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슬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6.25 거미줄을 걷자 1
한국 Korea 160409~2009. 6. 25. 18:15

블로그.. 그간 여기저기 거미줄 많이 쳐졌다. 귀국 후 사람들 만난다는 핑계로 관리를 게을리 한 탓도 있고 '이제 뭘 쓰나' 하며 마음을 못잡은 것도 있다. 여전히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지만 이제 더이상 그곳이 아니라 한국에 있다는 점에서 지나간 옛이야기나 풀어내는 것이 괜한 궁상은 아닐까 하는
자기검열(?)도 발목을 잡았고..

그리고 도저히 어쩔수 없는 그것, 게으름.. 아무튼 바질은 나름 쑥쑥 커가고 있는데 종이컵에 담긴 그 모습을
이제는 갈아치워야겠다는 생각과 더불어 Soo & Kim's salone의 식당을 열기위한
한국에서의 여정이 시작된 셈이니 그 여정의 자잘한 일들도 기록해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1년 훌쩍 떠났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 아니던가! 
(우리 스스로도 여전히 의심스러운 계획이지만..)

sss


 

바질(Basilco)는 제법 많이 자랐다. 지난 주에 인근 야산에 올라 모기에 뜯겨가며 붉은 마사토와 검은 낙엽토를 퍼와 섞은 뒤 스치로폼 박스에 옮겨심는 대대적인 분갈이를 했다. 규모로 보면
소꼽장난같은 일이지만 흙을 퍼담고 비율을 맞추고 햇살과 바람에 신경쓰고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며 성장에 방해가 될 만한 요소가 무엇인지 몇 번씩 고민하는 과정 모두가
스스로에게 중요한 경험이자 정보일 수 밖에 없다.

바질의 경우 햇살을 굉장히 좋아해서 적어도 6시간 이상은 햇빛을 보게 해주라는데 집의 위치가 좋지 않아
하루 3시간 정도가 고작이다. 그래도 큰 탈 없이 자라고는 있으니 다행이다. 
떡잎을 내고 이후 본잎이 자란 뒤 새 잎들이 나오는데 처음 나온 본잎이 제법 커지면서
양분을 저 혼자 독차지하는 것 같아 과감히 '가지치기'를 해줬다. 
잎을 따내니 손에서 바질향이 진동한다. 슬쩍 물에 휘저어 한 잎 넣고 씹자 
진한 향이 가득 퍼진다. 음.. 역시.. ㅋㅋ



잎을 쳐낸 자리에는 새로운 잎이 그 두 배의 숫자로 나오니 아까워할 이유는 없다. 
이탈리아에서 바질은 제노베제(Genovese)와 나폴레따노(Napoletano)로 나눠지고
각각 제노바(Genova)와 나폴리(Napoli)에서 유래된 듯 싶은데 
일반적으로 파스타에 소스로 비벼먹는 바질 페스토는 제노베제로 만들어 맛이 감미롭다는 특징을 갖고
 나폴레따노는 맛이 강해 피자나 샐러드용 소스로 만든다고 한다. 
책에서 일러주는 내용이 이렇고 바질 자체를 찾아보기 힘든 우리 식재료 풍토에선
뭐가 됐건 시중에서 만나는 것 만으로도 반가울 듯 싶다. 참고로 우리가 이탈리아에서 사온
씨앗은 제노베제고 국내 종묘사에서 구입할 수 있는 것 역시 제노베제가 주류를 이루는 듯 싶다.
그리고 보니 몰타에선 나폴레따노를 많이 먹었던 것 같다.

여름에 쏟아져 나오는데 한움큼 쥐어지는 넉넉한 다발에 잎들이 무성히 붙어있고
개중에 봉오리 진 꽃도 붙어 있었다. 우리돈 3천원 가량을 주고 사와서 흐르는 물에 씻고
잎을 뭉쳐 단단히 잡은 뒤 칼로 얇게 저미고 다져주어 다진마늘, 다진 잣, 소금,
그리고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에 담가내면
 싱그러운 향과 고소한 맛이 일품인 바질 페스토가 완성된다. 
바질 페스토는 스프링처럼 꼬불꼬불 꼬인 파스타인 푸실리(Fusilli)에 비벼먹으면
아주 맛있다. 
바질아, 네가 좋아하는 여름이 오는구나. 무럭무럭 자라거라. 


영 시원찮은 성장을 보이고 있는 쁘레쩨몰로(이탈리안 파슬리). 우리에게 파슬리라면 그저 요리의 조연,
그것도 먹지않는 장식용으로나 쓰인다.
생김새 탓에 컬리(Curly-오글오글, 꼬불꼬불) 파슬리라고 불리며 
좀 더 짙은 녹색에 쪼글거리는 잎이 제법 풍성해 보여서인지
요리를 맛이 아닌 눈으로 돋보이게 하는 역할에만 머물러 있을 뿐이다.
사실 서양요리에서도 컬리 파슬리는 식용보다는 장식이나 기타 다른 가공제품의 재료로 주로 쓰인다는데
국내에 먹는 파슬리가 아닌 보는 파슬리가 대중화된 배경은 아무래도 패스트푸드를 중심으로 전파된
어설픈 서양요리의 태생적 한계 때문은 아닐까 추측해 볼 뿐.
아무튼 서양요리에선 파슬리의 역할이 결코 적지 않아서
해산물 요리에선 저게 없으면 요리가 안될 지경이고 후추처럼 모든 요리의 대미를 장식하기도 한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과일안주에 낑겨나오는 컬리 파슬리와는 모양이 많이 다르다. 
잎도 가지런하고 모양도 제법 봐줄만 하다.
그렇다면 맛과 향에서 각기 모양이 다른 두 종류의 파슬리는 얼마나 다를까?
이를 입증할만한 객관적 데이터는 없다 ^^. 다만 요리해보고 먹어본 경험에서 보면
 사진에서 보는 이탈리안 파슬리가 조금 더 향과 풍미가 좋다. ('~인 것 같다'가 아님!!)
파슬리를 뭉쳐 움켜쥐고 도마위에서 사각사각 잘게 썰어보면
그 차이를 대번에 느낄 수 있는데, 
줄기에 수분이 많아 썰리는 소리가 경쾌하고 시원하면서 향이 금방 올라오는 반면 
컬리 파슬리는 느낌이 둔하고 향도 떨어진다.
이탈리안 파슬리 역시 바질, 루꼴라(채소로 분류됨), 그외 여러 식용 허브와 더불어 시중에서 구하기
진짜 어려운 허브로 집에서 솜씨를 뽐내고 싶다면 직접 재배하는 수고 말고는 현재로선 없다.

3주째 생육이 멈춰있어 뭐가 문제일까 생각하다가 분갈이중에 실뿌리가 제법 튼실히 뻗어가는
힘있는 광경을 믿고 잎줄기를 몽땅 잘라냈다. 
힘을 키워가는 하체에 기대를 걸어보기로 한거다.
튼실한 잎줄기가 쑥쑥 나올까?


모셔만 두고 있던 루꼴라를 며칠 전 파종했고 3일만에 저처럼 싹이 나왔다.
그 어느 것들 보다도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에 살짝 감동했다.

바질이나 쁘레쩨몰로가 요리에 풍미를 더해주는 역할이라면 루꼴라는 그 자체를
양과 맛으로 즐기는 채소 아니던가.
고소하다고 해야할까?
때론 매운 뒷맛을 남기지만 특유의 맛을 한 두 번 즐기다보면 어느새 중독되고 만다.
샐러드로 많이 먹고 피자나 파스타에도 듬뿍 얹어 먹는데 조화가 아주 좋다.
이탈리아로 떠나기 전 어느 식당에서 루꼴라 피자를 한 번 먹은 적 있는데
야박한 양에 아쉬웠다가 이탈리아에선 무슨 나물 먹듯이 젓가락으로 듬뿍듬뿍 집어가며 먹었었다.
저놈들 생육을 지켜본 뒤 성장에 큰 문제가 없다면 제법 큰 화단을 꾸며
상추 키우듯이 해서 그때그때 수확해 먹으려고 한다.

이상의 것들은 지금이야 재미삼아, 실험삼아, 경험삼아 키워보고 있지만
식당 오픈을 앞두게 되면 그때는 별도의 공간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본격적인 재배에
돌입할 생각인데 마땅한 장소나 임자를 만날 수 있을런지 원..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