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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9.03 몰타가 놀라운 이유 하나

 

지중해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것 가운데 하나인 저 불꽃. 저것이 특별한 이유는 화려함이 아니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터뜨리는 과감함에 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니라 대략 2분 간격의 뜸을 두고 하나씩 터진다. 이 시간에 바닷가 거리에 나가보면 사람들은 여전히 제각각의 속도로 산책을 즐기고 있고 카페에는 와인잔을 가운데 놓고 마냥 검은 바다를 응시하는 이들이 있고 바에는 아무도 안보는 TV 소음아래 맥주와 담배의 냄새가 본격적으로 쪄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들에게 불꽃은 그 순간을 더욱 특별하게 해주는 선물이다.

그 무리에 섞이지 않은 사람들, 가령 늘 11시면 잠자리에 드는 우리집 플랫메이트 지희나 같은 시각, 대개 그렇듯 거실에서 컴퓨터앞에 앉아 영화를 보거나 간혹 맛블로거들의 자취를 뒤적이며 입맛을 다시는 우리들에게 불꽃은 이제 더 이상 호기심과 환희의 대상이 아니라 '공해'다. 그나마 밤에 터지는 불꽃은 볼꺼리라도 있다지만(그래봐야 같은 불꽃의 반복) 늦잠자는 주말마다 아침 8시부터 터뜨려대는 폭죽은 도대체 그 이유가 뭔지 이곳 공무원에게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뒤늦게 덧붙이는 글>
공무원 대신 학원 선생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몰타 내에서도 폭죽과 불꽃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작은 섬나라 몰타에만 한해 100개가 넘는 크고 작은 FEAST(종교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깜찍(?)하게도 골목마다 특유의 전통과 자존을 갖고 진행되는데 특별한 개성은 없고 언제나 그렇듯 골목을 따라 알록달록한 술과 휘장이 내걸리고 성모상이나 천사상이 어느 한 켠에 세워진다. 그리고 어느 날, 신부가 앞장서고 음악대가 뒤에서 미는 행렬을 따라 동네 사람들이 요란하게 행진(그래봐야 동네 골목) 한 번 하고 나면 끝이 난다.

문제는 행사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또는 그 위세를 뽐내기 위해 하늘을 향해 능력껏 폭죽과 불꽃을 쏴올린다는 것. 이 같은 경쟁아닌 경쟁이 언제부턴가 지속되고 있고 올해가 좀 더 심해진 경우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생줄리앙이라는 제법 돈 많은 이 동네가 작년까진 이 요란한 소란(?)에 시큰둥해 했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그 대열에 가세했기 때문이라고.

불꽃놀이를 반대하는 쪽은 허구헌날 비싼 화약을 하늘로 날려 버리는게 맞는지, 차라리 그 돈이라면 몰타 역시 엄연히 존재하는 빈부의 차를 좁히는데 쓰는게 낫지 않겠냐라는 주장이고 이에 맞서는 쪽은, 몇 가지 논리가 더 있겠지만 관광으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불꽃같은 특별한 이벤트라도 있어줘야 관광객을 엮어내는데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여기까지 나와서 남의 복잡한 일에 골몰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 이렇다는 사정만 전한다. 다만 앞서도 얘기했지만 폭죽과 불꽃, 이젠 그만 좀 터뜨리고 좀 조용히 해줬으면 하는 바람.. 뭐 사실 이곳을 떠날 날도 머지 않긴 하다. 먼 훗날 이때를 떠올리며 낄낄대겠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