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플필터'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3.10.14 주방의 숙원사업 하나
한국 Korea 160409~2013. 10. 14. 15:26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이들이라면,

특히 기름을 많이 쓰는 요리를 하는 이들이라면

언제나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주방배기의 문제인데,

그 중 유증기의 문제는 쉐프의 양쪽 어깨에서 한쪽을 내리누르는 커다란 문제에 해당한다.

(다른 하나는 외부공기 유입 문제. 천천히 설명드리겠다)


서양요리의 경우 한식에 비해 기름을 많이 사용하므로

불가피하게 유증기가 발생하게 된다. 

고열로 달궈진 기름이 피어오르는 것도 그것이지만

이른바 플람베(와인 등으로 불꽃을 일으키는 작업)를 할 때

불길과 함께 다량의 미세 기름도 공기중에 피어오른다.

이것이 배기구를 타고 밖으로 빨려나가지만

그렇지 않은 미세기름들은 후드 표면에 달라붙게 마련이다.

시간이 지나면 흘러 떨어지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청소를 해주지 않으면

각종 오염물질과 뒤엉겨서 아주 볼썽사나운 기름떡을 만들어내곤 한다.


나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해 언제나 고민을 안고 살아야 했다.

현재 나는 어렵게 얻은 부직포를 일정크기로 잘라 후드의 배기구멍에 고정시킨 뒤

거기에 바람구멍을 내서 어느 정도 유증기가 일으키는 부작용을 겨우 피해가고 있다.

이것도 이틀에 한 번씩은 갈아줘야 기름오염으로터 벗어날 수 있는데

이게 결코 쉬운 작업만은 아니다. 

그래서 일부 고급 주방에는 기름필터, 또는 배플필터를 사용해 유증기 문제를 최소화시키고 있다.

바로 이렇게 생겨먹은 놈이다. 





스텔레스(또는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이것은 꺽여진 날개를 앞뒤로 장착한 형태로

45도보다 가파른 각도로 후드의 크기에 맞춰 여러개를 장착하면 된다.

후드를 작동시키면 공기가 끌어당겨지고 피어오른 유증기는 꺾여진 날개 사이를 통과하면서

표면 장력에 의해 날개 표면에 들러붙게 된다. 

표면에 기름이 모이면 이것이 걸쳐놓은 각도의 가파름에 따라 표면을 타고 흐르게 되고

그것이 파여진 홈으로 모여 떨어지면 별도의 관을 따라 한곳에 모은 뒤 처리하면 끝. 


위생, 건강, 편의성, 영구적 사용 등등 주방에서 없어선 안될 필수품인 셈.

서양요리주방은 물론 중국요리주방에서 이건 필수로 보인다.

그곳은 언제나 유증기가 화산처럼 폭발하는 곳 아닌가.

(중국집 주방이 고요하다면 그집은 피하는게 좋다)



이걸 구하기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여러곳을 수소문해봤지만 명쾌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닥트, 후드 업체는 논바닥에 볍씨 뿌려놓은 것 처럼 많아도

그들에게 이것에 관해 물으면 대부분 알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고 평생안고 사는 관절염마냥 나도 그렇게 살았다.


헌데 이제 이것을 다시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이 기회에 살짝 밝히는 바지만

가게를 같은 자리에서 조금 확장하기로 했다.

공사시기는 11월 초로 잡고 있으며 약 2주간의 공사를 통해

만 4주년이 되는 날 달고나의 시즌 2를 선보일 예정이다. 

시즌2 메뉴에 관해선 나중에 다시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자. 



암튼 이번 확장의 핵심은 주방공간이고

저 배기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요리하는 사람으로써 오랜 숙원이기도 하다. 

결국 국내에선 마땅한 업체를 찾지 못했고 수소문끝에

중국 광주에 있는 한 업체와 연결이 돼서 그곳에서 필요물량을 받기로 했다.

현재 이메일을 통해 트레이딩이 진행중인데 

물량이 100개 이상의 단위여서 엄두를 못내다가 10개 단위를 취급하는 업체를

겨우 알아내서 연락을 했고 그쪽에서 오케이가 왔다. 


중국쪽에 이런 업체가 많은 이유는 아무래도 그들의 요리 특성때문이지 싶다. 

커다란 기름팬에서 지지고 볶고 하니 거기서 발생하는 오염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은

중국에선 이미 전부터 이어져온 고민이 아니었을까?

반면 우리나라에선 기름보다는 수증기가 많은 것이 특징.

하나 더해 중국은 식당을 차릴 경우 주방에 대한 규정이나 규제가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까다롭다고 들었다. 

이런 점들도 중국주방의 현대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일 듯.

(현대화? 얼마나 안다고 막 갖다 붙이네..)



이번 주방확장에서 배기시스템이 안착되면 아예 그쪽 시공전문으로 나서볼까?

그리고 아까 설명하지 못한 주방 배기의 또 다른 문제.

바로 외부공기의 유입인데..

이게 뭐냐면..


외부에 연결된 시로코팬을 작동시키면 그 강력한 모터가

후드를 통해 주방의 공기를 끌어당기게 되고 이를 통해 유증기나 각종 연기, 냄새등이

외부로 빨려나가게 되는데 문제는 대개의 주방이 홀과 연결돼 있고

또한 칸막이가 없는 형태가 많아서 결국 주방의 공기만 빨려나가는게 아니라

홀의 공기까지 빨려나가게 된다.

이는 결국 출입문이나 창문, 기타 틈새를 통해 외부의 공기가

실내로 빨려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에는 냉방, 난방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한다.


우리도 처음에는 이 문제앞에 속수무책이었다. 

유증기로 가득 찬 주방을 환기시키기 위해 팬을 돌리면

힘이 엄청나서 홀 출입문을 안쪽으로 당기는 것은 물론 문 틈 사이로 주사바늘처럼

새들어오는 바람에 일부 손님들이 불편해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인근의 아는 어느 식당 사장님은 작은 가게지만 주방과 담배피는 홀 양쪽에 각각 

1개의 팬을 작동시킨다는데 그 힘이 워낙 쎄서 밖에서 들어오는 손님들이

문을 못 열 지경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홀과 주방을 완전 격리시키거나

주방과 홀로 통하는 통로를 최소화하는 것 외엔 없으나

이를 현실적으로 가능케하기는 쉽지 않다.  

오픈 주방을 선호하는 소비자 입장을 생각해도 그렇고.


결국 나의 대안을 이랬다.

조광기(필라멘트 조명의 밝기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연결해

그것으로 시로코팬의 전류를 조절, 풍압을 조정하는 것으로 대체했다는 것. 

ㅋㅋ

그야말로 잔머리.. 

헌데 이것도 모든 상황에 맞는 건 아닌가 보다.

적어도 팬의 용량과 조광기의 수용용량을 계산해서 연결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렇다고 또 이게 꼭 들어맞지도 않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조광기는 저항이고 팬은 유도이기에 발생하는 차이때문이 아닐까 추측. (더 이상 알려하지 말라 --;)

우주탄생의 숱한 비밀을 안고 살아가는 과학자들이 있다면

나는 조광기와 시로코팬의 풀리지 않는 상관관계의 숙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실제로 나는 이 둘의 기계적 특성과 역할적 교류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지만 그럴만한 시간도

의지와 동기도 아직은 부족하다. 

당장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라는 문제로 이미 머리는 터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주방확장공사 계획짜기와 더불어.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