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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6.26 조퇴

오늘은 학원에 15분이나 지각을 했다. 서둘러 걸었다면 좀 더 일찍 도착했겠지만 교실 의자에 앉는 순간 쏟아져 내리는 땀이 장난이 아니기 때문에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이미 안정을 찾고 뽀송뽀송한 자세로 수업에 임하는 백인 여성들 틈에서 번들거리는 땀을 닦고 끈적거리는 피부를 들어내는 것도 여간 민폐스러운게 아니다.

아무튼 좀 늦는 한 있어도 이곳에선 결코 뛰는 법이 없다. 자리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고 수업의 진도를 살필 즈음 갑자기 아랫배가 살살 조여오는 것이 느껴졌다. 순간 직감한 것은 '아, 1교시 수업만 마치고 집에 가야겠다'는 것. 설사 기운을 느낀 것이다.

생각해보니 어제 소포를 통해 받은 방충망이 원인인듯 싶었다. 어제 아주 뿌듯한 마음으로 방충망을 방안에 설치했고 이를 믿고 맘 편하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잤는데 아뿔싸 이전에 창문 닫고 자는 동안 덥지 않았던 이불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잔 간밤에도 덮지 않았더니 결국 그것이 탈을 일을 킨 것이다.

중간중간 밀려오는 아랫배의 통증과 다급히 생각하는 화장실, 결국 1교시 수업을 마치고 선생에게 조퇴 의사를 밝혔다. 선생인 Ida는 "My body have some problem"이라는 김군의 형편없는 영어를 듣고는 "Your father has some problem?"이라 반문하며 놀란 눈을 동그랗게 떴다.

"No no.." 사태를 다시 설명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Ida는 ㅋㅋ 웃으며 어서 가서 쉬고 내일 건강하게 보자고 한다. body를 father로도 들을 수 있구나 잠시 생각하며 교실을 나왔다. 마침 다른 교실을 나온 강양을 만나니 그녀 역시 집에 일찍 가야겠다고 한다. 어제 마시 맥주 몇 캔의 숙취가 오늘따라 심해 도무지 수업 받기가 힘들다며..

결국 우리 두 사람은 1시간 30분 전에 지나온 길을 되밟아 집으로 돌아왔다. 김군에게 필요한 것은 화장실, 강양에게 필요한 것은 시원한 소파에서의 잠. 문득 침대에 누워 흘러가는 시간속에 축나고 있는 몸을 생각하니 마음이 갑자기 초조해지기 시작한다. 당장 뭘 해야할까? 영어교과서? 음식에 대한 인문서적? 아니면 방송사 아르바이트 아이템 고민? ..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