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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1.22 엘리자베따에게 ( per Elisabetta ) 10
  2. 2008.06.28 바질 페스토
한국 Korea 160409~2010. 11. 22. 13:42
엘리자베따는 이태리 베로나에 살고 있는 친구다.
얼마전 그녀에게 오랫만에 편지를 썼고 곧 답장이 왔는데
내용을 잘 있다는 거였고 그 증거로 이혼 후 만나고 있는 새로운 남자친구와
지난 여름 프랑스로 여행을 가서 다정하게 찍은 사진을 함께 보내왔다.
이태리에 있을 때 시에나로 엘리자베따와 함께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그곳의 한 서점에서 일하고 있는 그 남자친구를 우리도 만난 적이 있다.
키가 큰 남자였고 우연찮게도 엘리의 전 남편도 키가 컸다.
나중에 그녀가 고백을 통해 밝혔지만 키 큰 남자가 좋다고 했다.
우연이 아니었던건데 엘리는 165 조금 넘는 키다.

도대체 어떤 요리를 내는지 궁금해 미치겠다는 엘리를 위해
요 며칠 귀찮음을 무릅쓰고 카메라를 들었다. (1년 가까이 고정 반복되는 생활에서,
게다가 주문이 밀려 신속히 접시가 나가야 하는 상황에선 
사진 한 방 찍은 단순한 일도 엄청난 도전이 된다)

그리고 몇 가지 사진을 담아냈다.
그녀를 위해 준비한 몇 장의 사진들 중 일부.


방울 토마토를 말리고 있다.
썬드라이 토마토는 당연히 햇살 아래서 장시간 말려야겠지만
우리 실정에선 쉽지 않다.
오븐을 100도에 맞추고 3시간 가량 넣어두면 저 상태가 되는데
안에서 뜨거운 공기를 불어주는 컨벡션 오븐이면 더 좋다.
접시 위 요리에 조연으로 곁들이면 제법 근사하다.
맛도 단맛이 농축되어 훨씬 진해진다.



올 겨울에 쭉 밀고 갈 생각인 라자냐.
손수 만든 프레시 치즈에 데친 시금치를 무치고 층층이 그라나 치즈를 때려 넣었으니
치즈맛이 깊다. 거기에 모짜렐라까지 층층이 곁들이니 씹는 맛까지.
잘게 찢은 고기가 들어간 라자냐를 하다가 고기가 똑 떨어지면서
다른 재료를 찾다가 시금치를 넣었는데 반응이 괜찮다.
하지만 곧 고기도 다시 준비해서 두 가지를 병행할 생각.
원래 라자냐엔 라구 소스를 넣지만 그건 아래 파스타에서만 쓰기로.




볼로네제 파스타.
돼지고기와 쇠고기를 토마토 소스에 3시간 이상 푹 끓여 완성하는 메뉴.
면은 생면인데 이걸 시작하면서부터 브레이크 타임에 쉬는 시간이 30분 정도로 줄었다.
점심장사 끝나면 반죽하고 2시간 후에 그걸 밀어서 면을 만든다.


생면. 고된 겨울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증거다.
이탈리아에선 파스타 반죽용 계란이 따로 있다. 노른자의 색이 붉을 정도로 진해서
면을 뽑으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운 노란빛이 나온다.
우리나라에는 이탈리아 계란같은 빛깔의 계란이 없다.
이 사진은 붉은 조명 아래서 찍어 좀 노랗게 나왔을 뿐.
요즘 그래서 궁리중인데 노른자면 사용해볼까 하는 것.
근데 발목을 잡는 것이 버려지는 흰자다.
고급 레스토랑도 아니고 단순한 기호 하나를 위해
멀쩡한 다른 하나를 버리자니 자꾸 찝찝한 생각이 들어 계속 번민중.


지난 여름에 열심히 만들었던 바질 페스토.
이게 주방에는 아주 효자 메뉴인데 바질 1kg 정도는 한 시간 만에 소스를 만들 수 있고
그걸 일주일 넘게 쓸 수 있다.
무엇보다 주문이 들어오면 면만 삶아 건져 소스 한 숟가락 넣고 비비면 끝.
팬을 쓸일 도 불을 쓸 일도 없다.
연두색의 식감이 별로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여름철 따분한 식감에 활기를 넣기에 손색없는 메뉴.
다시 봄이 오고 바질 값이 내려가면 우리 가게서 어김없이 내놓을 메뉴다.


중국집에 짜장면과 짬봉이 있다면
우리 가게엔 살시챠와 마레가 있다.
요놈이 바로 마레.
건방 좀 떨자면 해산물 파스타를 내놓는 많고 많은 홍대의 파스타집들 가운데
이 가격대(13,000원)에서 이 맛과 품질을 누릴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좀 알려주시라.
홍합과 바지락 씻어 해감물에 담그고
가리비는 껍질에 붙은 이물질을 일일이 제거하고
오징어는 껍질을 모두 벗겨 링으로 썰고
새우는 껍질 벗기고 내장을 제거한다.
이 요리는 팬도 두 개를 사용하는데 하나는 파스타 용,
하나는 오징어와 새우를 튀기는 익히는 용이다.
오징어와 새우는 석쇠에 구워내면 훨씬 풍미가 좋아지겠지만
아쉽게도 우리 주방엔 그럴만한 공간이 없다.
언젠가 좀 더 넓은 주방으로 옮겨간다면 무슨일이 있어도 석쇠는 꼭 넣을 생각이다.
생면 파스타를 바로바로 뽑아낼 수 있는 공간도 상시공간으로 꾸미는 건 물론!
지금은 한 작업대에서 여러가지 일들을 계획을 세워 할 수 밖에 없는데
아주 신경을 예민하게 만드는 일들이다.


오랫만에 사진 곁들이는 글을 쓰니..
보기 좋쿠나.



Posted by dalgonaa

며칠 전 수퍼에 오이를 사러 갔다가 잠시 깜짝 놀라고 말았다. 소량으로만 판매하던 바질을 아욱 단 묶어 팔듯이 뭉텅이로 팔고 있는게 아닌가? 게다가 가격은 터무니없이 저렴해서 기존 가격에 비해 거의 1/4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었으니 1유로도 아닌 단돈 65센트.(한국돈 1000원)

향기를 맡아보니 강한 허브향이 코를 찌르는데 정신이 번쩍 든다. 혹시나 싶어 수퍼 점원을 잠시 붙잡고 바질이 맞냐고 물으니 맞단다. 그 얘길 듣고 바로 바구니에 담았다. 넓은 진열대에 고작 서너 단 밖에는 남아있지 않았던 탓인데 이미 앞선 사람들이 싱싱한 놈들 위주로 먼저 쓸어간 것일 터. 가장 시원찮은 놈들이 남은 것임에도 싱싱하다.

이게 지난 주 화요일이었다. 냉장고에 넣어뒀더니 문을 열때 마다 바질향이 진동을 한다. 대부분의 생필품을 이탈리아를 비롯한 주변국에서 수입해오는 몰타이다 보니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것은 농산물 정도인데 바질이 그 가운데 포함되는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도 이날 접한 바질은 어쩐지 로컬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러니 가격도 쌌겠지.

바질은 잎을 먹는 허브다. 포동포동해 보이는 잎은 참 잘생겼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보기에도 좋고 먹음직 스럽기도 하다. 따뜻한 기후조건이면 어디서든 잘 자라는 풀이라는데 강한 향 탓에 우리의 전통 식단과는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바질은 각종 서양요리에 단골 향신료로 사용되며 말려서 분으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것은 생 잎이다. 밀라노의 피자집을 가면 토마토 소스만 발라 석쇠에서 갓 구워낸 피자 위에 바질을 덥석 얹고 그 위에 올리브유를 빠른 손놀림으로 얇게, 그리고 넉넉히 뿌려준다. 미국식 피자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그 시시함에 실망하거나 분통을 터뜨릴지 모르겠지만 단순함 속에 감춰진 깊은 맛을 아는 이들은 그 '시시함'에 환호한다.

바질을 손쉽게 즐기는 방법에 하나는 바질 페스토. 생잎을 뜯어 깨끗히 손질한 뒤 잣과 올리브유 듬뿍, 그리고 소금을 넣고 믹서에 갈아주면 쉽게 완성된다. 이놈을 알맞게 익힌 파스타에 비벼 먹으면 짭짤하고 부드러우면서 바질의 독특한 향과 잣의 고소함을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국의 정통 이탈리아 식당이라면 이 메뉴가 있겠으나 웬만한 파스타집에선 좀 처럼 보기 힘든 메뉴 가운데 하나다.



>> 예전에 사먹었던 바질 페스토

몰타에 도착한 뒤 어느 날 수퍼에 들러 작은 병에 담겨 판매되는 바질 페스토를 한 병 사다가 푸실리에 비벼 먹은 적이 있다. 바질 특유의 향은 온데간데 없고 단지 짭짤함만 있어 여간 실망한게 아니었는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으니 지난 화요일이 제대로 찾아온 찬스였던 셈이다.

주말을 넘겨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토요일 낮에 수퍼에 가서 일주일치 장을 잔뜩 보고 배달을 부탁한 뒤 잣과 몇 가지 유제품만 챙겨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바질 페스토 만들기에 들어갔다. 사실 믹서가 없어 차일피일 미루던 거였는데 생각해보니 칼로 다져도 안될 건 없겠더라. 제이미 올리버가 사용하는 돌절구가 있으면 더 좋겠지만 이마저도 없으니 뭐..

큰 잎들을 한 손으로 꽉 움켜쥔 뒤 끝부분 부터 조금씩 채를 썰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어느정도 썰린 뒤에는 빠른 속도로 다져줬다. 이때 정말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안된다. 뭐 설명 안해도.. 어려울 줄 알았던 작업이 채 10분도 안돼 끝났다. 수북했던 잎들이 잘게 다져졌다. 그러나 한 가지 고민이 생겼는데 10분 가량을 붙잡고 다져주니 뜻하지 않게 풀 비린내가 살짝 돌더라는 것.



>> 이번에 만들어 먹은 바질 페스토. 맛은 사먹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열무김치를 담가본 이들은 알겠지만 열무 잎을 소금에 절일 때 골고루 할 욕심에 너무 손으로 뒤적여 주면 잎에서 풀 비린내가 심하게 진동해 망치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서 엄마들은 이 순간에 주의를 기울인다. 같은 원리가 아니었을까.. 심하진 않았지만 아무튼 좀 더 신속하게 끝내는 믹서라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유리 병을 준비해 다진 잎을 넣고 올리브유를 듬뿍 붇고 소금도 넣었다. 잣도 같은 방법으로 곱게 다져준 뒤 넣고 숫가락으로 골고루 섞어주니 바질 페스토가 완성됐다. 올리브유와 바질의 궁합은 정말 근사하다.

푸실리가 없어 펜네를 삶을까 하다가 페투치니로 결정했다. 무슨 암호같지만 이놈들 모두 파스타 면의 종류일 뿐. (각각 나름의 특징과 기능이 있을텐데 이는 나중에..) 면을 삶아 건져낸 뒤 그릇에 담고 바질 페스토를 살짝 끼얹어 비벼먹으니 향이 물씬 풍기는 것이 좋다. 후추를 갈아 뿌리자 좀 더 풍미가 좋다.

뒤늦게 바질 페스토 레시피를 인터넷에서 뒤져보니 마늘을 찧어 넣는다고 한다. 음.. 늦었지만 남은 페스토에 이놈을 넣어 먹어봐야겠다.



>> 잘 삶은 페투치니 위에 얹은 바질 페스토. 볼품 없어 보이지만 잘 비벼 먹으면 독특한 향과 함께 퍽 근사한 맛을 낸다. 여성들이 특히 좋아할 맛. 다음엔 저 면 위에 짜장을 얹어봐야겠다. 그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할 맛이겠지..

Posted by dalgon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