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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2 우드 브라인드 6
한국 Korea 160409~2010. 8. 12. 09:53
살다보면 발목을 잡는 일들이 늘 있기 마련이다.
그때문에 크건 작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건 당연한건데
이 블로그도 어쩌면 그런 것 중에 하나다.
물론 양면성이 존재하지만
안쓰면 삶의 중요한 무엇 하나를 굉장히 소홀히 하는 것 같은
책임감에 빠져들게 만들곤 하기 때문이다.

암튼 그래서 앞으로는 좀 더 자주자주,
가능하다면 매일매일 포스팅을 올려보려고 한다.
(이 다짐 전에도 하지 않았나?)
20대에 들어서면서 한동안은 양지사에서 나오는 작은 다이어리에
매일매일 빠짐없이 일기를 적곤 했다.
그걸 들춰보면 내용도 참 조잡한게 많은데
뭐 그런 식으로라도 좀 적어보련다.


+++


어제 우드 브라인드를 달았다.
가게를 쉬는 월요일, 동대문 브라인드집에서 주문한 뒤
이틀 뒤인 어제 오전에 택배로 도착했다.
제법 묵직하고 무거운 놈들.
그간 브레이크 타임에 우리들만의 사생활이 행인들에게 가감없이
노출되는 것이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밥을 먹거나 술을 마시거나 잠을 자거나.
그러면서 단다 단다 하던게 어느덧 8갤월에 이르렀고
드디어 어제 그 부자유로부터 벗어나게 된 것.
점심장사 마치고 곧바로 매달려고 했는데
이런..
오르락 내리락 당기는 줄이 왼편에 부착돼 있는게 아닌가?
그 얘기는 출입문쪽에 치렁치렁 줄이 내려와 있다는 얘기다.
모든 브라인드 줄은 벽 모서리에 위치해야 하는 법.
애초 주문할 때 디자인, 색상만 생각했지
그런 기술적인 부분은 미처 생각지 못한거다.
그런건 판매 상인이 먼저 챙겨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 양반한테도 슬슬 화가 번진다.

암튼 다시 포장해서 돌려보내 고쳐달라고 하려는데
그쪽에서 하는 말이
'아, 그거 사장님이 좀 만지시면 쉽게 하실 수 있을거에요'
그런다.
통화를 마치고 꼼꼼히 들여다보니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웬만한 공구를 장난감 갖고 놀듯하는 내게는 뭐..

저녁 장사를 마치고 돌려 보내려고 쌌던 놈을 다시 풀고
본격적인 설치에 들어갔다.
우선 브라인드의 핵심 부품이 모여있는 박스 부분을 뜯어보니
안에 별 것도 없다. 사실 뭐 대단할게 있겠나.
좀 뚜둥기고 나사를 조이고 해서 위치를 고쳐다는데 성공.
이제 문제는 매달기다.
이게 좀 난공사.

드릴에 철판 뚫는 기리(드릴 날)를 꽂고 철문 꼭대기에 구멍을 낸다.
브라인드를 지탱할 행거를 고정시키기 위해서다.
높은 사다리가 없으면 애초부터 불가능할 작업이지만
지난 겨울 가게 공사 때 목수들이 만들어놓은 나무 사다리를
아직도 갖고 있고 아주 요긴하게 쓰고 있다.
식당 안은 어느새 공사장으로 변했다.
아는 이들은 다 알겠지만 가게 간판이 아직도 '왕산건재'이니
밖에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 처음 보는 이들은
건재집으로 착각하겠다고 마침 와있던 강양 동생이 한 마디 던진다.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매달기에 성공했다.
브라인드 하나 달았을 뿐인데 가게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밤이라는 배경과 할로겐풍 조명, 그 사이에서 시야를 굵거나 가늘게 
조절하는 브라인드 날의 선이 매혹적이다.
단지 구정구정한 사생활의 차단을 먼저 생각했을 뿐인데
이런 고급스러움까지 얻게 될 줄이야.
만족스러운지 강양도 혼자 실실 웃는다.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