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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6 김군, '용단'을 내리다 4

아침에 기상, 빈 속으로 학원가고, 10시 30 1교시 끝, 30분간 휴식한 뒤 다시 12시 30 2교시 끝, 그리고 집으로 귀가.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같이 반복되는 생활이다. 그러나 이런 일상에도 변화는 있었다. 김군은 교실을 바꿨고 강양은 선생이 바뀌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군은 그 변화에 만족하고 있고 강양은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이렇다.

 

지난 주 레벨 테스트 시험을 통해 김군은 1레벨 클래스, 강양은 2레벨 클래스를 지정 받아 1주일간 수업을 받았다. 그 결과, 김군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1레벨 수업에 불만과 초조감이 쌓여간 반면 강양은 수업에 매우 만족해 했다.

김군의 Teacher인 캐서린은 다소 억센 몰티즈 억양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김군은 그 발음에 적응하는 것도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Listen & comprehension에 취약함을 드러냈다. 애초 닦아놓은 실력이 없으니 허겁지겁 눈치만 살피며 수업에 끌려가다시피 했고 한 명씩 지정되어 풀은 문제를 이야기할 때는 온 몸에 식은 땀을 쏟아내야 했다. 이는 비록 김군만이 갖는 증상은 아니었는데 다소 덜하긴 했지만 독일에서 의자를 만들다 온 마크스와 교실의 새로운 얼굴 체코의 헬리콥터 조종사, 얀도 증상은 비슷했다.  

 

결국 김군은 어제 화요일, 평소보다 20분 일찍 학원에 도착해 교무실을 찾아갔다. 그리고는 I’m studying in English level 1, but I think it’s not easy for me. So I want to have a chance to take a ‘Beginner class’ just today. 그렇다. 하루만 수업을 들어보고 만족하면 Beginner Class로 내려가겠다는 용단을 내린 것이다.

(이 학원은 Beginner에서 시작해서  Level 4까지 있다)


그리고 어제 그 첫 수업을 들었는데 결과는 만족이다. 몰티즈에서 태어나 영국과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 등에서 생활하고 그 때문에 영어, 불어, 이탈리아어, 몰티즈어, 4개 국어에 능통한 Beginner Class 선생, Edith(‘이딧으로 발음)은 발음부터 매우 정확했고 아주 천천히
수업을 이끌었다. 다국어를 하는 그녀이니 낯선 외국어를 처음 배울 당시에 느끼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잘 안다는 듯, 그녀는 발음 하나하나, 설명 하나하나에 정성을 기울였고 세심함과 친절함이 느껴졌다.

 

그러나 무엇보다 만족스러운 점은 이탈리아의 사르디나 섬 출신으로 주책이다 싶을 정도로 목이 젖혀지도록 큰 소리로 웃는 마리아, 스위스에서 온 건장한 사나이 레네와 가끔씩 나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는 새침한 오드리, 바비 인형이 고스란히 늙어버린 얼굴의 체코 아줌마 야르슬라바,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담배와 술, 싫어하는 것은 토마토와 사과라는 독일의 뚱보 마티아스, 마지막으로 5개의 방과 2대의 자동차, 넓은 정원과 수영장을 갖춘 집에서 살고 있다는 60살의 베로니카, 바로 이들과 견줘 볼 때 김군의 영어 실력(정확히는 눈치)이 좀 더 낫다는 것이다. ^^

 

하위 그룹에서 잘한다는 걸 자랑하는 게 아니라 김군과 거의 비슷한 수준들이다 보니 긴장이풀리고 더불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Beginner로 옮긴 후 그간 굳게 닫혔던 입이 비록 짧더라도 문장을 토해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김군 스스로 대견스럽게 느껴질 정도니 말이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수업이 진행되는지 궁금한 분들을 위해 조만간 기회가 되면 Edith과 나머지 학생들에게 양해를 얻어 수업이 진행되는 과정을 비디오 카메라에 기록해볼 계획인데 가능할까 모르겠다.

 

반면 강양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학생들간의 대화를 최대한 많이 유도해 실습의 기회를 넓혀주고 발음과 문장을 일일이 교정해주는 정성으로 학생들로부터 신망을 한 몸에 받았던 Julie가 이번 주부터 6주간의 휴가를 떠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바 있다. 문제는 그녀를 대신해 온 Rachel의 수업이 너무 형편없다는 것이다. 대화의 기회를 주기 보다는 선생 자신이 더 많은 말을 한다는 점, Teaching에 대한 의지의 부족, 당연히 Skill도 없다는 점, 따라서 여러 면에서 Julie와 비교할 때 정성이나 세심함이 떨어진다는 점 등이 불만의 이유다.

 

급기야 독일에서 온 우타는 강양에게 'I hate this teacher'라고 귓속말로 자신의 소견을 밝히더니 바로 오늘부터 결석을 했다. 2주간의 짧은 일정으로 지난 주부터 Julie수업에 참여했던 그녀는 앞으로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몰타의 따뜻한 햇살 아래 형편없는 Rachel을 저주하며 남은 시간을 보낼 작정이라는 후문이다.

 

우타의 결석을 궁금해하던 에마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에마는 아예 이 참에 레벨 3으로 교실을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자신은 원래 더 실력이 높은데 레벨테스트 때 너무 긴장해서 지금 레벨보다 높은 곳으로 옮겨야 할 것 같다는 것이다.쥴리에게 배울 때는 없었던 이유가 이틀만에 생긴 것이다.
아무튼 여전히 모르는 구석이 많은 영어지만 그 영어가 약인지 독인지는 가려낼 줄 알 만큼 우리의 실력과 눈치와 요구도 아주아주 조금씩 늘어가고 있는가 보다.



>> 첫 번째 사진은 김군이 처음에 듣던 'Level 1'클래스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Beginner' 클래스의 모습이다. 레벨 1 클래스에선 한국인이 4명이었던 반면 비기너 클래스에 한국인은 나 하나 뿐이다. 비기너 클래스 사진에 등장하는 인물은 왼쪽부터 Rene, Maria, Edith, Audrey 그리고 Jarslava다. 맨 아래 사진은 학원 전경. 1층에 Subway 카페테리아가 있고 쉬는 시간 학원 앞은 햇빛을 쬐려는 남녀노소들로 북적인다. 좀 더 직진해 왼쪽으로 꺽어지면 몰타의 '신촌'이 펼쳐지는데 특히 주말이면 피해갈 만큼 시끄러워진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