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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4.30 4월의 단상 1
  2. 2008.06.28 바질 페스토
한국 Korea 160409~2013. 4. 30. 16:35

지나 겨울의 강추위가 물러가고 봄이 오자

노량진엔 숭어가 매일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듯 하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생선 장을 보는데

겨울엔 마땅히 쓰기 좋은 숭어가 잘 안보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 좋아져서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도 괜찮은 숭어가 넘치고 있다. 

하지만 날씨가 따뜻해지자 숭어 까르또쵸(종이찜) 주문이

반비례로 줄어들고 있다는..




3월 말에 겨울메뉴로 늘 내놓는 볼로녜제를 철수시켰다. 

라구 소스를 이번 다가올 겨울까지는 더 이상 안만들어도 되고

더불어 생면도 스톱이다. 

브레이크 타임이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 여유를 뒷마당 화단 돌보는데 쓰는 것도 작은 재미.

바질은 작은 싹을 내기 시작했고 올해는 쁘레쩨몰로도 재미로 키워보려고 한다. 

몇 가지 꼭 키우고싶은 허브가 있는데 이 종자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제 1순위는 커먼타임.

양재동에 가면 레몬타임만 잔뜩이고 커먼타임은 없다.

눈을 크게 뜨고 찾아보지만 언제나 없다.  

한 달 전에 롯데백화점 식품매장에 소량 포장돼 진열된

커먼타임과 세이지, 마조람을 보고 열광했고 좀 더 찾아보면 

종자를 구할 수 있을꺼라는 기대를 갖게 했는데

여지껏 종자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커먼타임은 거의 모든 요리에 사용하기 좋은 허브이고

특히 까르또쵸와 살시챠에 넣으면 독특한 풍미를 내주는 보석같은 존재.

오픈 초기에 가락동에서 종종 구할 수 있었는데

2년 전 부턴 통 보기가 힘들다. 

   마죠람은 마지막에 부어 나가는 라구 소스에 살짝 섞어주면

역시 좋은 풍미를 선사하는 매력적인 허브지만 이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세이지는 돼지고기 요리에서 거의 빠지지 안은 허브.

허나 잘 어울릴 것 같진 않는데..




가게 앞 화단에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있다. 

'풀또기'라는 다소 촌스런 이름의 이 나무는 분홍색의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며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꽃의 하나.

작년에 꽃봉오리를 잔뜩 머금었을 때 구입해

가게 앞 화단에 심었으나 갑자기 달라진 환경,

즉 소음과 매연과 정오를 넘어서면 닿지 않는 햇살 등의 이유로

꽃도 활짝 못피우고 비실비실 거리다 지난 겨울을 맞았었다.

추위가 물러가고 남쪽에서 벚꽃 소식이 들려올 즈음

크게 기대를 안했는데 1년새 이 혹독한 상수동에 나름 적응을 하셨는지

올해는 보란듯이 분홍색의 꽃을 활짝 터뜨려 주시면서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게 기특해서 요즘엔 물도 열심히 준다. 

길쭉한 화단에 단촐하게 서 있는 이 기특한 나무가 좀 심심해 보여

뒷마당에서 키우려던 한련을 일부 떠다가 한켠에 옮겨 심었다. 

식물들에게 가게 앞과 뒤는 천국과 지옥과도 같다. 

가게 앞은 소음, 매연, 부족한 햇살로 악조건이고

뒤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일조량도 풍부하고 평화롭기 때문.

그래서 여기선 다들 잘 자란다. 

작년에 모종을 사와 심었던 한련이 이곳에서 그야말로 떠들썩한 

시절을 보냈는데 근 2달 가까이 폭죽과도 같은 꽃을 연일 터뜨렸었다. 

그 모습을 감상하는 재미가 참 쏠쏠했었다. 

그때 받아놓은 씨를 잘 보관했다가 추위가 물러간 뒤 올해 3월에 심었고

그것들이 단 하나의 낙오도 없이 모두 싹을 틔어 나를 놀라게 했다. 

하찮은 식물과의 이런 정서적 교감은 애나 어른이나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다. 

암튼 이 가운데 몇 포기를 정성스레 떠서 지옥에 옮겨심었는데 

아기 손가락같은 작은 잎을 겨우 내놓기 시작한 이것이

혹독한 환경에 잘 적응해 작년과 같은 매력을 발산하게 될지 어떨지.. 


한련은 90세가 넘어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셨던 

나의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던 꽃이었다. 





지난주에 부산을 다녀왔다.

일요일 영업을 한 시간 일찍 마치고 8시40분 열차에 몸을 실었다.

역시 기분좋은 여행은 피곤도 잊게 만든다. 

1박2일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그래서 더 알찼던.

국제시장의 즐비한 구제가게에서 단돈 천 원짜리 티셔츠를 몇 개 샀고

유명한 부산오뎅도 두 봉다리나 샀다. (2만원어치)

남포동에서 유명하다는 씨앗호떡도 맛봤는데

씨앗호떡 관계자가 전하길 곧 홍대에서 등장할꺼라고.. (로얄티받고 전수하신 듯)

점심으로 밀면을 먹기위해 가게를 물색하다가

개금밀면으로 결정.

비록 밀가루 면이지만 밀면도 엄연히 냉면이니 반주가 빠질 수 없다. 

자고로 냉면은 '선주후면' 아니던가.

헌데 부산의 밀면집에서 술을 팔지 않는다는.. 

다행히 우리가 발딛고 선 곳이 개금시장.

주위를 몇 걸음 걷자 술 한 잔 마시기 좋은 허름한 가게 하나가 눈에 띈다.

4명이 점심햇살 드는 식당 창가에 앉아

명태전(대가리붙은 명태를 통으로 부쳐내는 독특한 스타일에 깜놀)과

부추전, 홍합탕, 세 가지를 안주삼아 C원소주 3병 격파하고 나니

개금시장이 어찌나 정겹게 느껴지던지..

알록달록 소쿠리에 소복히 쌓인 나물도 사고싶고

설탕범벅의 꽈배기도 사먹고 싶고 

갓튀긴 튀김들이 켜켜히 쌓인 떡볶이집에서 2차도 하고싶고..


정신차리고 개금밀면집에 입성.

비빔 하나와 물 3개 시켜서 후루룩 짭짭.

가격은 5천원. 개금밀면을 최근 확장공사를 해서 

내부 인테리어가 깔끔해졌다. 그래서 좀 실망했다는..

넓어진 홀과 벽 하나에 투사되는 오케스트라 연주 영상(이건 뭥미?)의 생경함과

선불하고 입장해서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면 '띵동'하고 쟁반에 담긴 밀면이 나오는 시스템.

혹시 잊은 손님들을 위해 남자직원이 마이크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번호를 불러준다. 

"243번 손님, 주문하신 음식 나왔습니다"


원칙은 먹고난 빈그릇도 식기반납함에 갖다놓고 나오는 시스템인데

우리를 이곳으로 안내한 부산친구는 완전 실망한 모습.

누구는 깔끔해져서 좋다고도 하겠지만

그런 변화가 싫은 이도 있다. 

음식장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맛을 최우선 가치로 얘기한다.

허나 그 맛이란 단지 혀의 감각에만 그치는 문제는 아닐뿐더러 

특히 단골이라는 특수한 사람들에겐 공간과 소품으로 확장된 '맛'의 개념을 무시해선 안된다. 

확장이나 이사를 신중히 해야하는 이유다. 

교훈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했던건 아닌데..






Posted by dalgonaa

며칠 전 수퍼에 오이를 사러 갔다가 잠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량으로만 판매하던 바질을 아욱 단 묶어 팔듯이 뭉텅이로 팔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렴해서 기존 가격에 비해 거의 1/4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으니 1유로도 아닌 단돈 65센트.(한국돈 1000원)

향기를 맡아보니 강한 허브향이 코를 찌르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혹시나 싶어 수퍼 점원을 잠시 붙잡고 바질이 맞냐고 물으니 맞단다. 그 얘길 듣고 바로 바구니에 담았다. 넓은 진열대에 고작 서너 단 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던 탓인데 이미 앞선 사람들이 싱싱한 놈들 위주로 먼저 쓸어간 것일 터. 가장 시원찮은 놈들이 남은 것임에도 싱싱하다.

이게 지난 주 화요일이었다. 냉장고에 넣어뒀더니 문을 열때 마다 바질향이 진동을 한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변국에서 수입해오는 몰타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정도인데 바질이 그 가운데 포함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날 접한 바질은 어쩐지 로컬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러니 가격도 쌌겠지.

바질은 잎을 먹는 허브다. 포동포동해 보이는 잎은 참 잘생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기에도 좋고 먹음직 스럽기도 하다. 따뜻한 기후조건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 풀이라는데 강한 향 탓에 우리의 전통 식단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바질은 각종 서양요리에 단골 향신료로 사용되며 말려서 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생 잎이다. 밀라노의 피자집을 가면 토마토 소스만 발라 석쇠에서 갓 구워낸 피자 위에 바질을 덥석 얹고 그 위에 올리브유를 빠른 손놀림으로 얇게, 그리고 넉넉히 뿌려준다. 미국식 피자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 시시함에 실망하거나 분통을 터뜨릴지 모르겠지만 단순함 속에 감춰진 깊은 맛을 아는 이들은 그 '시시함'에 환호한다.

바질을 손쉽게 즐기는 방법에 하나는 바질 페스토. 생잎을 뜯어 깨끗히 손질한 뒤 잣과 올리브유 듬뿍, 그리고 소금을 넣고 믹서에 갈아주면 쉽게 완성된다. 이놈을 알맞게 익힌 파스타에 비벼 먹으면 짭짤하고 부드러우면서 바질의 독특한 향과 잣의 고소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의 정통 이탈리아 식당이라면 이 메뉴가 있겠으나 웬만한 파스타집에선 좀 처럼 보기 힘든 메뉴 가운데 하나다.



>> 예전에 사먹었던 바질 페스토

몰타에 도착한 뒤 어느 날 수퍼에 들러 작은 병에 담겨 판매되는 바질 페스토를 한 병 사다가 푸실리에 비벼 먹은 적이 있다. 바질 특유의 향은 온데간데 없고 단지 짭짤함만 있어 여간 실망한게 아니었는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 지난 화요일이 제대로 찾아온 찬스였던 셈이다.

주말을 넘겨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낮에 수퍼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잔뜩 보고 배달을 부탁한 뒤 잣과 몇 가지 유제품만 챙겨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바질 페스토 만들기에 들어갔다. 사실 믹서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던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칼로 다져도 안될 건 없겠더라. 제이미 올리버가 사용하는 돌절구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마저도 없으니 뭐..

큰 잎들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쥔 뒤 끝부분 부터 조금씩 채를 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썰린 뒤에는 빠른 속도로 다져줬다. 이때 정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뭐 설명 안해도.. 어려울 줄 알았던 작업이 채 10분도 안돼 끝났다. 수북했던 잎들이 잘게 다져졌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10분 가량을 붙잡고 다져주니 뜻하지 않게 풀 비린내가 살짝 돌더라는 것.



>> 이번에 만들어 먹은 바질 페스토. 맛은 사먹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열무김치를 담가본 이들은 알겠지만 열무 잎을 소금에 절일 때 골고루 할 욕심에 너무 손으로 뒤적여 주면 잎에서 풀 비린내가 심하게 진동해 망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엄마들은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인다. 같은 원리가 아니었을까.. 심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좀 더 신속하게 끝내는 믹서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유리 병을 준비해 다진 잎을 넣고 올리브유를 듬뿍 붇고 소금도 넣었다. 잣도 같은 방법으로 곱게 다져준 뒤 넣고 숫가락으로 골고루 섞어주니 바질 페스토가 완성됐다. 올리브유와 바질의 궁합은 정말 근사하다.

푸실리가 없어 펜네를 삶을까 하다가 페투치니로 결정했다. 무슨 암호같지만 이놈들 모두 파스타 면의 종류일 뿐. (각각 나름의 특징과 기능이 있을텐데 이는 나중에..) 면을 삶아 건져낸 뒤 그릇에 담고 바질 페스토를 살짝 끼얹어 비벼먹으니 향이 물씬 풍기는 것이 좋다. 후추를 갈아 뿌리자 좀 더 풍미가 좋다.

뒤늦게 바질 페스토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마늘을 찧어 넣는다고 한다. 음.. 늦었지만 남은 페스토에 이놈을 넣어 먹어봐야겠다.



>> 잘 삶은 페투치니 위에 얹은 바질 페스토. 볼품 없어 보이지만 잘 비벼 먹으면 독특한 향과 함께 퍽 근사한 맛을 낸다. 여성들이 특히 좋아할 맛. 다음엔 저 면 위에 짜장을 얹어봐야겠다. 그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맛이겠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