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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31 5월 29일
한국 Korea 160409~2009. 5. 31. 00:30

29일, 차량이 통제된 아스팔트 위에서 뜨끈뜨끈한 햇살을 손으로 가려봤지만 별 소용은 없었고, 그래도 지중해 한 가운데 섬 몰타에서 당한 타들어가는 햇살보단 훨씬 부드럽다는 생각을 했다. 찍어두면 이날을 회상할 때 한 번씩 꺼내보겠지 싶어 카메라를 갖고 나갔는데 날이 날인지라 경박하게 비춰지지 않으려는 심정으로 셔터를 눌렀더니 '잘' 찍은 사진은 별로 없고 두서없는 풍경들이 대부분이다. 그 중 개인적으로 와닿는 걸로 한 장.



뜨거웠던 하루가 식더니 새벽이 되선 춥기까지 했다.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떠나지 않았고 우리도 그 자리에 함께 머물렀는데 새벽 3시경, 신문지를 주어다 자리에 깔고 누으니 어떤 젊은 친구들이 지나가다 "이거 쓰세요"라며 뽀송한 은박단열재를 우리 배 위에 덮어준다. 그들도 취해있었고 우리도 취해 있었다. 서로 낄낄 거리며 은박단열재를 주고받았다. 몸을 밥 삼고 깔개를 김 삼아 말아봤는데 몸에 닿는 부분은 따끈해졌지만 결과적으로 바람 잘 관통하는 파이프같은 형태는 어쩔 수가 없어서 새벽바람이 휘잉 몰아칠 땐 온몸에 힘이 들어갈 정도로 추워 큰 효과는 없었다. 응용의 한계는 어디까지나 깔개지 이불 용도는 아니더라. 그래도 아래 사진의 저 사람들과 맞는 이날 새벽의 질감은 좋았다. 그리고 첫차 시간이 되서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우리가 자리를 뜬지 얼마 안되서 경찰이 저 사람들은 모두 내쫓았다는 보도를 집에 돌아와 TV를 통해 확인했다. 이명박은 여의도식 정치에 질렸다는 말을 곧잘 하곤 했는데 많은 사람들은 이를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로 해석해겠지만 실상은 여의도식 수준에도 못미치는 무능정치의 황당함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가 비판했던 '여의도 정치'란 결국엔 '모든 정치'가 아닌가 싶다. 나아가 북한과의 대결을 통해 살리겠다는 '경제'란 대체 무엇인지..  참으로 깝.깝.한 요즘, 이탈리아를 떠나기 전 부터 한국의 지인들이 당부해온 말 "맘 단단히 먹어"라는 말을 심감한다.  

Posted by dalgonaa