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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15 지중해 태양에 당하다. 4

사막에서 생존하는데 물은 필수다. 그에 더해 중요한 또 한 가지는 옷. 어느 곳 보다도 강렬한 태양과 그 태양이 내뿜는 자외선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장구를 갖추지 않는다며 피부는 곧 붉아 달아올라 터져버리고 말 것이다. 어떻게 아느냐고? 김군이 바로 그 직전까지 갔기 때문이다.

어제 갔던 곳은 집에서 버스로 40여분을 가야 하는 '골든 베이'. 운전기사의 난폭한 운전을 이곳에선 대수롭지 않게 보는데 이방인에겐 여간 살떨리는게 아니다. 급 커브 구간에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아 차 아래에서 들려오는 뭔가 부러지는 듯한 소리는 그 공포를 더욱 배가시킨다.

그래도 목적지에 도착하자 온몸이 시커먼 털로 뒤덮힌 운전기사는 "This is Golden bay!"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삶의 낙원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듯 웃음을 지어보인다. 내겐 그 웃음이 지옥에서 살아남은 기분이 어떠냐는 조크로 보였지만..



>> 몰타는 화산지형이라 모래비치가 흔하지 않지만 이곳은 예외.

점심 무렵 도착한 해변은 우리 동네의 낯익은 록비치와 달리 샌드비치다. 몰타섬 자체가 화산지형인지라 모래는 다소 어두운 색을 띄는데 그래서 '황금'이라는 이름을 붙인게 아닐까 싶다. 어제 여행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김군 반의 친구들로 한국에서 온 타군과 러시아에서 온 두 명의 미녀, 나지아와 줄리아, 모두해서 4명.

주위를 둘러보니 동양인은 타군과 김군 둘 뿐이다. 사실 김군은 오래전부터 골든베이에 놀러가자는 타군의 강권을 사양하고 있었는데 이 줄기찬 요구에 나지아와 줄리아가 가세하면서 결국 고집을 꺾을 수 밖에 없었다. (아.. 영어공부해야 하는데..)

사실 김군은 지난 주말, 파워보트 경기를 구경할 때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던 탓에 팔만 타버려 마치 어깨까지 오는 시커멓고 긴 장갑을 낀 것 같은게 여간 보기흉한게 아니었다. 그래서 이왕 가는 김에 몸통을 태워 발란스를 맞추자는 것이 김군의 생각.



>> 물놀이 즐기는 풍경은 한국이나 몰타나 크게 다르지 않지만 굳이 다른 점이라면 브래지어를 풀은 이른바 '토플레스'들도 종종 볼 수 있다는 것.

곧 신발을 벗고 모래 위를 걸으니 그 열기가 장난이 아니다. 뜨거운 고통을 참아가며 모래사장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준비한 커다란 비치타올을 깔고 각자 그 위에 몸을 눕히고 태양에 몸을 맡겼다. 김군은 이미 타버린 팔 전체에 선크림을 바르고 나머지 몸에는 바르지 않았는데 바로 그 발란스 때문. 그러나 결국 여기서 사단이 나고 말았다.

물 속에 들어가 수영을 하고 짠 물도 마시고 높은 언덕에 올라가 사진도 찍고 하는 동안에는(물론 이때도 웃통을 벗고 있었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피곤해진 몸으로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니 어느새 몸 전체가 서쪽 하늘의 노을처럼 붉게 변해있는게 아닌가?

그러나 이 순간에도 지난 주말 팔이 겪었던 다소간의 따끔한 고통이 있다가 말겠지 하고 괘념치 않았데 밤으로 접어들 수록 따끔거리는 고통이 심해져갔다. 결국 SOS를 청해 오이와 감자를 동원해 온몸에 붙이기 시작했다. 햇빛에 의한 피부 화상에는 오이나 감자, 특히 감자가 좋다지?

썰어 붙이고 갈아 붙이고 하니 조금 안정되는가 싶다. 그러나 그도 잠시. 결국 밤새 자는 동안 몸을 뒤척일 때 마다, 또는 한 자세로 자다가 몸이 뜨거워져 몸을 뒤척일 때 마다 바늘로 콕콕 찔러대는 듯한 따가움을 비몽사몽 느껴가며 잠을 이뤄야 했다.  

원래부터 약한 피부를 가진 탓도 있겠지만 문제는 역시 유난스런 지중해의 태양과 거기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방심이 더해져 빚어낸 결과다. 고작 4시간의 물놀이로 몸이 통째로 익어버리다니..



>> 쯧쯧.. 저러고 돌아다니다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