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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2 엘리자베따에게 ( per Elisabetta ) 10
한국 Korea 160409~2010. 11. 22. 13:42
엘리자베따는 이태리 베로나에 살고 있는 친구다.
얼마전 그녀에게 오랫만에 편지를 썼고 곧 답장이 왔는데
내용을 잘 있다는 거였고 그 증거로 이혼 후 만나고 있는 새로운 남자친구와
지난 여름 프랑스로 여행을 가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함께 보내왔다.
이태리에 있을 때 시에나로 엘리자베따와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곳의 한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그 남자친구를 우리도 만난 적이 있다.
키가 큰 남자였고 우연찮게도 엘리의 전 남편도 키가 컸다.
나중에 그녀가 고백을 통해 밝혔지만 키 큰 남자가 좋다고 했다.
우연이 아니었던건데 엘리는 165 조금 넘는 키다.

도대체 어떤 요리를 내는지 궁금해 미치겠다는 엘리를 위해
요 며칠 귀찮음을 무릅쓰고 카메라를 들었다. (1년 가까이 고정 반복되는 생활에서,
게다가 주문이 밀려 신속히 접시가 나가야 하는 상황에선 
사진 한 방 찍은 단순한 일도 엄청난 도전이 된다)

그리고 몇 가지 사진을 담아냈다.
그녀를 위해 준비한 몇 장의 사진들 중 일부.


방울 토마토를 말리고 있다.
썬드라이 토마토는 당연히 햇살 아래서 장시간 말려야겠지만
우리 실정에선 쉽지 않다.
오븐을 100도에 맞추고 3시간 가량 넣어두면 저 상태가 되는데
안에서 뜨거운 공기를 불어주는 컨벡션 오븐이면 더 좋다.
접시 위 요리에 조연으로 곁들이면 제법 근사하다.
맛도 단맛이 농축되어 훨씬 진해진다.



올 겨울에 쭉 밀고 갈 생각인 라자냐.
손수 만든 프레시 치즈에 데친 시금치를 무치고 층층이 그라나 치즈를 때려 넣었으니
치즈맛이 깊다. 거기에 모짜렐라까지 층층이 곁들이니 씹는 맛까지.
잘게 찢은 고기가 들어간 라자냐를 하다가 고기가 똑 떨어지면서
다른 재료를 찾다가 시금치를 넣었는데 반응이 괜찮다.
하지만 곧 고기도 다시 준비해서 두 가지를 병행할 생각.
원래 라자냐엔 라구 소스를 넣지만 그건 아래 파스타에서만 쓰기로.




볼로네제 파스타.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토마토 소스에 3시간 이상 푹 끓여 완성하는 메뉴.
면은 생면인데 이걸 시작하면서부터 브레이크 타임에 쉬는 시간이 30분 정도로 줄었다.
점심장사 끝나면 반죽하고 2시간 후에 그걸 밀어서 면을 만든다.


생면. 고된 겨울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증거다.
이탈리아에선 파스타 반죽용 계란이 따로 있다. 노른자의 색이 붉을 정도로 진해서
면을 뽑으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노란빛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이탈리아 계란같은 빛깔의 계란이 없다.
이 사진은 붉은 조명 아래서 찍어 좀 노랗게 나왔을 뿐.
요즘 그래서 궁리중인데 노른자면 사용해볼까 하는 것.
근데 발목을 잡는 것이 버려지는 흰자다.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단순한 기호 하나를 위해
멀쩡한 다른 하나를 버리자니 자꾸 찝찝한 생각이 들어 계속 번민중.


지난 여름에 열심히 만들었던 바질 페스토.
이게 주방에는 아주 효자 메뉴인데 바질 1kg 정도는 한 시간 만에 소스를 만들 수 있고
그걸 일주일 넘게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주문이 들어오면 면만 삶아 건져 소스 한 숟가락 넣고 비비면 끝.
팬을 쓸일 도 불을 쓸 일도 없다.
연두색의 식감이 별로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름철 따분한 식감에 활기를 넣기에 손색없는 메뉴.
다시 봄이 오고 바질 값이 내려가면 우리 가게서 어김없이 내놓을 메뉴다.


중국집에 짜장면과 짬봉이 있다면
우리 가게엔 살시챠와 마레가 있다.
요놈이 바로 마레.
건방 좀 떨자면 해산물 파스타를 내놓는 많고 많은 홍대의 파스타집들 가운데
이 가격대(13,000원)에서 이 맛과 품질을 누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좀 알려주시라.
홍합과 바지락 씻어 해감물에 담그고
가리비는 껍질에 붙은 이물질을 일일이 제거하고
오징어는 껍질을 모두 벗겨 링으로 썰고
새우는 껍질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다.
이 요리는 팬도 두 개를 사용하는데 하나는 파스타 용,
하나는 오징어와 새우를 튀기는 익히는 용이다.
오징어와 새우는 석쇠에 구워내면 훨씬 풍미가 좋아지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방엔 그럴만한 공간이 없다.
언젠가 좀 더 넓은 주방으로 옮겨간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석쇠는 꼭 넣을 생각이다.
생면 파스타를 바로바로 뽑아낼 수 있는 공간도 상시공간으로 꾸미는 건 물론!
지금은 한 작업대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계획을 세워 할 수 밖에 없는데
아주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들이다.


오랫만에 사진 곁들이는 글을 쓰니..
보기 좋쿠나.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