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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8 식당이름 9
한국 Korea 160409~2009. 9. 18. 01:06
오래전부터 가게 이름을 고민하고 있지만
입과 귀에 착 감기는 이름은 아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홍대를 돌아다니며 살피는 가게들 가운데 나름 뇌리에 남는 이름들은..

<감싸롱>
8천원대 안팎의 수제햄버거를 파는 식당으로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구조에 마당에 감나무가 있다. 거기서 착안한 듯.

<폴 & 폴리나>
유럽식 수제빵을 내놓는 베이커리.
빠리바게뜨와 뚜르쥬르로 대표되는 기성 빵문화의 단조로움에
활력을 불어넣는 빵집으로 요즘 새롭게 뜨고 있다고.
이름의 연유는 모르겠으나 입과 귀에 잘 감긴다.

<비너스 식당>
'식당'이라는 낮은 문턱에
'비너스'라는 제법 격조있는 이름이 더해져 뭔가 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낸다.
우동과 파스타를 비롯해 대중성 높은 메뉴를 전면에 포진시켰는데
음식만 보자면 10점 만점에 4점.
스타일과 인테리어보고 오는 집인 듯.

<삼거리 포차>
수노래방과 더불어 어느새 홍대 길찾기의 기준이 돼버린 이름.
지리적 특성을 적절한 이름으로 표현해 냈을 때 그 위력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예이다. 
언제나 술꾼들로 바글바글.

<肉(육)값 하네>
대포집 분위기의 고깃집.
노력, 혹은 우연의 결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장난스러운 매치와 달리 과연 내실에 충실할지 경계가 앞선다.
다행히 고기가 괜찮은지 빈 테이블이 별로 없다.
허나 테이블이나 실내 디자인이 왁자지껄 분위기가 아니라
호마이카 테이블에 깔끔떠는 분위기로 갔다면 99% 망할 이름.


<KU BAR>
발음만 듣자면 쿠바(CUBA)인 셈인데
이왕이면 'CU BAR'로 바꾸고 럼 따위를 전략품목으로 내놓으면서
캐러비언풍을 선보였다면 BAR를 찾는 이들에게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계단 손잡이나 처마에 꼬치불 빙빙 감으면 영락없이 한철 해수욕장 BAR 느낌.

<죠스 떡볶이>
홍대의 동맥으로 통하는 주차장 길에 떡 버티고 선
'조폭 떡볶이'의 영역을 위협하는,
어쩌면 이미 접수해버린 집.
매운 맛의 공포, 혹은 강렬함이 '죠스'와 이런식으로 매치될 줄은 정말 몰랐다.
맛을 떠나 '조폭'과 '죠스'중에 골르라면 죠스에 한표. 


홍대의 수 많은 식당들을 살피며 돌아다녔는데 이곳 말고 몇 곳을 제외하면
뇌리에 딱 꽂히는 이름의 집은 별로 없는 듯 싶다.
<돈까스 참 잘하는 집>도 초기엔 신선했고 믿음이 갔지만
여기보다 더 잘하는 집이 생기면
억지부리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신뢰는 쉽게 허물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예전에 서교동에 사무실이 있을 때 <다복길>이라는 밥집이 있었다.
그 길가 이름이 '다복길'이어서 별다른 상상없이 지은 이름인 듯 싶었는데
특이한 건 '세상에서 두 번째로 맛있는 집'이라고
간판에 작은 글씨로 부제를 달았다는 점이다.
애교스런 겸손이었지만  그러나 지금 우리 기억엔 
세상에서 첫 번째로 맛있는 집으로 남아 있다. 
그런점에서 보면 이름과는 관계없이 결국 식당은 맛과 서비스가 핵심 아니겠나?

  음..
그래도 식당 이름은 더 고민을 해봐야겠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