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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08 이탈리아 아침식사 An Italian breakfast 4
이딸리아 Italia 300908~2008. 10. 8. 05:55


지난 주 토요일. 아침 9시 반에 베로나(VERONA)와 베네치아(VENEZIA) 사이에 있는 파도바(PADOVA)를 향해 출발했다. 파도바는 이미 전에 한 번 얘기했던대로 엘리자베타의 부모님이 살고 있는 동네. 그녀는 요즘들어 파도바를 찾는 발길이 잦아졌다. 아침도 거르고 출발하는가보다 싶었는데 카페 앞에 차를 세운다. 사실 유럽 대부분이 그렇지만 매장을 정면에서 바라보지 않는 이상 길가에 어떤 상점이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상점 하나에 적게는 3개, 많게는 5개 이상을 간판으로 내거는 우리, 또는 아시아의 분위기와는 완전히 다르다. 이는 초행길의 사람들, 즉 여행자들에겐 사실 적잖은 불편을 안겨준다. 길 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지 않는 이상 구멍가게 하나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네온을 자세히 보고 나니 카페라는 걸 알겠다.


안으로 들어서자 한산한 바깥 분위기와는 달리 사람들로 북적인다. 평일도 아닌 토요일, 엘리자베타는 이탈리아(적어도 베로나) 사람들이 이런 곳에서 아침식사를 즐긴다고 한다. 4명의 점원이 부지런히 커피를 뽑고 빵을 담고 계산대에서 잔돈 치르기에 여념이 없다. 손님들은 저마다 한 잔씩의 커피에 크로와상, 또는 패스트리를 물어 뜯으며 아침부터 귀가 따갑게 이야기들을 주고 받는다.



이것이 바로 아침 식사.

에스프레소 한 잔과 크로와상 한 조각. 커피라면 사족을 못쓰는 강양에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김군에겐 쓰디 쓴 어떤 것 일뿐. 커피맛을 모르는 것이 한편으론 삶의 중요한 낙(樂) 하나를 잊은게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어쩌랴.. 그 맛이 해독이 안되는걸. 

한국에서 가끔 사람들과 커피전문점에 갈 때면 바쁘게 커피를 뽑아내는 모습을 별 생각없이 지켜보곤 했는데 이른 아침부터 동네 '밥집'의 하나라는 곳에서 저렇게 바쁘게 커피를 뽑아내는 모습을 보자 문득 커피산업의 규모를 생각케 만들었다. 베로나라는 작은 동네의 작은 카페에서 저 정도니 매일 아침 이탈리아에서만 소비되는 커피량은 도대체 얼마이며 전 세계적으론 또한 얼마일까?

밤 하늘의 별을 헤아리는 것 만큼의 어리석은 궁금함은 아니겠지만 커피생산 노동자들에게 하느님의 축복이 아닌 소비자들의 반짝반짝거리는 지폐가 충분히 흘러들어갔으면 하는 바람이 갑자기 들더라는..  

아빠랑 함께 온 작은 꼬마숙녀들은 아빠가 에스프레소를 비우는 동안 알록달록한 빵 한 조각에 코코아 한 잔을 너끈히 비워냈다.

허나 아침식사가 건강에 좋다는 의학적 결과에서 보자면 안 먹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에스프레소에 빵 한 조각은 어쩐지 미덥지가 않다. 다소 오래 전, 쌀쌀한 아침 길에 리어카에 실린 큰 냄비에서 김을 새하얗게 내뿜으며 끓던 순두부. 한 그릇 소담하게 담아낸 뽀얀 단백질 결정체 위로 잘게 썬 파를 듬뿍 넣어 어느새 걸죽해진 초간장을 한 수저 올려 후루룩 떠먹던 그 맛이 유난히 간절해진 이날 아침이었다. 먼길을 떠나니 유독 그리 느꼈을 수도..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