시 홍대는 밥집은 별로 없고 순 술집뿐이다.
설사 밥집이 반갑게 눈에 띄어도 밤 11시가 다 된 시간은
영업을 마치고 문을 굳게 닫았다.
라멘으로 주변을 평정한 하카다 분코를 지나면서 혹시나
싶었지만 역시 문을 닫고 내부 정리중인 직원들의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에휴.. 그럼 김밥천국이나 아니면 어제먹은 순대국집에 또 가야 하는걸까..
하는데 바로그때 <게이와 품절남>이 떠올랐다.

바로 어제 같은 날,
점심에 두 명의 젊은 남녀가 귀여운 폭스바겐 미니밴을 타고
우리가게 앞에서 문열기만을 기다리다
후다닥 파스타 두 접시를 먹고 갔다.
마지막에 떠나면서
"우리도 근처에서 비슷한 장사해요"
라고 하는데 어디시냐 물으니
바로 <게이와 품절남>이란다.

그곳에서 왔다는 것도 살짝 놀라웠지만
소속을 스스럼없이 밝히는 것이 내겐 더 놀라웠다. 
흥망이 빈번하는 이 업계에서 왠만하면 자신에 관한 것들을 노출시키지 않으려는
심리가 사람들에겐 깔려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속이 좁은건가 싶다. 
 
아무튼 우리가게와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호기심 땡기는 가게들이
몇 군데 생겼고 그 가운데 하나가 이곳이었는데 마침 그곳의 싸장님들이
친히 우리 가게를 방문했으니
선린우호 차원에서 안가볼 수가 없다.
허나 <게이와 품절남>은 술집.
언젠가 술마실 날로 미뤄뒀던 방문이라 살짝 망설이긴 했는데
송이가 은근히 적극적이어서 까짓거 오늘 치루기로 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살짝 비틀어져 안으로 길게 뻗은 실내가 퍽 매력적이다.
어두침침하지만 테이블 위로 떨어지는 조명은 밝아서 나름 분위기 좋고..
인테리어 마감은 나름 고급스럽고(적어도 내겐)
선술집풍의 간이의자와의 조화가 편하게 느껴진다.
(시시콜콜 감상을 적기에 지금 내게 시간이 많지 않다. 어여 씻고 노량진으로!)

아무튼 이날 우리는
막걸리와 통골뱅이 안주(작은 것 1만원), 통골뱅이 하나가 들어간 너구리 라면(4천원),
날치알이 들어간 계란말이(1만원)을 각각 시켜먹고 수다좀 떨다가 나왔다.
배는 불렀고 모처럼 퇴근후의 여유와 낭만을 즐겼다고나 할까? 
100미터 이내에 언제든 사람들과 즐겁게 어우러질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 보석처럼 흩뿌려져 있다는 점에서
홍대는 역시 매력적인 곳이라는..
(홍대의 진수인 '클럽'은 머리 빠져가는 아저씨에겐 닿지 않을 꿈이지만.. 흑)

참고로 <게이와 품절남>에서 게이는 오리무중이지만
우리 가게에서 밥을 먹고 간 친구는 품절남이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