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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4 그리씨니와 치아바따 7
  2. 2008.12.03 지금은 고민중...Considering... 2
한국 Korea 160409~2009. 9. 24. 14:21
요즘 한창 빵을 배우고 있는 강양이
일련의 과정들을 촬영하기 위해 카메라를 가져갔다.
요즘 사진이 통 포스팅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그 때문.
 
강양은 빵 수업에서 받은 강한 인상과 자신이 만든 빵을 사진과 함께 
포스팅하려고 작성해 뒀는데 사진이 아직 편집되지 않아 비공개로 아직 묵혀있는 상태다.
집과 학원을 오가며 하루 4시간의 고강도 수업도 만만찮은데 
늦은 밤까지 집에서 홀로 그날 배운 것을 복습, 또는 예습을 반복하느라
몸이 파김치가 돼 포스팅 할 기운도 없는 모양이다.
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배우는 것 조차도 이렇게 피곤하건만
하루 9시간 이상의 스트레스 풀 셋트의 노동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은 어떨지..쯧쯧..
아무튼 빵 포스팅 마무리하라고 독촉을 좀 해야겠다.

+++


 
그리씨니(Grissini)라고 이탈리아 전통 빵이 있다.
식사때 즐기는 길쭉한 형태의 바삭한 비스켓이라고 해야 할텐데
박력분에 올리브오일과 맥주 효모, 소금을 섞어 열심히 반죽해 구워내는
간단하면서 맛 역시 간단 담백한 요리다.  
이탈리아 현지의 식당에는 테이블 위에 늘 빠지지 않는 것이
소금과 후추, 그리고 올리브오일인데 종종 하나씩 개별 포장된
그리씨니를 담아놓은 통도 함께 보는 경우가 많다.
 물 한 잔도 돈을 받는 이곳인지라 하찮게 보이는 이것 역시 공짜는 아니다.
 
서울에도 이미 알려져 그리씨니를 내주는 집이 제법 되는 듯 싶고
이를 찾는 팬들도 제법 있는 모양이다.
며칠 전 강양이 그리씨니에 도전했고 본인 말로는 50% 성공했다는데
어제 맛을 보니 내 생각엔 90% 성공이지 싶다.
창의성을 발휘해 그라나 치즈도 갈아 넣은 버전, 통후추를 넣은 버전 등
다양화한 시도를 했는데 모두 훌륭했고 특히 치즈버전의 경우 맛과 향이 퍼지자 
대번에 이탈리아가 떠오를 지경이었다. 


그리씨니 외에 다른 빵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려 하는데
요란한 걸 낼 생각은 없고 그럴 재주도 안된다.
다만 기억을 되살려 몰타 사람들이 주식으로 먹는 말티즈 브레드(Maltese bread), 
혹은 이탈리아 남부 뿔리아 지방의 전통 빵을 최대한 모방하려고 하는데
치아바따(Ciabatta)라는 이름의 빵이 바로 그것.

<사진-위키피디아>

바로 요놈인데 올리브유와 효모, 이스트 외에 맛에 있어 특별히 섞는 것은 없고
단지 까다로운 반죽과 하루 가까운 발효과정을 거쳐야 만들어지는 인내의 빵이다.
사실 몰타와 뿔리아의 빵은 겉면이 저것보다 더 투박하고 태워먹은 부분도 더 많아
얌전한 치아바따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결국엔 한통속.
처음에 접했을 땐 마치 원시시대에나 구워먹던 인류 최초의 빵이 바로 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분히 '민생'적인 모양에 적잖이 놀랐었다.

이 빵 역시 국내에 이미 널리 알려져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는데
지중해의 가난뱅이들이 별 거추장스런 요령없이 끼니를 위해 만들어 먹던 빵이
어느새 한국의 고급 식당 메뉴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혁신과 개발이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복고를 갈망하는 입맛들이 점점 많아지고 이를 한 차원 높은 패션으로 
바라보는 시선 또한 많아지고 있는 건 맞는 듯.


치아바따는 겉은 딱딱하면서 가죽 못지않은 질긴 질감을 가진 반면
속은 촉촉하면서 쫄깃하고 구수한 밀의 향을 가득 머금고 있다. 
발효가 거칠고 왕성해서 구운 후 썰어보면 빈공간이 다른 빵에 비해 크다는 점도 특징.

저처럼 채소를 비롯한 각종 고명을 얹어내면
훌륭한 맛과 멋과 영양의 브루스케타로 탄생한다.

발효빵이 결코 쉽지 않다는데 얼만큼 질좋은 빵을 만들어낼지,
빵을 굽기로 나선 강양의 역할이 막중하다.
 사실 빵맛 하나만으로도 식당의 손맛에 높은 점수를 주는
입맛이 점점 많아지는 요즘인 만큼
상투적으로 내주는 빵이라도 허투루게 낼 수 없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그 빵을 좋아하는 우리의 취향이 아무래도 우선.
식당까지 하는 마당이니 좋아하는 것, 그리고 만들 수 있는 것은 
직접 만들어 내는 것이 재미고 의미다.

Posted by dalgonaa

이번 주 토요일이면 베로나 생활 두 달째를 맞는다. 정확히는 두 달 하고 일주일이고 앞서 두 달의 의미는 엘리자베따의 신세를 벗어나 독립적인 숙소생활을 두 달째 맞이한단 얘기다. 이 얘기는 바꿔말하면 토요일 이전까지 연장신청을 안하면 집을 비워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해서 어제 숙소 주인인 데이빗을 만났고 연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단, 아직 준비가 덜 된 관계로 이틀치 비용을 내고 더 묵은 뒤 월요일에 빠지겠다고 이야기했다. 데이빗도 오케이 한다. 월요일이면 베로나 생활도 끝나는 셈이다.

해서 요즘 매일같이 들여다보고 앉은 것이 구글어스다. 다음 행선지의 주요 정보는 이곳에서 대부분 얻고 있는데 신기술의 편리함과 정확함을 놀라움속에 실감하는 중이다. 김군은 나폴리는 생전 가본적이 없건만 족히 1시간을 뒤졌더니 어느새 마음속에 깊이 남는 여행지로 자리잡았을 정도다. (사실 나폴리가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튼 이걸 바탕으로 향후 행선지의 선발전을 치루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 20개 주(州) 가운데 먼저 10개 안팎이 예선을 통과했는데 심사의 기준은.. 어쩌면 이건 일종의 고집이자 무지인건데 '요리는 남부다'라는 주변의 말 한 마디를 주문처럼 외며 휘둘렀더니 북부의 주, 가령 피에몬떼나 롬바르디아, 베네또, 에밀리아 로마냐 등이 일찌감치 떨어져 나갔다. 와인과 프로슈또, 치즈, 리조또 등에서 기량과 명성이 자자한 동네들이지만 그 모든 것들을 담아내기엔 현재 우리가 가진 그릇이 너무 작으니 어쩔수 없다.

예선을 통과한 '선수'들 가운데 가장 강력한 결승후보는 시칠리아(Sicilia)주와 뿔리아(Puglia)주. 덩치도 클 뿐만 아니라 북부의 경제적 풍요로움으로터 오랫동안 소외돼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농사와 낚시 외엔 딱히 없었던 지역. 헝그리 정신과 불굴의 투지로 일궈낸 이들 지역의 요리는 기교와 정교함보다는 기본기에 바탕한 탄탄한 체력과 정직함으로 무장하고 있어 본토 무대를 일찌감치 평정(?)하고 해외로도 무대를 넓혀 상대를 족족 다운시키며 레스토랑의 강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해서 애초의 생각은 이 두 지역을 놓고 승자를 가리려 했던 것. 

아래 시칠리아가 보이고 이탈리아 반도의 뒷굽에 해당하는 긴 지역이 바로 뿔리아다. 州 하나의 직선길이만 350km에 이른다. 어떤 통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전체 소비농산물의 70%가 뿔리아에서 키워진다고.

그러나 놀랍게도 동급 최강이라 여겼던 이 두 지역을 고전끝에 꺾어버리고 나폴리를 등에 업은 깜빠냐(Campagna)주 까지도 일찌감치 드러눕힌 충격의 다크호스가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아닌 아펜니노 산맥이 낳은 마이너, 움브리아(Umbria)주와 아브루쪼(Abruzzo)주다. 이들과 나란히 연결된 몰리세가 저만치서 힘겹게 추격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애는 곧 탈락할 듯 싶다.

움브리아와 아브루쪼. 로마나 나폴리, 피렌체, 베니스, 밀라노, 빨레르모 등, 기본기를 먹고 들어가는 도시가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뻬루지아와 뻬스까라 라는 생소한 도시를 거머쥐었을 뿐이다. 변변한 기차역도 하나 없는 동네가 적잖은 지역. 이탈리아 반도를 종으로 떠받치고 있는 아펜니노 산맥이 길을 막고 그 옛날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산짐승의 공격으로 더욱 고립될 수 밖에 없었던 지역. 해발 2,300미터를 넘나드는 고봉들이 꽁꽁 동여매고 있어 그 존재감은 해외는 말할 것도 없고 이탈리아 내에서 조차 알려지는게 쉽지 않아 소외감이 결코 남부에 뒤지지 않았던 지역, 움브리아와 아부르쪼.


12월 14일 개통을 앞두고 TV광고가 한창인 이탈리아 초고속 열차도 이곳 만큼은 피해간다. 사실 아펜니노 산맥이 점유한 이 지역 대부분이 국립공원으로 관리되고 있어 생겨먹은게 이런 만큼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지 어쩔수 없다. 짐작하겠지만 최근에는 오히려 이런 '자연미'가 강점이 되어 외지인들의 발길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기도 한데 어쩌면 우리도 그 행렬에 끼어들지 모르겠다.

사진 : 구글

노르치아(Norcia). 움브리아 주의 거의 끝자락에 걸쳐있는 곳으로 인구가 5천이 채 안되는 작은 마을이다. 마을 중심은 전체가 성곽으로 둘러쳐져 있고 그 자체는 다시 1000~2000미터 산에 둘러쌓여 있어 기차도 안다닌다. 하지만 보는것 처럼 한폭의 그림이다. 이 은둔의 마을은 수차례의 지진을 견디고 13세기에 지어진 교회와 성벽은 그 혼란속에서도 살아남아 오늘도 작은 호텔 3개를 먹여 살리고 있다. 외지인들의 발길이 잦은 이유는 이유는 종교적인 사연도 있겠지만 그 못지않게 자연경관이 뛰어나다는 점도 한몫 차지한다. 특히 동쪽으로 솟은 2000미터 준령을 넘으면 그 아래 펼쳐지는 그란데 피아노(Piano Grande-대평야)는 왜 노르치아에 와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단박에 알려준다.

                                                                           사진 : 구글
7km에 이르는 야생꽃밭. 자연의 양탄자다. 

                                                                   사진 : 구글

해마다 봄이면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 일대 장관을 펼쳐보이는 이곳은 그러나 2000미터의 산을 넘어온 자들에게만 그 모습을 공개한다. 입을 다물지 못한다는 풍경.

노르치아를 후보로 올린 이유는 우선 큰도시가 아니라는 점, 마을사람들의 삶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 따라서 이탈리아어 향상에도 도움이 될꺼라는 점(순진하지만..), 카메라에 담을 기막힌 풍광을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농사와 사냥을 병행하는 삶을 산다는 점.. 일단 이렇다. 어쩌면 우리의 예상에서 빗나간 부분도 있을텐데 그래서 조만간 한 번 방문할 생각이다. 교통이 마땅찮아 일단 마을에 들어서면 하루는 그곳에서 묵어야 하기에 호텔을 알아보니 하루 75유로. 음..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이곳에 우리가 당분간 머물수 있는 집이 있는지 여부다. 사실 노르치아를 찾는 이유는 그게 가장 크다.

                                                                  Sulmona                                            사진 : 구글

두 번째 지역은 이보다 좀 더 남쪽인 술모나(Sulmona)로 아브루쪼 주에 속한 도시다. 인구 25,000으로 제법 큰 규모지만 베로나가 23만, 밀라노가 130만이니 뭐 여전히 작다. 술모나 주변은 역시 산과 농토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노르치아와 달리 철도가 깔려있어 동쪽의 아드리아해까지는 1시간, 로마, 나폴리까지 2시간 안팎이면 도달할 수 있으니 고립된 느낌으로부터는 다소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여전히 작지만 그래도 규모에 따른 식당도 제법 있을꺼고 여기저기 기웃거릴 곳도 많을테니 덜 심심할꺼라는, 그래서 우리가 다가가는 만큼 새로운 기회가 있지 않을까(역시 순진하지만..) 기대를 갖는 곳.

베로나 이후의 행선지는 대략 이런 동선을 따르지 않을까 싶지만 일단 월요일, 큰 짐은 엘리자베따의 짐에 맡겨놓고 대략 일주일 일정으로 중부를 시작으로 남쪽으로의 여행을 다녀오려 한다. 찾아갈 마을을 몇 군데 더 선별해 대략 5곳 정도를 돌아볼까 하는데 아마 그 여행을 마치고 나면 우리의 행선지와 동선도 좀 더 구체화되지 않을까 싶다. 어디든 자리가 잡히면 당분간은 이탈리아어 공부에 매달릴 계획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앞서 배운 영어가 그나마 도움이 된다. 대략 감을 잡았다면 남는 건 외우기와 실전, 강양은 두 달 안에 초보자 수준의 회화를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운이 좋아 그것에 속도가 붙는다면 이곳 사람들의 생활속으로도 성큼성큼 들어가보고 그때 카메라도 본격적으로 들지 싶다. 이탈리아의 요리란 것이 비단 남부만을 중심으로 발달한 것은 아니다. 모두 고유의 환경과 자존감으로 빚어낸 맛나고 값진 요리들이 즐비하고 옛맛은 이어지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기도 하다. 어디가 됐건 시작이 중요할 테니.. (다만 이왕이면 좀 싼 곳에서부터..) 

오늘 오후엔 부동산 정보를 뒤지다 우연찮게 어떤 사이트를 찾았는데 한 도시에 적어도 일주일 이상 머물며 구석구석 돌아보고자 하는 여행자들의 숙소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사이트였다.  환율 '개폭등'으로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 유럽여행 준비생은 꼭 메모해뒀다가 알차게 활용하길. 단, 요건 다음기회에 유사한 정보를 모아 한꺼번에 소개할테니 그때까지 기다리시라.. ㅋㅋ 기대해도 좋다. (사실 웃지만 일찌감치 알았더라면 이 베로나의 비싼 숙소를 진작에 벗어날 수 있었을텐데 하는 때늦은 후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으..)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