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8.16 진주냉면 8
한국 Korea 160409~2009. 8. 16. 23:17


예상치 못했던 여행, 여수를 거쳐 진주까지 왔다. 
날씨가 어찌나 뜨거운지 촉석루에 누어 잠시 땀을 식혔는데
시원한 바람에 취해 그만 낮잠까지 청했다.
보는 문화재가 아닌 누리는 문화재를 가진 진주에 대한 부러움으로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고려시대때 지어진 이 탐스러운 공간은 이후 다양한 전쟁을 거치면서 사라고 재건되기를
반복했고 현재 건물은 50년 전 쯤에 새로 지어졌다고.



바라다 보이는 남강도, 뜨거운 햇살도, 앉아 쉬는 사람들도 마냥 평화롭다.  
한 시간 가량 쉬고 느지막한 점심,
요즘 한창 인기를 구가한다는 진주냉면을 맛보러 식당을 찾았다.


비좁은 시장골목에 숨어있는 냉면집이지만 진주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찾은 식당인지
길을 묻는 족족 한치의 주저함 없이 길을 가르쳐준다.

식당에 들어서니 점심치곤 늦은 시간임에도 방바닥엔 손님들로 가득찼다.
가게주인의 부인은 카운터에서 전화기를 붙잡고 시끄럽게 통화중이고
10대 중반과 후반으로 보이는 두 딸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님들의 계산을 돕고 만원짜리를 세고 있다.

큰 쟁반에 냉면그릇을 가득 채워 그 무게 때문에 허리가 반쯤 꺾였지만
들고 나르는 종업원 아줌마들의 팔뚝은 단단하고 억척스러워 보인다.

벽에 붙은 홍보글을 보니 북에는 평양냉면, 남에는 진주냉면이라는 이야기가 전해온다나..
진주냉면의 특징은 육수와 있단다. 
평양냉면이 쇠고기로 국물을 내는 반면 진주냉면은 해물로 국물을 낸단다.
고명도 편육 기름에 부친 고기전을 올려준다고.
일전에 EBS의 <요리비전>을 통해 진주냉면을 접한 바 있어 맛이 궁금하던 차였으니 기회가 왔다.



일행은 모두 물냉면을 시켰으니 나는 비빔냉면을 시켜본다. 
어차피 좀 나눠먹으면 되니까.



반찬  깔리고..
열무김치 팍 익은 것 까진 좋은데 조미료 맛이 깊다.



먼저 나온 비빔냉면. (보통 6,500원)
유기에 담긴 폼새가 제법 기품이 뭍어난다.
그릇에서 큰 점수를 먹고 들어가는 진주냉면.
냉면은 비벼져서 나왔고 양이 무척이나 많아 살짝 놀랐다.
고명으로 얹어진 계란은 노른자가 쏙 빠져 있는데 재밌게도 황지단이 그 빈자리를 대신한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혹시 맛이 텁텁해지는 것을 막기위해서인가?



 물냉면도 나왔다. (보통 6,000원, 특대 7,000원)
비교적 어두운 색감의 육수에 각종 고명들이 올려졌다.
계란 흰자와 황지단, 실고추의 색감조화가 제법 그럴듯 하다.
의정부나 마포에서 먹는 평양냉면의 어딘가 허술한 듯한 고명과 왠지 비교된다.

국물부터 한술 떠서 먹어본다.

음..  ..  ..  ..  .. 

간장맛이 바탕에 깔려있고 살짝 달달하니 감칠맛이 돈다.
해물육수라고 하길래 무슨 맛일까 싶었는데 멸치 등의 마른 해물을 우려 쓴 뒷맛을 제거하고
여기에 간장으로 간을 맞춘 육수다. 
나름 비법을 집약해 넣었겠지만 특별히 독특하다는 것은 못느끼겠다.
비빔냉면도.. 그릇만 플라스틱으로 바꾸면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3,500원에 먹는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비빔냉면이란게 어딜 가나 그 맛이 똑같긴 하지만..

사실 최악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면.

재료배합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메밀은 아니고 평범한 칡냉면에 가깝다.
색감도, 질감도, 두께도, 맛도.
짭짤 달달한 육수에 칡냉면이라..
일행들, 애초 반색하던 표정은 사라지고
몇 젓가락 먹으면서는 말도 특별히 없다.
칭찬이라야 고작 '국물이 좀 색다르구만'이 전부.



헛헛할 것 같아서 주문한 고기전도 특별할게 없다. (15,000원)
다진 쇠고기를 계란물에 넣어 기름팬에 부쳐낸,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맛.
 냉면에 고명으로 올려지는 고기전도 결국은 이것.



한 번쯤 진주냉면의 유명세를 확인해보는 것도 나쁜진 않겠지만
진주에서 딱 한 번의 식사기회밖에 없다면 진주냉면보다는 진주비빔밥을 추천한다.
불행히 먹어보지 못했지만 진주토박이가 일전에 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렇다. 

"난 진주냉면이 왜 맛있다고 하는지 잘 모르겠어. 차라리 진주비빔밥이 훨씬 특색있고 맛도 좋은데.."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