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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4.15 영어 공부는 이 아니면 잇몸 8
눈 깜짝할 사이에 한 주가 지나갔다.

처음 레벨 테스트를 보며 긴장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한 주를 무사히 넘긴 것이다. 이미 밝힌 바대로 강양의 선생은 잉글리쉬인데다가 교수법도 무척 맘에 들어 흡족한 가운데 수업을 받았었다. 그러나 지난 금요일 갑자기 배드뉴스가 생겼다. 굳티쳐인 '쥴리'가 6주 동안 휴가를 가기 때문에 선생이 바뀐다는 것이다.

런던 출신으로 영국에서 선생을 하다가 프로모션 회사로 전직 한 후 현재의 몰티즈 남편을 만나 결혼, 몰타로 정착하면서 다시 선생이 된 쥴리. 런던 친정에 잠시 들렸다가 미국 플로리다로 휴가를 즐기러 갈 것이란다.
강양을 비롯한 모든 학생들은 서운함을 감추지 못했다.

스위스에서 회계사를 하는 율크, 역시 스위스에서 쉐프 겸, 의상디자인을 하는 에마, 베를린 출신으로 나오미 와츠 등 유명인들의 영화 의상을 만든 경험이 있는 우타, 옥토버훼스트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바바리안 만프레드,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로서 현재 프랑스에서 공부중인데 잠시 휴가철을 이용해 영어를 배우는 일본인 유키, 인터넷 쇼핑몰에서 음악씨디를 팔다가 여행을 꿈꾸며 몰타에 온 동경 출신 마키, 프라하에서 교직에 있는 수잔나, 마지막으로 항상 먹을 것에 관심이 많은 중국소녀 보니. 강양반의 학생들은 대부분 3주에서 길어야 한 두달 정도만 몰타에 머물 예정인지라 다시 쥴리를 보지 못할 것을 아쉬워했다.(자세한 급우들 소개는 다음 기회에) '수연은 반드시 다시 보게 될거야. 약속해'라고 쥴리 선생이 강양에서 인사를 건냈어도 서운함이 가시지 않았다.

그렇게 주말을 보낸 후 월요일 첫 수업이 시작되었다.
새로운 선생은 레이첼. 옅은 구릿빛 피부에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젊은 몰티즈 여성이다.
그렇다면 레이첼의 수업은? 결론적으로 불만족스럽다.
모든 선생이 쥴리 같을 수는 없지만, 쥴리와 리이첼을 비교했을 때 레이첼의 수업은 말을 훈련할 기회도 적고, 이해도나 흥미도도 많이 떨어진다.

수업 내내 반을 바꾸어야 하나 마나 고민하는데(이 학원은 반을 바꿔달라면 언제든지 바꿔준다고 한다) 쉬는 시간에 오늘의 뉴훼이스 에버린이 나에게 찰싹 붙었다. 홀랜드의 19살 소녀 에버린은 어제 새벽에 도착해서 이번 한 주 동안만 영어를 공부할 계획이란다.
일주일간 영어 공부하러 몰타에 왔다고? 유럽인들의 영어 공부는 우리랑 다르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이 아가씨는 정말 공부하러 온 것 같지가 않다.

두 번째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에버린은 다시 내게 다가왔다.
결국 어찌어찌 하다가 에버린은 우리집에 처음 초대된 외국인이 되었다.(한국인은 4명 있었다) 김군이 급조한 김밥과 중국산 김치라면으로 대충 접대한 후 오늘 저녁 웰컴 파티까지 같이 가기로 했다. 에버린이나 강양이나 그닥 능숙한 영어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한 주 내내 아무래도 같이 붙어다닐 것 같다.
내일은 숍들이 밀집한 슬리에마에 같이 가자나?

이 아니면 잇몸이라더니, 영어공부에 선생 아니면 친구?(그것도 20살이나 어린!)

웰컴파티 가기 전에 오늘 수업 복습이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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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년 19세. 관광관련 공부를 하고 있는 네델란드 소녀 에버린. 춉스틱 사용이 처음이라는 에버린은 포크를 거부하며 어렵게 라면을 먹었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